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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 7일 03시 17분 등록

북리뷰 38 : 프롤로그 모음

1. 익숙한 것과의 결별 : 구본형

개정판 서문 - 나는 나를 혁명할 수 있다 6
초판서문 - 마음을 열고 욕망이 흐르게 하라 9
프롤로그 - 불타는 갑판, 확실한 죽음에서 가능한 삶으로 19
개정판 후기 361
나의 자기혁명 일기 / 김학원 364

*초판 서문/ 마음을 열고 욕망이 흐르게 하라

부유함이 구한다고 얻어지는 것이라면, 채찍을 잡는 하인노릇이라도 나는 사양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구한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는 마음에 드는 길을 따를 것이다.    - 공자

10. 보통사람은 일상에 매여 평생을 산다. 일상은 우리에게 주어진 물리적 시간이며, 기억이며, 동시에 상상력의 테두리이다. 그것은 그저 ‘현실’을 의미하지 않는다. 꿈이 없는 현실은 껍데기일 뿐이다. 나는 일상을 규정하는 테두리를 넓힘으로써 내 일상의 폭과 깊이를 바꾸어 갈 수 있기를 열망한다. 열망은 마음속 깊은 곳에 욕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생겨난다.

나는 욕망을 사랑한다. 욕망만큼 강한 모티베이션은 없다.
욕망을 잃은 삶은 죽은 것이다. 재미가 없다.

11. 이 책의 일관된 주제는 ‘바꾼다’는 것이다. 나는 대학에서 혁명사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 후 직장에서 ‘변화와 조직의 개혁’이라는 주제를 벌써 13년 동안 끌어안고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나를 ‘변화 관리 전문가’ 라는 틀에 넣으려고 한다. 12년째 되는 해에 변화와 개혁을 나로부터 시작할 수 있었다. 일상 속에서 나는 세상을 들여다보는 시각을 바꾸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바꾸고, 행동을 바꿈으로써 지리한 내 일상을 바꾸고 싶었다. 비로소 나는 변화를 관리한다는 것이 매우 낡은 사고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개혁은 변화에 대응하는 적극적인 방법이다. 그것은 변화를 창조함으로써 가장 강력하게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다. 가장 확실하게 미래를 준비하는 법은 바로 미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12. 욕망은 깊고 깊은 곳에 있다. 스스로도 움켜잡을 수 없는 모습으로 숨어있다. 그것은 단순한 소망이나 충동이 아니다. 너무나 절실하여 우리를 행동으로 내모는 그런 것이다. 욕망을 가진 사람은 그것에 오랜 시간을 쓴다. 그것을 위해 다른 것을 희생하기도 하고, 자존심을 굽힐 줄도 안다. 어려운 상황을 견뎌내기도 하고,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개의치 않는다. 그리고 그 일에 말할 수 없는 정열을 가지고 있으며, 새로운 관점에서 다른 사람을 설득할 수 있다.

13. 절실한 욕망은 그러므로 흐르는 대로 놓아 두어야 한다. 깊은 내부로부터 흘러나와 감동으로 휘몰아치는 욕망을 받아들임으로써 자랑스러운 자아를 발견하게 된다.

다른 누군가가 되려고 해서는 안된다.

14. 다시 자신으로 되돌아오는 회귀는 바로 일상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마음이 흐르는 대로 하고 싶은 것을 찾아 모든 시간을 그것에 소모해야 한다. 인생은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때 자신의 삶이 무엇이었는지 비로소 말할 수 있게 된다. 1998년 4월

*개정판 서문/ 나는 나를 혁명할 수 있다.

신이 우리를 가르칠 때는 채찍을 쓰지 않는다.
신은 우리를 시간으로 가르친다. -발타자르 그라시안

10년 전 책을 읽었다. 글 속에서 10년 전의 한 남자를 만났다. 기대와 열망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열에 들떠 펄펄 뛰는 거친 글들을 보았다. 첫 아이는 젊은 아비의 모든 희망을 담고 있듯 10년 전 그 남자도 혼신의 힘을 첫 책속에 담아내고 싶어 했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문득 그때의 초조와 열정과 감정의 작열이 그리워졌다. 그 사내는 그때 인생을 다시 시작하고 싶었다. 살고 싶은 대로 한번 살아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통쾌한 시작이 되어주었다.

7. 아이들이 자라듯 내 열 살짜리 첫 책도 세월과 함께 깊어지기를 바랐다. 그러나 어떤 부분은 시간과 어울리지 못하고 틈이 벌어지기도 했다.

나는 이 책으로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책을 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스스로에게 선물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내가 가지고 있는 내면의 자신을 끌어다 쓸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행운이었다. 왜냐하면 그 사실을 알게 된 다음부터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잇었기 때문이었다. 가난이 지독히 나쁜 이유는 하기 싫은 일을 어쩔 수 없이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8. 10년이 지나 10년 젊은 나를 보니 좋다. 책이란 그때의 나를 정교하게 기술해드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젊음은 좋은 것이고, 몰입은 더 좋은 것이다. 이 책은 나를 몰입하게 해주었다. 이 책은 나를 위해 쓴 첫 번째 책이었고, 내가 최초의 독자였다. 나는 이 책으로 살고 싶은 인생을 찾았다. 이 책의 최초의 수혜자가 바로 나라는 사실이 내가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다.

‘나는 나를 혁명할 수 있다.’ 나는 이 말이 너무 좋다. 2007년

*프롤로그/ 불타는 갑판, 확실한 죽음에서 기능한 삶으로

1988년 7월, 영국 스코틀랜드 근해 북해유전에서 석유 시추선이 폭발하여 168명이 희생된 사고가 발생했다. 앤디 모칸은 지옥같은 그곳에서 기적적으로 자신의 목숨을 구했다.

20. 앤디 모칸은 삶과 죽음을 가르는 그 순간 불타는 갑판에 그대로 남아 잇는 것은 곧 죽음을 기다리는 것과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구조될지 모른다는 실날같은 희망을 안고 바다로 뛰어드는 목숨을 건 선택을 감행했다. 그의 행동은 “확실한 죽음‘으로부터 ’죽을지도 모르는 가능한 삶‘으로의 선택이었다.

2. 내 인생의 첫 책쓰기. 오병곤. 임승완

추천사 - 나는 쓰면서 살아갈 힘을 얻는다 4
프롤로그 8
에필로그 - 책읽기를 넘어 책쓰기에 도전하라 300
감사의 말 320
참고문헌 325

*프롤로그 / 나의 길을 찾고 나를 구원하는 책쓰기

8. 프랑스 영화 <잠수종과 나비>를 봤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까지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절망에 빠져 죽고만 싶었던 그는 어느 날 희망을 발견했다. 책을 쓰는 것, 눈을 깜빡이는 것만으로도 책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9. 그러나 그는 1년 3개월 동안 눈을 20만 번 깜빡여 무려 130쪽에 달하는 자서전 <잠수복과 나비>를 탈고하기에 이른다. 비록 출간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뜨지만 그의 책은 살아남아 그가 남은 생동안 얼마나 치열하게 책쓰기에 전념했는지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

우리는 여느 직장인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대한민국 직장인이다. 오늘도 콩나물시루 같은 지하철을 타고 출근해서 하루 종일 회사에서 시달렸다. 우리가 남들과 다른 점이 잇다면 책을 두권 썼다는 것 뿐이다. 우리가 첫 책을 쓸당시 우리는 가장 바쁜 직장인 중 한사람이었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기업현장은 ‘월화수목금금금’의 열악한 환경이었다.

