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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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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 7일 10시 33분 등록
평소 물건을 구매하거나 먹거리를 구매할 때 친환경적인 소재나 방식으로 만들어 진 것들을 구매하려고 하는 편이다.
가령 마트에서 음식물을 살 때는 제품을 만드는 데 어떤 원산지의 재료를 어떤 방식으로 무엇을 첨가해 만들었는지 꼼꼼히 살피고 산다. 채소나 야채는 되도록 친환경으로 재배된 것들을 사려고 한다.
물론 일반 제품보다는 확실히 비싸고 상태도 그리 좋지 못한 경우가 많다. 거기에다 확실히 일반 상품에 비해 비싸기도 하다. 하지만 유기농, 친환경 먹거리는 대부분 원하는 만큼만 소량으로 살 수가 있고 가격 부담으로 꼭 필요한 만큼만 구매하게 되 결국 남아서 버리게 되는 경우가 없어 쓰레기를 줄이고 건강까지 챙길 수 있어 이득이다.
또 각종 세제를 구입할 땐 물을 오염시키지 않는 재료들로 만들어진 것인지 반드시 확인하고 구매한다. 특히 팜유를 쓰지 않는 제품을 구매하려고 하는데 팜유 플랜테이션은 열대림을 없애며 그 지역의 주민들은 저임금과 농약과 시달리기 때문이다.
또한 공산품들을 구매할 땐 되도록 윤리 기업으로 알려진 곳들의 제품들을 구매하려고 기업 리스트를 열심히 외워두기도 한다.
물론 제품 구매에서 뿐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되도록 친환경적이며 건강을 생각해 행동하려고 한다. 대부분의 청소는 되도록 베이킹 소다를 사용해 해결하고 장바구니는 반드시 들고 다닌다. 스템플러는 쓰지 않고 클립을 활용하고, 우편봉투는 재활용한다. 종이는 재생지를 선호한다.
쓰레기 분리 수거도 철저히 열심히 한다.

하지만 매사에 열심히 지구를,나와 가족을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나에게 쉽게 지켜지지 않는 한가지 약점이 있다.
옷에 있어서는 기획가나 파격세일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종종 충동 구매를 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1+1 제품은 반드시 사줘야 아깝지 않고 파격세일로 70~80%에 판매하는 제품은 사이즈가 떨어지면 빨리 발견하지 못한 것에 안타까워 발을 동동 구르기도 한다. 저렴하다는 핑계로 어울리지도 않는 옷을 억지로 구매해 두고 결국 한, 두번 밖에 입지 못한 경우도 부지기 수다.
또 독특하거나 매력적인 디자인의 저렴한 옷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구매하기 일쑤다.

어제 집안 청소를 하면서 드레스 룸을 정리하는데 이젠 옷을 수납할 공간이 거의 없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여기저기 서랍을 열어보니 (게다가 옷들이 가득 차 있어 부드럽게 열리지 못하고 안쪽에서 옷들이 끼어 있어 힘들게 열어야 한다.) 언제 입을지 기약 없는 오래 전에 저렴하게 구매한 옷들이 빼곡히 들어 있다. 아예 비닐봉지에 입지 않을 옷들을 따로 담아두고 아름다운 가게에 기부해야 할까, 나중에 재봉틀을 구매하면 다시 활용해 볼까 고민하기도 한다.
분명 이렇게 저렴하다고 쉽게 쉽게 구매한 이 옷들도 농약을 잔뜩 친 면화 또는 화학섬유를 가지고 누군가의 노동력 착취로 만들어졌을텐데 말이다.

