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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3월 29일 22시 43분 등록

미래의 물결” – 자크 아탈리 지음/ 양영란 역/ 위즈덤 하우스

 

 

저자에 대하여

 

자크 아탈리(Jacques Attali, Nov 1, 1943~)는 프랑스의 문화비평가이자 미래학자이며 저술가이다. 1943 11 1알제리에서 출생한 그는 프랑스 최고 교육기관인 에콜 폴리테크니크에서 공학을 전공하였고, 에콜 드민에서 토목공학을, 시앙스폴리티크에서 정치 경제학 등 3가지 학문을 전공하였다. 또한 프랑스 최고 지도자 양성소인 국립행정학교(ENA)를 졸업하고 경제학/정치학 2개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7세 때 교수로 임용돼 공학과 경제학 교수로 활동했고, 32세 때인 1974년 프랑스 사회당 제1서기였던 미테랑의 경제고문으로 발탁되었으며, 38세가 되던 해인 1981년부터 1991년까지 미테랑 사회당 정부의 특별 보좌관을 11년간 역임하였다. 그는 이런 화려한 경력 덕분에 ‘프랑스의 석학’, ‘미테랑의 휴대용 컴퓨터’ ‘현대판 르네상스맨’이란 다양한 호칭으로 불리우고 있다.

 

89년 방글라데시 구호기구를 설립한 그는 공산권 붕괴 후에는 동유럽 경제를 살리고 동서 유럽간 빈부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91년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의 설립을 주도하였고 93년까지 초대 총재를 지냈다. 97년 그는 유누스의 그라민 은행을 본뜬 '플래닛 뱅크(PlaNet Bank)'를 세웠는데, 이후 플래닛 뱅크는 유럽지역에서 마이크로 크레디트(저소득층에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운동을 하는 비정부기구(NGO)로 운영되었다. 그는 1년 후 은행 이름을 '플래닛 파이낸스(PlaNet Finance)'로 바꾸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시작하였다. 현재 은행은 점점 커져 전 세계 60여 개국에 지점을 두고 빈곤층 대상으로 무담보 대출을 수행하고 있는데, 2008년 현재 1,500개의 microfinance 기구와 9백만 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microfinance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런 경력 때문인지 2007 6월 프랑스에서 사르코지의 우파 정부 출범 후 가히 혁명적이라 할 정도로 서로 기반 사상이 다른 좌파 유명 인사들을 입각 시켜서 국정 혁신을 시도할 때 사르코지 대통령은 그를 프랑스 경제를 개혁하기 위해 만든 성장촉진위원회의 위원장에 임명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사르코지 정부 안에서 아탈리 위원회(경제발전위원회)의 수장을 맡아 프랑스가 강국이 되기 위한 300가지 개혁안을 만들어 내는 등 활동을 한 후 다시 사회당 소속으로 돌아갔다.

 

자크 아탈리는 현재 국제컨설팅 회사인 아탈리&아소시에(A&A)대표와 PlaNet Finance의 총재로 일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영원한 삶’, ‘미로(지혜에 이르는 길)’, ‘21세기의 승자’, ‘합리적인 미치광이’, ‘인간적인 길 : 새로운 사회민주주의를 위하여’, ‘호모 노마드 : 유목하는 인간’, ‘마르크스 평전’,’미테랑 평전’, ‘미래의 물결 40여권에 이르는데, ‘영원한 삶등의 소설을 써서 90년에 프랑스문화작가 협회상을 받기도 했다.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서문 : 예측 가능한 미래의 역사

 

후손에게 아름다운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서는 미래에 대해 생각하고, 미래가 어디에서 오며 미래를 맞이해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그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역사는 예측가능하며 일정한 방향성을 지닌 법칙을 따르기 때문이다.[6]

 

상황은 간명하다. 시장의 힘이 전 지구를 휘어 잡고 있다. 승승장구하는 개인주의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돈이 최근 역사의 커다란 굴곡을 만들어내고 있다. 돈이 역사의 흐름을 가속화시키고 거부하며 지배한다. 결국 돈은 국가를 포함하여 자신을 방해하는 모든 것을 와해시킬 것이다.[6,7]

 

시장은 앞으로 세계를 지배하는 유일한 법으로 등극하여, 포착 불가능하고 전 지구적이며, 상업적 부와 새로운 소외현상들, 극도의 부와 극도의 빈곤을 만들어낼 ‘하이퍼 제국(hyper empire)’을 형성할 것이다.[7]

 

그때는 지금으로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무기들이 동원된 가운데 국가나 종교단체, 테러집단, 해적들이 서로 처절한 싸움을 벌이게 될 것이다. 나는 이때의 양상을 ‘하이퍼 분쟁 (hyper conflict)'이라 이름 붙이고자 한다. 이 하이퍼 분쟁으로 인해 인류 전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7]

 

마지막으로, 세계화가 완전히 거부당하지 않으면서 적당한 선에서 절제되고, 시장이 비교적 순탄하게 유지되며, 민주주의가 전 지구적으로 활성화될 뿐만 아니라 세계가 하나의 제국에 의해 통치되는 일이 멈춘다면, 그때는 자유와 책임, 존엄성, 극기, 타인 존중 등의 새로운 무한성이 펼쳐지게 될 것이다. 내가 바로 ‘하이퍼 민주주의(hyper democracy)'라고 이름 붙이고자 하는 국면이다.[7,8]

 

‘하이퍼 제국’,과 ‘하이퍼 분쟁’, ‘하이퍼 민주주의’가 바로 그 세 물결이다. 순리적으로 볼 때, 앞의 두 흐름은 언젠가는 사라질 수밖에 없으며, 세 번째 흐름은 독자적으로 존재하기 어렵다.[8]

 

모든 문제는 인구 폭발에서 시작할 것이다. 선진국 국민의 평균수명은 100세에 접근할 것이다. 출생률은 아마도 극도로 낮은 수치에 맴돌 것이다. 결과적으로 인류는 늙어 갈 것이다.[12]

 

역사는, 아주 오랜 기간을 두고 관찰해 보면 일정한 하나의 방향으로 고집스럽게 흘러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12]

 

세기를 거듭하면서 인류는 개인의 자유를 다른 어떤 가치보다는 최우선에 놓는 흐름을 만들어냈다. 인류는 점차적으로 모든 형태의 예속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 인간의 역사는 권리를 지닌 개인, 즉 자신의 운명에 대해 스스로 생각할 수 있으며 타인에게도 자신과 똑같은 만큼의 자유가 주어져 있음을 인정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구속이 없는 상태에서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지닌 개인의 출현의 역사와 다르지 않다.[13]

 

그러다가 기존의 권력자들보다 휠씬 거대하며 기동성 있는 또 하나의 지도자 계급인 상인들이 부를 분배하는, 가히 혁명적이라고 할 수 있는 두 가지 방식을 고안해냈다. 바로 ‘시장’과 ‘민주주의’의 탄생이다. (…) 뿐만 아니라 상행위의 자유는 정치적 자유를 탄생시켰다. 이렇게 볼 때 독재 권력이 상인 계급의 탄생을 부추겼고, 상인계급은 시장을 형성했으며, 시장은 민주주의를 낳았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12세기부터 최초의 시장민주주의가 정착하게 되었다.[13,14]

 

이와 아울러 시장민주주의가 점유하는 지리적인 영역 또한 점진적으로 넓어져 갔다. 민주주의 세력의 중심은 점차 서쪽으로 옮겨갔다. 12세기에는 중동 지역에서 지중해 지역으로 이동했으며, 이어서 북해와 대서양 지역으로 옮겨 가다가 오늘날에는 태평양 지역에 이르렀다.[14]

 

2035년 무렵이 되면, 길고 긴 전쟁과 심각한 환경위기를 맞아 곤경에 처한 미국은 시장(특히 금융시장)의 세계화와 기업(특히 보험회사)의 막강한 권력에 굴복하고 말 것이다. 하지만 금융과 정치적인 면에서 기진맥진한 미국은 앞선 역사상의 제국들이 그랬던 것처럼 세계를 경영하는 일에서 손을 뗄 것이고, 세계는 잠정적으로나마 열 개 남짓한 지역 중심들에 의해서 운영되는 ‘다중심적 체제’로 개편될 것이다. 그 후 2050년 태생적으로 국경이라는 개념과는 무관한 시장이, 시장과는 달리 한정된 영토에 국한되는 제도인 민주주의에 승리를 거두게 될 것이다. 이후로 국가는 점점 약해질 것이다.[15,16]

 

내가 ‘감시기(surveilleur)’이라 부르고자 하는 새로운 대량 소비재가 출연해서 시행 중인 규범이 합당한지의 여부를 측정하고 규제하는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자가 감시(autosurveillance)는 자유의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 군림하게 될 것이며, 규범을 준수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만이 자유를 제한하는 마지막 수단이 될 것이다.[16]

 

하이퍼 유목민(hyper-nomade)들이 영토를 초월한 제국, 뚜렷한 중심도 없이 개방된 제국, 즉 하이퍼 제국을 이끌게 될 것이다. 그 곳에서 각 개인은 자기 자신에게만 충실한 삶을 살게 될 것이다. 기업은 그 어떤 국적도 내세우지 않을 것이며, 가난한 사람들은 자기들만의 시장을 형성할 것이다. 법률은 계약을 대체될 것이고, 사법은 임의적 중재로, 경찰은 용병으로 대체될 것이다.[16]

 

새로운 다양성이 정착할 것이다. 새로운 종류의 볼거리나 스포츠가 출연해서 정착민들을 즐겁게 만드는 동안 거대한 집단을 이루게 된 후 유목민(infra nomade)들은 생존을 위해 국경지대를 혼잡하게 만들 것이다. 자원은 고갈될 것이며, 로봇 등은 점차 증가할 것이다.[17]

 

2060년 무렵이 되면, 아니 어쩌면 그보다 좀 더 일찍(각종 폭탄 세례로 인류가 그 이전에 멸망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미국 제국이나 하이퍼 제국, 하이퍼 분쟁, 이 모든 현실을 더 이상은 견딜 수 없다고 판단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환경윤리경제문화정치적으로 매우 긴박한 상황에 처한 제국에서는 보편적이고 박애의 정신을 지닌 새로운 힘이 바야흐로 전 세계적으로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이 새로운 힘은 점진적으로 시장과 민주주의 사이에서 새로운 균형을 찾을 것이며, 이렇게 형성된 새로운 균형은 전 지구적으로 확산될 것이다. 나는 이 새로운 균형을 하이퍼 민주주의라고 부른다.[18]

 

이들은 개별적인 인간이 진 창조적인 능력을 공유하여 보편적인 지능(universal intelligence)을 탄생시키며, 이 보편적인 지능은 개별적으로 각 개인이 지닌 능력을 합친 것보다 휠씬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것이다. 새로운 경제, 이른바 관계(關係)의 경제(relational economy)라고 하는 경제활동, 즉 이익을 추구하지 않으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제가 한동안 시장경제와 병행해서 발전하다가 궁극적으로는 시장경제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다.[19]

 

요약이라는 것이 다 그렇듯이, 앞에서 말한 내용들은 상당히 희화적이며 단정적인 동시에 임의적이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들이 가장 개연성 있는 미래의 모습이며, 그 모습을 드러내 보여 주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19]

 

 

1장 아주 긴 이야기

 

과거를 관통하며 변하지 않는 상수들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며, 과거는 역사의 구조로 작용함으로써 다가올 몇 십 년 후가 어떤 식으로 조직될지 예측 가능하도록 도와준다.[26]

 

아주 오래 전부터 인간의 무리는 언제나 부와 언어, 영토, 철학, 우두머리 등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왔다.[26]

 

세가지 지배 권력(종교, 군사, 금전)은 돌아가면서 차례로 부를 관리해 왔다. 이렇게 볼 때 우리는 인류의 역사를 다음과 같이 세가지 정치체제의 연속으로 해석할 수 있다. 종교가 실질적인 권위를 갖는 제례적 체제, 군대가 최우선적으로 권력을 행사하는 제국적 체제,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집단이 권력을 행사하는 상업적 체제, 이렇게 세가지다. 첫 번째 체제는 신학적 이상을 추구하며, 두 번째 체제는 영토의 확장, 세 번째는 개인주의의 확산을 으뜸가는 이상으로 추구한다.[27]

 

각각의 경우 지배 세력들이 부의 공유를 통제하는 동안에는 사회가 안정을 유지한다.[27]

 

이제부터 이 세가지 체계의 역사에 대해서, 다시 말해서 이들이 각각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어떻게 쇠퇴의 길을 걸어야 했는지 가장 오래된 역사로부터 그 자취를 더듬어 보자. 이렇게 함으로써 겉으로 보기에 그다지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사실들로부터 역사의 법칙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해서 얻은 법칙들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왜냐하면 이 법칙들은 미래에도 여전히 유효할 것이며, 역사의 흐름을 예측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28]