10. 이러한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책을 쓰는 것을 선택했다. 우리의 길을 찾고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는 단초를 만들고 싶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위해 책을 썼다. 고로 우리 책의 첫 번째 독자는 우리 자신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책을 쓰는 것을 두려워 한다. 자신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고, 지금보다 나은 삶을 꾸릴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책을 쓰는 건 자신과 요원한 일로 여긴다.

책은 누구나 쓸 수 있지만 아무나 쓰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쓰고 싶어하는 좋은 책, 좋은 책이란 어떤 책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공통적으로 포함되는 사항은 저자의 이야기가 진솔하게 담겨있는 책일 것이다.

11. 책은 집필한 사람의 영혼과 땀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러므로 내가 가진 것들을 남김없이 쏟아부을 각오로 써야한다. 자신의 이야기와 시장의 요구 사이에 적절한 조화를 추구하되, 다만 자기 자신을 우위에 두어야 한다.

우리가 이 책을 쓰는 첫 번째 목적은 책을 쓰고 싶도록 당신을 강렬하게 유혹하는 것이다. 우리는 정신적으로 발가벗을 각오로 이 책을 썼다.

책을 어떻게 써야 하는가에 대한 프로세스는 책마다 거의 비슷하다. 책의 콘셉트를 기획하고, 원고를 쓰고, 교정하고, 인쇄하는 과정은 누구나 알고 있는 일이다. 다만 사람마다 다른 것은 세부적인 작업과 노하우일 것이다.

12. 이 책을 쓰는 내내 우리는 한가지 질문에 골몰했다. 우리는 왜 책을 쓰는가? 첫 책을 쓰고 나서 다음 책을 쓸 때까지 이 질문은 여전히 우리를 따라 다녔다. 이 질문에 자신있게 답하지 못한다면 책을 쓸 수 없거나 영혼이 없는 책을 쓰게 되므로 더 집착했는지 모른다.

책쓰기는 인간사처럼 희로애락이 녹아있다. 이 책을 통해 부디 책쓰기의 환희와 고뇌의 경험을 맛보길 바란다. 우리는 감히 말한다. 이 책을 읽는 당신이 몸소 책을 쓰는 저자가 돼 달라고. 2008년 11월

3. 낯선 곳에서의 아침. 구본형

자서문 -있는 그대로 자신을 받아들여라 12
저자 후기 - 선택함으로써 자유롭게 종속될 수 있다. 316
부록 - 인명사전 322

개정판 서문 - 경계를 넘지 않으면 탐험은 시작되지 않는다

7. 오늘은 오늘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을 하는 날이다.

애를 쓰면 얻고 마음을 놓으면 얻지 못하는 정직한 긴장에 나를 걸고 싶다. 길게 볼 때 인생은 매우 솔직하여 애를 쓴 사람을 잊지 않고 기억해준다.

8. 글 쓰는 사람의 비유로 인생을 말한다면 삶이란 한 권의 책과 같다. ‘자신이라는 이름의 책’을 펼칠 때 차마 손을 놓지 못하게 하는 감동이 없다면 그 삶이 좋았다 말하기 어렵다.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너의 이야기를 만들어라’라는 메시지였던 것 같다.

경계를 넘지 않으면 탐험은 시작되지 않는다. 탐험이 없는 인생이 줄 수 있는 새로움은 없다.

10. 이제부터 스스로를 ‘변화사상가’로 부를 생각이다. 그리고 10년 후가 될지, 죽을 때에 이르러가 될지 잘 모르겠지만 나는 이윽고 ‘변화 경영의 시인’으로 변화할 것이다. 시야말로 행간마다 변화를 이루어 낸 글이다. 글을 쓰면서 한 줄을 바꾸어 쓸 때마다 생각의 도약이 이루어지는 글쓰기가 바로 시인 것이다. 행간과 행간 사이에 커다란 빈 공간이 자리할 때 우리는 그것을 시라 부른다. 작가와 독자 사이에서 무수한 버전의 이야기들이 가능한 그 텅 빈 공간이 바로 창조적인 공간인 것이다.

밥벌이에 지지말자. 살고 싶은 대로 사는 것을 두려워 말자. 꿈을 꾸자. 삶의 어디에서건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용기가 있음을 보이자. 현실과 꿈 사이를 일상의 좋은 감촉으로 채워 넣자. 기쁨으로 시작한 삶이 지혜로 끝나게 하자. 그리하여 시처럼 인생을 살자.

*저자 서문/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여라

12. 살아가면서 모든 사람을 사랑할 수 있기를 기대하지 않는다. 몇 사람이라도 깊이 사랑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나’와 ‘너’ 사이에는 서로 자기에게만 속한 무엇인가가 있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면 인간은 서로 사랑하지 못한다. 세상 또한 그렇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면 우리는 견디지 못한다. 변화의 시작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변화는 인간과 세상이 다양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13. 인간은 자신의 일상적 삶을 통해 세상에 참여한다. 매일매일 조금씩 세상의 일부를 만들어 간다. 변화란 세상과 자신 사이의 균형을 잡아가는 끈임없는 과정이다. 그러므로 변화를 통해 우리가 얻으려고 하는 것은 삶 자체이다.

일상은 삶이 이루어 지는 곳이다. 변화는 일상 속에 자신의 욕망을 받아들이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욕망이 흘러가는 곳으로 깊이 침잠하여 들어가는 것이다. 그리하여 욕망을 통해 세상과 만나는 것이다. 우리의 욕망이 선택한 대로 아름다운 빛 하나를 세상에 더해 가는 것이 삶이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개인의 역사도 인류의 역사만큼 장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기를 희망한다.

14. 이 책은 변화를 주제로 씌여진 에세이적 자기개혁 입문서다. 나는 ‘다양성과 균형’을 이 담론의 가운데 두었다.

자유의 가운데에는 ‘자신에 대한 존중’이라는 핵심적 가치와 원칙이 자리잡고 있다.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사람은 타락하지 않는다. 삶을 통해 세상의 한 부분을 바꾸어 놓는다.

살면서 얻은 깨달음과 공감이 일상적 삶속에서 구현되지 못하는 것은 하루를 바꾸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루를 개편하지 않고는 일상적 삶을 바꿀 수 없다. 물리적 현실을 개편하지 못하는 정신은 허망한 꿈일 뿐이다. 그러므로 자기 혁명은 하루 속에 자신이 지배하는 시간을 넓혀가는 것이다.

15. 시처럼 인생을 산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행간의 비약과 절제, 한꺼번에 건져지는 깨달음을 일상의 삶속으로 끌고 들어온다는 것은 스스로 자신을 만들어가는 작업이다. 아직 살아있다는 것이 이처럼 좋을 수가 없다.

