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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5월 31일 20시 29분 등록

 

‘9 to 6’는 직장인의 업무 시간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단어이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출근 시간을 반드시 지켜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살아간다. 오전 9시 전후 사무실 근처에서 출근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허둥지둥 뛰어가는 풍경은 매일 연출되는 직장인들의 삶의 모습이다. 또한 퇴근 시간전 저녁 6시가 되기만을 기다리며 사무실에서 시계만 쳐다보는 모습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저녁 6시에 정확히 출근할 수 있는 직장도 그다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지만. 대부분의 직장인은 이렇게 출퇴근 시간과 업무 시간이라고 하는 시간 중심의 업무 패러다임 속에서 살아간다. 이러한 시간 중심의 생각은 자원과 노동의 투입이 곧 산출로 직접 연결되던 산업생산 시대의 관념임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노동 투입이 곧 바로 산출로 연결되지 않는 서비스 산업 사회에 여전히 유효한 개념으로 그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현재 우리는 시간 중심으로 일을 하면서 근무 시간을 지키야만 일을 제대로 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집단적인 트라우마에 빠져있는 것이다. 여기서 질문 하나, 이런 업무 환경과 관습은 최선인 것일까? 여기에 문제점과 변화의 가능성은 없는 것일까?

 

21세기는 창의성의 시대이다. 이는 우리가 스마트웍을 고민하는 대표적인 전제이자 이유이다. 스마트웍은 21세기 격변의 시대에도 기업이 지속적으로 가치를 유지하면서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직원들의 열정과 창의성을 북돋워 이것이 기업 가치 성장과 연결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업무 시스템 및 조직 문화를 말한다. 따라서 몸으로 때우는 농업적 근면성이 아니라 머리를 써서 시간당 부가가치를 높이자는 워크스마트는 21세기 창조 경제 시대에 지속 성장을 견인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업무 방법론이다. 창의성이 생산성의 기준이 되는 시대에는 창의성을 높일 수 있는 방식으로 일에 대한 관념을 변화시켜 주어야 한다. 이제 일의 수행 여부는 시간에서 성과 혹은 결과 중심으로 변화되어야 한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이병하 상무는 스마트워크의 주요 방법으로서의 성과 중심 시스템의 의미를 핵심적으로 잘 설명하고 있다.

 

“아직 우리는 과거 100년간 기업 사회를 지배한장시간 근로=생산성이라는 테일러리즘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기업이 갈구하는 창조적 성과는 직원의 근로 시간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일에 재미를 느끼며 집중, 몰입했는가에 달려 있다. 근로 시간 관리를 포기한 ROWE는 그러한재미몰입을 직원들로부터 끌어낼 완전히 새로운 업무 표준이자 혁신적인 근무 형태이다. -이병하(삼성경제연구소 상무)

 

시간 중심에서 성과 중심으로의 관점을 변화시킨 대표적인 사례로서 미국의 전자제품 전문 할인점인 베스트 바이 본사에서 시작된 ROWE(Result-Only Work Environment)를 들 수 있다. ROWE 베스트바이의 본사가 새롭게 시도한 성과 중심의 업무 관리 시스템으로서 ROWE 하에서는 더 이상 시간은 직원의 업무를 관리하는 기준이 되지 않는다. 오로지 기업의 목표에 맞추어 팀과 개인별로 업무 목표가 할당되며, 이 업무 목표를 달성할 수만 있다면 시간은 직원이 전적으로 알아서 관리할 수 있는 자율권이 주어진다. ROWE 하에서는 직원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가지고 있는 업무 시간 관념에 따르지 않아도 된다. , 9시까지는 무조건 출근해야 하고 6이전에는 퇴근하면 안 된다는 규칙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 9시 이후에 출근해도 되고 업무 시간 중에 개인적인 일을 보기 위해 외출해도 된다. 심지어는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 시간의 활용은 전적으로 직원의 자유에 맡겨진다. 우리의 시각으로는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베스트바이는 이를 본사 직원 전체를 대상으로 실행하였으며 상당한 효과를 보았다. 

