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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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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13일 02시 51분 등록
스승의 날 행사를 마치고 근처 롯데 시네마에서 '페넬로피'라는 영화도 보았습니다. 좋은 친구들이 생겨서 인생의 한 때가 더욱 풍요로와졌다는 것, 참으로 좋은 일입니다. 나이가 들면 마음을 열고 친구를 사귀는 것이 참으로 어렵습니다. 우리가 진정한 친구라고 믿는 친구들은 어렸을 때 사귀어 놓은 친구들이기가 쉽습니다.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창밖으로 내놓은 팔에 스미는 초여름 기운이 참 좋았습니다.
습기 찬 방에 보일러를 한 바탕 돌려서 보송보송 말린 것 같은 상쾌함이 가슴을 쓸며 지나갔습니다. 전날 잠은 거의 못잤지만 그다지 피곤하지 않았습니다. 무심코 FM 라디오를 틀었습니다. 마침 정준호씨가 진행하는 실황음악회가 방송되고 있더군요. 우연히도 지금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실황음악회를 하고 있네요(조세프 폰스 지휘, 로잔 체임버 오케스트라, 2007년 12월 4일 스위스 로잔 메트로폴 홀 실황, 차이콥스키 '현을 위한 세레나데 C장조, Op 48').

어쨌든 그날은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이 방송되고 있었습니다. 피아노 솔로에는 글렌 굴드, 오케스트라는 뉴욕필, 지휘는 레너드 번스타인. 설명이 필요없는, 그야말로 환상의 조합입니다. 그렇지만 연습과정에서 만만치 않은 대립과 갈등, 신경전이 벌어졌다고 하는군요. 이유는 지휘자의 의도를 따르지 않는 글렌 굴드(Glenn Gould) 때문이었습니다.
굴드는 곡을 보다 명상적이고 고요하게 해석하여 '굴드식의 연주'를 하겠다고 고집을 피우고
(굴드의 '기행과 고집'은 유명합니다.) 번스타인은 그것을 마땅치 않게 생각한 거지요. 사실, 오케스트라 연주 관례상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권력은 지휘자에게 있으니까요. 그런데 결론이 재미있습니다. 번스타인은 굴드의 해석의 탁월함을 인정하고 결국 그가 원하는 연주를 받아들입니다.

그날 연주는 뉴욕필이 링컨센터로 옮기기 전, 카네기홀에서 마지막으로 행한 연주입니다.
때는 1962년 4월 6일이었구요. 내가 그날 방송을 지금껏 기억하며 감격해하는 것은
그 날 연주에 이례적인 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해설음악회'란 타이틀을 건, 교육적 목적의 연주가 아닌 이상 (번스타인은 실제로 '해설있는 청소년 음악회'를 시작해 음악의 대중화에 힘쓰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예술의전당 기획으로 피아니스트 김대진 교수가 그 일을 오랫동안 하고 있지요) 지휘자가 연주 전에 무대에 나와 객석의 관객들에게 스피치를 하는 일은 좀체로 없습니다. 그런데 그날 번스타인은 연주 전에 스피치를 자청했습니다. 그들의 대립과 화해의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서였답니다. 그의 스피치는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지금 제대로 기억할 수 없는 게 아쉽긴 하지만 두 천재가 서로를 받아들이고 인정하기 까지의 과정을 어쨌든 번스타인은 멋진 언변으로 설명을 했습니다. 번스타인 이례적인 스피치에 굴드는 아주 기뻤을 것 같습니다. 그 때의 DVD를 구하게 되면 그 스피치를 캡쳐해서 여기에 옮겨 보겠습니다.

번스타인은 두말할 것 없이 시대의 거장입니다. 그는 역대 지휘자중 가장 대중적인 호응과 반향을 일으킨 지휘자입니다. 아직 보수적인 분위기가 음악계를 주도하던 그의 시대에 그는 참 자유로운 생각을 가지고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한 사람입니다. 너무 개방적이고 권위를 내세우지 않아 욕을 먹기도 하고 쇼맨십이 강한 '연기자'라는 비난도 받았지만 그는 누구보다 다채롭고 전방위적인 음악가였습니다. 그를 욕하는 사람도 그가 기여한 음악적인 공로는 무시하지 못합니다. 번스타인이 20세기 후반을 카라얀과 양분한 위대한 지휘자로써 손색이 없는 것은 그의 투철한 음악 사랑에 기인한다고 봅니다.

그건 굴드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기이한 천재였던 굴드는 피아니스트 중에 가장 논란이 많은 인물입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동감하는 한 가지 사실은 '굴드처럼 자유롭게 음악을 구사한 피아니스트는 결코 없었다'는 것입니다.

아무튼 역사는 이런 천재들의 모험 때문에 재미있게 발전해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글은 저의 모닝페이지 카페( http://cafe.naver.com/morningpage/553 )에 올려놓은 글입니다.)
IP *.248.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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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3 03:05:55 *.41.62.236


93. 1 진행자가 하도 많이 바뀌어. ㅠㅠㅠ
이경숙씨에 바톤을 이어받은 정준호씨.
이젠 좀 익숙해졌어요.


특히 바흐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를 극단적으로 싫어했죠.
바흐를 훼손하는 작가로 몰아가며.

하지만 변주곡을 그답게 연주 했기 때문에 그가 우리에게 친숙해진 거겠지요.
저는 그의 팬입니다. 그러니까 글이 안풀릴 때 굴드를 들으면,
정신이 좀 나요. 그의 연주자적 자세가 만든 명반에 에너지를 받는 거겠지요.

어제도, 내일도, 모레도, 밤을 새우고, 새워야 하는지라 그곳까지
잘 도착할 수 있을까 조금 걱정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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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우
2008.06.13 13:19:07 *.122.143.151

한수기누나와 더불어 앤님까지

저의 '뽕짝' 음악관과는 수준의 차이가 '다소' 있군여.^^;

클래식은 모두 거기가 거기 같다는.. 쿨럭, 쿨럭.... -_-;;

암튼, 이제 부쩍 힘을 내시는 것 같아 심히 다행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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