 

<노마디즘, 식인 풍습, 성생활>

 

지금으로부터 38억 년 전 바다로부터 생명이 생겨났으며, 35천만년 전 그 생명이 육지에 도달했다. 그로부터 2백만 년 후, 또 다른 종류의 영장류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도 나무에서 내려와 남동아프리카 지역을 누비며 살게 되었다.다시 3백만 년에 두발로 걸어야 하는 요구에 잘 적응한 이들의 후손인 호모하빌리스외 호모 루돌펜시드가 같은 지역에 살면서 한층 똑바로 서서 걷기 시작했다.지금으로부터 15십만 년 전, 또 다른 종류의 영장류, 즉 호모 어르카스터가 나타났다. 이들은 다른 영장유보다 유랑생활과 달리기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10만년 전, 두 종류의 새로운 영장류가 출현했다. 호모 사피엔스와 호모 하이델베르켄시스다. 이들 역시 유랑을 계속했으며 앞선 영장류들에 비해 두 발로 걷기에 훨씬 더 적합한 체격을 지녔다.. 직립 보행이 가능했으며, 선배 영장류들에 비해서 뇌가 훨씬 발달하고 무거웠다. 연장은 오로지 석기만 사용했다. [29,30]

 

이들은 자기들이 지닌 지식을 다음 세대로 전달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다른 동물들에게서는 전혀 나타나지 않은 독특한 습성이었다.[31]

 

70만년 전 무렵, 중국에서는 호모사피엔스가 번개의 이치를 깨달아 불을 만들어냈다. 이들은 야채를 익혀 먹을 수 있게 되었으며, 이들은 세계에 존재하는 힘의 일부를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이용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31]

 

호모 사피엔스의 후손들은 여러 갈래 갈라졌다. 우선 그 중의 하나가 호모 네안데르탈리스다. 30만년 전 무렵, 이들은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들 가로질렀다. 이들은 어디를 가든 움막을 지었으며, 죽은 자들은 매장했다.[31]

 

식인 풍습이 시작된 것도 같은 무렵(지금으로부터 30만년 전)이라고 추정된다. 식인 풍습은 야만적 폭력이라기보다 죽은 자들의 힘을 산 자들이 전수받기 위한 일종의 제례의식이었다고 보인다.[31]

 

지금으로부터 16만년 전, 마침내 근대적인 인간의 효시가 되었다.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가 바로 이들이며 이들은 유량생활이 요구하는 모든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었다. 이들의 뇌는 다른 영장류의 뇌보다 휠씬 무거웠다. 보다 광범위하게 부족을 조직했고, 여자들은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졌다. 이들은 불이나 연장, 무기, 의복, 지식, 언어, 제례의식, 역사 등을 제외하고는 자기들이 가지고 다닐 수 없는 것들은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았다. 이 무렵 물건이나 여자, 포로들의 교환이 시작되었다. 최초의 시장이 형성된 것이다.[32]

 

식인 풍습은 꾸준히 명맥을 이어갔으며, 이는 내내 죽은 조상들의 힘을 자기 것으로 하고 죽은 자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려는 제례의식을 받아들여졌다. 죽지 않기 위해 삶을 먹는 것이 바로 식인 풍습의 요체로서, 이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33]

 

3만 년 전, 거의 모든 영장류들이 갑작스럽게 사라져 버렸는데, 그 이유는 아직까지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오로지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만이 예외적으로 살아 남았다.[34]

 

<제례의식과 정착>

 

식인 풍습은 점차 종교적 제례의식으로 정형화되어 갔다. 신에게로 보내지는 인간의 몸을 먹는 행위는 곧 신에게로 가까이 다가가는 행위하고 여겼던 것이다.[35]

 

소유의 형태도 보다 명확해졌고, 언어도 다양해졌으며, 노동의 분업도 점차 세분화 되었다.[35]

 

금지사항들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었으며 이로서 폭력도 어느 정도 제한되었다. 같은 집단 구성원끼리 성행위를 하는 것도 금지되었다. 근친상간이 금지되자 여자들은 집단을 떠날 필요가 없었다.[35]

 

인간은 불이나 바람, 대지, 비 등 자연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양상에 따라 신을 여러 범주로 나누어서 생각하게 되었다. 이렇듯 다신교는 원시적인 형태의 일신교에서 파생되었다. 또한 성스러움은 정치를 확립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제례체제가 비로소 시작된 것이다.[36]

 

2만년 전, 영장류 중에서 가장 진화한 이들은 그때까지 유랑생활을 하던 중 기후가 유난히 좋은 중동에 지역에 정착했다. 15천년 전, 메소포타미아에 살던 이들은 그때까지도 유목 생활을 지속했지만 우물을 팠으며 야생동물들을 포획하면서도 아직 가축으로 만들 생각은 하지 못했다.[37]

 

1만년 전, 인간은 최초의 지렛대라고 할 수 있는 버팀목과 최초의 모터라고 할수 있는 활, 이 두 가지 혁명적인 도구를 발명했다. 이로써 인간은 처음으로 인간이 지닌 힘을 강화해 줄 수 있는 도구를 만들어 낸 것이다.[38]

 

이 시기 메소포타미아에서는 인간들이 행위와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해 점점  더 이해의 폭을 넓혀 갔다. 이렇게 되자 이들은 한 장소에서 오랫동안 정착해서 살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호모사피엔스 사피엔스는 지구상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지 15만년 만에 정착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냈다. 성스러운 에 대한 정외심은 이제 토지 소유를 찬양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신들은 하늘의 주인이면서 동시에 대지의 주인으로 행세하게 되었다.[38]

 

그로부터 1천년 후, 자신들의 요구에 좀 더 효율적으로 부응할 수 있는 종류의 짐승을 만들어 냈다. 이렇게 볼 때 정착이란 결국 사냥꾼이 만들어낸 개면이라고 할 수 있다. 같은 이치로, 농업 또한 유목민들의 발명품이며 목농주의란 결국 농부들이 만들어낸 습관이라고 할 수 있다.[38]

 

문자가 발명됨으로써 지식을 축적하고 전달하기가 훨씬 수월해졌다.[40]

 

<제국 시대>

 

지금으로부터 6천년 전, 성스러운 것에 대한 경외심은 힘 앞에서 서서히 사그라졌다. 종교가 군대에게 자리를 양보한 것이다. 인간의 노동은 폭력에 의해서 강요되었다.[40]

 

각 왕국과 제국이 우두머리에게 황자이면서 동시에 사제, 전쟁 지휘자, 시간과 힘이 될 자격, 요컨대 신격이 부여되었다. 오직 우두머리만이 유일하게 식별 가능한 무덤을 세움으로써 죽은 후에도 자신의 자취를 남길 권리를 지니고 있었다. 그러므로 개인이라는 개념은 왕자들과 더불어 생겨났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자유에의 꿈을 일깨워 준 것도 역시 왕자의 독재였다.[41]

 

모름지기 제국이란 스스로 방어하고 남을 공격할 만큼의 잉여생산이 있고 이를 통제할 수 있을 때 뿌리를 내리게 된다. 그리고 전략적인 통로를 통제하는데 필요한 만큼의 잉여분을 축척하지 못했을 때 막을 내린다.[41]

 

또 하나의 획기적인 발명품인 쐐기문자의 출현은 인근 지역에서 탄생한 경전들 대다수의 모태가 된 길가메시 신화가 기록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같은 시기, 인도에서는 새로운 부류의 세계관과, 욕망을 거부하는 새로운 윤리관을 기록한 위대한 문학작품 우파니샤드가 씌었다. 이처럼 현대 세계를 상징하는 두 개의 대표적인 세계관이 이미 이 시대에 선을 보인 것이다.[42]

 

모든 문명들은 공통적으로, 강제적인 힘을 동원해서 잉여물을 자기 소유로 삼는 정치적 행위를 주축으로 이루어졌다.[42]

 

 

2장 자본주의의 짧은 역사

 

미래가 우리에게 얼마나 큰 경이로움을 선사할지 이해하고 싶다면, 그에 앞서서 과거가 우리에게 제공하는 경이로움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만 가능한 것과 변화하는 것, 변하지 않는 것들을 집중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과거를 안다는 것은 역사가 지닌 무한한 잠재적 가능성에 대해 확실하게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46]

 

기원전 12세기, 지중해 연안 제국들 사이의 틈새를 뚫고 최초의 시장, 최초의 민주주의가 싹텄다. 시장과 민주주의는 그로부터 2천 년 후 상업적 체제를 형성하게 된다. 우리는 지금도 그 체제 속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상당히 오랜 기간 그렇게 살 것이다.[46]

 

하지만 이제부터 역사의 도도한 흐름은 제국의 흥망이 아닌 다른 곳, 즉 개인적인 체제, 인권을 절대적인 이상향으로 삼는 체제 안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이 체제는 앞서 존재한 다른 어느 체제보다도 확실하게, 스스로 세운 이상향을 쉴 새 없이 바꾸어 가면서 지속적으로 부를 생산할 것이다.[47]

 

<그리스-히브리적 이상 : 새로움과 아름다움>

 

창조적인 지중해 지역의 세 부족(그리스인, 페니키아인, 히브리인)들은 다른 무엇보다도 이간의 삶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들은 역사상 최초로 물질적인 부를 축척하는 일이 신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길이라고 믿었다. 이 이상은 후에 서구의 이상, 더 나아가서는 모든 상업적 체제의 이상이 되어 오늘날까지 지속되어 왔으니, 이것이 이른바 ‘그리스-히브리적 이상’이다.[48,,49]

 

기원전 1100년경 이집트 생활을 청산하고 고향을 돌아온 유대인들은 자기들을 통치할 판관을 선출했다. 이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아테네의 상인들은 주변 농지의 지주들에 저항하여 자기들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오로지 자신들만을 위한 최소의 몇 가지 요건을 마련했다 이는 후에 민주주의와 화폐의 조석이 된다. 민주주의로 인하여 왕조 위주의 제국은 종말을 고하게 되며, 화폐를 발명한 덕분에 똑 같은 기준에 의거해서 모든 물건의 가치를 측정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민주주의와 화폐, 이 두 가지는 성직자와 군인에게 편중되어 있던 권력이 상인에게 넘어가는 결과를 초래한다.[50]

 

그리스-히브리적 이상은 이제 좀 더 명확해진다. 자유는 궁극적인 목표이며, 윤리적 규율을 준수하는 것은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 되었다. 개인적 자유와 상업적 체제는 이제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를 맺는다. 이 두 가지는 오늘날까지도 함께 발전하고 있다.[50]

 

아시아에서는 인간을 욕망으로부터 해방시키려고 하는 반면, 서구는 인간에게 자신이 가진 욕망을 자유롭게 실현하라고 부추긴다. 한쪽은 세계를 일종의 환상으로 생각하도록 가르치는 반면, 다른 한쪽은 세계만이 유일한 행동의 장이며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주장한다. 한쪽은 영혼의 윤회를 말하는가 하면, 다른 한쪽은 영혼의 구원을 이야기한다.[52]

 

당시 아무도 진지하게 고려 대상으로 생각지 않았던 작은 상업 도시는 이렇듯 내부에 폭발적인 에너지와 자유롭게 살고자 하는 욕망을 간직하고 있음을 보여 주었으며, 자기보다 훨씬 강한 세력에 대항해서 싸울 수 있음을 만천하에 알렸다.[53]

 

크리스트교는 스스로 전파한 교리와 철학에 힘입어 로마인들 사이에 점점 더 확산되어 갔다. 이런 상황에서라면 상업적 체제, 다시 말해서 자유와 개인주의가 후퇴하고 그 대신 박애와 평등, 비폭력, 검소, 겸손 등이 지배적인 가치관으로 부상했어야 옳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실제로 그 어떤 힘도, 종교적인 힘이건 세속적인 힘이건 자유를 구속하는 데 성공한 예는 없다.[57]

 

이 무렵 탄생한 최초의 은행가들은 모두 유대인이었다. 이는 유대교만이 유일하게 돈놀이를 허용하는 종교였기 때문이다.[60]

 

<시장, 도시, 국가>

 

중국과 이슬람이라는 두 개의 거대한 제국은 상업적 체제에 따르게 마련인 경쟁체제에 등을 돌렸다. 12세기 중반에 일어난 이 같은 사건들은 우리가 현재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앞으로 보게 되겠지만 우리의 미래에도 지속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세계 권력의 중심은 이제 크리스트교가 지배하는 유럽으로 옮아가기 시작했다. [64]

 

시장이 형성된 마을에서는 다른 곳에서보다 자유롭게 생각하는 것이 가능하다. 자신들의 고유한 자유를 최고의 가치고 여기는 상인들과 금융가들로 이루어진 새로운 지도계급이 형성되어 종교적,군사적 권력이 차츰 경제적 권력과 정치적 권력을 상실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65]

 