아직 미완의 미래를 가지고 있다. 나의 미래는 뻔한 것이 결코 아니다. 내가 있고 싶은 곳으로 가서 낯선 아침을 맞이하고 싶다. 흥분과 긴장이 있는 곳, 불안과 더불어 떠나왔다는 해방감과 자유가 있는 곳, 그곳에서 나와 마주하고 싶다. 오랫동안 그리워 한일이다. 노회하고 원숙하지만 곳곳에서 아직 소년의 모습을 잃지 않았기를 바란다.

나는 지금 여기 살아있다. 그대 또한 함께. 1999년 2월

4. 마흔 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 구본형

개정판 서문 5 2007년 1월
책을 펴내며 8 2004년 3월
일러두기 14
프롤로그 15
세 개의 에필로그 344
평설 366

* 프롤로그

모든 좋은 것들은 웃는다. 어떤 사람이 정말로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지는 그 걸음걸이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내가 걷는 것을 보라. 자신의 목표에 다가서는 자는 춤을 춘다.

15. 시간이 다 되어 그많던 모래알들이 다 떨어지고 마지막 촛농이 숨을 다할 때.... 이때 인생을 돌아본 들 무엇을 어찌하겠는가! 후회속에 긴 한숨을 지어본 들 갈 길을 재촉받을 뿐이다.

나는 10년 단위로 10년마다 한 권씩의 기록을 남기려고 한다. 기록은 곧 나를 있게 한 날들의 기억이며 사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미래를 위한 기획이다. 나는 40대의 10년을 기록하여 내 개인사에 대한 첫 번째 실록을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이다.

16. 이야기를 기술하는 방식은 역사와 소설의 중간 형태를 취하기로 했다. ‘무릇 심오함을 가장하는 자들은 가면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비밀로 남고 싶어하는 과거도 있었고 , 이미 지나갔지만 여전히 모호하고 불명확한 감정과 느낌으로 남아 있는 것들도 많았다. 그러나 그런 것들을 떼어내면 40대 10년간의 내 진짜모습이 될 수 없었다.

이 책은 놀이이며 유희다. 채워지지 않은 욕망이고 욕망에 대한 절제다. 못 가본 삶에 대한 질투이다. 그동안 배운 학습의 노트이며, 읽었던 책들의 주석이다. 자전적 소설이고, 소설적 자전이다. 지나간 삶에 대한 파괴고, 앞으로 살 삶에 대한 창조이다. 나의 운명을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보려는 실험이다.

17. 과거는 늘 엄격하고 위대한 스승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정신적 감옥이기도 했다. 과거가 날 만들었으니, 과거를 버리고 벗어나는 것이 또한 내 미래의 과제다. 죽어야 할 자리에는 늘 혁명이 있어야한다. 그것이 역사였다. 살면서 나는 여러 번 죽어야 한다. 그리고 여러 번 다시 태어나야 한다.

5. 사람에게서 구하라. 구본형

책을 펴내며 007-009
프롤로그 013-019
에필로그 269-271
부록: 리더십 인물사전 273-300

* 프롤로그/ 미래를 이끄는 사람은 과거를 창조적으로 활용한다.

13. 위대한 역사가인 야코프 부르크하르트 Jacob Burckhardt는 역사가의 고충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모든 참된 기록문헌들은 첫눈에도 지루해 보인다. 낯설기 때문이다. 그것은 자기 시대를 위해서 자기 시대의 관점과 이익을 알려줄 뿐이지, 우리에게는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사정을 잘 모르는 보통 사람들에게는…… 과거란 가장 재미있는 것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지루함으로 읽힌다. 과거는 과거 자신이 발언을 하는 한, 언제나 낯설고 익히기 어려운 노동이다.

과거를 과거의 시선으로 읽고 해석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역사가 E.H.카 Carr는 역사가의 역할을 “과거를 사랑하는 것도 아니고, 자신을 과거로부터 해방하려는 것도 아니며, 현재를 이해하는 열쇠로서 과거를 정복하고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역사를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정의했다

14. 훌륭한 리더는 과거의 사례를 존중하고 늘 기억한다. 그러나 단순히 추종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로 가는 길을 열 때 언제나 과거를 창조적으로 활용한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최고의 병법가로 모두 세 명을 꼽을 수 있다. 첫 번째가 손자라고 알려져 있는 손무다. 그리고 두 번째 인물이 손무의 후손인 손빈이며, 나머지 하나가 오기다.

18. 인류의 역사는 꿈의 역사였다. 누가 꿈을 꾸었고 누가 그것을 이루었는가의 기록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당연히 미래 역시 꿈꾸는 사람들의 시대가 될 것이다. 미래학자이여 경영전략가인 피터 슈워츠는 앞으로 50년 후 ‘포춘 500대 기업’중에서 최고는 아마존베이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아마존베이는 물론 가상기업이다. 아마존과 이베이가 합해지고 강력한 포털사이트가 가세한 새로운 개념의 유통기업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뜻이다.

19. 훌륭한 리더는 과거로부터 배운다. 그러나 과거에 갇히지 않고 미래에 대한 꿈을 꾼다. 왜냐하면 과거가 새로운 가정과 전제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들이 이룩한 꿈의 역사였다는 것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역사는 과거에 대한 연구가 아니다.

자유주의 역사가인 J. E. 액턴 John. E. Acton은 “역사란 우리들 시대의 좋지 않은 영향과 환경의 억압, 그리고 우리가 숨 쉬는 공기의 억압으로부터 우리를 구제하지 않으면 안된다.”라고 말했다.

역사는 우리가 현재의 문제를 풀기 위해 필요한 연구인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역사에서 배우는 가장 커다란 교훈은 아이러니컬하게도 ‘혁신의 능력’이다. 즉 지금의 문제를 넘어설 수 있는 새로운 가정과 전제의 발굴이라는 것이다.

안정과 안전은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을 방해한다. 성공한 사람은 다시 성공하기 위해 증명된 전략과 모범을 고수한다. 실수를 피할 수 있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기회를 잡기는 어렵다. 성공은 습관을 만든다. 그리고 이 규칙을 따르는 사람을 지원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환경과 시장이 변하기 때문에 규칙은 더 이상 효율적이지 않거나 적합하지 않다.

아놀드 토인비는 “역사적 성공의 반은 죽을지도 모른다는 위기에서 비롯되었고, 역사적 실패의 반은 찬란했던 시절에 대한 기억에서 시작되었다”라고 말한다. 우리가 맞서야 하는 첫 번째 적은 언제나 우리들 자신이다. 그리고 우리를 구해 주는 첫 번째 친구도 우리들 자신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창조적으로 증오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어제의 습관과 사고 속에서 전혀 새로운 변종과 혁신을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한다. 혁신의 능력, 과거를 넘어설 수 있는 의도적인 실험 정신이 이제는 리더들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 되었다.

