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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8일 09시 25분 등록

우리도 사랑일까?

 

 

안녕하세요?

햇볕 잘 드는 카페 창가에 앉아 편지를 쓰고 싶은 가을이예요.

 

영화공간 주안에서 영화를 2편 내리 보고 그 바로 밑 커피벨에서 똑 떨어진 카페인 수치 올리고 있어요. 피 속에 콸콸 주유중이예요. 커피음용후심장벌렁증 이거 참 느낌 좋아요. 카페오레의 나뭇잎 문양이 이뻐요. 오늘 신체검사라 아침을 늦게 먹었어요. 하늘이 너무 아름답던데 나는 껌껌한 극장 안에서 하루 종일 보냈네요. 오늘은 뭘 할 수 있는 때가 아니어서요 그냥 놀았어요. 아티스트 데이트 하자고만 했지 뭘 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없이 나섰어요. 책읽는 모임에서 두 번 읽기로 한 책은 손가방에 넣어왔어요. 손가방은 천으로 된 게 가벼워요. 영화보려고 작정한 건 아니예요. 버스를 타고 가다 불쑥 내렸어요. 하루에 영화를 내리 2, 3편 보는 건 방학맞이 세레모니였어요. 나랑 같이 다니던 친구는 애기 낳아 기르느라 요즘 바빠요. 그리고 나는 그 친구와 공유하던 어떤 특징을 버리려 하고 있어요. 그 친구와 나누던 우정관계도 버려질까요? 그 친구와 함께 나눈 추억이 내게 매우 소중하기 때문에 두려워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 관계를 희생하더라도 나는 저걸 도마뱀 꼬리처럼 잘라내고 계속 갈 수 밖에 없겠다 생각해요. 폐기하려는게 뭐냐구요? 어버버버버….비밀. 다음에 가족세우기 워크샾에서 확인해본 후에 이야기할께요. 오늘은 방학은 아니지만 토요일이예요. 올해부터 주5일 근무지요.

 

영화 첫째 편은 식곤증에 꾸벅거리느라 절반은 날렸어요. 우디 알렌 다큐멘터리였어요. 극장에 갔는데 마침 그거 시작할 시간이라 표를 받았어요. 말 빠른 코메디언인줄만 알았더니 우디 알렌은 영화를 많이 만들었더군요. 미드나잇 인 파리도 그가 만들었다네요. 나는 그 영화에서 딱 1개 건졌어요. 그가 손으로 아이디어를 써두었다가 요즘도 35년된 수동타자기로 원고를 치고 있다는 거요. 그거 하나요. 정말 그 타자기는 또각거리는 조랑말 같았어요. 나는 난중일기를 읽고서요 일기를 써보고 싶어졌어요. 일기를 노트북이 아니라 그냥 공책에 휘갈겨 써도 되는구나 했어요. 대단한 우디 알렌도 그러는데 사소한 나는야 괜찮고 말고요. 아 식곤증이요? 극장에 가기 전에 사골만두국을 먹었거든요. 청실홍실에서요. 왕만두 5개에다 국물까지 들이켰더니 소화가 힘들었나봐요. 사골만두국은 오늘 새벽 꿈에 나왔던 음식이예요. 나는 납골당 앞 사각테이블에 앉아 있는데요, 내 엄마와 아버지가 가짜로 밝혀지는 와중에 그 놈의 사골만두국에 팔려서 그것만 마지막 국물까지 싹싹 긁어서 먹고 있었거든요. 왜 그런가 궁금했어요. 먹어보면 알게되겠지. 신체검사가 나가리 나자마자 안 타도 되는 버스를 탄 김에 여기 내렸어요. 인제 뭐하지? 만두국이나 먹자며 그 식당에 갔어요. 추천 식당 무궁화가 걸린 데예요. 신체검사는 꿈지럭거리다 못 갔어요. 생애전환기 검사를 해야하는데 유방암과 산부인과 진료가 겁 나서요. 그 식당에서는요 메밀국수와 만두를 특화했더라구요. 메밀을 주 재료로 삼은 건 성인병과 칼로리에 대한 나름의 연구 결과인 듯 했어요. 신기하게도 꿈에서 먹던 바로 그 맛이었어요. 만두를 숟갈로 깨니까 김치를 덜 빨아서 빨간 국물이 떴거든요. 책 읽는 모임에서 쓰는 내 글과, 직장 내 일에서도 김밥천국식 메뉴판 말고 저런 필살기 메뉴가 필요하구나 내게로 송신된 계시를 감득했죠. 잘 했죠? 내 글에서 뭐가 특화될 수 있을까요? 꿈얘기? 나의 사골만두국과 메밀소바는 뭘까요?

