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의 첫 날을 기흥에 위치하고 있는 매니저 교육 장소에서 시작했다. 모두가 처음 매니저 교육을 받아서 그런지 모두 설레임과 긴장감이 가득 찬 상기된 얼굴들이었다. 이미 영업 활동 시절부터 알고 지냈던 사람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아침 6시, 전체 조깅을 시작으로 매니저 교육은 포문을 열었다. 조깅을 마치고 간단히 아침 식사를 하고 교육장소에 모였다.

첫 수업은 OOO 영업본부장의 시간이었다. 그는 직접 현장에서 영업을 시작으로 매니저와 지점장을 거쳐 영업본부장까지 올라간 사람이었다. 당연히 재무설계사 시절 탁월한 성과를 보였으며, 매니저와 지점장 시절에도 훌륭한 팀과 지점을 이끈 장본인이기도 했다.

그는 반갑게 인사를 하며 강의장에 입실했다. 신입 매니저 교육에 참석한 것에 대해 축하의 인사를 하면서 간단한 오프닝 멘트를 했다. 그리고 잠시 후 칠판에 다음과 같이 적어 내려갔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그는 이 문구에 대한 설명을 시작으로 첫 수업을 시작했다.

“우리 회사의 근본 철학은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에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사람을 변화시킬 능력이 없습니다. 즉, 여기 계신 신입 매니저 분들의 역할은 이미 성공할 사람을 채용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사람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는 거침없이 말을 이어갔다.

“많은 매니저 분들이 사람들을 변화시키려 합니다. 자신의 지속적인 훈련과 관심 그리고 코칭을 통해 낮은 성과를 올리는 사람을 높은 성과를 올리는 사람으로 변화시키는 꿈을 꿉니다. 그러나 그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사람들을 변화시키려고 하지 마십시요. 우리는 이미 성공의 DNA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채용해야 합니다. 당신이 매니저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유능한 인재를 채용하는 것, 그것이 모든 것입니다.”

‘사람은 변하지 않습니다’라고 시작했던 영업본부장의 발언은 내게 가히 충격적이었다.
왜? 나는 그때까지 사람은 변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업본부장의 강력한 가르침을 나는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성공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회사가 요구하는 채용 기준에 설령 약간 부족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새롭게 변화하려는 의지와 욕구가 있다면, 강한 훈련과 반복으로 인해 성장할 것이라 믿었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부족했던 사람이 누군가의 도움으로 인해 멋지게 성공하는 모습을 꿈꾸고 있었다.

내 매니저 수업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라는 절대명제를 거부한 채, 한 달간의 지옥 같은 매니저 교육에 들어갔다.

그리고 매니저 업무를 시작한 지 1년이 지났다.
(1년 동안의 과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

중요한 사실은 사람은 변화할 수 있다고 굳게 믿었던 신념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즉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라는 절대 명제를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매니저 교본에는 유능한 관리자 성공의 90%는 우리 Job에서 성공할 사람을 채용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채용 인터뷰에서도 과거 경험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질문한다. 직장에서 어떠한 성공의 경험이 있었는지, 어떠한 유능함을 인정받았었는 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물어본다. 후보자의 개인적인 의지나 열정은 거의 배제하는 것이 원칙이다. 중요한 것은 후보자가 과거에 보였던 객관적인 결과와 사례를 근거로 채용여부를 결정한다.  물론 과거 직장에서 성공의 경험이 있었던 사람이 우리 Job에서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과거에 탁월한 성과를 냈던 사람이 우리 Job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마커스 버깅엄는 수십만명의 직원들과 수 만명의 유능한 관리자를 인터뷰한 후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첫째, 사람들은 거의 변하지 않는다.
둘째, 그 사람에게 없는 것을 있게 하려고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
셋째, 있는 것을 밖으로 끌어내면 된다.
넷째, 그것조차도 쉽지 않다.

- First, Break All the Rules!, p74 -

그는 수십만명의 인터뷰를 통해 다음과 같이 안내한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고. 아니 거의 불가능하다고. 만약 당신이 매니저라면,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끄집어내는 것이 최선의 길이며,그것조차 쉽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이다. 무능한 직원에게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며, 무능한 직원에게 당신의 노력과 열정을 쏟아붓는다 하더라도 그 직원은 나아지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당신의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모든 노력과 열정을 유능한 직원에게 지원하라고 조언한다. 지금도 조직을 설명하는 데, 상위 20%가 전체 성과의 80%를 차지하고 있다는 파레토 법칙이 유효하다고 한다.

오늘 문득 ‘변화’라는 단어가 화두로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