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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7일 11시 57분 등록
‘몰입’의 저자, 황농문 교수는 이런 실험을 한다.  

중학생에게 고등학교 수학문제를 준다. 사전학습 없이, 문제만 덩그러니 던져준다. 문제를 받은 학생은 물론, 황당해한다. 어떤 갈피도 못 잡는 상황에서 문제만 바라본다. 학생들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문제와 씨름한다. 열쇠가 있는 것도 아니고, 공식을 아는 것도 아니며, 답이 있는지 조차 알 수 없다. 끙끙대며, 답답한 시간만 이어진다.

3,4일이 지나면 놀라운 일이 생긴다. 문제를 풀어내는 학생이 나타난다. 외계언어 같은 수학문제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해결해낸다. 이렇게 풀어낸 수학문제는 견고하게 학생의 실력으로 자리잡는다. 그 자신감으로 더 큰 문제에 도전할 수 있다. 방법을 몰라 낭패였지만, ‘방법없음’이 창조적인 도구를 만들어낸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10여년전, ‘영절하’라는 ‘영어공부 학습법’이 유행했다. 지금은 이런 책들이 많이 나왔지만, 당시는 참신했다. 이 책이 나온뒤, 엉뚱한  담론이 형성되었다. 과연 책의 내용이 맞느냐는 것이다. 저자는 책의 방법대로 따르면, 누구나 6개월에 네이티브 스피커처럼 영어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람들은 5단계로 나누어진 스텝을 정교하게 나누고, 경험담을 나누었다. 어떤이는 2단계 보다 3단계를 먼저 하니까, 효과가 있다더라. 1단계를 건너뛰어도 상관없다더라등...본질과는 상관없는 담론이 횡행했다. 이 책이 나온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대한민국은 영어를 잘 못한다.

‘벽에 부딪히면, 다리가 썩어질때까지 벽을 보라’

‘라쇼몽’의 쿠로자와 아키라 감독은 말했다.

문제를 만나면, 우리는 방법과 도구를 찾기 바쁘다. 그런 부산함이 오히려 문제를 회피하는 자기 합리화아닐까? 판매에 있어서, 핵심은 고객에게 제안하기다. 물론, 거절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안하고 설득해서 물건을 팔아내는 것이 관건이다. 손님이 오면, 당장하지도 않아도 되는 잡일로 부산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글을 쓰기 전에, 우리는 왜 많은 의식을 만들어내는가?

내가 처한 비즈니스 환경은, 돈버는 사람들만 있고, 돈쓰는 사람이 없다. 나는 여기서 성과를 내야하는 것이다. 방법도 없고, 답이 있는지 조차 모른다. 적어도, 도구나 방법을 찾기 위해 외부로 눈을 돌리지는 말자. 답은 내안에 있다. 그것을 퍼내는 것이 진정한 실력자의 길이다.

현대는 방법의 시대다. 얼마나 많은 솔루션들이 있는가? 얼핏 방법과 방법을 조합만 해도, 세상에 풀지 못할 문제란 없을 듯하다. 간과하기 쉬운 것은, 방법을 익히는데 시간과 수고가 들어간다는 것이다. 엉뚱한 방법을 익히느니 문제에 정면 돌파 하는 것이 낫다. ‘방법없음이 방법’이며, 굳이 방법이 있다면, 내 몸뚱이가 최고의 방법이다. 외부의 도구는 내 것이 아니다.


*금주, 칼럼주제는 졸업여행기였으나, 준비 못했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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