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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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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4일 07시 06분 등록


함수가 너의 꿈을 도와줄 수 있도록



 당신이 여중생인가? 그렇다면 옆에 위치한 남중을 상상해보자. 당신이 남중에 다닌다면? 여중에 아주 예쁜 여학생이 있는 반을 떠올려보자. 남녀 공학이라면 자신과 다른 이성을 생각하자. 자 준비 됐나? 나는 여중 선생님이었으므로 내가 2012년에 가르쳤던 2학년 7반에서 5명을 뽑았다. 주희, 민수, 예원, 명숙, 소정이가 오늘 7반의 대표다. 그리고 가까이에 있는 남중에서 가상의 인물을 뽑아내자. 예쁘고 똑똑한 7반 대표 5명과 파트너가 될 예비 남학생들은 가상의 인물이므로 우리가 좋아하는 이름으로 정해도 괜찮겠지? 승기, 닉쿤, 조권, 온유,  윤호가 나왔다. 꺄악! 

 자 이제 짝을 정하자. 여기에는 규칙이 있다. 레이디 퍼스트(lady first)이므로 여학생들이 자신의 파트너를 정한다. 남학생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여학생들은 자신의 파트너를 한 명만 정해야 한다. 여러명은 안된다. 단, 여러 여학생이 한 남학생을 찍을 수는 있다. 그만큼의 자유는 줄 수 있다. 주희는 승기와 파트너가 되기를 원했다. 민수는 닉쿤, 예원이는 조권, 명숙이는 온유, 소정이는 윤호를 파트너로 선정했다. 다행히 이번 매칭에서는 서로 다른 남학생과 파트너를 하고 싶어 했다. 싸울 일 없어 좋다. 이제 파트너들과 함께 수행평가 과제를 하면 된다. 하하! 잘 생기고, 재주 많은 파트너들과 숙제 할 수 있어 좋지 않은가? 


 앞에서 우리가 한 활동은 함수 활동이다. 함수라고? 버럭 화를 내는 학생이 있을 수도 있겠다. 그렇다. 함수다.  여학생 한 명에 남학생 한 명이 대응됐다. 함수다. 여학생과 남학생이 수행평가를 함께 할 파트너라는 관계로 연결됐다.

 함수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가? 그래프, 절편, 식, f(x)를 이야기 하고 싶은가? 어려운 것, 하기 싫은 것, 심하면 ‘재수없다!’라고 이야기 할 수도 있겠다. 여중생들을 직접 가르칠 때 함수 단원을 들어가기 전 꼭 물어보곤 했다. 함수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었고, 얼만큼 알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파악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학생은 ‘관계’라고 답한 학생이다. 참, ‘대응’이라고 이야기 한 학생도 있었다. 사실 그 대답을 들었을 때는 감격과 동시에 비밀을 들킨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학생이 했기 때문이다. 


 함수는 다른 말로 하면 ‘관계’다. 우리는 수많은 관계를 맺고 산다. 부부관계, 부모와 자식관계, 형제관계, 스승과 제자 관계, 친구관계, 주인과 애완견 관계, 선후배 관계, 직장 상사와 부하관계, 직장동료관계, 스타와 팬의 관계 등 여러가지 관계를 맺으면서 살고 있다. 이런 관계 안에는 어떤 장치가 숨어 있다. 예를 들어, 부부관계에는 사랑과 신뢰, 결혼으로 이루어진 관계다. 우리는 부모님으로부터 태어난 자식이다. 입양으로 관계를 재정립할 수도 있지만,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은 바꿀 수 없다. 선배가 이상하면 선배와 관계를 안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나 그녀가 나의 선배라는 사실을 바꾸기는 어렵다.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을 먼저 들어가 대학원 선배가 되거나 회사에 먼저 입사해 바로 윗상사가 될 수는 있겠지. 하지만 대학 선배였다는 사실은? 

 이 많은 관계들을 앞에서 수행평가 파트너를 정했듯이 해보면 다 함수가 된다. 나를 포함해서 5명의 친구를 선정하고, 부모님을 연결하거나 형제를 연결해보자. 또 친구를 연결해보자. 단 나를 포함한 5명끼리는 연결되면 안된다. 규칙은 지켜야겠지? 

