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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26일 11시 22분 등록
[20살, 추억의 단편Ⅰ]


시간 속에서



내가 걸어온 시간부터 내가 가야할 시간까지

내겐 너무도 많은 시간이 있어요

지난 시간에 잠겨보면 흘러가는 그리움들
(내가 갈길을 생각하면 내게 밀려오는 희망들)

소중하게 간직해온 아름다운 추억들
(내가 해야할 많은 일들이 있어요)

그것은 한여름의 달콤한 낮잠
(그것은 나의 도전 벅찬 감정)

내 빈 공간을 채울 수 있는 의미
(흰 백지를 메울 수 있는 기쁨)

풀 한 포기 구름 한점 놓칠 수 없는
(나의 이상 나의 꿈 이뤄야 하는)

온통 행복뿐인 철없던 사랑들
(온통 환희뿐인 끝없는 성취들)

다시 돌아올 수 없기에 다시 경험할 수 없기에
(한번 겪어야만 하기에 앞으로만 나아가야 하기에)

눈을 감고 미소만 올립니다.

눈을 감고 앞일을 이뤄봅니다.


시(詩, Poem)?, 노래가사? 둘중에 뭘까? 맞다. 당신의 예측대로 노래가사가 맞다. 혹시 이 노래 들어본 적이 있는가? 아마도... 나이가 좀 지긋한 정도여야 이 노래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가사나 멜로디(여기서 멜로디는 들어볼 수 없지만)가 요즘 유행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는 느낌이 들 것이다. 그만큼 오래 되었고 먼지가 폴폴 날린다는 증거일 것이다.

이 곡은 1987년에 나온 노래로 위드(with)란 사람들이 부른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21년전으로, 7080에 딱 맞는 노래일 것이다. 아마 지금쯤 머리를 갸우뚱하시는 분들이 몇분 계실듯하다. ‘나의 좋은 기억력으로도 이 노래를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그래서 하나 더 힌트를 드릴까 한다. 대학가요제. 이제 느낌이 좀 오는가? 그렇다. 이 노래는 대학가요제 출품곡이다. 다만 본선 출품곡이 아니라 예선 출품곡이다. 즉 다시 말하자면 본선에는 나가 보지도 못하고 예선에서 꼴까닥 떨어진 곡이란 말이다. 답변이 좀 어이가 없어 기분이 다소 불쾌하더라도 지금 눈과 손에 들어간 힘은 좀 풀어 주셨으면 좋겠다. 그게 건강상 좋다.

이제 다 밝히고자 한다. 이 위대한(?) 곡의 작사·작곡가는 바로 필자이다. 이 곡은 내가 1987년 대학 1학년 신입생 때 말도 안되는 작곡을 시작한지 9번째 곡이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공적무대(대학가요제)에 선보인 노래이다. 저쪽에서 투덜대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또 자기자랑인가? 얼마나 재주가 많다고 계속해서 자랑투성인가? 니가 언제까지 자랑할 꺼리가 있는지 함 두고보자...’ 흠... 이게 거의 마지막이 될 듯 싶다. 그러니 노여움을 풀어주시라. 그리고 이쁘게 봐 주시라. 샤방샤방~~ ^^;;

대학 입학 후 클래식 기타를 배우고 싶어 ‘클래식 기타 동아리’를 찾았다. 하지만 동아리에서는 여자 신입생만을 환영했고 나 같은 지방 촌놈은 제대로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나는 자존심이 상해 동아리 모임에 단 1번 참석한 후 과감히(?) 사실은 소심하게... 발걸음을 돌렸다, 눈물 한 방울과 함께. 그리고 독한 마음을 먹고 독학으로 클래식 기타를 배우고자 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이거 말고 재미삼아 작곡한번 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때부터 ‘나 만의 작곡’이 시작되었다. 작곡을 한답시고 밤을 새우기 일쑤였다. 밤을 새워 곡을 완성한 후 그 곡을 악보에 옮기면 그렇게 뿌듯할 수 없었다. 그럴때면 스스로 나는 재능있는 작곡가였고, 곧 명성을 얻을 예비 유명인이었다. 곡을 만들고 보니 청중이 없었다. 다행히 대학 친구 딱 2명이 나의 노래를 들어주고, 상당히 좋은 평까지 해주었다. 물론 그 다음에는 내가 꼭 밥을 사야한다는 조건때문이기도 했지만...

