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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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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23일 10시 39분 등록
희랍 신화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하루는 ‘불안의 신’이 사람을 하나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땅의 신’에게 찾아 갑니다. ‘불안의 신’은 땅의 신에게 자신이 사람을 만들고 싶으니 좋은 흙을 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땅의 신’은 쾌히 승낙을 합니다.

흙을 가지고 사람을 만들었는데 생명이 없으니 마치 조각품과 같아 재미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불안의 신’은 다시 ‘영혼의 신’을 찾아 갑니다. 내가 사람을 만들기는 하였으나 혼이 없으니 마치 조각품과 같은데 이 사람에게 영혼을 좀 불어 넣어 주시지요? ‘영혼의 신’은 쾌히 승락을 하고 영혼을 불어 넣어 주니 사람은 말도 하고, 운동도 하고, 생각도 하는 정말 멋있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이제 세 신은 서로가 사람은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게 되었습니다. 서로 사람을 자신의 소유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서로가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을 하면서 싸움이 그치질 않았습니다. 할 수 없이 세 신은 제우스신에게 가서 판단을 받도록 하였습니다.

제우스신은 이렇게 판결을 하였습니다. ‘땅의 신’은 사람이 죽은 다음에 그 몫을 찾아 가고, ‘영혼의 신’은 사람이 죽는 순간 그 영혼을 찾아 가고, ‘불안의 신’은 사람이 살아 있는 동안 함께 살도록 하라고 판결을 내렸다고 합니다.

인간은 평생 불안과 함께 삽니다. 마치 텅 비어 있는 무대위에서 막이 끝나도록 무엇인가 함으로써 시간을 때워야 하는 연극배우 같은 심정이랄까요? 인간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인간에게 던져진 텅 비어 있는 시공간은 우리를 늘 불안하게 합니다. 텅 비어 있음을 견딜 수 없어합니다.

불안을 이야기 하면서 알랭드 보통을 빼 놓을 수 없습니다. 알랭드 보통은 저서 '불안'에서  '삶은 하나의 불안을 다른 불안으로 대체하고 하나의 욕망을 다른 욕망으로 대체하며 살아간다'고 이야기 합니다. 텅빈 시간과 텅빈 공간은 이른바 사회적 '루저'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가전제품과 가구로 집을 가득 채워야 안심이 됩니다. 그리고 나면 명품백과 의상으로 가구 속을 채우기 시작합니다. 더 많은 연봉, 더 높은 지위, 거 큰 차를 때 맞추어 소유해야 루저가 되지 않는다고 여깁니다. 그러나 끝없는 '채움'속에서 우리의 영혼은 늘 메마르고 지쳐갑니다.

비록 내 가슴속에서 여전히 심장이 뛰기는 하지만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대체 무엇을 해야하는 지 알 수 없기에 우리는 불안합니다. 일단 남들 흉내내기을 해 봅니다. 남들이 입는 데로 입고, 남들이 먹는 데로 먹어봅니다. 그러나 남들이 사는 것 처럼 살아보지만 더 채우지 못해 불안한 이 마음은 어찌할 수 없습니다.

철학자들은 '실존'을 외칩니다. 불안에 떨며 모방을 되풀이하는 삶의 반복에 브레이크를 당기라고 말입니다. 출생과 죽음 사이에 텅 비어있는 인생의 시공간을 결국 다수를 모방하는 패턴으로 되풀이 하는 현대인에게 외치는 일갈입니다. '실존을 깨달아라'는 철학자들의 외침은 결국 '진짜배기'로 살라는 의미입니다. 김용규 철학자는 실존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실존이란 단순히 호기심을 좇아 또는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 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새로운 가능성을 기획하고 그것을 따라 산다는 것을 말한다'

남들과 다르게 사십시오. 남들이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을 의심하십시오. 남들이 말하는 진선미의 가치가 진짜배기 가치인지 되집어 생각해 보십시오. 끊임없는 자기 증식과 자기 보존만을 위해 태어난 '자본'을 위해 이 시대 매스미디어는 인간 두뇌를 사냥하고 다닙니다. 조미료 없는 식단은 맛이 없습니다. 치킨 한마리를 먹어도 늘씬한 아가씨들이 줄지어 광고하는 바로 그 치킨을 먹어야 합니다. 자본이 자주 사용하는 '욕망'이란 이름의 그물망에서 우리는 늘 주인으로 살지 못합니다. 묶여있는 노예로 살아갑니다.

나에게 던져진 삶이라는 '텅 비어 있는' 시간과 공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십시오. 채움을 추구하던 서양인들이 동양의 가치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있음보다 없음을 중시하는 노자의 철학에 귀기울여 보십시오. 아름다움과 추함이 다르지 않다고 노래합니다. 물처럼 바람처럼 흘러 가장 낮은 곳부터 채우라 속삭입니다.

그대의 이번 겨울이 텅 빈 충만함으로 가득한 시간이길 기원합니다.
IP *.62.173.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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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28 00:02:39 *.209.202.178

텅 빈 충만!  내 연배에 어울림직한 말을  에너지가 이글거리는 형선씨가 하니 조금 언밸런스하면서도

동시대에 사는 사람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물씬 묻어나서 미덥네요.

실용서에 가장 잘 어울리는 문체라는 생각도 더불어...^^

프로필 이미지
2013.12.30 09:41:42 *.62.175.4
가장 고민되는 게 제 연배입니다. 인문고전이라는 연장통을 사용해 보고픈데, 제 연배에 이래도 되는지 늘 의문입니다.

2014년! 74년 범띠임 저에게 '40'이라는 하프반환점을 도는 해입니다. 마라톤 뛰는 러너로서 지금 가장 절실한 '목마름'에 집중해 보겠습니다. 
또 뛰어보겠습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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