그렇다면 어떠한 배경에서 이 프로젝트는 시작되었을까? 베스트바이는 연 50조 원의 매출에 시장 점유율이 20퍼센트에 달하는 미국 최대의 전자제품 유통업체로 2001년 ‘인재들이 가장 입사하고 싶은 직장’ 만들기의 일환에서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 24시간 돌아가는 창조 경제 시대에 기존의 ‘9 to 6’의 업무 시간 고정제도는 더 이상 맞지않는다는 기본 생각에서 출발된 이 제도는 새로운 경제 환경에 맞추어 더 좋은 성과를 내면서도 동시에 일을 통한 보람 역시 함께 누릴 수 있는 새로운 업무 시스템을 찾고자 하는 노력에서 출발하였다. 이러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의 위한 선행 작업으로서 직원들에게 가장 바라는 점을 조사한 결과 “업무 시간과 관련해 직원들을 구속하지 말고 믿고 맡겨 달라”라는 응답이 나오자 이 요구를 반영한 대안 근무제를 시범 실시하였고, 이것이 바로 ROWE의 배경이자 출발점이 되었다.

ROWE 체제에서는 더 이상 “시간+자리 지키기=업무 성과”라는 법칙은 성립하지 않는다. 이제 일이란 사무실에 출근하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뭔가를 하는 것이 된다. 업무가 제대로 처리되고 있는 한, 모든 직원이 각자 원하는 것을 원하는 시간에 수행하며 자유롭게 일한다. 이 책은 이러한 로우 체제의 기본적인 설명과 더불어 ROWE 13가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으로써 효율적인 조직 운영과 조직 문화 사례, 그 방법론을 제시한다.

 

ROWE의 초기 출범부터의 기안자였고 이제는 독립하여 관련 컨설팅을 수행하고 책을 저술한 레슬러와 톰슨은 근무 시간을 감독하지 않는 상황을 대학 학창 시절에 견주어 비교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대학시절에 어떤 수업을 듣고 언제 공부하고 언제 놀지를 스스로 결정했었다. 수업을 많이 듣고 공부를 열심히 하면 좋은 학점을 받고 실력을 쌓아서 좋은 기업에 취직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게으름을 피우고 많이 놀고 즐기기만 하다가 학점도 따지 못하고 실력도 쌓지 못하면 취직은 고사하고 학교를 마치지 못할 수도 있다.

 

이제 직장에서도 이와 마찬가지라는 점을 그들은 지적하고 있다. 성과 목표가 명확하다면 열심히 일하고 회사 발전에 기여하면 그 공로를 인정받아 더욱 성장할 수 있는 반면 게으름만 피우고 단지 시간만 때울뿐 회사 성과에 기여하지 못하게 되면 직장을 잃을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성과 목표가 명확하고 투명하다면 더 이상 하루 종일 자리에 앉아 있거나 미팅에만 참가함으로써 다른 사람의 눈을 속일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의 개인적인 삶의 목표를 추구하면서도 동시에 일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베스트바이의 직원인 마크 웰스는 어느 락밴드의 광팬이다. 그는 락밴드의 순회 공연을 따라 다니면서 보는 것을 즐겼지만 본사 근무의 특성상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그의 업무는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인데 장소에 상관없이 할 수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매일 출근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ROWE 시스템 덕분에 이제 그는 자기가 좋아하는 밴드를 따라다니며 그들의 공연을 보고 그외의 시간에 모바일 오피스와 원격근무를 통해 일하고 성과를 낼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ROWE는 성과의 달성이라고 하는 기업의 존재 이유를 충족시키면서 동시에 직원의 삶의목표 추구를 지원하여 업무 만족도 역시 높이는 결과를 보이고 있다. 성공하는 기업은 직원을 더욱 인간답게 대우하는 경향이 있다고 브래드 앤더슨(전 베스트바이 CEO)은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독일의 사회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인 마르크스 알베우스는 그의 저서 <스마트 워킹>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있다 :

 

진보적인 회사들은 이미 직원들에게 최대한의 자유를 허락하고 있다. 그들의 생각은 다음과 같은데, 관리자들은 출근이 의무라는 논리에서 벗어나야 하고, 부하직원들은 일과 자유 시간의 구분, 즉 퇴근이라는 개념을 버려야 한다. 이제는 더 이상 책상 앞에서 공허한 시간을 보낼 필요 없이 언제 어디서나 일을 처리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업무 시간은 매우 탄력적이어야 하며, 늘 연락이 닿을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기업들은 이제 더 이상 일하는 것과 출근하는 것을 동일시하지 않으며, 즐거움과 융통성이 더 많은 창조적 아이디어를 가져온다고 생각한다.”