6. 구본형의 더 보스-쿨한동행

셀프 테스트 - 나와 상사의 관계를 점검하라 5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9
시작하는 글 - 상사, 너무도 치명적이고 너무도 일상적인 과제 16
맺는 글 - 위와 아래는 하루에 백 번을 싸운다 289

*시작하는 글 - 상사, 너무도 치명적이고 너무도 일상적인 과제

16. 정말 나쁜 상사도 있다. 그러나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알고 보면 괜찮은 사람들끼리 서로 나쁜 관계 속에 있다는 사실이다. 소름 끼치도록 모질고 나쁜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 사람조차도 누군가의 좋은 사람일 수 있다. 그래서 정말 나쁜 상사란 드물다. 다만 나쁜 관계만 있을 뿐이다 .

좋은 상사는 최고의 선물이며 괜찮은 상사와의 좋은 관계는 축복이다.

조직에서 중요한 것은 좋은 관계다. 좋은 사람이든 까다로운 사람이든 가치관이 다른 사람이든 매일 얼굴을 마주쳐야만 하는 상황에서는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는 기술이 매우 소중하고 중요하다.

17. 첫 상사와의 관계는 성공의 첫 단추

정말 일이 좋고 사람이 좋고 직장이 좋아서 출근하는 사람들은 겨우 12퍼센트다.

18.실제로 한 취업 사이트에서 “당신에게 절대적 인사권이 주어진다면 가장 먼저 자르고 싶은 사람이 누구인가?”라는 온라인 투표를 실시한 적이 있다. 투표결과 40.5%가 ‘직속상사’라고 응답했다.

20. 내가 다루고 싶은 것은 ‘훌륭한 상생’이다. 우리나라는 일보다 사람과의 관계에 에너지가 집중되어 있다.

상사를 탐구하라, 그리고 주도적으로 상향 리더십을 발휘하라

21. 좋은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어라.

매일 봐야하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과의 관계를 ‘적절한 차원’으로 고양시켜라.

상사와의 관계를 증진 시키는 기술을 상사학 이라고 부르자.

상사학은 상사와 부하직원 사이의 관계를 규정하는 핵심적인 요소들을 찾아내고 그 요소 상호간에 작동원리와 방법을 밝혀 실천하기 위한 연구다. 상사학이 일반적인 리더십과 구별되는 점은 좋은 관계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부하직원의 입장에서 어떻게 주도적이고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하는 점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부하로부터 상사에 이르는 ‘상향 리더십(subordinator-to-boss leadership)’을 의미한다.

22. 따라서 이 책의 대부분은 상사와 좋은 관계를 만들어 내기위한 부하 직원의 주도적 영향력에 대해 집중되어 있다. 또한 모호한 이론이 아니라 당장 답답한 오늘과 내일을 구하기 위해 쓸 수 있는 실용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을 모색했다.

7. 생의 수레바퀴.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프롤로그/ 삶이 진정 중요한 이유
에필로그/삶의 유일한 목적은 성장하는 것

프롤로그/ 삶이 진정 중요한 이유

8. 사람들은 나를 ‘죽음의 여의사’라 부른다. 30년 이상 죽음과 죽음 이후의 삶에 대해 연구해왔기 때문에 나를 죽음의 전문가라고 믿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정말로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 같다. 내 연구의 가장 본질적인 핵심은 삶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스위스에서 자랐던 소녀 시절, 터무니없이 큰 꿈을 품었지만 세계적으로 알려진 <죽음의 순간; On Death and Dying> 이라는 책의 저자가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우리 삶의 마지막 순간에 대해 탐구한 이 책 덕분에 나는 의학과 신학에서 벌어진 격렬한 논쟁의 한복판에 서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남은 생을 ‘죽음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설명하며 보내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한 적이 없었다.

9. 부모님의 추측대로라면 나는 착실하게 교회에 다니는 스위스의 한 정숙한 주부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나는 미국 남서부에서 살며 세상에서 가장 멋있고 훌륭한 세계의 영혼들과 만나며, 정신과 의사, 저술가, 강연가로 활동하고 있다.

내가 아는 한, 진정으로 인간을 치유하는 것은 오직 조건없는 사랑뿐이다.

나는 경험을 통해 인생에 우연은 없다고 배워왔다. 네게 닥친 모든일은 일어나야만 했기에 일어난 것이다.

10. 1985년, 에이즈에 감염된 아이들을 입양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후에 나는 셰넌도어 계곡에서 가장 미움받는 인물이 되었다. 할 수 없이 그 계획을 포기한 뒤에도 협박자들은 나를 쫓아내기 위해 살인도 마다하지 않을 온갖 비열한 행위를 저질렀다.

그 10년 전 , 나는 이곳 버지니아의 헤드 워터스에 있는 농장으로 이사했다. 내 모든 꿈을 이루어주기에 충분한 농장이었고, 저술과 강연으로 번 수입을 전부 거기에 쏟아 부었다. 내가 살 집을 짓고 가까이 내방객의 숙박시설과 농장 직원들의 숙소를 지었다. 치유센터를 세워 거기에서 워크숍을 열면서 소모적인 여행은 크게 줄었다. 에이즈에 감염된 아이들을 입양하겠다는 계획이 떠오른 것은 그때였다. 아이들이 그 아름다운 자연의 품에서 남은 삶을 즐길 수 잇을 것이었다.

11. 그런데 1994년 10월 6일, 우리 집에 불이 났다. 기둥뿌리까지 모두 타버렸다. 자료도 원고도 허공에 사라졌다. 가진 것의 전부가 한 줌의 재로 변했다. 집에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들은 것은 집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려고 볼티모어 공항에 서둘러 가고 있을 때였다.

“누구나 삶 속에서 고난을 경험한다. 쓰라린 경험을 하면 할수록 거기에서 더 배우고 성장한다.”

12. 볼티모어를 떠난 비행기가 착륙했다. 곧 친구의 자동차 뒷좌석에 앉아 캄캄한 시골 길을 달렸다. 자정이 될 무렵이었다. 거대한 불길 너머로 집의 잔해가 보였다. 소방관들도 이런 큰 불은 처음 본다고 했다. 뜨거운 불의 열기 때문에 소방관들은 밤새도록 접근하지 못하다가 아침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현장을 밟을 수 있었다.

아버지가 고이 간직했다가 준 내 어린시절의 일기장, 논문, 비망록, 사후의 삶에 관한 연구를 위해 모아놓은 2만여건에 달하는 사례집, 아메리카 인디언 미술품 컬렉션, 사진, 옷가지.... 모든 것이 사라졌다.

“역경만이 우리를 강하게 만든다.”

사람들은 늘 내게 죽음이 뭐냐고 묻는다. 죽음은 정말 멋진 것이라고 나는 대답한다. 죽음만큼 쉬운 일은 없다고.

13. 오히려 삶은 가혹하다. 삶은 어렵고, 힘든 싸움이다. 삶은 학교에 다니는 것과 같다. 많은 숙제가 주어진다. 배우면 배울수록 숙제는 더 어려워 진다. 상실을 부정해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이상, 나는 그것을 수용했다. 달리 어떻게 하겠는가?

“과제를 다 배우고 나면 고통은 사라져 없어진다.”

내가 좋아하는 속담이 있다. 골짜기를 폭풍우로부터 지키려고 메워 버린다면 자연이 새겨놓은 아름다움을 볼 수 없게 된다.

