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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5월 5일 21시 48분 등록

아프니?

싸우는 동안에는 절대로 아픈 표정을 짓지 않는다 그것이 게임에 임하는 나의 태도다.

그저께 수요일 아침에 일어났는데 왼쪽 가슴 심장 있는 곳의 갈비뼈가 엄청 아팠다. 몇 칠이 지났는데 계속 아픈 걸 보니 갈비뼈가 좀 금이 갔나보다....

베네치아 바로 옆에 있는 파도바 (padova)의 펜싱 클럽(파도바 CUS)에서 연습할 때, 리찌(Rizzi)하고 게임을 하다가 심하게 찔렸는데 자고 났더니 확실하게 느껴진다. 녀석이 지난 번, 나에게 지고 나더니 자존심이 좀 상했나 보다, 다시 한 번 붙자는게 긴장한 표정이 역력하다. 자기 친구들하고 뭐라고 뭐라고 하는데, 내 듣기에 나하고의 게임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다.

원래, 긴장하면 잘 되던 것도 안 되는 법이다. 몸이 굳고 더 초조해져서 민감해진 몸은 서투르게 훈련된 기능보다 본능적인 자기방어적 행동으로 반응하기 때문이다.

(내가 말을 이렇게 간단하게 하지만 사실 과학적으로 충분히 밝혀져 있고, 자세하게 설명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 이야기의 핵심이 아니므로... )

나도 게임 중에는 아픔을 느끼는 강도가 훨씬 떨어진다. 강도 높은 긴장이나 흥분을 하게 되므로 자극이 정상적으로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다. 긴장이 심한 사람은 땀을 비오듯 한다. 온 몸에 힘이 빠지는 선수도 있다. 게다가 상당한 경우, 대다수의 선수들이 생각을 정상적으로 할 수 없다. 그래서 어떤 선수는 긴장해서 칼에 반대손이 찍혀서 찢어져 피가 유니폼위로 뚝뚝 떨어지는데도 모르는 경우도 있다. 일단 알고 나면 엄청나게 쓰리고 아프지만...

감각이 둔감해진 상태에서도 거시기에 찔리면 말할 것도 없고, 겨드랑이 밑의 갈비뼈나 골반뼈, 명치끝이나 목젓같은 곳에 찔리면, 무지무지하게 아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들 잘 견딘다.

실제로 심하게 펜싱 검에 찔리면, 상당히 아프다. (특히 에뻬는 검이 삼각이기 때문에) 그런데 또 사람 몸이라는 것이 대단한 것이다. 그런 것들을  잘 견디어낸다. 비유하자면 나무판에 그렇게 심하게 찔리듯이 찌르면 표면이 파일 정도지만 사람 몸은 아주 탄력이 있고 반사적이어서 ... 그에 비해 전혀 표가 나지 않는다. 물론 충격도 훨씬 덜하다.

사실, 늘 다친다. 검을 들고 살면서 단 하루라도 완벽하게 건강한 상태는 없었던 것 같다. 늘 어딘가 한 구석이 어긋나 말썽이었다. 그저 펜싱을 할 수 있을 정도면 그건 문제가 안 되고 그 정도를 넘으면 그 때서야 심각해지고 치료를 하는 것이 보통이다. ....

그렇게 이기려고 작심을 하고 달려드는 선수들과 게임을 할 때는 찔리는 느낌이 다르다. 사력을 다해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그 힘이나 찌르기의 강도가 다르다. 아마 그 선수도 만만하게 보다가 진지라 자존심이 상했을 것이다. 그래도 이탈리안 챔피언도 이긴 적이 있는 선수인데... ㅎㅎㅎ

그날도, 나의 유도 수에 속아서 뻗은 그의 칼을 아래서 위로 걷어서 어깨 안쪽을 찌르는데 그가 칼에 얼마나 있는 힘을 다해 버티고 있는지 내 칼이 눌려서 휘어지며 빠져나왔다. 타이밍 상으로는 내가 먼저 찌르기는 했지만 뻣뻣한 쇠꼬챙이같은 그의 칼이 내 왼 쪽 가슴을 찌르면서 부러져버렸다. 순식간에 벌어지는 일이기는 하지만... 내 불만 들어 온지라 (펜싱은 상대를 찌르면 전기심판기에 자기 쪽의 불이 켜진다 그리고 대부분의 선수들은 알고 있다. 심하게 찔리는 경우 얼마나 아픈지... ) 미안하다고 하는데 괜찮다고 했다. 그리고 사실 그 때는 그렇게 심하지 않았다. (이겨야 한다는 생각에 쯧쯧...)