 

마르크스 알베우스는 이런 새로운 종류의 근무 시스템과 그 결과로 발생하는 이익을 이지 이코노미라고 불렀다. 그렇다면 과연 이지 이코노미는 과연 효율적일 것인가 하는 질문이 생길 수 있다. 역시 마르크스 알베우스는 <스마트 워킹>에서 기업은 팀에게 자체적으로 조종되는 협력 네트워크들의 자치권을 허락해야 한다고 하면서 자신이 가치 창조를 위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 스스로 결정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크고 다양한 그룹들은 올바른 도구와 투명성, 최소한의 중앙 감독으로 복잡한 업무들을 알아서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유명한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이미 1960년대에 목표에 따른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이것이 바로 MBO(Management By Objective)인데, 드러커는 조직이 건강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고도의 성과 기준이 요구되어야 하며, 목표 관리는 이러한 고도의 기준을 위해서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ROWE는 바로 MBO를 실행하여 궁극적으로 이지 이코노미를 구현하는 방안이 된다. 올바른 목표 관리는 관리자의 가장 중요한 임무로서 관리자가 책임을 지고 수행해야 한다. 하지만 목표 설정 과정에 직원을 참여시켜야 하며 직원이 이루어야할 성과를 협의를 통해 분명히 결정해야 한다. 또한 업무 행동을 관리하기 위해 목표와 비교하여 평가할 수 있어야만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정보는 관리자 뿐만 아니라 직원에게도 직접 전달될 수 있어야만 한다. 경영이란 사업상 발생하는 다양한 니즈와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이 된다.

 

한미파슨스의 김종훈 사장은 그의 저서 <우리는 천국으로 출근한다>에서 한미파슨스의 성과 중심 시스템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한미파슨스는 성과 중심으로 업무를 조직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를 정확히 실행하기 위해 한미파슨스 성과관리 시스템(HPMS: Hanmi-Parsons Performance Management System)을 구축했다. HPMS는 경영전략을 일상적 업무로 구체화해서 회사의 연간 목표를 탑다운 방식을 통해 조직의 말단 구성원까지 각각의 목표로 인수분해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회사가 해당연도 경영목표를 수립해 각 본부단위의 목표로 할당해 주면 각 본부는 그 목표 달성 전략을 강구하면서 다시 전략 목표를 인수분해해 단위 팀장에게 내려준다. 그러면 단위 팀장 또한 목표 달성을 위한 전략을 고안해서 팀원들에게 각각의 목표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한미파슨스의 HPMS 사례에서 중요한 것은 인치경영이 아닌 시스템 경영을 구축했다는 점이다. 즉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성과 자체를 평가하는 것이다. 따라서 구성원들은 예측 가능한 계획에 따라 움직일 수 있게 된다. 성과를 내면 그에 합당한 보상을 가져가며 성과가 낮으면 보상도 낮아진다. 결국은 이러한 시스템이 성과지향형 조직을 구축하는 바탕이 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점은 매출액과 같은 재무성과 뿐만 아니라 고객 측면, 프로세스 측면, 기업의 성장 및 혁신 정도 정도 등을 균형있게 평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을 흔히 BSC(Balanced Score Card)라고 한다. 한미파슨스는 회사의 주요 지표 20개를 이러한 네 가지 항목으로 구분하여 관리하고 있는데, 회사의 상태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이 지표들을 일목요연하게 기압한 표는 일종의 대시보드가 되어 회사를 계기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성과 중심의 일문화를 구축하고 모바일 오피스와 원격 근무, 그리고 BSC 시스템을 통해 이를 지원하는 것은 스마트웍을 구현하는 핵심적인 방안이 된다. 이제 기업들은 성과 중심의 ROWE의 기업별 적용 방안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해 보고 장기적인 변화 추진 방법에 대해서 심도있게 논의를 시작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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