 나를 포함해서 5명을 왼쪽 동그라미 안에 넣고, 오른쪽 동그라미에는 어떤 관계가 성립할 사람들을 넣는다. 이때 오른쪽 동그라미에는 사람의 수가 5명보다 많아도 되고 적어도 된다. 왼쪽과 오른쪽을 연결한다. 단, 왼쪽에 있는 다섯 사람 모두 오른쪽에 있는 사람들 중 한 사람과 연결되도 된다. 내가 형제가 5명이면 엄마는 한 명이라는 소리다. 모두 같은 직장에 같은 팀 내에 있으면 가장 높은 지위의 상사는 한 명이란 말이다. 삼성전자에 다니는 모든 직원은 이건희 회장에게 연결될 것이다. 

 왼쪽에 있는 동그라미를 X집합이라 하자. 집합이 뭐냐고? 집합은 주어진 조건에 의해 모여진 것들의 모임이다. 2학년 7반 친구들 중 5명은 집합이다. 그리고 오른쪽에 있는 동그라미를 Y집합이라 하자. 그리고 어떤 관계를 함수식이라고 하면 우리는 어떤 관계도 함수로 만들 수 있다. 

 삼성전자 직원을 X집합, 이건희 회장님을 포함해서 여러 상사들을 Y집합으로 만들고 직원과 회장이라는 관계를 설정하면, 모든 직원이 다 이건희 회장님에게 연결되는 것이다. 2012년 숙명여자중학교 2학년 9반을 X집합으로 놓자. 1반부터 9반까지 9반이 X집합의 원소가 된다. Y집합에는 2학년을 가르쳤던 수학 선생님 명단을 넣는다. ‘각 반과 담당 수학선생님’이라는 관계로 X집합과 Y집합이 연결된다.  우리는 계속해서 X집합과 Y집합을 연결하고 있다. 연결한다는 말을 다른 말로 하면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함수는 ‘대응’이라고도 한다.  


 이 복잡한 세상에 관계가 없는 것은 없다. 찾으면 다 있다. 우리는 세상을 관계로 해석할 수 있다. 함수는 해석이다. 세상을 해석하는 아주 좋은 도구다. 관계를 일일이 말로 설명하기 귀찮으니까 그래프로 나타내고 식으로 표현한다. 그래프는 엣지 있는 표현 방법이다. 애덤 스미스 이후 수요공급 법칙은 시장경제이론에서 가격과 거래량이 어떻게 결정되는지를 설명하는 원리로 작용했다. 수요와 공급에 관한 내용을 곡선으로 표현하면 우리가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다. 수요공급곡선은 함수의 그래프라고 할 수 있다. 수요과 공급에 관한 관계를 그림으로 표현해 낸 것이니까. 우리는 중학교를 다니면서 직선과 포물선 그래프를 배운다. 일차함수와 이차함수에 관한 것이다. 고등학교에 가면 더 구불구불한 그래프를 그릴 수 있게 된다. 

 세상이 더 복잡하면 복잡해 질수록 어떤 현상을 해석하고, 핵심적인 관계를 파악하고 세련되게 그래프로 그려낼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요즘 취업을 위해 스펙을 많이 쌓는다는데 함수 활용 능력을 갖게 된다면 유능한 인재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물리학자, 수학자들이 증권가, 금융권에 진출하는 이유도 함수적 사고, 함수적 안목이 있기 때문 아닐까? 

 

 “아빠는 꿈이 뭐였어?

 “천문학자”

 “그런데 왜 안됐어?”

 “수학이 안돼서”

이런 대사가 오간 후 ‘수학이 너의 꿈을 방해하지 않도록’이라는 문구가 나오는 광고가 있다. 나는 아들과 아빠가 하늘의 별을 보며 대화를 하는 학습지 광고를 보고 엄청 웃었다. 수학이라는 말에 함수를 넣어보자. 함수가 너의 꿈을 방해하지 않도록! 아니, 함수라는 영역을 잘 해냄으로 함수가 너의 꿈을 도와줄 수 있도록 함수를 긍정적으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누가? 함수를 싫어하고 재수없어하는 나의 어여뿐 제자들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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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5 13:13:36 *.114.49.161

세린, 미팅으로 하니까 이해가 확 되네요. 지금까지 읽었던 것 중에 제일 쉽다능

수포자 저는 표나 그림이 없느니 이해가 더 잘 되네요.

갑자기 삼성전자가 나오니까 그 다음에는 또 숨어버렸어요.

점점 쉬워지고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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