보통, 나는 게임 중에는 아픈 것을 거의 표내지 않는 편이다. 아무리 아퍼도 꾹 참고 티내지 않는다. 설사 고의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게임은 게임이니까... 안 찔리면 되는 거지... 어쨌든 찔리는 나도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왜 그런거 있잖은가, 어려서는 대개 싸우다가 코피나면 겁이나서 씩씩대다가도 다들 울게 된다. 그리고 우는 사람은 싸움에 진 것이다. 그래서 코피가 나면 싸움이 끝나곤 했다. 나는 싸움을 잘 하지는 않았지만 싸우게 되면 절대로 울지 않았다.

커서 운동을 하고 코치를 하면서는 더욱 그렇다. 싸우고 있는 동안 즉 시합이나 훈련 중에는 절대로 아픈 표정, 곤란한 표정, 두려운 표정을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선수들이 나를 기억할 때는 언제든지 희망이고 기회이며 꺽이지 않는 불굴의 정신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임에서 아픈 표정을 짓는 것은 인간적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곧 약하다는 것을 상대에게 보여주는 것이나 같다. 수준이 아주 높은 경험 많은 선수일수록 아픈 표정 뿐 아니라 감정 자체를 표현하지도 않고 거의 보이지도 않는다. 전략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라면 모를까...

대부분 득점 했을 때, 소리치는 환호성을 들으면서 긴장의 정도를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생물학적으로 자극에 대해 지각하는 강도는 객관적이지 않다. 그저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학습되는 것이다. 주어진 환경 속에서의 보편성과 일반적인 반응이 지각에 영향을 미치고 있을 뿐이다. 다시 말해서 고통의 강도는 누구나 똑같이 느끼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는 심하지만, 누군가는 거의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은 학습과 경험을 통해 변화한다. 또 물리적인 자극강도도 그렇지만 삶에 대한 정신적인 데미지도 그런 것 같다.

자존심, 자부심, 긍지, 명예, 등과 같은 것에 상처가 나면, 즉 자아가 상처를 입었을 때도 누군가는 견딜 수 없어하고 누군가는 꾹 참고 또 누군가는 전혀 고통을 느끼지 않을 만큼 둔감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것은 원래 그런 것이 아니라 학습되고 길들여 진 것이라는 것이다.

꿈이나 목표 그리고 관계 같은 것들, 즉 우리가 살아가면서 무언가를 이루려고 하면 반드시 경쟁이 따르고 어려움이 따른다. 세상에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무언가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것 같다. 그것이 돈이든, 인내심이든, 노력이든 무언가를 지불해야 한다. 그리고 값지고 소중한 것들일수록 지불해야 할 대가는 비싼 것 같다. 세상엔 공짜가 없다고 하지 않는가?

나는 상대에게 짜증을 내는 선수들에게 그렇게 말한다.

상대를 탓하지 마라. 안 찔리면 될 거 아냐! 너의 실력의 부족함을 탓하라. 고통이 절반으로 줄 것이다.”

 

세상에서 중요한 것은 고통을 참는 매너이겠지만 내가 선수에게 가르치려고 했던 것은 그런 상황을 다시 만들지 않는 개선된 능력이었다. 원하는 것을 얻을 때까지 아픈 표정을 짓지 말고 충분하지 못한 자신의 능력을 반성하게 하고 대안을 제시해 주는 것이었다. 그것이 올바로 인내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그 순간에도 훨씬 덜 아프다. 그렇게 생각하면... 그리고 그것이 진정으로 그 고통을 줄여주는 것이다.

 

그것이 살아가는 동안에 느끼는 고통에 대한 적절한 반응이 아닐까?

 

 

IP *.30.119.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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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10.05.05 23:53:18 *.36.210.23
줄줄콸콸
근데, 거시기 아픈 거여? 쯔쯧...
그랴도 연타루다가 요로코롬 글을 쓰는 것을 보니 심하지는 않은 갑네.
누울 때나 일어날 때 아픈 갑제 그것도 아니고 운동 할 때 아픈 것은 그만 저만 한 것이고?
감기 들지 말고. 기침하면 울려서 뜨끔 뜨끔 할테니...

쬐까 아픈 것 가지고 부러졌다고 사기치지 말공. 그건 아니겠지만서도. 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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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10.05.06 01:26:02 *.30.119.249
내일  독일 (쾰른 본) 가야 하는데  죽을 맛이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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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06 09:16:37 *.70.143.142
오빠아!!! 제 정신인감!!
독일이고 머고 병원부터 언능 가봐!
후딱 병원부터 가!! 후딱!!
갈비뼈를 무신 손톱에 금간 것 처럼 야그하면 우짜. 몬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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