14. 3년 전 그 10월의 밤은 결코 아름답지 않은 때였음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그와 비슷한 갈림길에 서서 잘 보이지 않는 지평선에 눈을 두고 무엇인가를 찾던 때가 종종 있었다. 그런 때에 우리는 부정적인 태도로 비난할 대상을 찾든지, 상처를 보듬고 사랑으로 나아가는 길을 택하든지 할 수 있다.

존재의 유일한 목적이 성장하는 것이라고 믿는 내게 올바른 선택을 하는 것은 그리 힘들지 않았다. 불이 난 지 며칠 후에 차를 몰고 시내로 나가 새 옷을 사고 다가올 일을 준비했다. 그것이 나다운 삶이었다.

8. 죽음, 그 마지막 성장. 부위훈

추천의 글 5
이끄는 말 13
저자의 말 25
덧붙이는 말 29
역자의 말 31

저자의 말

25. 작년 2월 타이페이의 종혜민 여사가 내게 국제전화를 걸어와서, 경제발전에 따라 사회가 발전하고 생활의 질이 크게 향상되어 국내의 독자들도 죽음의 문제에 대해 점차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내게 10여년 동안의 미국에서의 “사망과 사망과정”이라는 과목의 강의 경험 및 정신의학과 치료, 철학, 종교 방면에서 쌓은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책을 한 권 저술하여 국내에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인 “사망학(thanatology dr studies of death and dying)" 연구와 "사망교육(death education)"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켜 주기를 바란다고 청탁하였다. 당시에는 아직 심리적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까닭에 명확한 대답을 피하였다.

작년 3월 하순 주치의가 악성이라고 내게 알려주었다. 즉, 내가 임파선암에 걸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X선 검사결과 이미 가슴 일대까지 퍼져서 재수술을 통해 비장을 제거하여 암이 퍼지는 것을 막아야한다고 설명하였다. 그순간 “의의 치료학”의 창시자인 빅터 프랑클박사가 자신의 저서인 <의사와 영혼>에서 말한 “인생은 일종의 과제이자 의무, 나아가 사명이다”라는 말이 문득 떠올랐다.

동시에 나 스스로 환난에 직면하여 여생을 더욱 아껴야겠다고 느꼈다. 그래서 삶과 죽음의 문제 및 그와 연관된 정신적 성찰에 관계된 책을 써서 학자로서의 사명을 다해야겠다고 결심하고는 종혜민 여사의 요청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 점이 내가 이 책을 저술한 동기이다.

미국에서 사망학 연구와 사망교육은 1960년대에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30년이 흘렀다. 일본에서는 1970년대부터 이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하여 미국에서의 연구 성과를 대량으로 받아들였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자유중국)는 크게 뒤쳐져 있는 형편이니 많은 분발을 요한다.

27. 이 책은 두 번째 수술과 3개월 동안의 방사선 치료를 받은 뒤에 몸이 아직 완전히 회복되기 전에 지어졌다. 나는 굳센 의지의 소유자로서 나 자신의 좋은 일만을 이야기하고 좋지않은 소식은 남에게 알리지 않고 살아왔다. 본래는 내가 암에 걸린 사실을 언급하지 않으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집필을 하면서 이 책은 일반적인 책이 아니라 인간이면 누구나 만나야 하는 고도의 정신적인 측면을 성찰하고 해결하려는 의미있는 작업이라는 점을 깊이 느끼게 되었다.

28. 나는 나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이 세상 사람이면 누구나 이 세상과 이별하는 마지막 날까지 항상 자신의 인생을 아끼고 사랑하여 운문선사가 말한 “하루하루가 좋은 날”이라는 말에 담긴 심오한 뜻을 깨달아야 한다고 모두에게 말하고 싶었다.

이 책을 나의 건강에 따뜻한 관심과 격려를 아끼지 않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바치며, 이 기회를 빌어 작년 정월 하순 내가 수술을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80세의 고령으로 타이페이에서 입적한 법광사 주지 스님이었던 고향 선배 여학법사의 명복을 빈다.

필라델피아 템플 대학 종교학연구소에서

1993년 2월 10일, 부위훈

9. 마음을 멈추고 다만 바라보라 Touching Peace. 틱낫한

              우리의 집은 지금 이 순간에 속에 있다.
         지금 이 순간에 살고 있는 것은 하나의 기적이다.
          물 위를 걷는 것이 기적이 아니다.
     기적은 지금 이 순간 푸른 대지 위를 걷고 잇는 것,
   지금 이 순간의 평화와 아름다움을 느끼는 일이다.
평화는 우리 주위 모든 곳에 있다. 이 세상에, 자연 속에,
     그리고 우리 안에, 우리 몸에도 정신 속에도,
         그 평화와 접촉하는 법을 배우는 순간
             우리는 치유되고 변화할 것이다.
                       - 틱낫한 -

진정한 이름으로 나를 불러 달라

내일 내가 떠날 것이라고 말하지 말라.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여기에 도착하고 있으니까.
자세히 보라. 나는 매순간 도착하고 있다.
봄날 나뭇가지에 움트는 싹
새로 만든 둥지에서 노래 연습을 하는
아직 어린 날개를 가진 새
돌 속에 숨어있는 보석
그것들이 바로 나 자신이다.

나는 지금도 이곳에 도착하고 있다.
웃기 위해
울기 위해
두려워하고 희망을 갖기 위해
내 뛰는 심장 속에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의 탄생과 죽음이 있다.
나는 강의 수면에서 알을 깨고 나오는 하루살이다.
나는 봄이 올 때 그 하루살이를 먹기 위해 때맞춰 날아으는 새다.
나는 맑은 연못에서 헤엄치는 개구리.
또 그 개구리를 잡아먹기 위해 조용히 다가오는 풀뱀.
그러니 내일 내가 떠날 것이라고 말하지 말라.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여기에 도착하고 있다.
그 모든 진정한 이름으로 나를 불러 달라.
내가 나의 웃음과 울음을 동시에 들을 수 있도록.
내 기쁨과 슬픔이 하나임을 알 수 있도록.
내 가슴의 문이 열릴 수 있도록.
                                -틱낫한-

10. 죽음에 관한 잡학 사전. 카트아 두벡

역자의 말/ 삶과 죽음의 교감을 위하여
머리말/

머리말

죽음은 존재의 단절이 아니라
다만 유한한 존재 형식에서
하나의 다른 존재형식으로
이행하는 것에 불과하다. -빌헤름 훔볼트

7. 이 세상의 다른 모든 것들과 마찬가지로 인간 또한 언젠가는 종말을 맞는다. 쥐의 수명은 대략 4년이고, 사람은 드물긴 하지만 120년까지 생존이 가능하며, 매머드 나무는 무려 4000년 동안이나 생존한다.

자연은 조정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즉 노화 과정을 거쳐 죽음에 이르게 하여 그 어떤 종도 무한대로 증식하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오늘날 인간들은 더 이상 늙으려고 하지 않는다. 베를린의 사회학자 알렉산더 슐러 박사는 사람들이 젊음을 영원히 유지하고 싶어하며 적어도 자신이 젊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여러 선진국에서 인간의 수명은 지난 100년동안 두 배로 늘어났다.

