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 오미경
  • 조회 수 2295
  • 댓글 수 2
  • 추천 수 0
2013년 8월 26일 11시 21분 등록

여행은 삶의 오르가즘을 느끼게 한다.                                   오 미 경                      20130826

 

2008년도에 우연히도 몽골에서 말달리는 나를 상상하기 시작했다. 드넓은 초원에서 몽골에서 말을 달리면 어떤 기분일까.

그러면서 시간이 지나자 잊어버렸다. 막연히 했던 상상이 드디어 실현되는 날을 가지게 되었다.

2013년 몽골에 가는 변경연 연수에 참여하게 되었다. 꿈을 가지면 언제든지 이루어진다는 것을 늘 체험하고 산다.

 

오늘은 몽골에 도착한지 나흘째, 어제 오후 한 시간의 워밍업 말타기를 하고 난 후인지. 오늘은 아예 두시간을 탄다고 예약을 해놨다. 신났다. 일단 저지르자. 가는데 까지 가보는 거지. 뭐. 몽골의 아이들은 말에서 태어나서 말위에서 죽는다고 할 만큼 말과 떨어져서 생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정도다. 울란바르트에서 1시간 50분정도 비행기를 타고 또 봉고차로 약 1시간 30여분을 넘게 달려온 이곳 흡수골. 푸르른 하늘을 맞닿은 푸르름과 녹색의 초원위에서 말을 타고 있다.

 

지구의 어느 곳에서 말을 타고 있는 나를 상상해 본적이 있든가.

前날은 어떨결에 말을 타서 신기하기만 한 기분이었다. 말들이 아직 도착하지 않아서 야크를 탔다. 어렸을 때 소달구지를 탔던 기억이 났다. 외할아버지는 코뚜레를 뚫은 소에 ‘니어커’라고 하는 것을 매달아서 벼를 실어 날랐다. 벼를 다 실은 후에 어린 나를 번쩍 들어올려 논에서 집에 올때까지 실어다 주었다. 가을 산들바람이 코흘리개 어린애를 바람에 실어날라 상상의 나래를 폈다.

소보다는 크고 다리 아래로는 기다란 털이 나있고, 머리 양쪽에는 뿔이 나있었다. 실제 처음보는 야크는 신기하기만 했다. 초등학교 3~4학년 되는 여자아이. 하얀 피부에 주근깨가 양쪽볼로 나 있으면서 불그스름한 볼을 한 아이가 야크를 끌고, 우리는 서너명으로 무리를 지어 ‘니어커’ 위에 올라탔다. 어렸을 때 들었던 노래가 생각이 났다.

 

해밝은 길을 삐거덕 삐거덕 달구지가 흔들려 가네

털거덕 털거덕 삐거덕 삐거덕 흔들 흔들 흔들려 가네

주름진 얼굴 무슨생각 뻐끔 뻐끔 뻐끔 담뱃대 물고

털거덕 털거덕 삐거덕 삐거덕 흔들 흔들 흔들려 가네

저고개 넘어서면 조줄 조줄 냇마을

이러다간 돌아올땐 어둑어둑 저물겠는걸

해밝은 길을 삐거덕 삐거덕 달구지가 흔들려 가네

털거덕 털거덕 삐거덕 삐거덕 흔들 흔들 흔들려 가네

흔들 ~~ 흔들려가네

 

달구지를 타고 있는 동안, 우리가 탈 말들이 도착했다. 두 번째 도전해본다. 말은 겁이 많은 동물이라 말뒤로 가면 안되고, 왼쪽에서 타서 왼쪽으로 내려야 한다. 몽골 가이드 ‘다우가’가 한 여행객의 스카프를 보면서 경고했다.

“누님들, 그거 너풀너풀한거 말위에서 하시면 안됩니다. 말이 놀래서 날뛸수가 있습니다”

드디어 말위에 올라탔다. 두려움보다는 설레임이 더 컸다. 요령도 생겼다. 말이 뛸때는 서서 같이 뛰는 것이었다. 여러 사람과 함께 하는 말타기는 호숫가를 끼고 달리다가 걷다가를 반복했다.

 

30여분 지났을까 어느 숲속을 걷고 있었다. 영화에서나 봄직한 숲속길. 양쪽으로 나무들이 즐비하면서도 높다랗게 서있었다. 초원에 핀 수많은 야생화 풀들, 이름도 다 알 수 없지만, -야생와, 솜다리꽃(에델바이스)과 흰 구정초. 야생 양귀비, 질경이, 창포, 야생 마늘달래똧 등- 진한 핑크와 하얀색 노오란 빛깔, 옅은 보라색과 진보라가 한데 어우러진 그 숲속길은 동화에서나 영화에서나 있음직한 곳을 나는 경험하고 체험하고 있었다. 내가 영화속의 한 장면에 들어와 있음을 느꼈다.

“아!!~~~ 세상은 파라다이스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구나.”

라는 것을 체험했다. 그렇다. 이런 곳이 있구나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러한 나의 환상적인 체험과 경험이 세상을 더 밝게 보고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힘을 부여했다.

 

초원위에 핀 야생화들이 정말 예뻐서 뒹굴고 싶었다. 말에서 내려 뒹굴어볼까 하다가 그만 두었다. 왜냐고? 온통 말똥밭이었다. 꽃하나에 말똥하나. 즉 말들은 쉬면서 쉬임없이 모든 야생화풀을 뜯어먹었다. 식물이라는 자연과 동물이라는 자연이 한데 어우러져 살고 살리고 있었다. 말똥을 거름삼아 야생화는 그토록 맑고 선명한 칼라의 꽃들을 햇빛아래 뽐내고 있었다. 말들은 배고픔에 그 야생화들을 야금야금 풀과 함께 먹었다.

 

드높고 푸르른 가을 하늘아래, 뭉게뭉게 피어오른 구름사이로 새들은 날아다니고, 햇빛사이로 비치는 숲속길을 말위에서 보냈다. 빨간, 노오란, 진보라와 하얀색의 야생화가 어우러진 꽃들을 보면서 나의 눈과 영혼은 즐거움의 노래를 불렀다. 가슴을 쓸어주는 시원한 가을바람이 내 온몸의 찌꺼기를 날려 보냈다. 말위에 있어보니 하늘에 떠있는 기분. 물위에 떠있는 느낌. 이러한 환경이 나를 정화시켜주었다. 그 순간 삶의 오르가즘을 느끼고 있는 나를 보았다. 얼굴에는 환한 미소와 함께 세상을 보는 눈이 밝아짐을 느꼈다. 상황이 어떻든 간에 세상을 보는 눈을 긍정할 수 있는 마음, 상황에 대한 적극적인 자기 해석이 결국은 내 삶답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가지게 했다.

 

여행은 세상과 다른 사람들 속에서 또 다른 나를 발견하는 일이다.

IP *.50.65.2

프로필 이미지
2013.08.26 13:17:35 *.58.97.140

흔들흔들 다시 말을 함께 타고 '취취~'하며 호숫가를 함께 달려보고 싶다.

담번에는 몸을 상하게 하지 않는 옷으루다가 갖춰입고 타기^^

프로필 이미지
2013.08.27 16:55:05 *.43.131.14

가이드가 '누님들' 이렇게 불렀단 말입니까? 재미있었겠어요.

몽골에 대한 로망은 없지만 바이칼 호수에 대한 로망은 있어요.

언젠가는 가볼 수 있겠지요. 잘 읽었습니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