9번째 곡인 <시간 속에서>를 만들고 난 후 불현듯 대학가요제에 나가고 싶었다. 당시 강변가요제도 있었지만 시기적 문제(강변가요제는 여름에 있었음) 외에 웬지 대학가요제가 강변가요제보다는 무게감이 있어 보였다. 그래서 같은 과 동기중 남자, 여자 각 한명씩을 협박하여, 듀엣(팀명 ‘위드(with)')을 결성시킨 후 본격적인 연습을 시작하였다. 하지만 연습 도중 남자동기가 도저히 입상 가망이 없다는 이유로 연습장을 탈출하고 말았다. 손바닥 안에 있던 대학가요제가 저 멀리 허공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부랴부랴 어디 내놔도 손색 없는 노래실력이지만 작곡가란 이유로 뒤에 빠져 있던 내가 싱어송 라이터로 참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도래하였다. 그리하여 계속적인 맹연습을 계속할 수가 있었다.

한편 학과에서는 난리가 났다. 왜냐면 3년전 84학번의 이유진이란 선배가 ‘눈물 한방울로 사랑은 시작되고’란 노래로 대학가요제 대상을 탄 경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선배 이후 우리가 첫 도전이라 다시 큰 경사가 생길 것이란 소문이 돈 것이다. 사실 그 소문의 반 이상은 내가 돌아다니면서 낸 것이지만.. 캬캬... ^^;; 그러자 과 선배들이 나서서 후원을 해주기 시작했다. 없는 돈에 짜장면에 탕수육까지... 연습을 빙자하여 선배들에게 많이도 얻어 먹었다. 선배 중 한명은 자신의 집에 하숙을 하고 있는 작곡가가 있는데, 그 사람에게 우리의 곡을 보여주고 조금 손봐서 오겠다고 악보를 가져갔다. 그런데 그 작곡가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고 한다.

‘손대야 할 곳이 너무너무너무 많아 손대면 내가 작곡을 하는 격이 될테니 그냥 생긴대로 하쇼~!!’

학과 사무실에서 연습할 때 선배와 동기, 후배들까지 와서 우리의 노래를 듣고는 했다. 다행이었던 것은 여자 동기가 노래를 잘해 나는 묻어가도 큰 문제가 없다는 점이었다. 주 멜로디는 여자동기가 다하고 나는 화음만 보조해주는 식으로 노래를 만들었으니 당연한 이치였다. ^^;; 선에서 노래를 연습했었다. 우리의 노래를 들은 사람들의 평은 과히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장려상 정도는 노려볼 만 하다는 의견이 많았었다. ‘그럼.. 장려상이라도 어디야~’하며 우린 기대를 품으며 나름대로 맹연습을 했었다.

그리고 운명의 대학가요제 예선일. 예선은 MBC 정동 라디오 공개홀에서 열렸다. 서울, 경기도 1차 예선이 이 곳에서 열렸고 솔로, 합창, 그룹 등 총 500팀이 출전하였다. 1차 예선에서는 이 중에서 50개팀을 뽑고, 다시 2차에서는 다시 10개팀으로 압축하여 지방에서 예선을 거쳐 올라온 8개팀과 합쳐 총 18개팀이 본선에 진출한다고 했다. 예선 당일, 공개홀 바깥에는 수많은 인파들이 진을 치고 있었는데 저마다 목청껏 소리를 질러대며 자신들의 노래를 불러제끼고 있었다. 그들의 자신감에 찬 태도에 웬지 우리는 기가 죽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우리도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고 마지막 연습을 준비하려 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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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
2008.05.26 13:54:03 *.84.240.105
뭐야 이건..29살이 아니라 20살로 더 젊어져 보시겠다는 뜻?