여름 티셔츠는 싸고 디자인이 깜찍하다는 유혹으로 너무 많이 구매해 이제는 집에서 입어 대기에도 벅찰 정도이다. 역시 싼 맛에 샀기 때문인지 몇 번 세탁하고 나서는 티셔츠가 가슴 밑으로 쫄아 붙어 집에서 입기에도 꼴이 우습고 불편하다.
역시 망설이고 요모조모 따져가며 돈을 좀 들여 구매한 좋은 소재로 제작된 옷들은 중요한 자리엔 반드시 꺼내 입게 된다.
좋은 소재로 제대로 구매한 옷은 확실히 유행을 덜 탄뿐 아니라 세탁을 하면서 더욱 보기 좋게 빛이 바래 언제 꺼내 입어도 좋은 것 같다.

예쁜 것, 싼 것에 마음이 팔려 옷만은 일반적인 평소의 생활 태도를 지켜내지 못하는 나의 못난 약점이 밉다. 그 충동을 이겨내지 못하고 불필요한 행동을 지속하고 비효율적인 결과를 계속 만들어 내는 나 자신을 보면 평소의 생활 태도나 사상들도 위선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한편으론 검소한 사람도 자신이 좋아하는 한 분야에는 돈을 아끼지 않고 투자할 수 있다고 그런 부분이 필요하고 멋있는 부분이라고 하기도 하던데 나는 이 옷 사는 취미가 되어야 하는 걸까?
하지만 확실히 다른 건 잠깐의 구매 쾌락은 다른 취미들처럼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구매하고 하루, 이틀 정도가 그 만족도의 대부분이다. 취미라고 하기에는 그것의 수준과 만족도 기간이 너무 낮고 짧다. 그렇다면 이런 약점은 다양한 방법으로 잘 해결해 보완 해 나가는 게 맞을 것이다.

가령 옷을 구매할 땐 티셔츠는 금액 얼마 이상, 바지는 얼마 이상 이런 식으로 기준을 세워 나 스스로가 쉽게 구매하지 못하게 하는 정책을 세운다던가, 재봉틀을 구매해 직접 옷을 이리 저리 고치고 활용해 입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역시 어렵다. 이 세상엔 너무 착한 가격의 매력적인 옷들이 너무 많다!
IP *.110.8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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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7.07 11:03:40 *.36.210.11
제목이 멋지구나. 글도 생활 속의 일면과 잘 어울려 참신하고. 나름의 독특함이 곧 색시하게 대중을 사로잡을 듯 하구나.

지혜의 살림솜씨 그만하면 지혜롭기 짝이없다. 나는 더 형편없단다. 무얼 입어도 이쁘니 그게 착한 가격인 줄은 몰랐네. 이쁠 때 많이 입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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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
2008.07.07 16:26:40 *.93.33.163
패스트 패션도 몸매가 되야 하는 거지? 그러니..네가 얼마나 부러운지 모르겠다. 톨앤 슬림(tall & slim) 지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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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07 16:58:59 *.64.21.2
간단하지만 어려운 방법 하나
욕심을 버리면 아주 간단해
그게 아주 어렵다는게 문제이긴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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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지혜
2008.07.07 17:05:59 *.110.86.68
언니. 저보고 톨이라니요.ㅋㅋ
창 오라버니는 역시 간단/명료/날카롭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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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웅
2008.07.07 18:39:53 *.117.68.202
무척 꼼꼼하구나. 그런 걸 생각하면서 물건을 사다니....
ㅎㅎㅎ 난 사는게 거의 없어서 그런 생각도 하지 못하나봐..
대부분 아내가 하자는대로 가거덩. 그러니 지환이는 행복한 넘이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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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07 23:58:28 *.41.62.236

그러게 지환이 행복하다는데 한표, 하고자 하는일을 밀어주는 그 마음.
나도 그맘때 딱 그런 경험 있었거든, 잘다니던 회사 그만두고 하고 싶은일이 생겼다던, 팍팍 밀어주는 지혜가 현명한 여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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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08 17:56:00 *.122.143.151
패스트 패션이라..
패스트 패션의 유혹을 이기려면
슬로우 하트의 인내로 버텨내야지..
거기에다가 무관심 공력을 추가하면 금상첨화야.. 쉽지?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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