상인들로 이루어진 이 엘리트 계급은 이동과 창조의 자유, 지식을 배우고 배운 지식을 전달 할 자유, 재산을 불릴 자유를 확보함으로써 그리스-히브리적 이상을 한층 더 심화시킨다.[66]

 

자유, 다시 말해서 상업적, 정치적 자유는 다른 어느 때보다도 확실한 역사의 견인차 노릇을 한다.[66]

 

<한 ‘거점’에서 다른 ‘거점’으로>

 

상업적 체제는 돈이라는 한 가지 언어만을 사용한다. 그리고 매 순간 단 한가지 형태, 단 하나의 중심인 ‘거점’을 위주로 조직된다. 거점주변으로는 새로움과 발견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찬 창조적 계급이 모여든다. 이러한 상태는 전쟁 같은 위기 상황으로 인해 이 거점이 다른 거점으로 옮아갈 때까지 계속된다.[67]

 

자본의 축척은 하나의 도시, 즉 자본주의의 중심이 되며 자본주의를 조직하는 ‘거점’에서 이루어진다. 경쟁이란 언재나 전쟁을 내포한다. 따라서 시장과 민주주의, 폭력 사이에는 언제나 연결체가 생기기 마련이다.[67]

 

‘거점’이 ‘중간지대’와 ‘주변지대’를 통제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부를 조달할 여유가 있는 한 일종의 상업적 형태는 지속된다. 그리고 ‘거점’이 어떤 형태가 되었든, 각각의 ‘거점’은 지출 과다로 파산 지경에 이르면 경쟁자에게 자리를 내어 주게 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이 자리를 차지하는 경쟁자는 ‘거점’을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경쟁자가 아니라, 경쟁이 계속되는 동안 창조적인 계급, 새로운 자유, 새로운 잉여 수입원, 에너지나 정보통신과 관련한 신기술, 오래 지속되어 온 서비스를 대량생산 가능한 산업제품으로 대체하는 등의, 다른 종류의 문화와 다른 종류의 성장 동력을 창조해낸 제3자일 경우가 많다.[69]

 

역설적으로 제국주의 체제에서 상업적 체제로의 전환은 노마디즘으로의 회귀를 낳았다. 농부가 다시 유목민으로 바뀐 것이다. 노마디즘은 인류문화의 초석으로,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하여금 그 존재를 드러냈으며, 후에 알게 되겠지만 우리들의 미래에도 지대한 여향을 행사할 것이다.[70]

 

상업적 체제하에서 아홉 개의 형태가 차례로 이어져 내려왔다. 그 형태는 ‘거점’을 이루는 도시의 이름(브루게, 베네치아, 앤트워프, 제노바, 암스테르담, 런던, 보스턴, 뉴욕, 로스앤젤레스)에 따라 명명되거나, 대량소비제품으로 변해 간 서비스(식품, 의복, 금융, 운송수단, 가전제품, 통신 장비, 오락 장비)에 따라, 혹은 상품화를 확산시킬 수 있는 기술(선미재의 키, 쾌속범선, 인쇄술, 경리, 보급품 수송함, 증기기관, 내연기관, 전기 동력 장치, 마이크로프로세서), 지배적인 화폐(그로스, 뒤카, 굴덴, 제노비노, 플로린, 리브르, 스털링, 달러)에 따라 이름 붙일 수 있다.[70]

 

지난 7세기 동안의 경제, 기술, 문화, 정치, 군사, 역사는 세력을 잡은 자들이 ‘거점’이 되기 위해, ‘거점’으로 남기 위해, 혹은 ‘주변지대’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그것도 아니면 아예 상업적 체제를 벗어나기 위해 채택한 전략으로 설명될 수 있다. 이 역사의 흐름은 과거에 유효했던 법칙을 보여 줄 뿐만 아니라, 미래를 지배하게 될 법칙까지도 드러낸다.[70]

 

<브루게:상업적 체제의 전조,1200-1350>

 

14세기 초, 브루게는 새로운 체제인 상업적 체제가 만들어낸 최초의 형태인 자본주의의 거점이 되었다.[73]

 

<베네치아 :동북정복,1350-1500>

 

베네치아는 11세기말 십자군 원정 덕을 톡톡히 본다.[75]

 

베네치아 공화국은 터키의 위협으로부터 유럽을 지켜내는 최후의 보루였으며, 동방의 물건들이 북류럽으로 유입되는 데 있어 반드시 지나야 할 관문이었다. 베네치아는 터키의 그늘 아래서 터키와 유럽 사이의 무역을 장악했다.[76]

 

<앤트워프:인쇄술 전성시대,1500-1560>

 

앤트워프는 다른 지역으로부터 유입된 신기술을 산업적으로 이용한 최초의 도시였다.[85]

 

책은 대량생산이 가능한 최초의 유목민적 상품이 되었다. 인쇄술이 거둔 성공은 가히 놀랄 만한 것으로, 새로운 지도자 계급들은 이 인쇄술이 가져다주는 혜택, 즉 표현의 자유, 개인주의/합리주의의 발달, 그리스-히브리 이상의 확산 등에 목말라했다.[85]

 

수십년만에 인쇄술은 라틴어와 교회 중심으로 유럽을 통일하겠다던 바티칸과 로마 제국의 꿈을 무참하게 부숴 버렸다. [86]

 

 

프로테스탄티즘은 국가주의를 지지했으며, 국가 단위로 뿌리를 내렸다. 바야흐로 국가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86]

 

<제노바 : 투기의 기술,1560-1620>

 

14세기에 들어와 롬바드르 가문 출신 사람들은 은행가로 변신해서 마침내 이자를 받고 돈을 빌려 주기 시작했다. 이들의 권력은 회계를 조직하는 놀라운 수완에서 기인했다.[90]

 

스페인의 지배하를 받던 16세기 초엽을 지나 1560년경 유럽에서 제일가는 금융시장, 즉 당시 자본주의의 ‘거점’으로 발돋움한다. 금시장의 지배자였던 제노바 은행가들은 당시 통용되던 모든 화폐의 환율을 정하고 모든 군사 작전의 자금을 댔다.[91]

 

세상이 바뀌는 방식은 언제나 같다. 상업적 공간이 점진적으로 확대되고 그에 따라 산업화의 장도 넓어지고,     그렇게 되면 금융과 기술이 따라오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역학에 따라 새로운 부류의 창조적 계급, 즉 자유로우면서도 통제적인 집단이 광대한 농지와 해양산업지대를 배경으로 삼고 있는 현대적인 항구도시에서 해군력과 상인, 혁신가, 모험가들을 도시로 끌어들인다.[93]

 

<암스테르담: 보급품 수송함 제조 기술, 1620-1788>

 

17세기 초, 암스테르담은 선박의 거대한 생간 공장이자 매장이며 관리 보수 장소로 탈바꿈했다.[94]

 

1604년 주식회사라는 형태를 통해 육지에서의 각종 산업 계획에 필요한 자금을 모을 수 있으리라는 상상을 제일 먼저 한 곳이 바로 암스테르담이다.암스테르담이 취한 형태 역시 새로운 서비스를 산업화하여 대량생산하며, 강제 노동을 새로운 봉급생활자로 탈바꿈시켰다.[95]

 

암스테르담의 영화는 2세기동안 지속되었으며, 이는 인류 역사를 통틀어 가장 오래 지속된 상업적 체제라고 할 수 있다.[96]

 

<런던 : 증기기관의 위력,1788-1890>

 

1689, 런던 정치계에 한바탕 광풍이 불어닥쳤는데, 의회가 국사에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을 허락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네덜란드에서 처음으로 싹튼 현대 민주주의가 영국에서 공식적으로 탄생했다. 영국은 이제 시장 민주주의를 최초로 실행하는 나라가 된 것이다.[101]

 

1790년부터 1810년에 이르는 20년간 유럽대륙이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동안 런던 전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실력자로 자리 잡았다.[104]

 

이로써 어느 한 나라가 다른 한 나라를 전복시키려 하는 동안 시장은 제3자에게 권력을 넘겨준다는 이치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국가 간의 갈등이 이제까지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던 후계자 문제를 대번에 해결해 준다는 사실도 다시 한 번 입증되었다.[104]

 

<보스턴: 기계의 홍수,1890-1929>

 

에너지와 정보의 수송 방식은, 이미 그로 인하여 인류 역사의 흐름이 여러 차례 바뀐 경험도 있듯이, 이제 하나의 기계, 다시 말해서 개인적인 용도로 이용되는 대량 생산품으로 말과 마차, 역마차, 심지어는 철도의 대체물로 간주해야 한다.[113]

 

 보스턴은 미국식 자본주의 형태를 보여 주는 최초의 중심이 되었다.[114]

 

이 같은 변천사는 상업적 체제의 변천사와 완벽하게 들어 맞는다. 상업적 체제는 부종적 성향이 강한 과거 역사가 현재 또는 미래가 요구하는 이동성을 저지하지 않을 때에 확산된다. 또한 상업적 체제는 부르주아 계급이 귀족을 처형하거나 몰살 시키지 않고도 권력을 장악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확산된다.[115]

 

이제 세계 경제의 성장 동력은 미국에서 나왔고, 그 주인공은 자동차 산업과 석유산업이었다.[116]

 

<뉴욕 : 전자산업의 승리, 1929-1980>

 

이제까지 서비스 방식으로 (무료 또는 유료) 제공되어 온 노동을 대량생산 방식으로 제작된 기계로 대체할 수 있는 문화, 정치, 사회, 경제적 조건들이 갖추어졌음을 전제로 한다.[120]

 

상업적 체제가 여덟 번째 맞이한 위기는 위기임이 확실하게 인식되기도 전에 이미 해결책을 찾았다. 19세기 말부터 이미 적극적으로 전기가 활용되고 있었기 때문이다.[121]

 

전기 모터 덕분에 뉴욕은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도시로 성장했다. 새로운 소비재들이 시장경제의 변화를 가속화시켜, 개인적 자유의 또 다른 이름인 노마디즘 방향으로 돌아갔다.[125]

 

특히 일본은 전 세계의 엘리트들을 일본 영토로 끌어들이지 못했으며, ‘거점’이 되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개인주의를 진작시키지도 못했고, 결정적으로 승전국 미국의 손아귀를 벗어나지도 못했다.[129]

 

<로스앤젤레스 : 캘리포니아식 노마디즘, 1890~?>

 

1973년부터 사무실에서 컴퓨터가 천공 장치를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서비스 부문과 산업부문에서의 생산성을 눈에 뛰게 끌어올렸다. 이것이 바로 ‘사무 자동화’의 시작이다. 이런 신기술들은 특히 금융업무의 산업화를 가능하게 만들었다.[132]

 

다시 한 번 말하건대, ‘거점’은 예외 없이 서비스(아홉 번째 거점의 경우, 금융과 행정업무)를 산업화함으로써 세력을 거머쥐게 되었다. 미래 학자들의 예언과는 달리, 미래에는 서비스 위주의 사회가 도래하는 것이 아니라 포스트 산업화 도시, 즉 서비스 위주의 도시와는 오히려 정반대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 도시들, 다시 말해서 서비스를 산업화하는 도시들이 등장하는 것이다.[132]

 

이와 동시에 새로운 노마디즘을 상징할 만한 두 개의 새로운 도구도 선보였다. 바로 휴대폰과 인터넷이다. [134]

 

인터넷은 또한 금융서비스도 가속화시킨다. 인터넷 덕분에 금융경제와 실물경제 사이의 비율은 대폭 증가했다. 보험시장 또한 인터넷 덕분에 엄청나게 성장했다. 보험은 주요 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주요 위험 요소를 미리 예방함으로써 금융체계 전체의 성장을 가속화했다.[138]

 

어찌 되었든 미국은 성장과 고용, 생산성, 창업 등의 여러 분야에서 자신을 끌어 온 동력, 즉 개척자 정신을 재발견해서 나날이 상승 무드를 타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 성장한 오락, 영화, 음악, 정보통신 등의 문화는 유목민적 상품이라는,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개념의 물품에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가고 있다.[139]

 

민주주의란 시장 경제의 지원 없이는 존재할 수 없음을 깨닫데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했다는 말이다.[140]

 

경제적으로 상당한 통합을 이룬 유럽은 이러한 통합을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점차 기반을 잃어가고 있다. 경쟁력이 감소하고, 역동성이 둔화하며, 인구는 노화하고 있는 현상이 바로 그 같은 우려를 현실로 보여주고 있다.[142]

 

한국은 세계의 다른 지역에 비해 광섬유를 이용한 초고속망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다. 독자참여적인 언론을 주도하여 가장강력하고 영향력 있는 언론중의 하나로 성장한 오마이 뉴스등과 더불어 멀티미디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144]

 

<마지막의 시작>

 

이미 아홉 번째 형태의 종말이 점쳐지기 시작했다. 그보다 앞선 형태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미 오래 전부터 그랬다. 우선 상업적 체제는 자신의 내부에 무수히 많은 모순을 안고 있다.[146]