 

두번째 영화는 번쩍번쩍 각성 상태에서 봤어요. 시작시간이 연이어 있었거든요. 우리도 사랑일까? 였어요. 사랑이면 사랑이지 묻긴 왜 물어 싶으죠? 나도 그랬어요. 내용을 보니까요. 결혼 5년차 주부가 새롭게 찾아온 이에 대해 마음이 흔들리는 영화였어요. 여자 마고는 프리랜서 작가고, 남편 루는 요리책을 쓰는 요리사였어요. 사라 폴리 감독은 여자예요. 감독이 예뻐요. 배우를 오래 했다네요. 대니얼이라고 집 앞에 사는 잘 생기고 몸 좋고 게다가 아마추어 화가이기도 한 남자한테 마고의 마음이 흔들리거든요. 글 쓰는 작가니까 그림 그리는 작가랑 주파수가 맞을 것 같지요? 둘이 통하는 장면이 얼마나 많았는데요. 마고가 좋아하는 장면 중에 나도 매혹당한 게 몇 가지 있었어요. 바닷가에서 노을 보기, 2층 창가에서 책을 읽거나 뭘 쓰기, 숲 속 테이블에 앉기, 새벽산책! 나는요 노을 지는 등대 앞 키스 장면에서 아주 오글오글했어요. 마고가 30년 후로 미루지 않았거든요. 이 남자를 따라간거죠. 지루해진 결혼 5년차의 일상을 버리고요. 근데요. 대니얼과의 생활에서도 다시 그런 시기가 왔어요. 그러니까 어떤 결혼이든 안에서 그 결혼을 추동하던 사랑이 실종되는 시기가 온다는 말이군요! 하긴, 콩깍지라고 불리는 호르몬 이상상태인 사랑은 유통기한이 2년이라던가요? 마고가 대니얼을 따라간 건 루와의 혼인 안에서 사랑을 찾을 수 없게 된 '선행'사건이 있었지요. 눈이든 가슴이든 밖으로 돌아가는 건 안에 없기 때문이겠죠. 그때 굉장히 교훈적이면서도 직설적인 장면이 나와요. 마고가 대니얼과 타러 갔던 놀이동산 기구를 혼자 타러가거든요. 결혼에서 모든 것을 구하지 마라, 네 영혼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것이 닭고기 수프, 뱀장어 소금구이, 팥죽이든 뭐든 애꿎은 남편, 애인에게 전가하지 말고 너 스스로 공급해라. 나는 이렇게 그 장면을 읽었어요. 아쿠아 에어로빅을 배우던 수영장 샤워실에서 벌거벗은 여자들의 나체가 수두룩 나오거든요. 늙은 여자들이 마고에게 말했죠. "새 것도 헌 것 된다. 헌 것도 원래는 새 것이었다." 마고가 헌 결혼을 떠난 뒤, 마고의 새 사랑을 눈치 채고 있던 알콜중독인 여자가 취한 사람의 솔직함으로 말했어요. "인생의 빈틈을 다 메울 수는 없어. 술 마시는 나나 너나 똑같아" 그녀는 마고의 시누이였던 여자예요. 관건은 결혼이 아니라 인생의 빈틈을 뭘로 메울건가인가? 그럼 사람마다 다른 모양을 갖고 있으니 언제 행복한 지 자기를 연구하고 적용해야 하나? 여자만 그렇겠어? 남자도 마찬가지겠지. 나의 잡념넝쿨이 뻗어나갔어요. 이 영화가 나에게 우연히 찾아온 해답같아요. 융의 책에 나오던 동시성 말이예요. 나는 요새 서가의 책들에게 결혼상담을 해대고 있거든요. (융은 진료중인 남자가 권총 자살을 할 때 뒷통수 통증을 느낀다거나 그 날 진료를 올 여자를 미리 꿈에서 보는 식으로 동시성을 경험하죠. 또 <죽은 이들을 위한 일곱 가지 설법> 책을 '받아 쓰는' 사흘 동안 집안에서 식구들은 유령을 보고, 그 자신도 유령들로 빽빽한 공기를 느끼죠. 그러면서 모든 일은 일어날만한 조건이 되면 일어난다고 했어요. 마치 주파수를 맞춘 라디오같은 상태였나봐요.)   

