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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2월 29일 14시 54분 등록

그녀는 현장 카운슬러 경력을 바탕으로 현재는 조직을 관리하는 소장으로 활동중인 분이다. 밝고 긍정적인 성격이라 개인적으로 정신적인 도움을 적잖이 받고 있었는데 우연히 그녀의 가족관계 상황을 듣게 되었다. 쌍둥이 아들중 첫째가 지체 장애자라는 것을. 지체 장애자라?

 

지체 장애자라는 개념과 처음 마주치게 된것은 대학교 휴학생활을 할때였다.

“승호씨. 이번주 일요일 시간되세요?”

“괜찮은데요. 무슨일 있나요.”

“시간 되면 봉사 하러 가시죠. 힘도 쓰실겸.”

“봉사요?”

봉사라는 개념을 모르던 나였지만 무료한 일요일 집에 있기도 뭐해서 함께 동반하게 되었다.

도착한 곳은 종교 기관에서 운영하는 유아 재활시설 단체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우리들을 반기는건 바닥을 꼬물 꼬물 기어 다니는 아이들 이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여느 어린아이의 생김새와는 달랐다.

무언가 부자연스러운게 과장되어 말하자면 애벌레가 기어 다니는 모습이 연상 되어졌다.

충격 이었다.

멍한 상태에서 분위기 파악을 못하고 서있는데 직원 한분이 나에게 어린아이 한명을 안겼다.

사지가 비틀어지고 표정이 일그러진 아이가 초점이 없는 희미한 눈동자로 나의 얼굴을 살피고 있었다.

무얼 바라보고 있는거니.

나에게서 원하는 것이 뭐니.

잠시동안의 눈맞충 이었지만 많은 시간이 흐른 것 같았다.

어떡해야 하나. 얼마나 이러고 있어야 하나.

나는 그애의 눈동자를 계속 바라볼수 없었다.

그러는 가운데 애기는 불편한지 연신 몸을 움직이면서 입가에는 침을 흘리고 있었다.

서서히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사랑으로 품어 주어야 하지만 그것은 이성적인 생각뿐 마음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내 품안에서 꼼지락 거리는 그아이가 어느순간 에일리언 영화에서의 괴물같은 모습으로 다가왔다.

어쩔수 없다. 핑계를 댈 수밖에 없었다.

“급한 일이 있어서 가봐야 되니 애기좀 맡아주세요.”

나는 도망쳐 나왔다. 그리고 내달렸다.

 

그녀와의 처음 만남은 조직원들 해외 시상 건으로 중국에서의 여정 중이었다. 스무명 남짓 아줌마 부대원들중 하얀 피부에 남들보다 키가 큰탓에 금방 눈에 띄이는 분이었다.

"안녕하세요.“

“네.”

인사말을 나누었지만 멋쩍어 할말이 없는 가운데 옆에 있던 동료가 얘기를 거든다.

“언니는 기도빨이 무척 잘받아예.‘

“기도빨요?”

"예“

“무슨 기도빨?”

“힘들거나 그러실 때 기도 부탁할 것 있으면 말씀 하시면 되유.”

 

그때는 무슨 말이었는지 와닿지 않던 것이 이제사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아이들 때문 이어서도 그렇겠지만 그녀는 일을 하는 와중에도 모든 것을 신앙의 힘에 의존하는 경향이 많다. 아마도 그렇기에 기도빨이 세다는 이야기를 동료가 하였으리라. 하지만 그녀의 얼굴 표정은 누구보다 밝다. 사십대 후반의 나이에서도 항시 맑은 향기가 배어 나온다. 그래서인지 나는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녀와는 상관없는 남의 사례인줄 알았다.

 

“자제분 키우기가 힘들지 않으세요?”

출장 일정에서의 어느날 막걸리 한잔을 시원하게 들이키며 조금은 위해 준다는 어줍짢은 마음으로 한마디 말을 건네었다.

차 한잔을 마시다 말고 그녀는 잔을 내려 놓는다.

“네. 괜찮아요. 성장해서는 큰애 보다는 오히려 작은 애가 속을 썩이네요. 어릴 때부터 첫째에게만 신경을 써서인지 이제는 둘째 애가 사랑과 관심 받기를 더원하는 것 같아요. 큰애는 내눈에는 천사처럼 보여요. 피곤한 몸으로 퇴근해서 집에 돌아가면 청소도 해놓고 빨래도 가지런하게 정리하여 기다리고 있어요. 밥을 먹을 때나 세면을 할 때에 내가 도와줄려고 해도 시간이 걸리지만 어떻게든지 혼자서 해내려고 하는걸 보면 기특하죠. 특수 학교에 다니는 과정동안 부모가 언제까지나 자신을 뒷바라지 해줄수 없다는걸 살아오면서 스스로 체득한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자신이 할 수 있는 기술도 열심도 배우고 있어요. 서서히 자립을 준비해야 되니까요.”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하는 그녀와는 달리 괜히 내마음이 아파 오면서 재활 시설에서의 그아이 얼굴이 떠올려 졌다. 부모의 마음은 어떠할까. 성장해서 독립을 바라보는 입장에서의 그 마음은 또 어떠할까. 자식이 무언지. 그래서 무자식이 상팔자라고 하는걸까. 묵묵히 현실을 감내하며 살아가는 그녀를 위해 크리스마스 오늘은 내가 기도빨을 발휘해 보아야 되겠다. 그런데 돌팔이 신자의 이야기를 그분이 들어주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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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2010.12.30 02:16:41 *.129.207.200
저를 위해서도 기도해주세요. 저도 이 새벽, 함박눈을 보며, 승호형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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