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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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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6월 19일 18시 08분 등록
<1>저자, 마키아벨리
처음 아무 배경지식 없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뭐 이런 책이 다 있나 싶었다. 대놓고 ‘필요하다면 군주는 부도덕하게 행동할 태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 ‘사자와 여우의 면모를 본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책이 지금까지 읽어야 할 고전으로 내려오게 되었을까?

사전을 보면 마키아벨리즘을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행동 양식’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정치가의 도덕성을 강조하는 오늘의 관점에서 보면 〈군주론〉은 읽기에 불편하다.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인간의 본성을 까발리며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온갖 방법과 수단을 가리지 말라고 하는데, 나로선 의문일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군주에게 바치는 책이라 해도, 군주도 귀족도 아닌 마키아벨리가 왜 이런 끔찍한 말들을 했을까?

마키아벨리는 16세기 이탈리아 정치사상가로, 당시 도시국가 피렌체의 군사 외교 업무를 접하게 된다. 이때 그는 프랑스와 스페인의 군사 대결장으로서 유린되던 이탈리아가 부활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정치 조직을 통해 이들과 같은 영토국가의 조직을 확보하고 또 뛰어난 군사 능력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절실히 깨닫게 된다. 중세 이탈리아 반도에서는 군주의 실정(失政)이 바로 국가의 파멸로 이어지는 일이 허다했다. 또 그 고통은 고스란히 국민들이 감수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무엇보다 힘과 권력을 통한 군주제의 안정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오늘날 마키아벨리즘은 당시 사분오열된 이탈리아의 정치적 상황에서 생긴 필요악으로 이해되고 있다.

나처럼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알지 못하면, 이 책은 하나의 부도덕한 처세술에 불과한 책으로 읽혀버릴 수도 있다. 배경을 알고 보니 글이 공감이 갔다. 당시의 상황과 지금의 상황에 적용시켜보면서, 혹은 내가 아는 사람들에게 적용시켜보면서 한층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마키아벨리의 공헌은 당대에 출현하기 시작한 근대적 정치질서의 역사적 의의를 그 누구보다도 빨리 국가라는 개념을 통해 포착한 데 있다. 이러한 점에서 그는 근대 정치이론의 비조로 평가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맥 속에서 ‘군주론’을 이해할 때 그 역사적 의미가 제대로 평가될 수 있다. 기존의 도덕률에 대한 거부는 충격적이었겠지만 자신의 의도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수사(修辭)적 필요에서 나왔다는 사실도 우리는 잘 인식할 필요가 있다.
-박상섭 서울대 교수·외교학과




<2> 읽고난 느낌하나 생각파편들
서슴없이 배신도 권하는 잔혹한 조언들. 그 이면에 깃든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
나의 사고방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당시와 같이 물고 물리는 상황에서라면 있었을 법한 하다. 그런데, 이게 꼭 그때만 적용될 수 있었던 이야기일까? 지금 현대에도 이런 일들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지 않은가? 영토분쟁을 목적으로 싸우던 당시의 영토 전쟁이 아니라, 경제장악을 목적으로 싸운다는 목표가 달라졌을 뿐 많은 기업들이 이런 식으로 하여 자신들의 세력을 확장해오지 않았던가?
국가나 기업에서 ‘도덕경영’, ‘윤리경영’을 내 세우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년이 안 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고 보면 마키아벨리가 부도덕한 전략가로 비판받으면서도 한편으론 그의 책이 널리 읽혀진 데는 변하지 않는 인간의 본성과 욕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또 다른 공헌은 인간에 대한 세세한 관찰을 담았다는 것이다.

마키아벨리는 정치현상을 종교적 가지나 윤리적 고려를 배제하고 순수하게 권력의 획득, 유지, 팽창의 차원에서 조망했다. 결과 정치 현실의 다양한 면을 포섭하지 못한 편협한 사상이라는 비난이 있는 반면 이데올로기 다양성, 사회경제적 차이, 문화적 편차를 초월하여 권력정치(power politics)가 전개 되는 상황이면 어디나 적용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15p

원군의 위험성을 말하는 부분에선 외세의 힘을 빌려 삼국을 통일한 신라, 일본과 손잡고 청을 물리쳤던 근대사가 떠올랐다. 또한 조카를 죽이고 왕좌에 올랐지만 성공적으로 통치하였던 세조, 견제를 통해 적절히 힘의 균형을 유지했지만 결국 암살당한 정조, 가깝게는 18년간 독재 하면서 여러 공적을 세웠지만 결국은 인민의 힘인지, 신민의 힘인지에 의해 암살당한 박정희 대통령. 또한 경제사에서 치러지는 소리없는 전쟁들까지 연신 겹쳐지고 있었다.