 

김형경씨는 자신의 2년여 정신분석 경험을 토대로 쓴 소설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에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성공적으로 뛰어넘어야한다고 말하는 것 같고요. 그녀의 책이 권해준 책 <아직도 가야할 길>에서는 결혼이 베이스캠프를 만드는 거고 베이스캠프 관리와 정상도전은 남녀 모두가 할 일이라 했어요. 법륜스님은 <스님의 주례사>에서 잘 맞춰라 그랬어요. 욕심부리지 말고 상대를 고르라 했구요. 나는 여전히 애기를 낳으면 3년 엄마가 키워라 이런데 더 눈길이 가요. 결혼의 핵심은 부모자녀가 아니라 부부관계인데도요. 그들의 워크샆에서 몇 번 대리인으로 참석해본 적 있는 풀라의 <가족세우기>에서는 가족은 질서가 맞아야 한댔어요. 융은 자신을 이 세상에 현실적으로 안전하게 머물게 하는 닻으로 결혼, 가족, 직업을 가졌죠. 그 얘기를 읽으며 허황한 이야기하길 좋아하는 나도 결혼이 필요하다 결심하게 되어요. 근데 여자인 내가 남자인 그의 아니마 역할을 해주라는 거야? 묻게 되어요. 그럼 그도 나의 아니무스 역할을 하는 건가 싶으네요. 요건 좀 어려운 개념인 거 같고요. 아니마와 관련되어서는요 제임스조이스의 딸이 정신분열병을 앓았고, 내부 갈등이 많았지만 강인했던 햄릿 대신 야들야들한 오필리아가 미쳐버렸잖아요? 굉장히 상호보완적인 것 같아요. 같이 사는 남자와 여자는요

 

결혼에 대해 읽은 것 중 젤 맘에 남는 건 캠벨이예요. 조셉 캠벨은 영혼의 동질성을 나눠가진 이와 재회하는게 결혼이랬어요. '신화의 힘' 책을  처음 읽었을 때 이 구절에 반해서 몇 년 전부터 내 블로그에다 위시리스트로 이렇게 써놓았거든요. ‘존재의 테이블, 독립, 영혼의 동질성을 나눠가진 이와 재회앞의 두 가지는 성취되었어요. 나는 이 재회 한 번 해보고 싶거든요. 알아요. 지금 나는 이미 재혼 나이란걸. 지금 결혼해도 아이 낳아 길러볼 수 있을까 글쎄 갸우뚱, 배우 이영애씨의 모범을 따라 바로 이란성 쌍둥이 출산을 위해 불임클리닉으로 가는게 진인사대천명의 진인사인 나이인 걸. 네 알고말고요. 좀 자조적인가. 아무튼요. 쌍가락지 짝을 어떻게 알아보냐가 관건이예요. 가슴은 커피에도 콩닥콩닥두근두근하는데요. 캠벨은 결혼은 자아를 관계에 희생제물로 바치는 거라했거든요. 또 이런 의문이 생겨요. 만약에 이 사람하고 결혼을 했는데 사랑이 다시 오면 어떻하지? 그에게도 여러 번 물어보았어요. 그는 이런 걸 미리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거예요. 재수없게 이런 걸 생각해두면 그대로 이루어진다고요. 네 알아요. 나에게는 결혼에 대한 긍정적인 선입견이 별로 없다는 거요. 나는 혼인서약을 계약서 쓰는 것과 동치하거든요. 계약 해지 조항을 왜 생각을 안하는 거지요?   

