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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6월 24일 20시 05분 등록

3월 21일 월요일

이란은 오늘이 새해 첫날이다. 아침 바다는 한없이 고요했다. 새해 첫 일출이 그들의 첫날을 축해주듯 힘차게 떠올랐다. 어디에도 구름은 보이지 않았다.

6:00분 이른 아침 이동을 준비하는 Seadiamond의 엔진소리는 핸드폰의 알람보다 더 확실히 잠을 날려준다.


작업 방법을 협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브라이언, 동균, 메디, 모테자
어제 밤늦게까지 김과장과 나는 그라우팅 호스를 어떻게 핸들링 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그리고 그 일환으로 플랫폼의 모양과 그라우팅을 해야하는 맴버의 위치를 좀 더 쉽고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미니어쳐를 만들었다. 나는 CAD로 도면을 그렸고, 김과장은 그것을 이용해 미니어쳐를 완성했다. 김과장의 배 만들던 솜씨가 세밀하다.

다음 프로젝트에서는 직관적으로 더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미니어쳐를 설계과정부터 반영해야겠다.

아침 6시 30분 FY 플랫폼에 물공급이 진행되기 때문에 다른 배는 오전 10시까지 접근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선장에게 들었다. 모테자는 Basim의 다이버 2명을 Sidiamond로 이동시켰다. Basim은 FX로 향했다.

오전 9시에 김과장과 나는 모테자, 메디, 브라이언과 함께 오늘 일정을 협의 했다. 어제의 문제점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중지를 모았다. 1시간의 미팅으로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해 협의 했다. 역시 한사람의 생각에 의한 지시보다 여러 사람이 문제에 대해 의논하여 도출된 방법이 좋다.

미팅이 끝나자 마자 좋지 않은 소식이 전해졌다.  Basim의 리드 다이버 나세르가 작업 중 플랫폼에서 떨어져 다쳤다는 무전이 들어온 것이다. 큰일이다. 지금상황에서 나세르가 없으면 FX의 클램핑 작업이 어렵게 된다. 모테자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Basim은 ‘페르시안 펄’로 가고 있다고 했다. FY에는 11시가 다 돼서 접근할 수 있었다. 김동균과장과 모테자는 작은 보트를 타고 페르시안 펄로 향했다.


FY에서 그라우팅 작업을 하는 Seadimond
작업 준비는 어제보다 훨씬 순조로웠고 빨랐다. -38미터 지점에 있는 맴버에 그라우팅 호스를 연결하는 동작이 신속하고 정확했다. 좋지 않은 상황에서 동요되지 않고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이 고마웠다. 곧바로 그라우팅 펌프가 움직였다. 여기까지 완벽했다. 이제 밸브를 제거하기만 하면 된다.

첫 번째 그라우팅이 끝나갈 무렵 선장실에서 긴급한 무전이 오갔다. 나세르를 후송하기 위한 헬기가 ‘부셔’를 떠났으니 FY 플랫폼에서 작업하고 있는 Seadiamond는 30분 내로 배를 빼라는 내용이라고 선장이 이야기했다. 그는 선내 마이크를 통해 배를 빼야하니까 모든 작업을 중단하라고 언성을 높였다. RGD 작업자가 올라와 지금 펌핑중이라 작업을 중단할 수 없다고 했는지, 선장과 작업자는 서로 누구 목소리가 더 큰지 내기라도 하듯 고성이 오갔다. 나는 브라이언에게 펌핑이 얼마나 더 걸리냐고 물었다. 10분 남았단다.

김동균과장을 무전기로 호출했다. 사바포와 미팅중인 그에게 현 상황을 전했다. 김과장은 사바포와 이야기해서 작업에 문제 없도록 할테니 그냥 신경쓰지 말고 진행해 달라고 했다. 나는 브라이언과 메디에게 신경쓰지 말고 계속 하라고했다. 브라이언은 ‘션’에게 이미 들었다면서 선장은 왜 저러냐며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나는 선장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10분이면 그라우팅 끝나니까 조금만 더 기다리라고 했다. 잠시 잠잠해졌다. 그러나 그는 그라우트가 계속 투입되는 광경을 보곤 다시 광분하기 시작했다. 또다시 ‘숀’이 사바포에게 이야기해서 다른 방법을 찾고 있으니까 조금만 기다려보자고 했다. 그러나 그는 그건 사바포가 결정할 수 없는 문제라며 법규까지 들먹이며 언성을 높였다. 더 이상 대화가 어려웠다. 이럴 땐 그냥 피하는게 상책이다.

헬기는 선장이 말한 그 시간에 정확히 FY 플랫폼에 도착했다. FZ 플랫폼의 소음과 Seadimond의 발전기 소리에 헬기의 낭랑한 프로펠러 휘날리는 소리까지 더해진 현장은 순식간에 굉음으로 휩싸였다. 그러나 작업자들은 동요하지 않았다. 물속에 들어간 사람은 그 소리를 들을 수 없었고, 다이버와 통신하는 리더는 헤드폰을 끼고 있었다. 브라이언과 Densit 맴버들은 항상 귀마게를 한다. 작업하는데 별로 지장 없다. 김동균과장이 사바포와 잘 푼 덕에 라세르는 FY가 아닌 FZ 플랫폼으로 옮겨졌다. 그리고 갱웨이를 통해 들것에 실려 FY 헬리데크까지 무사히 옮겨졌다.

첫 번째 맴버 그라우팅을 무사히 마쳤다. 그러나 두 번째 맴버에 호스연결은 끝내 실패하고 말았다.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다이버 3명이 동원됐지만 그라우트로 꽉 찬 호스에 겹쳐진 역 물살을 이기지 못했다. 수중카메라와 연결된 스피커를 통해 다이버의 비명에 가까운 소리가 들려왔다. 30분 이내에 끝내야 하는 작업이다. 그들은 30분 동안 그라우트 호스의 무게를 더한 물살과 싸웠다. 그러나 끝내 1-4-2지점의 밸브까지 이동하지 못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보트를 타고 맴버에 홀을 뚫고있는 작업자

우리는 어떻게든 1개의 맴버라도 더 해야 한다. 날씨가 언제 다시 변덕을 부릴지 모른다. 선택을 해야 한다. 첫 번째는 ‘클린 다운’이다. 이 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그라우트가 없는 빈 호스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그라우트가 채워진 호스를 통째로 다른 맴버로 옮기는 방법이다. ‘클린 다운’을 하든 호스를 통째로 옮기든 걸리는 시간은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이버에게는 ‘클린 다운’이 부담이 덜하다. 그러나 ‘클린 다운’ 후 또 다시 그라우팅을 하게되면 결국 마지막에는 한번 더 ‘클린 다운’을 해야 한다. 하루 동안 하는 그라우팅의 마지막은 언제나 ‘클린 다운’이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 때문에 시공사는 어떻게든 중간에 ‘클린 다운’을 하지 않길 원한다. 버려지는 그라우트는 돈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호스를 옮기는 것은 ‘클린 다운’은 피할 수는 있지만 다이버에겐 무리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그라우트가 채워진 호스를 통째로 옮기는 작업도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물속에 담겨져 있는 호스와 크라우트의 총 무게는 350kg 정도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사람 힘으로 들어 올릴 수 있는 무게가 아니다. 둘 중 어느 방법이 더 좋을까? 아니며 다른 방법은?

사실 Densit의 입장은 어떤 방법이든 관계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일한 일 수만큼 돈을 받는 ‘Daily Pay’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RGD는 계약금액이 이미 확정된 상태다.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다. 당신이 프로젝트 메니저 또는 담당자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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