8. 죽는다는 것에 대해 얘기를 하자면 , 우리는 우리들 삶의 최후의 날과 시간을 병실의 깔끔한 고독 속에서 보내게 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던 것은 아니다. 19세기에 이르기까지 사람의 죽음은 출생과 마찬가지로 전적으로 공적인 사건이었다. 임종을 맞는 사람은 보통 자신의 죽음 때문에 모여든 사람들의 무리의 중심이 되는 것이 상례였다.

18세기 말 무렵에는 임종하는 방이 사람들로 넘쳐나는 것이 의사들의 불만이었다. 의사들은 임종을 맞는 사람들을 위해서 좀 더 위생 상태를 좋게 해주고 좀더 조용한 환경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 그것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9. 물론 우리의 조상들도 죽은 사람의 상을 치렀지만 , 그들은 임종하는 사람이 아직 살아 있을 때, 게다가 가능하면 의식이 온전히 있을 때 작별을 하였다. 심지어는 소위 말하는 단말마의 고통마저도 지극히 정상적인 것으로 인식되었다.

우리는 의학적 진보의 덕을 많이 보고 있다. 통증은 마취로 다스려져서 환자가 더 이상 옛날처럼 고통 받을 필요가 없다. 그러나 수백 년이 지나면서 많이 완화된 상황 속에서도 죽음에 대한 우리의 두려움과 죽음을 접하는 것 자체에 대한 공포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고 오히려 더 강해졌다.

10. 많은 죽음들이 비극적이고, 많은 죽음들은 불가피하며, 또 다른 많은 죽음들은 심지어 약간은 우스꽝스럽기조차 하다. 과거에는 분명 죽음으로 끝날 수 밖에 없었던 많은 병들을 오늘날의 사람들은 치유하거나 적어도 완화시킬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위대한 정치가이자 작가였던 벤저민 프랭클린이 200여 년 전에 피력한 견해는 아직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 세상에 죽음과 세금보다 더 확실한 것은 없다.”

11.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김열규

책머리에 4
프롤로그 11

프롤로그/ 한국인의 죽음론을 위한 서설

11. 죽음을 죽는다.

우리들이 죽음을 말할 때, 그것은 언제나 인간의 죽음에 관한 얘기다. 왜냐하면, 다른 생물이나 동물의 경우 죽음은 곧 소멸이라서 그 이상 아무 할 얘기도 없기 때문이다.

12. 인간에게는 죽음이 생물학 적인 사실로 해서 찾아오지 않는다. 그것은 정신의 형이상학과 영혼의 종교학에 짙게 물든 빛과 더불어 우리를 찾아든다. 죽음을 생각함으로써, 인간은 명료하게 정신 및 영혼 앞에 나아가게 된다. 그때 사람들은 그것이 삶의 최종적인 목적지였다고 생각할 것이다.

13. 인간은 목숨이 지는 그 찰나 이전부터 오랫동안 이미 죽음을 갖는다.살아가면서 죽고 죽으면서 살아가는 게 다름 아닌 인간적 삶의 양상이다.

인간은 삶의 한복판에서 죽음을 생각한다. 그것은 생물학을 벗어난 죽음을 생각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삶 그 자체를 죽음에서 버림받지 않게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14. 인간은 죽음을 문화로 가꾸어 왔다. 죽음을 문화가 되게 가꾸었고 뒤 이어서 죽음을 문화 속에 가꾼 것이다. 우리들은 소극적으로 죽음이 문화라는 것을 증명할 수도 잇다. 사형제도가 빚는 죽음, 전쟁이 빚는 죽음은 문화가 생산한 죽음의 극히 일부일 따름이다.

16. 우리 한국인들의 경우, 조선조 말기를 거쳐 극히 최근세에 이르기까지 죽은 이들도 확연하게 가족 구성원 속에 편입되어 있었다. 죽은 이는 가버린 가족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가족으로서 한 집안에 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오늘 날 한국인들에게 죽은 이는 이제 가버린 사람, 사라져버린 사람이다. 호적부에서 삭제될 때, 죽은 이는 살아 있는 가족들에게서 삭제되는 것이다. 사망신고서는 영원한 퇴거증명서이다.

20. 죽고 난 뒤에도 가족 구성원의 하나로서, 그것도 보이지 않는 구성원의 하나로서, 삶의 영토, 집안의 울타리 속에 계속 머문 죽음, 그것이야말로 가족주의 사회에 어울리는 죽음이었다고 불러야 할 것이다. 살아있는 사람들은 죽은 이들을 생전과 변함없이 삶 쪽으로 향해 돌려 세웠던 것이다.

이승을 향해 돌아서 잇는 죽음, 이 특이한 죽음을 생산하는데에 잇어 효의 관념이 제 몫을 다한 것이다. 생효에 못잖은 사효라고 하는 게 정확하기는 하겠지만, 굳이 어느 한쪽에 무게를 더 매긴다고 한다면, 피치 못하게 사효 쪽에 기울게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23. 자식은 부모가 돌아가셨을 때 자신을 ‘고애자’라고 부른다. ‘고독한 비애에 젖은 서글픈 자식’ 이란 뜻이다. 자식이 나이가 아무리 많고 살아있는 가족이 아무리 많아도 관계없이 ‘고애자’라고 부른다. 이 자기연민, 자기 비하의 감정이 죄업의식과 짝지워져서 죄업의식을 돋우고 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저 깊은 골짝에 걸려있는 소슬한 다리 하나

이럴 때, 죽음은 눈물과 가시가 된다. ‘눈물에 젖은 가시’와 ‘가시 돋친 눈물’이 곧 죽음이다. 눈물에 얼룩진 가시나무가 죽음이다.

24. ‘열녀’라는 관념은 , 관념을 벗어나 이 땅 가족사나 인간사에서 제도화된 만큼 확고한 것이었다. 이데올로기였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조직이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열녀의 얘기는 물론,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때로 비정하기도 한 게 사실이다. 한데 ‘열녀’라는 관념에는 ‘늘’이라고 해도 좋을만큼, 죽음이 따라붙고 있다. 아니 짙게 엉겨붙어 있다. 죽음의 습진 그늘, 그 안쪽에

열녀는 이끼 낀 바위처럼 웅승크리고 있는 것이다.

일찍 남편을 여의었다기 보다, 자신의 실수로 해서 남편을 죽게 만든, 불쌍하고도 몹쓸 지어미의 신세를 마감하는 최선의 길로 죽음이 선택되었다. 그렇다. 이럴 때, 죽음은 뜻밖에 자기방어였던 것이다. 이때 婦(부)道(도)란 죽어서 완성하는 것이었다. 젊은 아내는 적지않은 경우 순사해야 할 존재로 기대되었다. 자신의 죽음이 없고 남편의 죽음의 그늘인 죽음을 죽어야 했던 것이다. 윗사람이나 남편의 죽음이 이토록 위압적이었다. 태산의 무게 그것을 지니고 있었다.

