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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 3일 21시 58분 등록


2000년 4월.
전장(戰場)에 처음 발령받은 초급 병사였다. 첫 전투에 대한 두려움과 설레임이 중첩되어 기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팽팽한 활시위의 화살처럼, 돌아오지 않는 화살이 되고 싶었다. 어느 정도의 성과와 결과를 만들어낼 지는 몰랐다. 다만 생명보험 설계사로서, 한 아이의 아빠로서, 한 여자의 남자으로서, 그리고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고 싶었다.

드디어 화살은 활시위를 떠났다.
영업이 시작된 것이다. 영업 시작 첫 달, 전쟁 같은 시간을 보냈다. 아침 7시 출근, 밤 12 이후 퇴근. 주말은 반납한지 오래였다. 일하는 것이 쉬는 것이었고, 쉬는 것이 일하는 것이었다. 오로지 선명한 목표 이외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 다고 아무 것도 모르는 철부지였지만, 주위를 둘러보지 않고 오로지 행군만 하였다. 상담 시 서슬 퍼런 눈빛에 가망고객들은 당황해 했다. 그러나 계약은 이루어지고 있었다.

영업 개시 첫 달,
전체 입사 동기들 중에서 운좋게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그 영광은 오래 가지 않았다. 영업 두번째 달부터 성과는 바닥 없는 추락을 거듭했다. 주위의 동료들은 자신들의 전리품에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힘내라는 동료들의 따뜻한 격려가 고맙기는 했지만, 위로가 되지는 못했다. 사람이 힘겨울 때, 값싼 동정이 그리 위로가 되지 않는다 사실을 깨달은 시기이기도 하다. 힘겨움은 오로지 자신에 의해 극복되어야 함을 말이다.

초기 어려움은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초기 지인시장이었다. 가망고객 숫자가 너무 적었던 것이다. 생명보험 영업은 처음 지인(知人)시장을 필두로 시작한다. 처음 생명보험 영업의 성과는 과거에 주위의 사람들과 인간관계를 얼마나 충실히 맺어왔는가에 평가된다. 또한 얼마나 많은 사람을 자신의 가망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그래서 보험회사에서 선호하는 생명보험 설계사의 적정 연령은 30대 중 후반으로 잡고 있다.

당시 나이 28세.
초기 지인 시장의 가망고객 리스트는 그리 충분치 못했다. 사무실을 혼자 지키는 시간이 많아졌다. 당연히 담당 매니저와 지점장과 눈빛을 마주치는 것이 부담스럽게 다가왔다. 아니 그것보다 전장에서 치열하게 전투를 치루고 있어야 할 병사가 조용히 막사를 지키고 있는 꼴이 한심했다.

여러 생각들이 자신을 괴롭혔다. 처음 영업을 시작할 때, “왜? 하필 보험영업이냐?”며 말리던 절친한 친구들, 말없이 믿고 따라줬던 가족들, 냉랭한 눈빛으로 차갑게 거절하던 지인들. 오래된 필름처럼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자신에게 조십스럽게 질문했다. 그리고 내 자신 속 ‘또 다른 나’는 이렇게 답변하고 있었다.
“너무 성급했어~ 아직 보험영업을 하기에는 너무 이른 것도 사실이야. 더 늦기 전에 그만 두는 것도 현명한 판단인 것 같다. 나중에 체력을 확보하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 어떨까?”
답변이라기보다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정해진 변명이었다.

한참을 무의미한 고민으로 시간을 채워 나가고 있었다. 그때 우연히 입사 전 읽었던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특별히 할 일이 없었던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책장을 넘겼다. 그런데 폭풍처럼 마음을 움직이는 글귀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그리고 내 세일즈 인생은 완전히 변했다.

“영업이라는 일은 결국 한가지, 오직 한가지로 귀착됩니다. 그것은 바로 사람들을 만나는 일입니다. 밖에 나가서 하루에 네다섯 명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정직하게 할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영업에서 성공할 수 밖에 없습니다.”

프랭크 베트거, <실패에서 성공으로>라는 책의 일부이다. 보험설계사들이라면 익히 알려져 있는 교과서 같은 책이다. 솔직히 이 책은 입사 전부터 여러 번 숙독했던 책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포기와 절망의 경계에 서있던 사람에게 그 문구는 단순한 내용이 아니라, 경건한 복음과 같았다.

세일즈의 성공여부는 복잡한 곳에 있지 않았다. 아주 단순한 곳에 진리(眞理)가 있었다.
결국 세일즈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었다. 너무 간단했다. 연간 40억이 넘는 연봉의 소유자, 국내 최고의 생명보험인 예영숙 설계사는 자신의 성공 비결을 “하루에 7명의 사람에게 진지하게 자신의 신념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세일즈 세계에는 신비스런 마법(魔法)은 존재하지 않음을 분명히 했다.

세일즈의 성공방정식을 누가 물어본다면, 아래와 같이 답하고 싶다.

