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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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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 5일 10시 31분 등록
[재미있는 칼럼쓰기]

친구간의 전화통화나 대화 중에 항상 빠지지 않고 하는 말이 있다. 특히 시간이 남아돌거나 일과 일 사이 자투리 시간이 남게 될 때 흔히 하는 말이 있다.
“뭐 재미있는 일 없을까?”
아마 많이들 사용해본 말일 것이다. 다른 유사한 말로는 속어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뭐 쥑이는 일 없을까?” 또는 “뭔가 확 땡기는(화끈한) 거 없을까?”라고도 쓴다.

주말에 특별히 할 일이 없는 싱글이 있다. 뭘 해야할까. 주말 오후 약속도 없고(물론 여자친구도 없고) 갈데도 없어 어쩔 수 없이 집에서 뒹굴뒹굴, 주중에 못본 재방송 TV 드라마를 보고, 다 보고 나면 가까운 DVD 대여점에서 새로나온 최신 DVD 빌려 영화 한편 때리고, 그것도 모잘라 곤히 낮잠까지 잤건만 그래도 심심하다. 그럴때 자신도 모르게 저절로 내 뱉어지는 말이 바로 이것이다.
“뭐 재미있는 일 없을까?”

위의 2가지 상황은 시간의 여유가 있을 때의 재미를 거론하는 것이다. 하지만 바쁘고 초조하고 답답하고 심적으로 불편할 그런 상황에서도 재미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누구나 다 힘들어하고 싫어하는 상황에서도 ‘우와~! 이거 내가 딱 좋아하는 상황인걸! 이렇게 재밌을 수가 없는 일인걸~!’하며 달려들게 만들 수 있는 그런 방법은 어디 없을까? 그렇게 함으로써 상황도 반전시키고, 스스로도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일타이피(一打二皮, 한번 쳐서 두장의 피(껍데기) 획득)의 방법은 어딘가 있지 않을까?

나를 대상으로 하여 한가지 상황을 예로 들어보자. 그리고 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뭔 방법이 있을지 같이 생각해보자. 거의 매 주말 벌어지는 상황, 칼럼을 쓰는 일에 대한 이야기이다.

칼럼을 쓰려고 용을 쓰다가도 잘 진행이 되지 않을 때 문득 ‘도대체 어떻게 해야, 혹은 어떤 주제에 대하여 어떤 방식으로 써야 하지...’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특히 특별한 주제가 떠오르지 않은 채 혹은 글이 써지지 않고 엉망인 상태인 채로 월요일 오전 12시 마감시간이 다가오면 눈 앞이 캄캄해지며 불안해진다. 마음 속은 실타레 엉키듯이 마구 엉킨 상태가 되어 있는 데다가 누군가가 왼손에 기름통, 오른손에 불 붙은 라이타를 들고 쫓아오는 듯한 기분이 되어 있는 나를 보게 된다. 그야말로 뭐가 바짝바짝 타 들어가는 순간이다. 이때 한번 씩 웃어주며 ‘이거 재밌는걸! 갈수록 흥미진진해 지는걸!’ 할 수 있을까? 이런 위기일발, 긴박하며 힘든 상황을 재미있는 순간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먼저 ‘재미’란 놈이 대체 어떤 놈인지 정체부터 파악해 보자. 일반적 의미의 ‘재미’란 ‘아기자기하게 즐거운 기분이나 느낌’을 말한다. ‘재미’란 것은 기분이나 느낌 즉, 감정에 해당되는 단어이기 때문에 측정되어질 수 있는 수치는 아니며, 그렇기 때문에 개인에 따라 그 정도의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로 인해 어떤 이는 아주 사소한 것에도 큰 재미를 느낄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어떤 이는 꽤나 큰 규모의 것임에도 불구하고 별 재미가 없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아기자기하게’란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재미는 많은 시간, 많은 비용이 들어가거나 혹은 큰 규모로 벌리는 대대적 이벤트가 아닐지라도 얼마든지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소하지만 자기 나름대로 어떤 의미있는 것, 혹은 보람을 건져낼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재미는 자신이 찾으려고만 노력한다면, 찾고자 하는 열의와 성의만 있다면, 생각을 조금만 바꿀 수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우리 손에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자, 그럼 다시 앞으로 돌아가보자. 어디까지 했었는지 기억나는가? 음.. 뭔가 좋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것 같지 않은가? 지금 앞부분을 다시 읽고 있는 당신, 기억력이 심각한 수준 아닌가? 하지만 너무 걱정 마시라. 나 또한 이미 앞부분을 다시 읽고 있는 중이니까. 이 문장을 읽으며 혹시 ‘유치’하다고 생각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난 성공한 것이다. ‘재미’의 일부분 중에 ‘유치’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재미’가 곧 ‘유치함’은 아니지만 ‘유치함’이 ‘재미’로 연결될 확률은 매우 크다. 어린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조금만 시간을 내어 보고 있으라. 어디 그들이 ‘진지’하기 때문에 재미있어 하고 즐거워 하며 웃는가? 바로 ‘유치’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들도 ‘유치’할 필요가 있다. ‘재미’를 얻으려면 말이다.