 

나는요. 다시 시작하기로 하고서 세 번의 아티스트 데이트를 했어요. 앞으로는 매주 해나갈 거예요. 도대체 송신한다는게 뭐야 이게 내 관점이예요. 그리고 즐거워서 시작한 책읽기, 글쓰기인데 좀 지치는 면이 있어요. 지원서를 낼 때 쓰겠다고 했던 그 책으로 9월부터 들어간댔는데 신경이 더 곤두서는 것 같아요. 휴식이 필요했어요. 이게 정말 휴식이 될건가 궁금해요. 비행기에서 내리기 전까지 여행에 대해 써놓으라는 것처럼 그 자리에서 써놓으면 될 것 같아요. 아티스트 데이트는 줄리아 카메론이 만든 말인데요 융 자서전을 읽어보니 그도 이 개념을 알고 있는 듯 했어요. 서너 살에 꾼 지하의 남근상 꿈과 그가 벽장에 감추어둔 남자 인형이 생각이 난 것도 서른 다섯 이후에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돌하고 놀면서거든요. 그가 볼링겐의 탑을 짓고 거기 머무는 과정에서 그의 일생을 사로잡고 있던 초기 체험들이 여러가지 저서로 되어 나왔고요. 그의 뒤에 온 인류가 혜택입고 있는 집단무의식, 원형, 사후 세계, 연금술, 대극의 통합 개념 같은 걸 다룬 것들 말이예요. 현경은 <미래에서 온 편지>에서 자기사랑의 방법으로 추천하면서 이렇게 말했어요. "자신을 가장 멋진 애인이라고 생각하고 가장 신비롭고 쿨하고 기가 막힌 곳이라고 생각되는 곳에 너 자신을 모시고 가. 그리고 너 자신하고 데이트를 하는 거야. 자신을 믿고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들도 진정으로 믿고 사랑할 수 있지." 카메론은 내 안의 아티스트만을 데리고 하는 데이트, 송어 연못 채우기라고 했구요. 카메론의 정의를 그녀가 활용한 게 아닐까 싶으네요. 비슷한 걸 각각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듯 해요. 나는 현경에서 출발해서 카메론으로 온 거구만요.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 에서 마고가 남편이나 애인 없이 혼자 숲에 가고, 놀이기구 타러 가고, 노을 지는 바닷가와 등대에 가고, 새벽산책 하면 그게 아티스트 데이트겠고요.        

 

첫번째는 일산 좋은 학교 박람회에 갔는데요. 가는 것까지는 의무동원령때문이었어요. 거기 2층 중식당 앞 카페에서 나는 난중일기를 혼자 4시간 읽었죠. 울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활 열 순을 쏘았다.', '맑음' 때문이었어요. 한 글자라도 먹을 갈아 붓으로 전쟁터 흔들리는 뱃전에서 썼을 테니요.

 

두번째는 추석날 루브르전을 보러 갔죠. 전시회 마지막 날. 이날도 울었어요. 감나무와 나비 때문에요. 내 옆 감나무 아래 테이블에 차례 마친 여러 특징의 가족들이 머물다 가더군요. 난 고향에 안 갔어요. 나비는 그 전시회의 대표작 프시케(싸이키)와 에로스상에 있었어요. 프시케 손바닥에요. 신랑 에로스가 키가 더 작더군요. 나비는 미션에 성공한 프시케가 받은 영원한 생명의 상징이었어요. 진 시노다 볼린은 프시케신화를 가지고 여성의 영웅여정에 대해 말하고 있었어요. 내가 사랑하는 <우리 속에 있는 여신들> 책에서요. 프시케가 밤마다 자기 옆에서 자고가는 남편의 얼굴을 보려다 촛농을 떨어뜨리는 바람에 에로스는 멀리 날아가버렸지요. 그때 그녀는 임신중이었는데요. 에로스의 어머니 아프로디테를 찾아간 프시케는 어려운 과제를 받았었어요. 첫째, 거대한 뒤죽박죽 곡식 더미를 씨앗별로 분류하기, 둘째 태양의 숫양에게서 황금양털 얻어오기, 세째 지하세계까지 이르는 폭포에서 물 받아오기, 네째 지옥에 가서 페르세포네에게서 화장수 얻어오기 였어요. 각각 개미, 푸른 갈대, 독수리가 도와주어 과제를 완수했어요. 네번째 과제가 특히 어려웠는데 그건 그녀에게 도움을 청하는 불쌍한 사람 3명을 거절해야했거든요. 진 시노다 볼린은 이것들이 그녀의 안, 무의식에서의, 또는 동시성의 도움이라고 말해요. 씨앗 분류하기는 우선순위에 대한 거고, 황금양털은 권력, 폭포수 얻어오기는 장기적 시야 갖기, 화장수 얻어오기는 거절하기 신공이라고 해석하더군요. 왜 울었냐구요? 나는 도대체 지금 몇 번 과제를 하고 있는 걸까 싶었거든요. 아마도 두번째 과제겠지요. 황금양털을 얻어오는 과제 말입니다. 아닌가? 진 시노다 볼린은 말했어요. 황금양털은 권력의 상징인데 여성이 자신의 부드러움, 여성다움을 잃지 않으면서 힘을 얻는 비유라고요. 푸른 갈대는 양들이 가려움을 해소하려고 등을 긁어대는 가시나무에 남은 양털을 모아 가라고 조언을 했거든요. 양을 포획하기 위해 정면에서 힘으로 맞서다 다치는 게 아니라구요. 추석에 이러고 있는 나는 지금 정면으로 뎀비는 게 아닙니까? '이것이 너의 말뚝으로부터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너의 정체성을 확보하는 유일한 방법이냐? 여러 사람을 아프고 불편하게 하지 않냐? 특히 너를' 이라고 프시케 손의 나비가 내게 물었어요. 이건 사거리에서 공차기하는 공에 내 장독대 항아리들이 위태로와지는 꿈과 동시에 진행이 되었어요. 공차기 하는 이는 바로 나겠지요. 내 안과 밖에서 내가 사용하고 있는 방법에 대한 문제제기가 자꾸 오는 것 같죠? 눈물이 주르륵 났어요. 