25. 혼과 육체, 문화와 자연, 생물과 인간, 현실과 비현실, 탄생과 죽음- 이같은 양분법적 대립은 일반적으로 용납되고 있고 또 실제로 용납될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혼과 육신의 대립만큼, 또 이승과 저승의 대립만큼 명쾌하게 가름되지 않는 어정쩡한 언저리가 삶과 죽음 사이에 껴들어 있었다는 것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아주 가름이 안된다고 말하고 잇는 것은 결코 아니다. 가름은 하면서도 그 가름을 넘어선 넘나듦이 있게 한 것이라고 말하려는 것 뿐이다.

삶과 죽음의 저 깊은 골짝 사이에는 늘 다리 하나가 걸려 있었던 것이다. 눈에는 안 보이나 꽤나 소슬하고 질긴 다리 하나가 얹혀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한국적인 낱말, 전통적인 뜻을 지닌 낱말인 신이 지닌 특권이라고, 혹은 권능이라고 불러도 좋다.

12. 만남, 죽음과의 만남. 정진홍

머리말

제1부 죽음, 그 삶의 현실 - 비존재와의 만남
제2부 비탄의 윤리 - 사별이 남기는 얼룩이들
제3부 죽음의 사회학 - 죽어버림과 죽여버림
제4부 제사, 또는 추모의 의미 - 산자와 죽은 자의 만남
제5부 - 죽음을 넘어서 - 부활과 재생의 현실
제6부 죽음과 만남을 위하여 - 죽음을 준비하는 일

머리말/ 죽음을 이야기 한다는 것

5. 죽음을 이야기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때로 그것은 무례한 일이기도 하고, 불쾌한 일이기도 하며, 우울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죽음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 합니다. 죽음이 빚는 공포는 삶을 자지러지게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죽음을 아예 피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것도 아주 잘 압니다.

6. 그런데 요즘에는 이러한 어려움에 더해 뜻밖의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들이 겹쳐져 죽음을 이야기하는 일이 더 힘들어졌습니다. 뇌사가 새롭게 죽음을 판정하는 준거가 되면서 이제까지 당연하게 여기던 죽음에 대한 이해가 근원적으로 흔들리고 있습니다.

8. 참 우스운 말이지만 죽어보지 않았으니 죽음을 실증적으로 묘사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훌륭한 분들이 말씀하신 죽음 이야기를 여기 저기 모아 다듬자니 스스로 정직하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부닥쳐보니 ‘죽음 논의’는 뜻밖에 무척 꼬이고 얽혀 어느 하나 말갛게 뽑혀지는 것이 없었습니다. 뇌사판정, 안락사, 낙태, 자살, 사형제도, 인간복제 문제 등 죽음은 사뭇 혼란스러운 현실이었습니다.

9. 우리는 모두 죽습니다. 지금은 ‘살아있는 사람’이지만 언젠가 분명히 우리는 ‘죽은 사람’이 됩니다. 그런데 저는 제가 죽음을 어떻게 맞을 지 잘 모릅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어갈는지 짐작도 할 수 없습니다. 궁금하기 짝이 없는 일입니다. 누구나 그렇습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아직은 많이, 그러나 조용하고 조심스럽게, 그리고 진지하게 해야할 듯 합니다.

11. 이 책은 1994년 1년 동안 여섯 차례에 걸쳐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회’에서 주관한 강연 내용을 , 지금은 일본 츠구바 대학교 박사과정에서 종교학을 공부하고 있는 심선영 선생이 풀어 다듬은 것입니다. 문학비평을 전공하시면서도 어려운 분들을 돕는 일에 평생을 바치고 계신 숙명여자대학교의 이인복 교수님께서 이 글을 책으로 처음 꾸며주셨습니다.

그래서 그간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회’를 통해 알음알음으로 이 책이 전해졌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궁리 출판사에서 다시 잘 다듬어 내 주셨습니다. 그래서 이 기회에 잘 못된 내용이나 불분명했던 서술들을 고치고 다듬어 상당한 부분을 보충했습니다. 그리고 제목도 ‘죽음과의 만남’에서 ‘만남, 죽음과의 만남’으로 바꾸었습니다. 죽음과의 만남이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일상적인 ‘만남’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13. 사망학 Thanatology. 석 법성.

서문
제1장 사망학이란 무엇인가
제2장 산다는 것과 죽는다는 것
제3장 동양의 생사관
제4장 서양의 생사관
제5장 죽음의 지혜
제6장 결론 - 입신양명
부록 1. 임종 때 누구나 꼭 주의해야 할 점
부록 2. 죽음과 삶에 관한 역대 명언들

서문

6. 왜 우리는 죽음을 인식하고 알아야 하는가? 어떠한 생명이든 산다는 것은 바로 자신의 죽음을 향한 삶인 것이다. 인생의 신비란 바로 삶과 죽음이 서로 함수관계의 생명선이라는 점에 있다. 즉 어떠한 삶을 살았느냐가 또한 사후세계를 결정짓는 중요한 인과관계인 것이다. 죽고 싶다고 해서 함부로 죽을 수 없음이 우리의 생명이고, 살고 싶다고 해서 다 살 수 없는 것이 바로 우리의 생명이다. 필연적 죽음의 의미를 모른다면 역시 진정한 삶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말이다. 어찌 죽음에 대한 지혜가 없이 진정한 삶을 살 수 있단 말인가!

7. 죽음에 대한 올바른 관심은 바로 적극적인 삶의 의미를 부여해 주고, 갑자기 닥치는 죽음을 두려움 없이 준비할 수 있는 지혜의 방법을 찾는 것으로, 이것이 사망학, 생사학의 목적이기도 하다.

8. 죽음에 대한 무지보다는 이에 대해 알고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죽음에 대처할 수 잇어야 한다는 것이 현대 사상가들의 생각이며, 이미 서양에서는 사망학이 사회전반에 널리 인식되고 있다. 사실 죽음에 대한 올바른 인식은 바로 삶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도 직결된다. 그리고 죽음의 관념을 통해 삶을 더 통찰할 수 있는 지혜가 나온다.

9. 이 책을 엮은 취지도 사망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통하여 삶의 가치관과 인생관, 생사관을 형성하고 더 나아가 진실하고 성실한 삶의 지혜를 찾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함에 있다.

2004년 10월

14. 일기 일회 - 법정스님 법문집 1

법정 스님의 법문을 책으로 펴내며

5. 서울 성북동에 위치한 작고 아름다운 절, 계절마다 한 두 차례씩 수많은 사람들이 법당과 절마당에 모여든다. 멀리 강원도 오두막에서 어스름 새벽에 길을 나서 세상으로 나오는 법정 스님의 법문을 듣기 위해서다.

이 모임이 아름다운 것은 그 말씀의 행간에 침묵이 있고, 서로 귀 기울이고 같이 느끼면서 존재의 기쁨을 함께 누리기 때문이다. 그 말과 침묵은 우리를 삶 앞에서 더 경건하고 맑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다.

6. 법문 속에는 “몹시 춥거나 몹시 더울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를 묻는 제자가 있고 “추울 때는 추운 곳으로 가고, 더울 때는 더운 곳으로 가라”고 일깨우는 스승이 있다. 그 스승의 입을 빌려 스님은 말한다. “ 삶 자체가 되어 살아가라. 그것이 불행과 행복을 피하는 길이다.” 한 수행자가 어떤 것이 가장 대단한 일인가를 묻자, 스승은 홀로 우뚝 대웅봉에 앉으라고 설한다. 저마다 자신이 몸담아 사는 장소에서 홀로 우뚝 앉을 수 있다면, 우리는 진정 깨어있는 존재이다.