자자자... 본론으로 돌아가자. 매사에 힘든 칼럼 쓰는 상황을 인용하여 ‘재미’를 얻을 수 있는 몇가지 방법을 제시해 보겠다. 노파심에서 얘기하지만 ‘재미’는 반드시 개인차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본인에게 ‘딱’ 맞지 않는다 하더라도 주먹 쥔 손에 힘은 풀어주기 바란다. 힘은 꼭 필요한 곳에만 써야 옳은 것이다.

첫 번째 방법. 스릴을 즐겨라. 시간이 다가옴에 따라 타들어가는 긴장감을 최대한 느껴라. 그리고 마감의 순간, 해방의 순간, 탈출의 순간을 머리에서 발끝까지 누려라. 행복은 절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순간순간 상황을 이용할 줄 아는 사람에게 행복은 수시로 인생의 주머니에서 넣고 빼 낼 수 있는 좋은 노리게이다. 긴장감의 극대화는 그 긴장감이 해결되는 순간 그 몇 배 이상의 즐거움을 가져다 준다. 고로 시간마감의 스릴을 최대한 누려라. 그리고 나중에 찾아올 그 해피한 순간에 집중하라. 그러면 지금 하는 이 일이 매우 ‘재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런 말이 있다. ‘동고(동구멍)가 타들어가는 즐거움’. 좋은 말이다.

두 번째 방법. 나의 칼럼을 읽고 지식의 오르가즘을 느낄 사람들을 생각하라. 나의 고생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다. 이 글을 통해 점점 늘어날 나의 팬들을 기대하라. 그럴만큼 자신의 글에 자부심을 가져라. 내 글은 곧 나의 사람들을 이끌 힘이 있을 것이다. 설령 그 힘이 부족하거나 모자르더라도 그렇게 생각해라. 그게 정신건강에 매우 좋다. 긍정적 생각을 통해 엔돌핀이 많이 생성되면 더욱 더 좋은 글이 나올 수 있다. 그러니 힘껏 써라. 결과는 좋은 수 밖에 없다. 아님 말고의 심정으로 최선을 다하라. 즐겁지 않은가? 재밌지 않은가?

세 번째 방법. 칼럼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나의 글쓰기 실력은 환상적이 되어 간다고 스스로를 세뇌시켜라. 인도의 명상 철학가 오쇼 라즈니쉬도 말하지 않았던가. ‘세뇌(洗腦). 즉, 지저분하게 얽혀있고 더러운 것으로 가득 찬 뇌를 매일매일 씻어내고 항상 깨끗하게 유지하라!’고. 열심히 세뇌시키면 스스로에 대해 없던 자신감까지 생긴다. 자신감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서 즐거움, 재미를 부여한다. 내가 잘 하는 일을 하면, 글이 술술술 풀려 나가면 그 또한 새로운 재미가 되지 않겠는가!

마지막 방법. 스스로 재미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재미를 발생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계속하여 찾아보고 실험하는 것이다. 일단 우리에게 한가지 짐은 없는 것이 분명하다. 이런 상황을 한번 생각해 보자. 매주 쓰는 칼럼에 대하여 사부님이 점수를 매기는 것이다. 그 점수에 따라 등수가 나올 것이다. 등수를 종합하여 6개월에 한명씩 연구원 자격을 박탈하는 것이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 않은가? 하지만 사부님의 입장에서 보면 조금 잔인하긴 하지만 재밌지 않을까? 구지 잔소리를 하지 않아도 연구원들이 죽기살기로 더욱 열심히 하지 않을까? 고로 지금의 우린 행복한 것이다. 어떤가, 이렇게 생각하니 지금 상황이 매우 고맙지 않은가? 그러니 더욱 재미있게 몰입할 수 있지 않겠는가? 너무 억지 같다구?

‘재미’의 모색법에 대해 예를 하나 들어 보겠다. 생각을 바꿔보는 것이다. 칼럼의 주제만 매주 고민하지 말고, 형식을 바꿔 보는 것이다. 아깝긴 하지만 2가지 소스를 제공하겠다.

첫 번째는 ‘삼행시 짓기’ 형식이다. 삼행시를 이용해 칼럼을 써보는 것이다. 난 이번 주 ‘재미’에 대해 쓰지 않았더라면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로 삼행시 짓기 칼럼을 썼을 것이다.
<구> - 구본형 변화경영 연구소의 4기 연구원이 된 지도 어언 4개월째로 접어 들었다. 주저리주저리....
<본> - 본래 인간이란 것은 사회적 동물임과 동시에 동물적 본능을 가진 하나의 생물체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다시 주저리주저리....
어떤가? 이런 방법도 재밌지 않겠는가? 아니라구? 아님 말구...

