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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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감정을 잃다
이모티콘(emoticon)을 날림
한국인들은 언어적으로 상당히 우물쭈물한 사람이다.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서툴고 에둘러 이야기하고 핵심을 뒤늦게 찌른다. 이러한 탓인지 아닌지 색깔 표현은 상당히 세심하다. 검은색을 서양에서 black이라 한다. 농도가 다를 땐 그저 짙다, 옅다 정도로 얘기한다. 하지만 우리는 검다, 거무튀튀하다, 거무스름하다, 거무죽죽하다, 거무끼리하다, 새카맣다, 시커멓다, 까무잡잡하다 등 그 색깔의 표현이 끝이 없다.
한국인들이 유난히 시각이 발달해서일까. 기껏해야 좋은 시력이 1.5가 평균이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대부분은 안경으로 혹은 콘텐츠렌즈와 라식 등의 수술로 교정한 시력이다. 몽골인들은 시력이 9.0이 있으며 보통 4.0이라고 한다. 몽골인의 시력을 알기 전까지는 시력의 최고가 2.0인줄만 알았다. 이러한 몽골인의 시력을 유목민의 시력이라고 하니 농경인의 후예인 우리들의 시력은, 조상이나 지금 우리들이야 별반 다를 리 없을 것이다. 그러니 색깔의 세심한 표현은 시력이 관건이 아니라, 생각의, 언어의, 인식의 경향일지 모른다.
왜 한국인들은 유독 이렇게 색깔에 민감할까. 왜 늘 에둘러 말할까. 색깔에 상징을 더하여 표현하는 경향을 즐기는 것일까. 그럼에도 감정을 정확하게 인지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이모티콘이 등장하는 사회다. 이모티콘(emoticon)은 ‘감정’을 의미하는 영어 ‘emotion’과 ‘유사기호’를 의미하는 ‘icon’의 합성어이다. 인터넷 상에서 감정을 표시하는 기호다. 다양한 감정의 스펙트럼이 기호화되어 펼쳐져있다.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의 얼굴에서, 목소리에서, 몸짓에서 감정을 읽어내듯, SNS의 세상에선 이러한 이모티콘을 통해 감정을 알아간다. 심지어 다양한 이모티콘이 자본과 결합하여 코인을 요구하기도 한다. 자판기를 누르듯 우린 이모티콘을 누른다.
문자 메시지를 하거나 카톡을 날릴 때면 다양한 이모티콘을 보면서 잠시 헷갈린다. 이 이모티콘이 적당한가? 아닌가? 순간 순간 재빠르게 글이 날아오는 카톡 세상-그렇기에 이런 이모티콘과 스티커들이 활발하게 성장하였을 것이지만-에서 얼마쯤 당황한다. 즉각적인 나의 감정을 잘 모르겠기에 그렇다. 내 감정임에도 그렇다. 그러고 나면, 더러 문장의 맥락에서 내 감정과는 일면 무관해 보이는, 으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모티콘을 날린다. 퍽~~푸욱. 이모티콘에 따라 또다시 이모티콘만이 몇 번을 오가는 대화가 이뤄진다. 웃거나 깔깔거리거나 째려보거나 등등의. 감정을 날린 손길을 타고 내 얼굴도 그와 같은 표정을 담고 있을까. 화면 전체를 장악하며 움직이는 이모티콘을 보며 뒤따라 나오는 이모티콘의 홍수를 보면서 생각한다. 우리는, 이렇게 자신의 감정을 잘 알고 있는 건가. 상대방에게 자신의 감정을 잘 내보이고 있는 건가.
감정을 분석하여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는 로봇까지 나온다고 한다. 거짓말탐지기도 감정반응이긴 하다. 영화 인터스텔라에 나오는 로봇 타스는 유머까지도 구사한다. 더구나 농담의 비율 조정도 가능하다. 어떻게 설정을 해 놓을 것인가. 진실 70%, 농담 30%로 설정이든 농담 10%, 진실 90%의 설정이든 농담과 유머가 가능한 로봇의 진심(?)을 이해하는 건 그와 대화를 나누는 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대화라는 것은 나와 상대방과의 교감이니 말이다. 그러니 10%의 농담을 받아들이든 70%의 농담을 받아들이든 어느 한 면을, 오로지 받아들이면 그것은 진실 100%로 다가올 수 있다. 그 비율을 효율적으로 조정한다는 게 가능하긴 한 걸까. 사실, 많은 시간 동안 감정을 속이는 것은 쉬운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감정 뒤에 농담이란 말을 덧씌우면 될 일이었다. 감정이란 늘 아쉽게 표출되는 언어였다. 직장인이기에 그러했고 직업적으로 단련되어 그러했고 인간관계 속에서 감정을 위장하는 일은 언제나 가능한 일이었다. 오히려 감정을 표출하는 것이 문제가 되었을 뿐이다. 오죽하면 감정노동이란 말이 존재할까. 우리의 감정은 이모티콘에 갇혀 진실 100%가 아니라 농담과 거짓의 농도가 70%인 사회에 살고 있지 않은가. 어쩌면 진실한 마음을 표출할 길 없는 우리 사회에서 이모티콘의 등장은 행복인지도 모른다. 조금은 유머를 간직한 기호화된 패턴에 감정을 의탁하여 적당히 농담이 섞인 표현으로 위장하면 오케이. 어쩌면 방금 날린 저 이모티콘이 정말로 나의 감정일지 모른다. 색깔의 조각조각의 표현을 언어로 찾아내듯 감정의 조각조각을 더 표현하기에 이모티콘도 진화되는지 모른다. 그만큼 우리의 감정을 표현하기에 적절한 말은, 기호는 모자란 것이 아닐까.
다양한 색깔의 표현, 감각적인 우리의 언어가 달리 느껴진다. 세심하고 예민한 감성을 가진 우리들이기에 보다 그것을 잘 구분하여 말하고자 하였던 것이 아니었더라고 말이다. 새삼 ‘빨갛다’라는 것을 정확히 말하지 못하는 표현으로 습성으로 여겨진다. 빨간 것을 빨갛다하지 않고 불그스름하다, 발그레하다, 발그족족하다, 볼그댕댕하다라고 말하는. 노랗다라고 말하지 않고 누르죽죽하다, 노르께하다, 노릇노릇하다, 노르무레하다, 누렇다라고 말하는 우리의 언어적 습성. 세심한 감정의 골을 고대로 내보내지 못하고 돌려 말하고 감춰 말해야 하는 우리의 감성. 누가 우리에게 말할 권리를 잃어버리게 한 것일까. 무엇이 우리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주저하게 한 것일까. 이모티콘으로 보내는 그 감정의 언어가, 감정의 표현이 지금 얼굴에도 그대로 나타나는 감정일까.
우리는 감정을 잃어버린 것일까. 저 깊숙이 감추어 둔 것일까. 건들면 여러 갈래로 나올 세심한 우리의 감정의 골은 모두 어디로 흘러가고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아니면 우리는 이 세심한 언어적 습성과 감정을 찾아낼 말을 찾기 위해 헤매고 있는 것일까. 보다 다양한 이모티콘으로 세심한 우리의 감성을 말하기 위해서 계속 이모티콘을 찾고 있는 것일까.
그러나 그러한 이모티콘을 누르기 위해서 코인이 필요한 우리는, 코인이 필요하지 않은 이모티콘, 감정만을 날리고 있는지 모른다. 새로운 이모티콘에 필요한 코인을 얻기까지는 코인을 얻느라 이모티콘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모르는 채 계속 살아갈런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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