장소와 상관없이 법문의 주제는 이것이다.

“삶에서 가장 신비한 일은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모든 것은 생애 단 한번뿐인 인연이기 때문이다.”

삶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순간순간 살고 있는 이 삶은 무엇인가? 무엇을 위해 우리가 실아야 하는가? 나는 진정 인간답게 살고 있는가?  이런 근원적인 물음을 지녀야 한다고 스님은 말한다.

법문마다 스님은 일깨운다.

“언제 어디서 자기 생의 마지막 날을 맞이할지 알 수 없다는 자각을 잃지 않아야 한다. 언제 어디서 살든 한순간을 놓치지 말라. 그 순간이 생과 사의 갈림길이다.”

7. 그리고 출가 수행자들에게 말한다.

“죽은 화두를 가지고 헛되이 시간을 보내지 말라. 순간순간 깨어 있어 바로 그 자리에서 살아있는 화두를 가지고 정진하라. 나는 무엇이며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 깨우침의 말씀들이 작은 절마당을 넘어 세상에 널리 가닿도록 하기 위해 우리는 이 법문집을 펴낸다.

8. “수행자의 삶은 칼날 위에 서 있는 것과 같다.” 는 것이 스님의 변함없는 정신이다.

9. 살 만큼 살다가 세상과 작별할 때 생에서 남는 것은 무엇인가? 결국 홀로 있는 자신 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고 스님은 말한다. 삶을 소유물로 여기기 때문에 우리는 소멸을 두려워한다. 삶은 소유가 아니라 순간순간의 있음이다.

지난 겨울,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 스님은 찾아온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게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 그 시간을 무가치한 것, 헛된 것, 무의미한 것에 쓰는 것은 남아있는 시간들에 대한 모독이다. 또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것을 위해 써야겠다고 그 순간 순간 마음먹게 된다. 이것은 나뿐 아니라 모두에게 해당되는 일이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이 세상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스승이 육체의 건강을 회복해 더 오래 우리 곁에 머물기를, 다시 여러 계절을 더 맑은 가르침으로 채워 주기를 바라며 이 법문집을 펴낸다.

2009년 봄 덕인,덕현, 덕진, 류시화

15. 글쓰기의 공중부양. 이외수

공중부양에 대한 일화

4. 내게는, 타고난 재능으로 고수에 이른 사람보다는 피나는 노력으로 고수에 이른 사람이 훨씬 더 위대해 보이고, 피나는 노력으로 고수에 이른 사람보다는 그 일에 미쳐잇는 사람이 훨씬 더 위대해 보인다. 그러나 그보다 훨씬 더 위대해 보이는 사람은 그 일을 시종일관 즐기고 있는 사람이다.

그러니 즐겁게 시작하자.

젊은 날의 내 인생은 조악하기 그지없었다. 봄날의 햇살도 가혹해 보였고 여름날의 소나기도 가혹해 보였다. 가을날의 단풍도 가혹해 보였고 겨울날의 함박눈도 가혹해 보였다.

날마다 맹목의 지렁이처럼 배를 깔아붙이고 암울한 시간의 배면을 기어다니는 인생이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한평생 행려병자로 살다가 길바닥에서 동사해 버릴 거라고 생각했다. 공중부양 따위는 꿈도 꾸어 본 적이 없다. 나는 타고난 재능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나는 글을 쓰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고 글에 미쳐있었고 글을 즐기면서 살았다.

6. “ 그 할아버지 이제 떴어요.”

초등학교 저학년 꼬마가 말하는 ‘떴어요“는 무슨 의미일까. 나는 그때 공중부양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그날, 나는 기분이 무척 좋았다.

그대가 비록 타고난 재능이 없더라도 공중부양이 불가능하다고는 생각지 말라. 그대가 만약 이 책을 충분히 숙지하고, 노력하거나 미치거나 즐길 수만 있다면, 그대에게도 ‘떴어요’라고 표현될 수 있는 공중부양의 날이 오고야 말 것이다.

7. 글이란 무엇인가

글이란 쌀이다. 쌀은 주식에 속한다. 그러나 글은 육신의 쌀이 아니라 정신의 쌀이다. 그것으로 떡을 빚어서 독자들을 배부르게 만들거나 술을 빚어서 독자들을 취하게 만드는 것은 그대의 자유다.

그러나 어떤 음식을 만들든지 부패시키지 말고 발효시키는 일에 유념하라. 부패는 썩는 것이고 발효는 익는 것이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지 그대의 인품이 그대로 드러난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 내가 만일 저자라면

서문을 쓰기 위해서 서문들을 읽어 보았습니다. 역시 책의 서문을 읽으면서 이 책을 계속 읽을 것인지, 그만 읽을 것인지 판가름이 났습니다. 첫째 두 장, 곧 4페이지를 넘어가면 집중력이 좀 떨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총체적으로 책의 기승전결을 소개해야 전체적인 윤곽이 잡힌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가지고 있는 책을 모두 이렇게 서문 위주로 분류를 해보면 다음에 같은 작업을 할 때 매우 유익할 것 같았습니다.

이론서를 읽을 때에는 목차도 꼭 같이 살펴야 하겠습니다. 단순히 책의 구성을 다시 설명한 서문도 있고, 감사의 인사와 헌사들을 주욱 써놓은 서문도 있었습니다.

작가의 말, 머리말, 서문, 들어가며, 들어가는글, 프롤로그, 프리페이스...이렇게 여러 가지 이름으로 비슷한 내용들을 쓰고 있는데... 저자의 입장에서는 섬세한 선택을 하였겠지요.

내가 저자가 되어 프롤로그를 쓰게 된다면 이런 내용을 꼭 갖추어야 할 것 같습니다.

1. 어떤 배경에서 이 책을 쓰게 되었는가?
2. 책의 구성은 어떻게 하고 있는가?
3.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는 무엇인가?
4. 독자는 무엇을 얻을 수 있고 저자는 무엇을 원하는가?
5. 전망은?

이제 이 틀을 생각하며 글을 쓸 일만 남았습니다.

위에 골라놓은 15권의 책 외에도 아름다운 서문들이 많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심리학이나 철학을 주제로 한 책들이 잘 읽혀지지만 우선 필요한 책과 모델이 될 책의 서문들을 먼저 요약해 보았습니다. 소설의 첫 문장, 시의 첫 줄 처럼 서문도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목표가 뚜렷해야 할 것 같습니다. 처음 글을 쓰려고 할 때에는 군더더기 생각들을 버리고 매우 단순하게 한 생각에 이끌려 글을 끌고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일이 어려워서 시작을 못하고 있는 겁니다. 아무쪼록 글이 제 발로 자기 리듬을 타며 앞으로 좀 나아가줬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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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깨이
2010.01.07 05:04:30 *.160.33.244

좌샘은 못 말려.  
좌샘,  내 질러야 해요 emoticon  꽝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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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07 14:19:51 *.67.223.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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