 

팽창 지향적이고 과도하며, 무제한적이고 통제 불능인 미국 금융체제는 이미 산업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수익성을 요구한다..[146]

 

한편, 미국에서 제일 부자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의 소득 격차는 점점 커져 간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에도, 빈부격차는 점점 극단화되는 추세다. 1950년에는 세계 인구의 절반(12억명)이 하루 1달러로 생활하는 절대적 빈곤층이었으나, 2006년에 들어와서는 인류의 절반이 하루 2달러(새롭게 정한 극빈층 기준)미만으로 생활하며, 13억 명을 1달러도 못 되는 돈으로 생활한다.[148]

 

세계 농업은 지지부진 상태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반면, 인구는 점점 빨리 증가하고, 따라서 기아에 허덕이는 사람들도 늘어 간다.[149]

 

그뿐 아니다. 폭력의 발생률도 전혀 저하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비록 드러내 놓고 전쟁을 선언한 적은 없으나 냉전 형식으로 진행된 동서 간의 분쟁은 남북 간의 격차를 백일하에 드러냈다. 내란은 발칸 반도에서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에서 중동 지역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도처에서 끊이지 않고 발생한다.[151]

 

상업적 체제의 아홉 번째 형태는 슬슬 자취를 감추고 열 번째 형태가 모습을 드러낼 것이며, 그 과정에서 지정학적경제적기술적문화적 동요를 겪게 될 것이고, 새로운 ‘거점’이 형성될 것이며, 그러면 자연스럽게 패배자들이 양산될 것이다.[153]

 

 

3장 미국이라는 제국의 종말

 

앞에서도 보았듯이 기나긴 인류의 역사는 몇 가지 아주 단순한 법칙을 따르고 있다. 민주주의와 시장이 출현한 이래로 모든 진화는 한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요컨대 세기를 거듭할수록 정치적 자유가 일반화 되며, 욕망이 상업화한다는 사실이다. 세기를 거듭할수록 시장 민주주의의 총집합체는 하나의 임시 ‘거점’을 중심으로 하여 점점 더 거대해지는 하나의 시장으로 모여든다.[158,159]

 

‘거점’이 되기를 원하는 도시 또는 지역은 당대에서 가장 거대한 통신망의 중심이 되어야 하며, 거대한 농업제조업 배후지를 확보해야 한다. ‘거점’은 새로운 창조적 계급이 제안하는 프로젝트를 실현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충분히 제공할 수 있을 정도로 실권 있는 은행기관을 설립할 수 있어야 하며, 신기술을 이용하여 당대에 가장 복잡하고 성가시다고 여겨지는 서비스를 대량생산 가능한 상품으로 제조해낼 수 있어야 한다. ‘거점’은 또한 정치사회문화군사적인 면에서 적대적인 소수자들을 제어할 수 있어야 하며, 통신망과 원자재들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159]

 

그러나 현재의 자본주의는, 과거에 존재했던 상업적 형태에서와 같은 이유로,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 우선 안전이 보장되지 않으며, 창조적 계급은 더 이상 하나의 ‘거점’에 충실하지 않고, 산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의 진보는 더디다. 따라서 ‘거점’의 산업은 수익성이 점점 떨어지며, 투기자본이 점점 극성을 부린다. [159]

 

<아직도 오래도록 번성할 아홉 번째 형태>

 

미국이 요즘처럼 확실하게 군사, 정치, 경제, 문화 모든 면에서 세계를 지배한 적도 없다. 더구나 실질적으로 미국에 견줄만한 경쟁 상대가 유럽이나 아싱, 그 외의 다른 어느 지역에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결과적으로 2025년 까지는 세계에서 제일가는 부자들과 세계의 주요 은행들은 여전히 미국의 달러를 가장 확실한 경제. 정치. 금융적 피신처라고 여길 것이다. 로스앤젤레스는 계속해서 미국의 문화, 기술, 산업 중심지로 기능할 것이다. [161]

 

일본, 중국, 인도, 러시아, 인도네시아, 한국,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멕시코, 이렇게 11개 나라가 새로운 경제적정치적 세력으로 부상할 것이다. 이들 ‘일레븐’보다 한 단계 밑에서 매우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하는 다른 나라들은 아직도 미흡한 제도적 장치 때문에 곤란을 겪을 것이다.[164]

 

세계는 아시아가 지배할 것이다. 세계 무역의 3분의 2는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이루어질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정도만 지나면, 아시아의 생산량은 전 세계 생산량의 절반을 넘어설 것이다.[165]

 

중국은 2025 135천만 인구와 더불어 세계 제2의 경제 세력으로 자리를 굳힐 것이다. 현재의 리듬대로라면, 중국의 GNP 2015년에 일본의 GNP, 2040년에 미국의 GNP를 넘어서게 될 것이다.[165]

 

2025년 무렵, 집권 73년째를 맞는 중국 공산당은 어떤 방식으로든지 사라져 갈 것이다. 중국이 통일성을 유지하는 데 성공하지 못한다면(사실 그렇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은 범지구적 트렌드가 될 국가 해제 움직임에 동참하게 될 것이다.[167]

 

인도는 2025년에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14억명) 나라가 될 것이며, 경제력 면에서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계 제3위로 올라설 것이다. 인도의 경제성장률은 2010년 이후 중국의 성장률을 앞지르겠지만, 1인당 총생산은 인구 증가로 말미암아 중국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게 될 것이다.[167]

 

한편 일본은 지속적으로 노화할 것이며, 앞으로도 오래도록 세계 최강 대열에 속할 수 있는 막강한 경제력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인 부가 계속 감소될 것이다. 외국인을 1천만 명쯤 받아들이거나 국내 출산율을 획기적으로 높이지 않는 한, 일본의 인구는 계속 감소할 것이다(일본 인구는 이미 감소하고 있다). [168]

 

‘일레븐’에 속하는 나라들 중에서는 한국이 아시아 최대의 경제국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한국의 1인당 총생산은 지금부터 2025년까지 2배로 증가할 것이다. 한국은 경제, 문화의 새로운 모델로 각광받을 것이며, 한국의 기술력과 문화적 역동성은 전 세계를 놀라게 할 것이다. 한국이 이 같은 성공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두 개의 재앙 시나리오를 슬기롭게 피해 갈 수 있어야 한다. 두 개의 재앙 시나리오란 첫째, 북한의 갑작스러운 체제 붕괴로 말미암아 예상보다 통일이 앞당겨짐으로써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이 발생할 경우다. 둘째, 십중팔구 북한 체제가 붕괴에 앞서 최후의 수단으로 핵무기를 통한 무력 전쟁을 도발할 경우로서, 이 경우 반세기 동안 이룩한 경제 발전의 신화는 허무하게 사라져 버릴 수도 있다.[169]

 

이상에서 종합해 보자면, 지속적인 세계 경제성장과 더불어 세계화는 가속화될 것이며, 시간을 상품화하는 추세 또한 강화될 것이 확실하다.[173]

 

<시간의 상품화>

 

이제 인간의 시간은, 이제까지는 자의에 의해서건 타의에 의해서건 무료로 제공되던 서비스를 대체하는 상품을 만드는 곳에 투입될 것이다. 이를 테면 전 세계적으로 모든 산업은 세계화의 추세를 거스르지 못할 것이며, 국경은 도처에서 밀려오는 자본과 상품에 점점 더 개방되지 않을 수 없다.[174]

 

각 분야에서 혁신의 속도는 빨라질 것이다. 지식은 오늘날보다 더 확실한 자산으로 가능하지만, 끊임없이 계속 되는 혁신으로 인하여 지식의 변호 속도 또한 엄청나게 빨라질 것이다.[175]

 

현역에서 은퇴하는 연령은, 육체적으로 고통스럽지 않으며 스스로에게나 타인에게나 위험이 되지 않는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70세까지 연장될 수도 있다. 최고 연장자들은 후견인이나 지식의 전수자 또는 교육자로 기능하게 될 것이다.[175]

 

노동과 소비, 이동, 오락, 교육 사이의 경계가 희미해져서 이들을 구분하기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맞춤 상품’을 실시간에 공급하는 것이 대세로 자리 잡게 됨에 따라, 소비자들은 기업의 상품계획에서 점점 더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175]

 

도시 사람들의 점점 도심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살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이 같은 유목적 생활을 조직화시켜 줄 수 있는 새로운 직업들도 생겨나게 될 것이다.[176]

 

속박당한다는 두려움 내지는 집착을 피하기 위해 무관심을 가장하는 것이 오히려 서로를 매혹하는 수단으로 발전할 것이다. 개인, , 독립성의 옹호, 개인주의의 강조 등을 말미암아 에고, 곧 자기자신이 전대적인 가치로 추앙 받게 된다.[176]

 

관광은 침묵과 명상을 주제로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177]

 

새로운 유형의 소유권이 발명될 것이다. 이 소유권은 어느 하나의 구체적인 장소가 아닌 각기 다른 장소에서 정해진 품질과 정해진 넓이의 주거 공간을 제공한다. 좀 더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소유에서 이용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특히 정보의 비물질화 현상이 가속화됨에 따라 자료의 소유에서 자료의 이용으로의 전환이 용이해지며, 이로써 문화, 교육, 정보로의 접근성이 훨씬 높아진다. 따라서 지적 재산권은 점점 더 보장받기 어려워질 것이다.[178]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민간 보험회사를 선택할 것이며, 따라서 민간 보험회사들은 사회보장을 해 주는 국가보다 점점 더 큰 위력을 갖게 될 것이다.[178]

 

두 가지 종류의 산업이 상품화된 시간을 지배적으로 경영하게 될 것이다. 바로 보험산업과 오락산업이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한편으로는, 불안정성을 덜기 위하여 각 개인은 여유를 갖고 여가를 즐기고 싶어 할 것이다..[179]

 

모든 기업, 모든 국가들은 앞으로 보호와 오락이라는 두 가지 원칙에 입각하여 재편성될 것이다. 자신을 보호하고 세계에 대한 공포로 인하여 발생하는 긴장감을 해소하기 위하여.[180]

 

<유비쿼터스적 유목>

 

2030년이 되기 전에 거의 모든 사람들이 어느 곳에 있든지 이동 가능하거나 고정된 초고속 통신망을 통해 정보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누구나 유비쿼터스적 유목 상황에 놓이게 된다.[180]

 

콘텐츠 소유자들(출판인, 음악인, 영화인, 작가, 기자, 교수, 배우, 프로그래머, 제품 디자이너, 의상 디자이너)은 자신들의 지적 재산권에 대해 독점적인 권리를 지속적으로 인정받기 힘들게 될 것이다. 따라서 창작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작품에 대해 로열티와 광고 수입을 지불해 주는 특정 디지털 구조물을 통해 대가를 지급받게 될 것이다.[182]

 

2030년이 되기 전에 종이로 된 대부분의 미디어, 특히 일간 신문들은 가상공간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들 미디어들은 미국의 마이스페이스, 한국의 오마이뉴스, 프랑스의 아고라복스처럼 점점 더 실시간 적이고 점점 더 공동체적인 맞춤형 소식들을 커뮤니티에게 공급하게 될 것이다. 전문기자들과 더불어 일반 시민들이 뉴스와 오락물 제작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것이 가능해진다.[182]

 

전통적인 언론매체, 라디오, TV와 ‘뉴 미디어’사이의 구분이 점점 더 모호해지면서 경계가 허물어질 것이다. 기존의 미디어는 생존을 위해서 무료 미디어, 참여적 미디어, 고도로 전문화된 미디어를 지향하는 이 같은 대세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183]

 

2030년이 되기 전에, 기존의 모든 매체와 모든 유통구조를 혼합하는 새로운 형태의 예술작품들이 선보이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회화와 조각, 영화와 문학 등 장르의 구분은 무의미해지며 경계 또한 불투명해질 것이다.[184]

 

놀이와 게임은 창작하고 상상하며 정보를 제공할 뿐 아니라, 교육하고 감시하며 자신감을 고취시키고 공동체 소속감을 고양시키는 보편적인 방식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184]

 

이처럼 누구나 공간과 시간 속에서 연결이 되어 있으므로, 유비쿼터스적 유목 환경은 2030년 무렵 극단적이 감시체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185]

 

<노화하는 세계>

 

요즘의 추세가 내내 지속된다면, 선진국의 평균수명은 2025년에는 90세 이상으로 늘어나며, 그 후 곧 100세까지도 도달할 것이다. 아울러 자유의 확대, 특히 여성들의 자유 신장과 더불어 출생률은 계속 저하할 것이며, 이는 적지 않은 나라에서 세대교체가 불가능해짐을 의미한다. [186]

 