두 번째는 ‘마인드 맵’을 이용하는 것이다. 위의 예와 같이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로 시작하였다면 이와 연관되는 단어를 선택하여 계속 이어나가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 ‘연구원’ - ‘4기’ - ‘옥티왕자’ - ‘까칠’ - ‘큰바위’ - ‘얼굴’... 뭐 이런 식 단어를 선정하여 한 문단씩 글을 이어가는 것이다. 어떤가? 쓰기도 쉽고 재밌기도 하겠지?

‘재미’는 곧 즐거움이다. 즐거움은 긍정적 마인드가 베이스가 되어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언젠가 ‘살짝 미치는 세상이 즐겁다’란 제목의 책이 나온 적이 있다. 전적으로 공감하는 말이다. 세상은 어쩌면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들이 지극히 정상적으로 살아가기 어려운 곳일지도 모른다. 그럴 때 살짝 미치면, 살짝 생각을 바꾸면, 어렸을 때의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필요할 때 3차원에서 4차원으로 잠시 이동했다 올수 있다면.. 세상은 더욱 재밌는 곳이 될 것이다. 항상 고민하고 모색하고 뒤져보자. 어디선가 재미가 후두둑 하고 우박처럼 마구마구 떨어질 것 같지 않은가? 재미가 발 밑에 가득 펼쳐져 있으면 정말 재밌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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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7.05 11:15:12 *.36.210.11
양재, 형은 오데로 갔어?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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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웅
2008.07.05 12:25:34 *.117.68.202
재우성의 '재미'에 대한 생각은 생각보다 치밀하내요.
요즘 살 빠지는 이유도 그것에 '재미'를 느끼셔서 그런건 아니신지요?
형 글이 점점더 재미있어 지려구 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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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은
2008.07.05 19:58:29 *.51.218.166
그대 별명은 오늘부터 주저리주저리, 술술술...
아, 그래도 칼럼 쓰는 건 재미보다는 책임감이 크다.
그 책임감이라는 것도 즐길 수 있다면 재미가 되는건가?
알쏭달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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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암
2008.07.07 10:37:41 *.244.220.254
컬럼을 쓸 때, 이렇게 하면 재미있는 글을 쓸 수 있겠군요~
그런데 지식의 오르가즘은 어떤 느낌입니까? 너무 자주 느끼시는 것 아닌가요? 갑자기 뜨악~스러운 재우형님의 얼굴이 스쳐지나가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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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
2008.07.07 13:01:04 *.93.33.163
어쩐지..요새 오라버니의 글들이 혼자서 신나게 춤을 추고 있더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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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07 17:42:38 *.216.25.207
살짝 미치면 미치게 재밌는데
좀 더 미치면 진짜 미치겠더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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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08 00:06:48 *.41.62.236

막 빨래 널고 나니 왜 이렇게 습한지, 그대 글 읽으니 통통 경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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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
2008.07.08 09:54:45 *.97.37.242
재미는 몰입에서 온다.
몰입하는 사람은 항상 연구하며 변화를 추구하고...
변화를 찾는 모습이 보기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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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우
2008.07.08 11:35:58 *.122.143.151
써니누나..
형은 예전에 홍쑤가 했는데.ㅋ 약간 변조해볼까나...
형 - "형이 곧 사부다. 사부를 친형처럼 생각해라. 고로 우린 핏줄이다" ㅋㅋㅋ

홍쑤야..
형 글이 점점 재밌으려 해? 여태까진 아니였다 이런 뜻?
가드올리고 있어라..

소은누님..
알쏭달쏭, 달쏭알쏭.. 달쑹알쑹.. 딸송알송.. 숑알숑달.. 쓩달쓩알..
숭덜알덜.. 쑹둘할둘.. 할숭말숭.. 할뚱말뚱.. 하악하악.. 흐윽헤엑..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저떠하리..
재미 속에 변화가, 변화 속에 즐거움이~!!

큰바위총무..
전체를 못 보고 단어 하나에만 집중하는구려..
그대 눈에는 "오르가즘"이란 단어만 들어오나 보구려..
하나를 보면 그 사람의 됨됨이를 알 수 있다 하오.. 맞지요? ㅋ

현정..
글들은 춤을 추고, 난 바닥을 박박 기고 있단다..
글들이 보다 더 흥겨웁게 놀 수 있도록
음악에, 조명에, 무대정리에, 섭외에, 이래저래 바쁘단다.. ㅋ

옥티왕자님..
'옥에 티' 가 좋을까여?
'티에 옥' 이 좋을까여? 궁금합네다.. 알려주세요.. ^^

앤님..
빨래 아니래두 요즘 장난아니게 습하네여.. 불쾌지수가 상당하죠?
참 근데 왜 유쾌지수는 없는거지? 궁금궁금.. ㅋ

정산형님..
오홋.. 재미는 몰입에서 온다.. 그럼 몰입은?
몰상식하게 마구 들이대는 것에서 부터 몰입은 시작되지 않을까여?
이것저것 재지말고 일단 들이대라, 그것이 곧 몰입의 시작이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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