암튼 계속이 기대되네..아슬아슬한 곳에서 잘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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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암
2008.05.26 19:46:56 *.244.220.254
불세출의 명랑 작가!
이것도 모자라서 스트라빈스키와 필적하는 그대의 이름은 '뮤지션!'
참~ 재능도 많으십니다. 변.경.연 4기의 마지막 로맨티스트로 임명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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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26 19:47:51 *.41.62.236

릴레이를 한편 쓰더니. 릴레이 소설이 대세.
열심히 읽어 보겠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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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깽이
2008.05.27 11:14:19 *.160.33.149

"하나의 이야기로 3주를 울궈먹은건 쫌 심한거 아녀? "

- 오현정이 '29살 기숙사'로 3주 연속 칼럼을 울궈먹은 것
에 대하여 양재우가 의미있는 양심 비판을 한 것,
매우 훌륭한 행위였음.

재우야, 너는 20살 이야기로 얼마나 울궈먹을 속셈인겨 ?

너, 노래 시킨다 ~ 노래 100개 할라고 그러는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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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 (- -;;)
2008.05.27 11:46:09 *.84.240.105
부지깽이 사부님은 이야기 하나로 길게 울궈먹는 걸 싫어 하시는 가보다...
아마 다양한 이야기를 매주 해 보는 것을 권장하시는
건 가보다..그런가?

근데, 사부님 울궈먹었단 표현은 좀 심했어요..
시간이 좀 더 있었음 아마 그거 말고 다른 것도 같이 올렸을 거예요..
여러 가지 생각이 나긴 하는데 일단 이야기 풀어 놓고 보니 수습을 해야 했어요.. 2주면 끝날 줄 알았는데..등장 인물들 모두 수습해 주려니..그렇게 된 거라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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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
2008.05.27 11:53:18 *.97.37.242
좋은 추억이 있구먼.
나도 한번 나가보려고 했는데, 실행력이 부족했지.
내가 옛날에는 한노래 했거덩. ㅋㅋ

사부님이 노래 100개 시킨다는거 완존 뻥이니까 주눅들지 말고 울궈먹어봐. 단, 조건은 포복 졸도할 만큼 재밌어야 한다는 것.
또 하나, 진짜로 시키면 나도 모른다는 것. ^)^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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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우
2008.05.28 06:07:45 *.178.33.220

"하나의 이야기로 3주를 울궈먹은건 쫌 심한거 아녀? "

- 오현정이 '29살 기숙사'로 3주 연속 칼럼을 울궈먹은 것
에 대하여 양재우가 의미있는 양심 비판을 한 것,
매우 훌륭한 행위였음.


위와 같은 사부님의 평가에 대하여 상당한 자부심을 느꼈음.
그래서 저는 딱 2주만 울궈먹을까 고민 중임..
결코 3주를 끌 생각은 없음을 밝히는 바임... 캬캬~
만약... 만약에... 불가피하게도...
3주를 울궈먹어야 한다면......
노래연습을 열심히 해 보겠음.... ㅋㅋ

현정~
짧게 끊으려 해도 잘 안되지, 그치? 원래 길게 쓰려고
의도했던 바는 아니었지? 그치, 글치? ^^

거암~
요즘 나에게 시비조로 들이대는 경향이 있는데 말일시...
불만이 있음 나에게 소고기나 닭고기를 사주며 얘기좀 해바바...
엉?

앤~
대화명을 '앤'으로 바꾼 뒤 유독 로맨스에 연연하는 것 아닙니꺼?
요즘 글에서 더더욱 '소녀적 감수성(소녀가 되고 시포하는
의도적 감수성)'이 짙어지고 있음을 아시는지여? ㅋㅋ

현형님~
사부님이 시키면 저 '흑기사'로 형님 지목합니다~ 그러니 준비
단단히 하고 계셔여~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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