노인들은 특별한 제춤(화장춤, 다이어트 식품)이나 노인들이 특별히 필요로 하는 서비스(병원, 의료진이 상주하는 요양원, 간병인, 양로원)들을 대량으로 소비하게 될 것이다. 누구나 할 것 없이 점점 더 많은 양의 약품과 의료 서비스를 소비하게 될 것이며, 따라서 전 세계적으로 의료비 지출(보험 포함)이 현저하게 증가할 것이다.[186]

 

현직 근로자가 부양해야 할 퇴직 근로자의 비율을 현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세금을 더 걷거나 출생률을 높이고, 이도 저도 불가능하다면 이민을 받아들여야 한다. 외국인들의 유입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나라들은 머지않아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는 상황에 처할 것이다.[188]

 

이 같은 결과가 있기까지는 엄청난 규모의 인구 이동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며, 미국은 지구상의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이러한 움직임을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인구의 대이동은 도시의 엄청난 팽창이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확실하다.[188]

 

<내일이면 모두가 도시인>

 

도시의 팽창은 도처에서 기가 막힐 정도로 삽시간에 이루어질 것이다.[189]

 

한편 수천만 명의 퇴직자들은 기후가 온화하고 생활비가 적게 드는 곳을 찾아 일시적으로 혹은 결정적으로 이주하게 될 것이며, 아프리카 북부는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특히 선호하는 지역이 될 것이다.[195]

 

결국 지금으로부터 25년 후에는 해마다 5천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무슨 이유로든 삶의 터전을 옮기게 될 것이다. 10억 명 가량의 사람들은 자기가 태어난 곳 혹은 자기 부모가 태어난 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살게 될 것이다.[195]

 

<도저히 뛰어넘을 수 없는 희귀성>

 

2030년이 되기 전에 지구의 인구가 거의 2배로 증가하게 되면, 전연자원의 소비도 2배 증가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언젠가 모든 자원이 희귀해지고 고갈될 것이 확실하다지만, 그래도 21세기가 끝날 때까지 완전한 고갈 상태에 이르지는 않을 것이다.[196]

 

에너지 문제는 천연자원 문제보다 훨씬 심각하고 걱정스러운 문제임에 틀림없다. 에너지를 소비하는 현재의 리듬이 앞으로도 계속 유지된다고 가정할 때, 지금 보유하고 있는 매장량으로는 석탄 230, 천연가스 70, 석유는 50년 정도를 버틸 수 있다.[197]

 

방사능 폐기물 철 문제가 정치적으로 해결된 곳에서는 핵에너지를 사용하는 일이 증가할 것이며, 이렇게 되면 핵에너지 분야에서 안전 문제도 해결하고  대체 에너지로서의 경쟁력도 점차 강화될 수 있을 만큼 진보가 이루어질 것이다.[198]

 

에너지 부족을 피부로 느끼기 전에 보다 시급하게 극복해야 할 것은 바로 농업 생산품 부족과 숲의 고갈 문제이다. 18세기 이후 지구상에서는 유럽과 맞먹을 면적만큼의 숲이 사라졌다.[199]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이 증가하면 대기 온도 또한 높아지게 되는데, 이는 매우 주목할 점이다. 지난 10년이야말로 인류 역사상 가장 더웠던 10년이기 때문이다. (…) 사람이 살 수 없는 해안이 속출하게 될 것인데, 전 세계에서 가장 큰 10대 도시들 중에서 7개 항구이며, 지구 인구의 3분의 1이 해안에 모여 살고 있음을 고려할 때 이는 굉장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202]

 

가뭄은 또 다른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심각한 결과란 다름 아니라 식수로 쓸 물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말한다. 전 세계 물의 절반은 농업 산업화 혹은 도시 산업화로 인하여 심하게 오염되었다.[203]

 

결론적으로, 동물의 종류는 지구의 역사상 이미 두 번이나(우선 25천만 년 전에 한 번, 두 번째는 공룡들이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포유류가 등장할 무렵인 65백만 년 전) 그래 왔듯이, 90퍼센트 이상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생물체 종류의 절반 이상이 21세기가 끝나기 전에 멸종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이때 인간이 생존할 가능성도 확실하지는 않다.[206]

 

신기술은 무엇보다도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오물 처리를 원활히 하며 새로운 관점에서 도시와 교통을 생각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206]

 

< 유일한 희귀재로서의 시간>

 

도시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이동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진다. 누구나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인간을 노예화시키는 이동 시간은 동시에 소비와 노동의 시간으로도 활용된다.[209]

 

이처럼 동시에 여러 가지 작업을 수행함으로써 시간을 효율적으로 쪼개 쓰더라도 사람들은 절대로 모든 것을 다 읽을 수도 들을 수도 볼 수도 방문할 수도 배울 수도 없음을, 그렇게 할 시간이 없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미 7년마다 지식의 양은 두 배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 속도는 점점 빨라져서 2030년이 되면 72일마다 지식의 양이 두 배로 증가하게 될 것이다.[209]

 

우리는 시간이야말로 진정으로 유일한 희귀재임을 이해할 수 있다. 아무도 시간을 생산할 수 없으며, 아무도 자기가 가진 시간을 팔 수 없다. 그리고 아무도 시간을 축적할 수 없다.[209]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내재적인 기능, 즉 태어나고 잠을 자고 학습하며 몸을 관리하고 사랑을 나누며 모든 일을 결정하는 데 소비하는 시간을 최대한 줄임으로서 ‘선험적으로’ 도저히 뛰어넘을 수 없다고 여겨지는 이 시간이라는 장애물을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211]

 

<아홉 번째 형태의 상업적 체제의 몰락>

 

아홉번째 형태는 적어도 2025년까지는 아무 문제없이 농업의 발전을 지원하고, 첨단산업을 보호하고 욱성하며, 신기술을 발전시키고, 서비스의 생산성을 강화하고, 무기산업 체계을 현대화하며, 상업 지역을 보호하고, 천연자원 개발을 보장하며 전략적인 영향력을 유지시켜 나갈 것이다.[212]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2030년까지 해를 거듭하면서 아홉 번째 거점 역시, 여덟 개의 다른 거점이 그랬듯이, 위에서 말한 여러 난관, 즉 ‘거점’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문제들과 대면하게 될 것이며, 점점 더 많은 비용을 요구하는 이 문제들로 인하여 아홉 번째 형태는 서서히 쇠락하여 마침내 사라지게 될 것이다.[213]

 

금융, 정보, 오락, 교육이 집중된 인터넷으로부터 새로운 권력이 생성되어 미국의 정치, 문화적 권력에 대항하게 될 것이다. 그런 다음 나타나게 될 2차 도전은 가상 기업이 아닌 미국의 실제기업들이 미국으로부터 분리되는 양상으로 가시화될 것이다.[214]

 

미국 도처에서, 상업적 체제 속에서 봉급자들이 느끼는 좌절감은 점점 깊어질 것이다. 시장민주주의의 중추 역할을 담당하는 중산층은 자신들이 노동자 계급으로부터 신분적으로 상승하면서 벗어났다고 생각했던 불안정한 생활의 굴레 속으로 다시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215]

 

캘리포니아는 2030년 무렵이 되면 더 이상 창조적 계급을 품 안에 끌어안지 못할 것이고, 주요 산업 혁신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금융 중심 역할을 수행하지 못할 것이다. 상업적 체제의 아홉 번째 형태는 이렇게 해서 막을 내리게 될 것이다.[218]

 

<열 번째 형태의 상업적 체제는 가능한가?>

 

역사가 하나의 방향성을 가지고 계속된다면, 앞으로 30년 뒤 상업적 체제의 아홉 번째 형태가 내외부의 적들을 상대로 싸움을 벌이느라 지치고 과단한 나머지 사라지게 될 때, 다른 형태가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이 새로운 권력자는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내고 대륙들과 관계서 새로운 지정학적 위치를 점유할 수 있는 새로운 ‘거점’을 형성할 것이다.[219]

 

그 형태는 국가 간에 새로운 균형을 만들어 낼 것이며 풍습의 자유를 확대시킬 것이다. 열번 째 형태의 ‘거점’이 될 곳 역시 거대한 항구(혹은 공항)을 중심으로 펼쳐진 광대한 지역으로, 세계를 상대로 한 무역이 가능하도록 네트워크를 갖춘 곳이 될 것이다.[220]

 

미국은 더 이상 군사적으로나 재정적으로 혹은 정치적으로 ‘거점’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부담을 지지 않으려 할 것이다. 특히 미국은 자국 내에서 전쟁이 발발할 수도 있는 위험상황을 초래하려 들지 않을 것이며, 더 이상 세계를 경영하려는 욕심을 내지 않을 것이다. 이미 세계는 재정적으로나 군사적으로나 외교적으로 미국의 세력권을 벗어나버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여전히 초강대국으로 남을 것이다. 하지만 체념이나 의무가 아닌 자발적 선택에 의해서 미국은 지배적인 제국이나 상업적 체제의 ‘거점’이 되기를 거부할 것이다.[223]

 

아직은 요원해 보이는 유토피아(이 문제는 미래의 제3의 물결을 말하는 부분에서 다시 자세히 다루겠다)가 실현되기까지는 로스앤젤레스의 후계자가 될 도시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다시 말해서 뒤에서 언급하게 될 미래의 3가지 물결이 솟아오를 때까지는, 아마도 상업적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거점’이 별도로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229]

 

시장은 그 자체로서 충분히 힘을 지닐 것이며, 자료를 교류하는 데 드는 비용이 무시해도 좋을 정도로 줄어들기 때문에 세계를 지배하기 위해 창조적 계급이 굳이 같은 장소에 모여 살아야 할 필요도 없을 뿐 아니라, 새로운 산업은 수천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상업의 형태는 이제 ‘거점’ 없이도 별 탈 없이 운영될 것이다.[230]

 

 

4장 미래의 첫 번째 물결 : 하이퍼 제국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역사는 이제 범세계적으로 일반화된 시장과 각국의 국경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민주주의만을 기술할 뿐이라고 예언한다. 이 같은 예언을 하는 이들은 이러한 현상을 가리켜 역사의 종말이라고 표현한다.[232]

 

그러므로 이들의 견해에 따르면, 상업적 체제는 ‘다중심적’, 즉 몇 개의 지배적인 세력권을 중심으로 해서 점차 시장 민주주의가 확대되어 가는 형태를 취하게 될 것이다. 2025년에서 2035년 사이에 아홉 번째 형태가 사라지면서 하나의 절대 권력자가 아니라 몇 개의 상대적인 권력자들에 의해 조정되는 새로운 세계가 펼쳐질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이러한 상태가 오래 계속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233]

 

이와는 다른 세계, 요컨대 역사의 도도한 흐름을 이어받은 세계, 즉 민주주의를 배제한 시장이 뿌리를 내리게 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2050년 무렵, 시장의 압력이 거세지면서 신기술로 무장한 새로운 체제가 전 지구적 규모로 성장한 시장을 중심으로 통합될 것이며, 그 때가 되면 국가란 이미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바야흐로 내가 하이퍼 제국이라고 부르는 새로운 세상이 시작되는 것이다. 하이퍼 제국은 우선 공공 서비스를 파괴하고, 뒤이어 민주주의와 정부조직, 국가의 구분을 차례로 파괴할 것이다.[233]

 

하이퍼 제국은 부분적으로 미국식 가치를 고수할 것이다. 이 하이퍼 제국이 추구하는 소비재는, 뒤에서 다시 보겠지만, 대부분 유목민적 상품의 연장선상에 놓일 것이다. 문화(혼합형)나 생활방식(불안정), 가치관(개인주의), 이상향(자기도취적) 등에 있어서도 다를 바 없다. 미래의 세 가지 국면은 이런 식으로 시작하게 될 것이다. 그런 다음에 극도로 격렬한 일련의 전쟁이 시작되어 하이퍼 분쟁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이어서 하이퍼 제국과 하이퍼 분쟁으로 인한 실패에 당면하여 새로운 가치가 부상하게 되어, 세계적인 차원에서 민주주의와 시장 사이에 다시금 균형이 생겨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전 지구적 하이퍼 민주주의하고 할 수 있다.[234]

 

<시장민주주의의 확산: 다중심적 세계>

 

전 세계적으로 점진적이면서 암묵적이고 혼란스러우면서도 돌이킬 수 없는 변화, 즉 시장이 확산되고 그 뒤를 이어 시장 민주주의가 확산되는 현상, 다시 말해 시장민주주의가 확대되어 갈 것이다.[234]

 

뒤늦게 시장민주주의의 권역에 들어선 나라들은 앞선 다른 나라들이 그랬던 것처럼 종교와 분리된 헌법과 의회, 정당, 사법제도, 인권을 존중하는 경찰, 정보 제원의 다원화를 쟁취해야만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235]

 

이들 미래의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과거의 민주주의 체제에서도 그랬듯이, GNP에서 점점 더 많은 부분이 공공 예산과, 건강 악화와 노화로 인해 발생할 위험 부담을 공동으로 짊어지는 공적,사적 보험으로 흘러 들어갈 것이다.[236]