 

오늘이 세 번째네요. 여기 오기 전에 캠벨 책을 다시 읽었거든요. '신화의 힘'에 사랑과 결혼 장이 있더라구요. 캠벨이 말했어요. 사랑이 결혼보다 상위개념이라고요. 나는 그에게 전화를 걸었어요. 당신과 내가 서로 사랑하는 동안만 결혼을 유지하는 건 어떻겠냐고요. 아 그렇다고 결혼을 결정했다는 건 아니예요. 그냥 그렇다구요. 결혼무섬증 환자인 나는 오마이뉴스에 들어가서 어떤 경우에 이혼하는 지 또 기사를 검색해 읽어댔으니까요 

 

이 카페에는 내가 좋아하는 게 또 있어요. 바로 따뜻한 백열등 스탠드와 머리를 기대어 쉴 수 있는 소파예요. 나 이런 거 하나 사유하고 싶어요. 다음에 다시 올께요. 안녕히 계세요. 콩두드림 

 

 

 

ps.1. 사골만두국

 

사골만두국을 먹고서 옛날같으면 '우리 부모님과 같이 오고 싶다' 했는데요, '이 사람과 같이 오고 싶다' 느꼈어요. 웨딩드레스 입고 많은 사람들 앞에 서는 장면을 생각하면 경기 일어나는 이에게 뭔가 변화가 일어난 것 같긴 해요. 쪼르르 그에게 전화를 했지요. 반색하더군요. 내 전화 말고요 사골만두국 같이 먹자는 말에 그런건가? 다음 번에 만나서 먹었어요. 그 가게가 아니라 다른데서요. 그가 내 직장 가까운 다른 곳을 검색해 왔더군요. 좋아한다네요. 그 사람네 집에서 특화된 명절 메뉴가 사골만두국이라네요. 이건 뭥미 했지만요 내 불안이 택도 없이 커요. 압력은 다른 데서 근원하는 거 같고요. 암튼 내가 음식 만들고 먹이고 먹는 꿈을 많이 꾼다고 했잖아요? 지금까지는 그런가보다 했어요. 앞으로는 그걸 몸으로 경험해 보기로 했어요. 그게 꿈을 가지고 더 재미있게. 덜 자신에게 매몰되며 지내는 방법인 거 같아요. 