이는 중세유럽의 내용만도 아니요, 우리의 역사에 한정된 내용만도 아니다. 책이 오랜 세월동안 숨쉬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는 사실, 마키아벨리가 말하는 게 들리지 않는가?
“봐라, 나 욕하면서도 한쪽에선 보고 있는 거 내 다 안다. 자신의 본성을 숨기지 말라고. 인간의 욕망만큼 잔혹하고, 신의 없는 게 어디 있느냐?”


<내가저자라면>
마키아벨리는 메디치가에 자신의 정치적 식견과 능력을 입증하는 책을 헌정함으로써 환심을 사려했지만, 결국 중용되지 못한 채 세상을 떴다. 그러나 헌정사를 빌어 자신의 정치적 식견을드러내고 공직에 복귀하고자 했던 그의 적극적인 시도는 오늘의 나에게 영감을 던져준다.

이 정도로 적극적으로 취업에 뛰어든다면, 못 넘을 산이 어디 있으리오.


<4> 인상 깊은 글귀들
▶군주에 대해
군주는 모름지기 인간에게 합당한 방도를 사용할 뿐만 아니라 짐승을 모방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120p

이전의 정권에서 만족했기 때문에 새 군주에게 적대적이었던 사람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 일이 이전 정권에 불만을 품고서 그에게 우호적으로 느끼고 그를 도운 사람들을 자기편으로 유지하는 것보다 훨씬 쉽다. -147p

군주가 가질 수 있는 최선의 요새는 인민에게 미움을 받지 않는 것이다. -148p

모든 행위는 위험을 수반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사려 깊은 사람은 위험을 평가하는 방법을 알고, 가장 해악이 적은 대안을 올바른 대안으로 선택한다. -155p

군주의 지혜는 관리의 선택에서 나타난다.
만약 대신이 군주의 일보다 자신의 일에 마음을 더 쓰고 그의 모든 행동이 자신의 이익을 추진하기 위해서 의도된 것이라는 점이 밝혀지면 그는 결코 좋은 대신이 될 수 없다. -158p

현명한 군주는 그가 선임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다른 누구의 말에도 귀를 기울여서는 안되고, 그의 목표를 확고하게 추구하며, 그가 내린 결정에 관해서 동요해서는 안된다. -161p


▶인간의 본성에 대해
인간은 거의 항상 선인들의 행적을 따르며, 모방이야말로 인간행동의 지도적 원리이기 때문이다. 비록 그들의 능력에 필적하지는 못할지라도 적어도그것에 근접하고자한다. -38p

타인의 무기와 갑옷은 당신에게 잘 맞지 않거나, 부담이 되거나, 아니면 당신의움직임을 제약할 뿐이다.
(당신의 무기로 싸워라.) -98p

인간이란 신의가 없고 당신과 맺은 약속을 지키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당신 자신이 그들과 맺은 약속에 구속되어서는 안된다. -121p
인간은 매우 단순하고 목전의 필요에 따라 쉽게 움직이기 때문에, 능란한 기만자는 속고자 하는 사람들을 항상 쉽게 발견할 수 있다. -122p

군주가 전쟁에서 이기고 국가를 보존하면, 그 수단은 모든 사람에 의해 항상 명예롭고 찬양받을 만한 것으로 판단될 것이다. 왜냐하면 보통 사람들은 외양과 결과에 감명받기 때문이다. -124p

인간의 두뇌에는 세 종류가 있다.
첫째 부류는 사물을 스스로 터득하며, 둘째는 설명을 들은 후 깨우치고, 셋째는 결코 이해하지 못한다. -157p

인간이란 너무 자기 자신과 자신의 활동에 만족하고 자기 기만에 쉽게 빠지기 때문에, 아첨이라는 질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란 지극히 어렵기 마련이다. -160p

사람은 누구나 자기를 일으켜 세워 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넘어져서는 안 된다. 당신이 통제하에 있고 당신 자신의 능력에 입각한 방어만이 효과적이고, 확실하며, 영구적이다. -166p

(질문)
마키아벨리 왈, 우리는 타고난 기질이 너무 강력해서 그러한 변화를 용납하지 않거나 아니면 일정한 방법으로 행동함으로써 항상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에 우리의 방법을 바꾸는 것이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지 않는다. 시대와 상황에 따라 자신의 성격과 방식을 변화시키는 게 가능한 사람은 항상 성공할 것이라고 말한다. (170p)
이것이 올바른가?
변화를 자신이 아닌 것을 버리고, 자신의 것을 남겨두는 것이라 했다. 이를 곧 자신을 향해 가는 여정이라고 보았을 때다. 마키아벨리의 변화의 개념은 완전히 다른 것으로 여겨진다. 과연 무엇이 옳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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