 

상업적 체제는 시장민주주의의 한 부분처럼 공존할 것이며, 세계는 대륙마다 여러 개의 중심 세력이 형성되는 다중심적 세계로 재편될 것이다. 미국과 브라질, 멕시코, 중국, 인도, 이집트, 러시아, 유럽연합 등이 중심 세력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다중심적 체제는 결코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시장이란 본질적으로 정복을 지향한다. 따라서 영역을 한정 짓거나 남과 공유하고 정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시장의 본질에 부합하지 않는다. 시장은 국가 간의 평화조약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시장은 본질적으로 국가에 의해 운영되기를 거부한다. 시장은 머지않아 모든 공공 영역까지도 자기 영역으로 만듦으로써 정부(다중심적 체제의 중심에 있는 국가라도 예외일 수 없다)를 속 빈 강정으로 만들어 버릴 것이며, 이렇게 되면 국가주권이라는 개념도 허울 좋은 명분에 불과할 뿐이다.[237]

 

현재로서는 대부분 공공기관에 의해서 제공되는 교육과 의료, 국가주권을 행사하는 것과 관련된 공공 서비스 등이 더 이상 완전히 공공 영역에 속하지는 않게 될 것이며, 그 결과로 인해 의사, 교수, 이들의 뒤를 이어 판사, 군인들이 민간 부문의 봉급생활자로 바뀔 것이다.[238]

 

그렇게 되면, 지금도 벌써 그런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시장 민주주의와 시장 사이의 주도권을 놓고 지정학적인 전투가 격렬하게 벌어질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겠지만, 이 전투는 결국 미국식 자본주의의 승리, 요컨대 민주주의에 대한 시장의 승리로 귀착될 것이다.[238]

 

<국가의 대체물 :하이퍼 감시로부터 자율 감시로>

 

시장은 공공부문이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 즉 교육이나 의료, 환경, 국가주권 등의 영역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2040년 무렵이 되면 사회 다방면에 걸쳐 본질적인 변화가 시작될 것이며, 이로 인하여 시장민주주의를 조직하고 운영하는 경비는 대폭 줄어들고, 산업체는 수익성을 회복할 것이다. 국가의 역할은 점진적으로 약해지다가 거의 사라질 것이며, 다중심적인 체제는 서서히 붕괴될 것이다.[241]

 

이때 등장하게 되는 새로운 상품들이란 주로 감시용 상품들이 될 것이며, 이들 상품은 내가 ‘감시자의 기능’이라고 부르는 국가의 수많은 기능을 대체하게 될 것이다. 교육, 의료, 국가의 주권과 관련된 서비스는 이렇듯 대량생산 가능한 상품들에 의해서 점진적으로 대체될 것이다.[241]

 

하지만 이 모든 서비스들이 국가와 민족을 구성하고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서비스들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이 같은 변화로 말미암아 개인과 집단이 정체성이나 인생관, 국가주권, 지식, 권력, 문화, 지정학 등과 맺고 있던 관계는 필연적으로 심각한 변화를 맞게 될 것이다. (…) 시장의 법칙이 민주주의의 법칙보다 우위에 서기 시작하면, 교육, 의료, 치안 같은 공공 서비스는 민간 기업과 경쟁을 벌이게 된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사법체제와 국가주권 관련 서비스도 마찬가지로 민간 업체와의 경쟁체제에 돌입한다.[242]

 

노화와 도시 팽창, 생태계 파괴로 인한 재앙, 테러행위 등으로 인해 위험 요소가 증가하게 되면, 보험금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커질 것이며, 그와 반대로 의무적 원천 징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감소할 것이다. 보험회사들이 경제적인 면에서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기업이든 개인이든 각각의 당사자들이 규범을 준수하는 지 여부를 제3자가 감시하도록 하는 데 합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감시’, 이 말은 앞으로 다가올 미래 사회의 키워드가 될 것이다.[245]

 

언젠가는 하이퍼 감시가 출현할 것이다. 신기술의 발달로 상품의 전 유통과정, 각 개인의 이동 경로 등이 백일하에 드러나게 될 것이며, 이는 조금 더 먼 미래에는 군사적으로 지극히 중요하게 응용될 것이다. (…) 숨길 수 있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게 될 것이다. 이제까지는 사회생활을 지탱하는 묵계처럼 인식되어 왔던 조심성이나 비밀 엄수, 프라이버시 등이 더 이상 설 자리가 없게 되어 버리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모든 사람들에 대해서 모든 것을 아는 세상이 도래하는 것이다.[246]

 

시간이 조금 더 지나 2050년 무렵이 되면, 시장은 원격 감시를 조직하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이제는 원격 감시가 아닌 자가 감시에 필요한 상품들이 대량으로 생산되어, 자기 자신이 규범에 맞춰 생활하는지를 스스로 감시하게 될 것이다. 요컨대 자가 감시기가 출현하게 된다는 말이다.[247]

 

좀 더 먼 미래에는 신경과학의 발달로, 오로지 정신 활동만으로 외부에 위치한 데이터 뱅크에서 원하는 정보와 지식을 찾아볼 수 있게 되며, 따라서 정보와 지식을 기억 속에 저장할 필요도 없게 될 것이다. [250]

 

<국가의 해체>

 

본질적으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시장은, 본질적으로 한 지역에 국한될 수 밖에 없는 민주주의의 법칙을 서서히 무시하게 될것이다. 기업들도 기업활동에 적용되는 세법이나 권리 또는 의무가 자기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되면, 언제라도 기업의 의사 결정 본부를 다른 곳으로 옮겨 버릴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가는 법인이나 창조적 계급에 부과하던 세금을 대폭 내림으로써 경쟁력을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쓸 것이고, 이는 국가 재정 수입의 점진적인 감소로 이어진다.[253]

 

2050년 무렵이면(어쩌면 그보다 더 빠를 수도 있다), 국가는, 1천 년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국가를 포함하여 모두 서서히 해체되기 시작할 것이다. 좌파 우파 할 것 없이 그 어느 정당도 교육이나 의료, 치안, 보험 등이 점진적으로 민영화되는 흐름을 막을 수 없으며, 이러한 서비스들이 대량으로 생산되는 대세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254]

 

시민들의 창의력과 사회적 동화, 이동성을 인정하고 이를 장려한 국가만이 살아남을 것이다.하이퍼 제국의 도래와 더불어 우리는, 과거 상업적 체제가 태동할 무렵처럼, 도시국가로의 회귀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256]

 

<확실하게 상품화된 시간>

 

자본주의는 이제 막바지로 치닫는다. 자본주의는 자기와 다른 입장에 있는 생각은 가차 없이 파괴해 버린다. 자본주의는 세계를 국가와 무관하고 ‘거점’의 의무로부터도 벗어난 거대한 시장으로 바꾸어 놓는다.[258]

 

이 하이퍼 제국은 완전히 자유분방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 안에 몸담고 사는 사람들을 극단적으로 소외시키는 속성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자본주의는 시장이 생겨나면서부터 추구해 온 것, 즉 삶의 매 순간을 상업적 가치를 지닌 무엇인가를 생산하고 교류하며 소비하는 기회로 보는 관점을 완성시킨다.[258]

 

인간은 고독하면 고독할수록 허전함과 고독감을 메우기 위해 점점 더 소비를 늘리고, 점점 더 스스로를 감시하며, 점점 더 오락을 추구할 것이다.[259]

 

하이퍼 제국의 시민들에게는 이들을 구속하는 아무런 사회적 계약이 없다. 유비쿼터스적 유목 환경 속에서 인간은 세계를 자기를 위해서 존재하는 전체, 보험회사가 자신의 개인적인 행동에 부과한 규범을 준수하는 한도 내에서는 자기 마음대로 행동해도 좋은 공간으로 인식한다. 따라서 개개인은 타인을 자신의 행복을 얻는 데 필요한 도구, 자신이 즐거움이나 돈 혹은 그 두 가지 모두를 얻기 위해 이용해도 좋은 수단으로만 간주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을 걱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260]

 

어린 나이 때부터 고독이 시작될 것이다. 생물학적 부모이건 양부모이건, 좌우지간 부모라고 하는 사람들에게 자녀들을 키우면서 오래도록 존중하고 사랑하라고 강요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노인들은 수명이 늘어난 만큼 과거의 노인들에 비해서 점점 더 오랫동안 고독과 씨름해야 하며, 살아 있는 사람들 중에서 아는 사람이라고는 거의 한 명도 없는 상황에 봉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고독을 이기기 위하여 사람들은 나이를 막론하고 다른 사람과 한 지붕에서 살거나 재산, 혜택을 공유하거나, 혹은 함께 전투를 치르거나, 놀이를 즐기려고 할 것이다. 이들을 자가 감시기와 치료 약물을 고독의 대체물로 사용하게 될 것이다.[261]

 

<유목 기업>

 

‘부족’들이 지속적으로 모인 형태의 기업은 첫 번째 부류의 기업보다 훨씬 드물 것이고, 서커스나 영화 스튜디오를 모델로 조직될 확률이 높다. 다시 말해서 하나의 이름, 하나의 역사, 하나의 프로젝트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이어져 나가는 형태가 될 것이다. 이들 기업은 본질적으로 유목민적 파트너들로 이루아진 하나의 네트위크라고 말할 수 있다.[263,264]

 

앞으로 약 50년 후, 또는 그보다 앞서서 보험회사들은 주요 기업들을 장악하게 될 것이며, 자기들이 마련한 규범을 각 국가에 강요할 수 있게 되며, 사설 용병들이 국가의 군대를 대체하고, 기업이 만들어낸 화폐가 각국의 주요 화폐를 대체하게 되면, 하이퍼 제국이 승리를 거두었다고 간주해야만 할 것이다.[267]

 

세계의 시장화, 즉 세계화가 빚어낸 모순에 대한 반작용으로 비영리 법인들(관계 위주의 기업들)이 출현해서 국가가 수행하지 못하는 몇몇 기능들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268]

 

<하이퍼 제국의 세력자, 하이퍼 유목민>

 

하이퍼 유목민들은 수천만 명의 남자와 여자들로서, 이들의 대부분은 스스로가 자신의 고용주이며 피고용인이다. 이들은 이 ‘극단’에서 저 ‘서커스단’으로 옮겨 다니면서 가차 없이 경쟁을 벌인다. 이들은 매우 선별적인 경쟁을 통해서 새로운 창조적 계급, 즉 하이퍼 계급을 형성하며, 이들이 하이퍼 제국을 움직인다. 이들은 다중심적인 세계의 모든 중심에서 활동한다. 이들은 자신들의 자본과 창작품, 자신들이 만들어낸 소프트웨어와 특허권, 자신들의 기술과 재주, 자신들이 창조해낸 예술품들과 수입을 권리로 보호해야 할 것이다.[269]

 

이들에게 학습이란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필요조건이며, 호기심은 절대적 요구 사항, 대중들의 심리 조작은 익숙한 습관이 될 것이다.[270]

 

하이퍼 유목민들은 불안정하고 무관심하며 이기적이고 임시적인 범지구적 사회 속에서 최고의 것과 최악의 것을 동시에 만들어내는 사람들이다. 이들 하이퍼 유목민들에게 있어서 부부는 더 이상 생활의 토대가 되는 단위가 아니다. 이들은 완벽하게 투명한 가운데, 일부다처제 혹은 일처다부제의 형태를 빌려 여러 명의 파트너를 동시에 사랑할 수도 있을 것이다.[271]

 

다른 사람들보다도 유난히 뻔뻔스럽고 신랄한 일부 하이퍼 유목민들은 해적 경제를 운영하며 이들 기업의 책임자가 되기도 할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미래의 두 번째 물결의 주역들이 될 것이다.[272]

 

반면, 이와는 반대로 범지구적인 위기의식을 첨예하게 느끼는 자들도 생겨날 것이며, 이들은 일단 재산을 모으게 되면, 인도주의적 활동에 투신하기도 할 것이다. 이들은 관계 위주의 기업들을 이끌어 가거나, 범지구적 민주주의를 수호할 것이다. 이 사람들은 미래의 세 번째 물결의 주역이 될 것이다.[272]

 

<가상 유목민: 스포츠로부터 공연 예술로>

 

하이퍼 유목민들이 바로 아래쪽에 위치한 40억 명의 정착민들과 그들의 가족들은 2040년 무렵 구매력 있는 주요 소비자층이 될 것이다.[272]

 

일부 중산층인 유목민적 상품 사용에 집착함으로써 자폐증적인 음악 감상 광신도들처럼 자가 감시기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증세를 보일 것이다. 이들에게는 보험에 들고 오락을 즐기는일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일 것이다.[274]

 

이처럼 다양한 중산층들은 특히 4가지 스포츠를 통해서 하이퍼 유목민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될 것이다. 4가지 스포츠는 바로 승마, 골프, 요트, 춤이다.[275]

 