 

ps.2. 영혼의 동질성

 

영혼의 동질성을 가진 상대인 줄 어떻게 알아보냐고 물어봤거든요. 결혼한 사람들에게요. 전반적으로 비웃음을 산다는 느낌이었어요. 니가 그러니까 아직까지 결혼 못하고 있다가 부록처럼 딸려오는 느낌이요. 고전은 고전이고 생활은 생활이다, 캠벨의 책에 나온 말을 일상에 적용하지 마라, 섹스할 때만 영혼이 동질하고 집 밖으로 나가면 내 남자 아니다, 결혼해서 살림살고 애 기르느라 그런 생각할 틈이 없다는 말들을 들었어요. 캠벨은 정녕 인구의 2%만 적용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는 걸까요? 그럼 나는 뭣하러 인문학 고전을 읽고 있는 걸까요? 캠벨의 저 말을 (자구가 아니라 삶으로) 미리 알았더라면 배우자를 선택할 때 좀 다를 수 있었겠다 하는 이들은 정말 그럴 수 있었을까요? 어차피 재혼 나이이니 재혼하는 이들이 선택하듯, 나는 저 말을 내 삶에 적용해서 다른 선택을 해 보고 싶은데 허무맹랑한가요? 하긴 남들은 호흡처럼 자연스럽게 걷는 길을 척력과 맞바람을 견디며 걸어야 하는 건 멀쩡한 길을 융기된 서리찬 길로 느끼는 제 사정이죠. 저런 책 구절을 항불안제로 복용하면서 가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이 부러워요. 원천적으로 이런 게 없는 이들이 나아요. 안 해도 되는 건데 굳이 가보고 싶으니 가는 거고요. 저 멋진 구절이 아니라도 인간관계에서 유유상종의 법칙에서 벗어난 것은 없는 듯 하고요. 그러니 결국 자기를 다듬는데 집중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암튼 들은 말 중에 가장 마음에 와 닿은 것은요, '영혼의 동질성'의 순도를 98%로 하지 말고 한 51% 정도만 요구하라는 것이었어요. '타이밍이 인연', '선택과 책임' 두 표어하고요. 이 정도가 현재의 잠정적 결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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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08 12:13:29 *.196.23.76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뚝딱 다 보셨네요.

콩두 언니 하루가 즐거웠겠어요.

 

그런데 뒷부분에 보니... 눈물이 나오려고 해요. 그렁그렁

근데.. 왠지 결혼하면, 언니가 하는 사랑이 변할 것 같아요. 더 깊고, 단단하게요. ^^

 

무섬증을 다르게 생각해 보는것 추천해보고 가요.

설레임증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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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09 09:12:54 *.114.49.161

세린도 보고싶은 영화였군요. 세린도 즐거운 시간되기 바래요.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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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08 22:30:52 *.39.134.221

나도 캠벨의 결혼에 대한 글이 제일 맘에 와 닿더라. 영혼의 동질성.

결혼을 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또 생기면....이건 미리 생각안해도 되는것이 맞는듯.

일어날지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르고 그건 그때가서 생각하면 되는일.

콩두. 추석에 집에 안간거여?

그래서 울고있군.

마음이 흔들렸으면 사랑은 사랑이지. 물어보는 것은 사랑인걸 알았는데

사랑이면 안된다는 양심의 발로?

사랑에는 도덕 양심 그런것은 생각도 안난다...ㅋㅋ

생각은 그만하고 이제 행동을 할지 말지...이러면 좋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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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09 09:11:02 *.114.49.161

'그래서 울고 있군' 댓글 구절에 그래서 울고 있나? 생각해봤어요. 칼럼을 수정했어요.

미리 생각한 덕분에 사랑하는 동안만 결혼을 유지하기로 합의 봤습니다.

대신 그놈의 결혼을 결심하지 못하는 거지요.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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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10 12:42:07 *.72.153.115

시간이 많이 나면 저도 불러서 같이 놀자고 졸라 주세요.

저도 연휴 끝에쯤에 동기들과 밥먹고 차마시고 했지요. 하하하.

여름끝부터 만난 사람은 연휴인데도 안보고 싶더라구요. 이제 끝인거지, 크킄. 사랑하고, 좋아한다는 게 뭔지, 그리고 그게 어떻게 결혼으로 이어지는 건지 저도 잘 모르겠네요. 같이 밥 먹고 싶어야 한번이라도 더 만나고 결혼도 하고 싶은 거지 마음이 흔들리지 않으니  어쩌겄어요. 헤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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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10 13:47:07 *.114.49.161

네^^ 그럼 타오정화님과는 검은깨와 콩고물, 빵가루를 무친 경단과 파김치, 참나물무침을 만들어서 밥을 먹어야할까봐요. 하하. '같이 밥 먹고 싶어지는 사람' 이거 중요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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