 세일즈의 성공 = 사고방식 X 재능 X 활동량

첫째, 사고방식은 자신의 꿈과 목표에 대한 간절함과 절실함을 이야기한다. 핏빛처럼 선명하게 꿈꾸는 사람은 이미 자신의 목표에 다가가 있는 것이다. 또한 세일즈는 부정적 사고방식 속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긍정적 사고방식 속에서 세일즈는 역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아니 긍정적이지 않으면, 그는 역사가 아니라 존재하지도 못할 것이다.

둘째, 재능은 ‘성과를 지속적으로 이뤄낼 수 있는 사고방식 또는 습관’으로 정의 내릴 수 있다. 이 부분은 자신이 처음 세일즈를 시작할 때, 자신의 강점(强點)이 어떤 곳에 위치하고 있는지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 재능은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셋째, 농작물은 새벽 농부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옛말이 있다. 세일즈는 무엇보다 ‘농업적 근면성’이 우선시 되는 분야이다. 그래서 성실과 정직 그리고 근면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성과(成果)는 생각만큼 이루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성과를 향한 과정, 즉 만나는 사람의 숫자는 성취 가능한 목표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다음과 같은 문구를 무척 좋아하고 아낀다.

“We Cannot Control the Sales, We Can Control the Activity!”

지금까지 초기 영업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그 다음 이야기는 논외로 하기로 하자.

요즘 글쓰기를 꿈꾸면서, 과정의 어려움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쉽지 않다.
다만 고민의 깊이를 더해가면 갈수록, 글쓰기의 과정이 세일즈의 과정과 무척 흡사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즉, 좋은 글쓰기의 왕도(王道)는 없다는 사실이다. 글쓰기를 잘하는 유일한 진리는 지극히 단순하다.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 그리고 간절하게 꿈꿀 것. 그것이 전부라는 것!

“쓰라. 그냥 쓰고, 또 쓰라. 세상의 한복판으로 긍정의 발걸음을 다시 한 번 떼어 놓아라. 혼돈에 빠진 인생의 한복판에 분명한 행동 하나를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 그냥 쓰라. "그래! 좋아!"라고 외치고, 정신을 흔들어 깨우라. 살아 있으라. 쓰라. 그냥 쓰라. 그냥 쓰기만 하라.”
– 나탈리 골드버그, 뼛 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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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8.03 23:07:24 *.36.210.11
깨어라, 깨어서 말짱한 정신으로 외쳐라, "나, 그대를 사랑한다고." ㅎㅎㅎ
그 다음날 저, 혹시 제가 간 밤에 실수 한 것 없지요? 하고 묻지 마라.

기껏 흐믓했다가 계약은 그 즉시 물 건너 간다.

우리는 거암이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다 알고 있지롱~ ㅋㄷㅋㄷ


요거 계속 시리즈로 하는 겨? 다음 2탄, 3탄도 기대합니당.

세일즈 성공법칙= 사부님 사랑 따내기 성공적 구애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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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04 23:52:29 *.180.129.173

제레미의 말처럼 모든 사적 네트워크까지도 파는 시대.
읽으면서 좀 우울해졌는데. 거암 그래도 좀은
그대의 영역을 남겨 두길. 쉼의 공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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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웅
2008.08.05 08:49:53 *.41.103.229
사실적인 글
그림이 그려진다. ^)^
좀더 여러 상황들을 보여주면 좋겠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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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
2008.08.05 09:52:45 *.97.37.242
성공 = 사고방식 X 재능 X 활동량
= 절실한 갈망 X 강점인 재능 X 농업적 근면성

이 법칙은 세일즈나 글쓰기에만 적용되는 건 아닌것 같네.
인간 세상 모든 활동의 성공법칙으로 봐도 무난할 것 같군.
직장생활, 가정생활, 사랑, 공부, 운동...

핵심에 접근하는 능력이 돋보이는 글이야.
음... 좋~아. 아~주 좋~아. 이거 어디서 많이 들어본 톤이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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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
2008.08.05 11:04:54 *.128.98.93
오라버니가 지금까지 쓰신 글 중에서 가장 진실하고 에너지가 충만한 글이라는 느낌입니다.

이렇게 한 부 한 부 쓰면 그냥 멋진 책 한 권 나오겠다!!! 우왕 부럽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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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8.08.05 12:55:37 *.247.80.52
요즘 쓰는게 힘들어서 4기연구원의 글을 읽습니다.
이상하게 쓰려고 하면 쓸말이 없더라구요.
영업사원이 밖에 사람 만나러 나가려고 하면 만날 사람 없는 것처럼...(히히히)
그런데, 어느 날인가는 쓸말(할말이) 너무 많아요. 하고 싶은 말이. 어느 날에는 만날 사람이 많은 것처럼.

'농업적 근면성'에 나도 한표. 작년에 읽었던 책 중에 '일의 발견'이었나 혹은 경영책 어디에선가 회사 하나가 농업지역에 공장을 세워서 그 지역민을 공장의 일꾼으로 기술자로 쓰는 것을 보았습니다. 매일 밭에 나가는 습관이 든 사람은 매일 공장에 제때 출근해서 일을 할거라고 믿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 가정은 틀리지 않았고요.

앞서 여러분들이 동의하신 대로... 뭔가를 이루어 나가는데 그 항목은 필수 항목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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