<하이퍼 제국의 희생자들 : 하위 유목민>

 

하이퍼 제국은 시장을 세계 차원으로 끌어올릴 것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해거 빈민층을 사라지게 만들지는 못할 것이다. 빈곤층은 여전히 인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 비중은 점점 더 커 간다. 내가 ‘하위 유목민’이라고 부르는 집단은 빈곤선보다 더 아래, 즉 현재 화폐 가치로 볼 때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계층을 가리킨다. 이들 하위 유목민 층은 2006년 현재 25억 명에서 2035 35억 명으로 늘어날 것이다.[277]

 

하위 유목민들이야말로 유토피아를 파는 상인들의 주요 타깃이다. 만일 하이퍼 분쟁이 일어나게 된다면 이를 일으키는 주역인 동시에 첫 번째 희생자들이기도 하다.[278]

 

<하이퍼 제국의 판관>

 

국가, 아니 2050년 무렵까지 국가라는 구조에서 남아 있을 잔재들은 여론과 기업을 이어주는 끈 정도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도 시민들을 평등하게 대우해 주겠노라고 장담하지 못하며 선거의 공정성, 정보의 자유를 보장하지 못할 것이다.[279]

 

시장이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구매력을 갖추고 폭력이 사회적을 통제되어야 한다. 보험 산업과 오락산업은 시장의 양대 축으로서 이러한 역할을 부분적으로나마 수행하려 할 것이다. 이 두 산업은 이 같은 규범을 세우고 이를 준수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특수 조직, 즉 동업자 조합식으로 운영되는 일종의 자칭 ‘판관’ 제도를 마련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279]

 

한편 규범이 금융이나 사회적 원책, 생태, 윤리적 원칙에 합당한가를 평가하는 기관들이 생겨날 것이다. 이렇듯 ‘조정’은 그 자체로서 매우 수익성 높은 경제활동이 한 분야로 성장할 것이다.[281]

 

지구상에서 제일가는 구경거리라고 앞에서 말한 바 있는 축구(FIFA)는 앞으로 하이퍼 제국이 어떤 식으로 조정되어 갈지를 보여주는 가장 완성된 형태의 본보기라고 말할 수 있다. 적어도 축구 분야에 있어서는 유목민적으로, 범지구적으로 일할 권리가 국내법에 우선한다고 말할 수 있다.[282]

 

이러한 조정기구들이 범죄 경제를 이끄는 자들의 손에 넘어갈 경우, 이는 하이퍼 제국이 미래의 두 번째 물결 속에서 해적들에 의해서 붕괴되는 순간으로 이어질 것이다. 반대로, 이러한 기구들이 전 지구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기구로 성장한다면, 미래의 세 번째 물결이 몰려와 범지구적 민주주의 정부가 태어나는 순간을 앞당기는 데 일조할 것이다.[283]

 

<자유를 위하여, 자유에 종말을 고하다>

 

병든 신체기관을 고칠 수 있게 되면, 인간은 이를 재생산하기를 원할 것이며, 그렇게 되면 고장 난 신체를 아예 새로 만들어낸 기관으로 대체하는 일이 가능해질 것이다. 처음에는 태아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줄기세포만을 만들 것이다. 이렇게 하면 윤리적 거부감 없이도 유전자 치료가 가능해질 것이며, 이는 차츰 치료용 복제로 이어지고, 결국 번식을 위한 복제에 이르게 될 것이다. [286]

 

마침내 인간도 인공 자궁에서, 원하는 사양을 갖춘 맞춤형 가공물로 제작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인간도 상품이 된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처럼 극단적인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인류가 이렇듯 기계로 변하기 전에, 하이퍼 제국이 뿌리를 내리기 전에, 인간은 이처럼 끔찍한 전망을 뿌리칠 수 있을 것이다. 지금도 벌써 인간은 이런 사회가 올까 봐 계속 저항하고 있다.[287]

 

하이퍼 제국은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하이퍼 제국은 해안에서 난파하고 말 것이다. 인간은 이 같은 악몽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288]

 

 

5장 미래의 두 번째 물결 : 하이퍼 분쟁

 

하이퍼 제국의 예견된 실패, 다양한 신무기 개발, 활동 주역들의 다변화 등은 하이퍼 제국 내에서 전반적인 갈등, 범지구적인 분쟁, 즉 하이퍼 분쟁을 야기할 수 있다. 이는 이제까지 인류가 겪었던 그 어떤 지역 간 분쟁이나 세계대전보다 훨씬 파괴적일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291]

 

<지역적 야심>

 

지금으로부터 2025년까지의 기간 동안에 세계가 다중심적인 사회로 재편되면서 새로운 지역 세력들이 부상할 것이다. 이 새로운 지역 세력들은 자신들의 야심에 걸맞는 군사적 수단을 동원할 것이다. [291]

 

제국이 생성되었다가 멸망하는 방식에 매혹된 중국은 다시금 전략적인 면에서 중심 세력으로 부상하고 싶은 욕망을 불태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은 어떤 방식으로든 대만을 정복한 다음, 동아시아 전역에서 헤게모니를 장악하려 들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중국은 일본과 미국을 동아시아로부터 멀어지게 할 방법을 모색할 것이다. 중국은 한국의 지지를 얻으려고 할 것이고, 따라서 결과적으로 한국 또한 무장을 강화할 것이며, 그러는 와중에 북한의 독재정권은 근근이 명맥을 이어 갈 것이다. 독재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북한은 핵무기를 포함한 새로운 방어체제를 확고히 할 것이다. 일본 또한 한국의 위험을 막고 중국의 세력 상승을 저지하기 위해 무장을 강화할 것이다.[291,292]

 

이 같은 지역적 야심이 서로 충돌할 것은 불을 보듯 빤한 이치다. 라틴 아메리카는 미국의 경제정치적 개입에 반기를 들 것이며, 아랍 지역은 이스라엘 제거를 소망하며, 페르시아인들은 아랍권역을 흔들어서 자기들 세력권 안으로 끌어들이려고 하는가 하면, 러시아는 유럽 일부 지역을 다시금 지배하고자 하는 동시에 이슬람과 중국의 영향력으로부터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294]

 

일본, 미국, 중국, 이렇게 세 나라는 동아시아 지역 주도권을 놓고 경쟁을 벌일 것이다. 이처럼 지역적 야심은 우선 외교와 경제 분야에서 마찰을 일으킬 소지가 있으며, 마찰이 커질 경우 국가 간의 군사적 충돌도 초래할 수 있을 것이다. [295]

 

<해적과 용병>

 

국가가 해체되면서 약화되기 시작하면, 개인의 권리와 이를 수호하는 경찰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게 될 것이다. 반면 사회생활과 개인의 사생활에서 폭력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어 나갈 것이다. 이들 해적들은 경제와 지정학적 측면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주역이 될 것이다.[295]

 

이러한 위협이나 공격에 대비해서 각국은, 목숨을 걸고 싸울 준비가 되어 있는 군인과 경찰을 점점 더 많이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지원자는 점점 더 줄어들어 인력난이 발생할 것이고, 시장민주주의의 여론은 자기들의 군대에서 사상자가 나기를 원치 않을 것이다.[298]

 

해적과 상대되는 개념으로 용병을 생각할 수 있다. 과거 군인 출신들을 고용하는 용병 기업들이 나날이 늘어가고, 이들은 군대나 경찰의 협력업체처럼 활용될 것이다.[299]

 

<종교인이 아닌 세속인들의 분노>

 

상업적 체제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분노가 도처에서 끓어오를 것이다. 이 분노는 우선 앞으로도 20년 동안은 이 상업적 체제를 이끌어 갈 미국을 향하게 될것이다.[300]

 

미국과 상업적 체제에 반대하는 ‘비판적 연합’ 세력이 형성될 것인 즉, 미국과 상업적 체제로부터 더 이상 아무것도 기대할 것이 없다고 결론을 내린 사람들, 혹은 미국과 상업적 체제에 동조했으나 자기에게 실제로 돌아오는 이익이 없어서 실망한 사람들이 그 주축을 형성할 것이다. 이들은 미국과 서방세계, 세계화, 시장민주주의, 곧 다가올 하이퍼 제국 등을 모두 싸잡아 비판할 것이다. 온갖 부류의 세계화 반대 세력이 집결할 테지만, 이들은 자기네가 비판을 가하는 체제를 대신할만한 아무런 대안도 제시하지 못할 것이다.[301]

 

이렇게 되면 민주주의는 일종의 환상에 불과하다는 비난도 등장할 것이다. . 부자들만의 정보를 얻고 오락을 즐기며 지식을 쌓고 감시하며 치료 혜택을 누리며, 가르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하고 결정을 내리면서 부를 쌓는 권한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302]

 

그런가 하면 개인의 자유라는 원칙에 대해서조차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나타날 것이다. 이 원칙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만 충실할 뿐, 어떤 언약이나 서면 계약에 의해서도 자신이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갖지 못하게 만든다.[303]

 

<종교인들의 분노>

 

상업적 체제는, 그리스-히브리적 이상에 따르면, 진보와 개인주의의 완성을 이루었음을 뜻하지만, 다른 종교를 가진 신자들에게는 최악의 적수로 인식된다. 왜냐하면 상업적 체제는 인간의 자유를 신의 지시보다 더 우위에 두기 때문이다.[305]

 

교회들은 점점 더 정치에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다.[306]

 

이슬람의 율범이 존중되고 여러가지 다양한 정치 체제와 상충되는 현실을 피하기 위해, 이슬람 신정 제국을 세우자는 움직임이 점점 더 확산될 것이다.[312]

 

지금까지 불교나 유교 혹은 힌두교의 이름으로 종교 전쟁이 일어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슬람은 현재 이슬람의 세력이 지배적인 모든 아시아 국가, 즉 파키스탄에서 인도네시아에 이르는 지역에서 완전히 세력을 장악하고자 할 것이다. 특히 이 지역은 종교적 극단주의자 집단들이 모여 있는 곳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316]

 

<하이퍼 분쟁의 무기>

 

미래의 무기는 거의 대부분 감시를 콘셉트로 하여 개발될 것이다.[317]

 

화학 무기, 생물 무기, 세균 무기, 전자 무기, 나노테크놀로지 무기 등 각종 무기들이 속속 등장할 것이다. 이러한 무기들의 대부분은 소규모 국가나 국가 부재 지구, 용병파견업체, 해적, 게릴라, 마피아, 테러리스트, 온갖 밀무역자들의 수중에도 들어갈 것이다. 가령, 아주 가까운 장래에 400달러만 내면 응축기와 구리 코일, 화약을 가지고 전자폭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화학무기, 방사능 무기, 생물 무기는 누구라도 마음만 먹으면 구입할 수 있게 될 것이다.[321]

 

<희소성으로 인한 분쟁: 석유와 물>

 

석유를 구실로, 중앙아시아 유전 지대를배경으로 중국과러시아 사이에 분쟁이 발발할 수도 있을 것이며, 미국과 중국, 터기와 이란 사이에서도 분쟁 가능성은 항상 존재할 것이다.[332]

 

더구나 기후 이상으로 말미암아 새롭게 경작 가능한 곳으로 거듭나게 될 지역을 차지하기 위해서도 치열한 전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334]

 

<영향력 확대 분쟁>

 

과거에도 그랬지만, 일부 국가들은 자기들의 체면과 자존심을 유지하기 위해 혹은 민심을 국내 문제로부터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또는 이념이나 종교적 신념을 지키기 위해 이웃 나라에 전쟁을 도발하기도 할 것이다.[337]

 

<해적과 정착민 사이의 분쟁>

 

해적의 습격은 꾸준히 증가할 것이며, 특히 전 세계 석유 교역량의 절반가량이 이동하는 요지인 말라카 해협과 점점 더 많은 마약 거래선이 활동하는 카리브 해역은 이들 해적들의 주요 활동 무대라고 할 수 있다. 지중해 또한 해적들의 활동 무대가 될 것이다.[338]

 

다중심적인 세계의 주인, 하이퍼 제국의 최강자들이 방어적 군사동맹기구를 세계경찰기구로 전환시킴으로써 이 같은 행위에 제동을 걸고자 시도할 것이다.[340]

 

<하이퍼 분쟁>

 

세계가 다중심적 시회로 재편성되고 합법적 용병과 해적, 사설 군대, 테러리스트들이 안정적인 세력을 확보하고자 안간힘을 쓰게 되면, 전체주의 체제들의 전쟁법이나 조정자들 따위는 완전히 무시한 채 가차없이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전쟁체제에 돌입할 것이다.[341]

 

하이퍼 제국의 군림으로 모든 분장이 하나로 응집되어 단 하나의 전재이 벌어지게 된다면, 그리고 위에서 언급했던 모든 주역들이 그 전쟁을 통해서 무언가 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해서 참전을 결정한다면, 바야흐로 하이퍼 분쟁이 시작될 것이다.[342]

 

