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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15일 11시 27분 등록

열하일기(熱河日記) 10의 옥갑야화(玉匣夜話)에 실린 이야기이다. 후대에 사람들이 임의로 [허생전]이란 이름을 붙였다. 연암 박지원이 이 소설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많지만 허생이 장사밑천을 마련하는 대목과 초기투자를 하는 부분에 대하여만 생각해 본다.

 

허생(許生)은 아내의 바가지에 못 이겨 책을 덮고 운종가로 나온다. 한양성에 제일 가는 부자가 누구인지 알리 없는 그는 사람들을 붙들고 물어본다. 변씨가 제일 가는 부자라는 말을 듣고 그를 찾아가 돈 만 냥을 빌려달라고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시험 삼아 해 볼 일이 있는데 집이 가난하여 여의치 않으니 부자인 당신이 좀 빌려달라는 말이다. 생면 부지의 사람이 그것도 버렁뱅이의 모습인 허생에게 변씨는 선뜻 만 냥을 내어 준다. 허생과 변씨 두 사람은 서로 안면식도 없고 그렇다고 통성명을 한 것도 아니다. 돈을 빌리러 온 사람과 돈을 내어준 사람, 둘의 행동은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변씨의 변은 이렇다. "대체로 남에게 아쉬운 사정을 말하는 자는 언제나 제 의사를 떠벌려 먼저 신의를 자랑하면서도 어디고 그의 얼굴빛은 비굴하고 이야기는 중언부언하는 법이네. 그러나 그 손님은 비록 옷과 신발이 허술하기는 하나 말은 간결하고 눈초리에 뱃심이 나타나고 얼굴에 수줍은 빛이 없으니 이런 이는 재물이 없어도 자족하는 사람일 것이네, 그가 시험해 본다는 일이 필시 작은 일이 아닐 터이니, 나 역시 그 손을 한번 시험해 보겠네. 안 주면 몰라도 돈 만냥을 줄 바에야 이름은 알아서 무얼 할 것인가."

 

허생의 생각은 이랬다. 자신이 시험하고자 했던 일이 스스로의 재주로 가능하리라 생각했지만, 만 냥 정도를 내어주는 일이라면 그의 운수도 맞아야 자신의 제안에 응할 것이란 계산이 있었다.

 

만 냥을 얻은 허생의 행적은 이렇다. 충청도의 접경이고 삼남의 길목인 경기도 안성에 자리를 잡고 장사를 시작한다. 대추, , , 석류, 감자, 귤 등을 시가에 배()값으로 사 두었다가, ()에 잔치나 제사에 쓸 과일의 품귀현상이 벌어지면 배() 값을 치르고 샀던 장사치들에게 10배를 받고 되팔고, 제주로 가서는 망건의 재료인 말총을 있는 대로 끌어 모았다가 망건 값이 열 배로 오르면 다시 파는 방식으로 돈을 번다. 몇 년의 세월이 흘러 변씨를 찾아간 허생은 빌린 돈의 10배를 갚고 스스로는 자신의 관심사인 도()를 살찌우는 일로 돌아간다. “한때 굶주림을 견디지 못하여, 글공부를 마치지 못하고 돈 만 냥을 꾸어 미안하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당장의 밥벌이도 못하면서 글공부는 해서 뭐하느냐는 마누라의 바가지를 견디지 못한 허생은 책을 덮고 거리고 나선다. 굳은 신념을 가지고 공부에 임한다 한들 마누라의 잔소리를 넘어설 만큼의 신념을 갖기도 어렵다. 밥벌이는 생존에 관한 문제이니 마누라의 잔소리 논리도 분명 변씨나 허생의 명분보다 못하지는 않았으리. 그 동안 글깨나 읽은 보람이 있었던지 허생은 탁월한 장사수완을 발휘한다. 그의 전략은 간단하게는 생활필수품을 매점 매석하여 돈을 벌어들이는 방법이다.

 

그는 아무런 정보 없이 장안의 제일 부자를 찾아가서는 어떤 일을 하기 위한 자금인지 설명이 없. 요즘 같으면 어림도 없

는 일이다. 실성한 사람 취급을 하여 내쳤을 상황이지만 변씨는 그에게 아무런 조건도 통성명도 없이 돈 만 냥을 내어준다.

허생은 그냥 부자를 찾아 갔지만 변씨는 허생의 자태와 뱃심을 보고 결단을 한다. 변씨의 안목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변씨가

거절했다면 허생은 다른 부자를 다시 찾아갔을 거다. 돈을 빌려줄 기회가 아니라 돈을 벌 기회를 변씨는 놓치지 않은 것이

. 허생이 장사를 시작한 곳을 설명하는 대목은 장사에 있어 위치의 중요성을 알려준다. 허생이 선택한 물품은 생필품이다.

모든 사람들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발생하는 대소사에 꼭 필요한 물품이다

 

반드시 생필품이 아니어도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일상생활에서 돈의 흐름을 파악해 내는 안목은 중요하다.

장사를 하지 않더라도 돈이 흘러 다니는 길목을 잘 안다는 것은 돈을 벌 확률도 높아지는 일이다. 허생의 장사수완 못지 않

게 그의 모습을 보고 선뜻 투자를 결정하는 변씨의 안목은 한 수 위로 보인다. 사람들은 확실하면서 위험이 없는 투자처를

선호하지만 그곳에서 원하는 만큼의 많은 이익을 맛보기는 어렵다.

 

변씨는 허생이 돈을 10배로 갚을지 자신의 돈 만 냥을 날릴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허생을 시험해보기로 결정한다. 오로지

자신의 판단 하나만을 믿고 행한 일이다. 이러한 판단의 힘은 스스로 길러낸 능력이라고 볼 수 있다. 제일 만만치 않은 대목

이지만 누군가 친절하게 가르켜 주는 이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돈의 길목을 찾아내는 능력보다 더 중요해 보이는 사람을 알

아보는 능력은 어떻게 키우는 걸까?

IP *.175.25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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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15 11:31:50 *.29.125.15

그래서 멘토를 찾나봐요....관심분야가

비슷해서 나중에  살롤9에서라도  뵙게 될때 반갑게

이야기 나눌 수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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