지금까지 거론한 이야기들은 절대로 불가능한 영역에 머물러 있는 이야기들이 아니다. 인간의 비극은, 다름이 아니라, 인간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반드시 그 일을 저지르고 만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인류가 이렇듯 자기 역사에 종지부를 찍는 극한 상황에까지 이르기 전에, 하이퍼 제국의 실패와 하이퍼 분쟁의 위협을 감지한 인류는 민주주의 세력들로 하여금 해적들을 물리치고 자살 충동을 억제하라는 이성의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이끌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고 싶다. 새로운 세력이 나타나 정의롭고 평온하고 구성원들이 합심하며 형제애를 발휘하는 세계를 창조하려고 팔을 걷어붙일 것이다. 이 같은 세력은 벌써 활동 중이다.[343]

 

시장의 막강한 권한을 제한할 수 있는 범지구적인 민주주의가 비로소 정착하게 될 것이다. 범지구적 민주주의는 하이퍼 분쟁보다 훨씬 시급한 다른 전쟁들, 이를테면 인간의 광기와 이상 기후, 불치병, 소외, 인간 착취, 빈곤 등을 상대로 하는 전쟁들을 승리로 이끌어야 할 것이다.[344]

 

 

6장 미래의 세 번째 물결 : 하이퍼 민주주의

 

현재의 주변 상황을 보면, 모든 정황이 점차 인간을 상품으로 변화시켜 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불의가 확산되고 생활의 불안정성이 확대되고 있으며 폭력이 증가하는 등이 그러한 변화를 알리는 징조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주변 상황은 조만간 우리 앞에 매우 우울한 전쟁의 전초전이 발생할 거라는 느낌을 갖지 않을 수 없도록 전개되고 있다.[347]

 

인류를 악마의 질곡으로부터 구하기 위해서는, 첫 번째, 두 번째 물결이 인류를 종말로 끌고 가기 전에 세 번째 물결이 밀려와야 할 것이다. 그와 같은 미래를 제때에 맞이할 수 있으려면 예전에 몽상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아주 먼 곳, 현재 최고의 권력을 쥐고 있는 미국 제국을 넘어, 위협적인 다중심적 체제를 넘어, 더 나아가서 하이퍼 제국과 그 사이에 끊임없이 벌어지게 될 무수히 많은 분쟁까지도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벌써 적지 않은 세력들이 물밑에서 하이퍼 민주주의의 토대를 닦고 있다. 앞으로 몇 십 년 후, 이것이 상상이 아닌 현실이 되게 만드느냐 아니냐의 여부는 전적으로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다.[348]

 

<민주주의의 충격>

 

잠재적 가능성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는 하이퍼 제국이나 하이퍼 분쟁의 도래를 막기에 역부족인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은 선한 의도만으로 견고한 무엇인가를 건설하는 데 성공한 선례가 없다[349].

 

반면, 몇 가지 재앙을 예고함으로써 아직도 미심쩍어 하는 사람들에게 이대로는 이 세계가 유지될 수 없음을 증명해 보일 수 있다.[350]

 

이 새로운 세계란 처음에는 그저 시장과 민주주의가 범지구적으로 공존하는 상태를 일컫다가, 차츰 시장과 민주주의 양자 모두가 내가 하이퍼 민주주의라고 부르는 것에 자리를 양보하게 될 것이다.[351]

 

트랜스휴먼 각자가 이타적인 지구 시민이며, 유목민인 동시에 정착민이고, 권리와 의무에 있어서 자기 이웃과 동등하고, 세계에 대해서 호의적이며 자기 아닌 타인을 존중하는 사람이어야 할 것이다. 트랜스휴먼들은 또한 시장과 민주주의, 공공 서비스와 기업 사이에 새로이 생겨난 범지구적 균형을 넘어서 풍요의 새로운 체제를 확립할 것이다.[351,352]

 

이 새로운 체제로부터 시장은 점차 배제될 것이며, 시장이 빠져나간 빈자리에는 관계 위주의 경제가 들어서게 될 것이다.[352]

 

<하이퍼 민주주의의 전위: 트랜스 휴먼과 관계 위주의 기업>

 

역사는 오직 모험심 많고 자신들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힘쓰며, 자신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인간의 중요성을 앞세울 때에만(이 일은 대체로 이들을 고통스럽고 불행하게 만든다) 방향을 튼다.[353]

 

미래에 이 창조적 계급 가운데 미래의 역사에 특별히 관심이 많은 개인들이 나타나, 자신의 행복이 결국 타인의 행복에 달려 있으며 인간은 단결하여 평화를 사랑해야만 지속해서 생존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들은 더 이상 상업화된 창의적 계급에 속하지 않으며, 해적을 위해 일하기를 거부할 것이다. 그리고 이들을 나는 ‘트랜스 휴먼’이라고 부른다.[.353]

 

이타적이고 미래의 역사를 깊이 이해하며, 자신뿐 아니라 동시대인들의 운명과 그 후손들의 운명에 대해 깊이 고심하고, 남을 돕고 이해하며, 자손들의 운명에 대해 깊이 고심하고, 남을 돕고 이해하며, 자손들에게 보다 나은 세계를 물려주려고 애쓰는 트랜스 휴먼들은 하이퍼 유목민들의 이기주의나 해적을 무찌르겠다는 단순한 욕망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 이들은 자신이 세계의 주인이 아니며, 다만 세계의 용익권을 가졌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이들 트랜스 휴먼들은 정착민들의 덕목(민첩함, 친절, 장기적인 안목)과 유목민들의 덕목(끈기, 기억력, 직관력)을 두루 갖추고 있을 것이다.[353]

 

희소성이 지배하는 세계, 즉 시장에서 타인은 언제나 경쟁 상대(희귀한 자원을 차지하기 위해 싸움을 벌여야 하는 적수, 아무런 지식이나 정보도 공유할 수 없는 맞수, 나의 자유를 방해하는 훼방꾼)였다. 하지만 트랜스휴먼에게 타인은 자신의 존재를 확인시켜 주는 동시에 자신이 혼자가 아님을 확인하게 해 주는 존재다.[354]

 

트랜스휴먼들에 의해서 타인과의 경쟁을 종용하는 시장경제와 병행해서, 서로가 지닌 재능을 무료로 교환하거나 대중을 위한 공공 서비스 등이 무료로 제공되는 이타적인 경제가 자리 잡게 될 것이다. 내가 관계의 경제라고 부르는 이 같은 형태의 경제는 희소성의 원칙을 따르지 않는다. 가령 지식은 나누어 준다고 해서 그 지식을 주는 사람의 지식이 줄어들거나 없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355]

 

이처럼 매우 특이한 부류의 기업들 덕분에 우리는 이제 국제 공동체(아직 세계 정부라는 말을 사용할 단계는 아니다)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자연보호(아직 자연에 대해서 공동의 재산이라는 말을 사용할 단계는 아니다)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는 바로 세계 민주주의, 나의 용어로 표현하면 하이퍼 민주주의가 벌써 걸음마를 시작했음을 의미한다.[357]

 

<하이퍼 민주주의를 이끄는 기구>

 

국경은 점차 소멸될 것이다. 개개인은 저마다 동시에 여러 단체나 지역의 시민이며, 이웃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복합적 정체성을 주장하는 일도 가능해질 것이다. 국가는 평화스러운 이웃 관계를 유지시킬 수 있는 묘안을 찾아내게 될 것이다.[360]

 

유럽연합은 하이퍼 민주주의의 전위로서, 러시아와 터키까지도 포함하는, 이제까지 전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나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시장과 민주주의 간의 균형이 가장 조화롭게 이루어질 수 있는 조건이다. 그러므로 하이퍼 민주주의는 유럽에서 출발할 것이다.[361]

 

<하이퍼 민주주의 세계에서 시장의 지위>

 

시장과 민주주의는 차츰 범지구적 균형을 찾아갈 것이다. 한편으로는 하이퍼 민주주의의 각종 기구들이 시장의 효율적인 운영을 조장할 것이며, 세계적 차원에서 대형 도시 인프라나 에너지, 디지털기반설비 확충 공사를 벌임으로써 생산설비의 불완전 고용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364]

 

세계화와 조정 과정을 거친 시장은 더 이상 민주주의라는 성소를 감히 침범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시장은 민주주의의 발전에 도움이 될 만한 도구들을 개발하고, 도시 인프라를 창조하며,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공해 방지 상품, 비만 방지 상품 개발 등으로 눈을 돌릴 것이다.[365]

 

관계를 상업화하는 기업들은 저장된 시간보다 실제로 산 시간을 더욱 값지게 생각할 것이며,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된 상품보다 서비스를 우선으로 여길 것이다.[365]

 

관계의 경제와 시장 경제는 각자 서로가 잘 운영되어야 이익을 볼 수 있는 윈-윈 관계를 정립하게 될 것이다.[366]

 

<하이퍼 민주주의에 참여하는 주역들이 얻게 되는 결과: 보편적 지능을 포함하는 공동의 재산>

 

하이퍼 민주주의가 집단적으로 추구하는 목표인 인류 공동의 재산은 거대함이나 부, 행복이 아니라 삶을 가능하게 하며 삶에 존엄성을 부여하는 모든 요소들의 집합이라고 할 수 있다.[367]

 

인류는 이와 같은 방식으로 한 집단 또는 한 국가를 구성하는 개별적 지능의 합과는 뚜렷하게 구분되는 집단적보편적 지능을 창조한다.[368]

 

지적 재산권이란 이제 더 이상 절대적이고 독점적일 수없으며, 인류 전체와 공유해야 할 권리이며, 각자의 창의성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권리로 변해 갈 것이다.[369]

 

역사는 이처럼 집단적 지능을 보편적 지능으로 승격시키려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다.[369]

 

<하이퍼 민주주의가 낳은 개별적 결과: ‘좋은 시간’을 비롯한 본질적인 재산>

 

하이퍼 민주주의는 인간 개개인의 지극히 개인적인 목표, 시장만 바라보아서는 절대 도달할 수 없는 목표, 즉 본질적인 재산을 이루게 해준다. 특히 시간은 대표적인 본질적인 재산에 해당된다.[370]

 

아무래도 가장 중요한 본질적인 재산은 뭐니 뭐니 해도 ‘좋은 시간’일 것이다. 좋은 시간이란 각자가 다른 사람의 삶을 바라보는 시간이 아니라 자기만의 고유한 삶을 사는 시간을 말한다. 각자는 좋은 시간을 누리는 동안 자기가 원하는 성공 모델을 선택할 수 있으며, 자신이 지닌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재능에는 아직까지 남들은 물론 자기 스스로도 알지 못했던 숨은 재능도 포함된다. ‘좋은 시간을 갖다’는 곧 자유롭게 사는 것과 젊게 사는 것을 의미하며, 상업적 체제하에서 처럼 서둘러서 ‘이익을 내다’를 의미하지 않는다.[371]

 

인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인이 삶을 행복하게 느낄 때 전체적으로 행복해 진다. 이타심은 각 개인의 행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372]

 

<하이퍼 민주주의의 유용>

 

하이퍼 제국은 수십년 동안 하이퍼 민주주의의 탄생을 저지하려고 안간힘을 쓸 것이다. 이들은 하이퍼 유목민적 트랜스휴먼들을 배신자 취급할 것이다. 스랜스휴먼들에게 두려움을 불어넣고, 매수하려고 시도할 것이며 자기들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회유할 것이다.[372]

 

아울러, 일부 종교 세력가들, 즉 신학자, 사이비 종교 지도자들은 하이퍼 민주주의의 개념을 도용하려 들 것이다.[373]

 

그 모든 사건들을 묵묵히 겪어내는 동안,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은 인류의 마지막 남은 불꽃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보호할 것이다.[375]

 

문필가는 훌륭한 글은 남겼을 것이고, 미술가들은 걸작품을 완성했을 것이다. 철학자나 과학자들은 새로운 개념을 발견했을 것이고, 음악가들은 아름다운 노래를 작곡했을 것이다. 그리고 특히, 우리는 서로 사랑했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사랑할 것이다.[375]

 

 

7장 한국의 가까운 미래

 

한국은 단 한 번도 세계를 지배하는 강력한 세력, 즉 상업적 체제의 ‘거점’으로 부상할 기회를 잡은 적이 없었다. 그렇게 된 데는 최소한 세 가지 분명한 이유가 있다 :

l  첫째. 과거에 한국은 제조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윤, 이동성, 기술혁신, 운송기술 등보다 농업과 식품산업, 지대地代와 그 지대에 밀접한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 관료들의 이익을 우선시 해 왔다.

l  둘째, 한국은 오랫동안 해양산업을 소홀히 했다.

l  마지막으로, 한국은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자력으로 ‘창조적 계급’을 키우거나 외부로부터 이들을 받아들이는 데 실패했다.[378,379]

 

그리고 앞으로 한국이 평안한 상태에서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과거가 빚어 놓은 갈등, 즉 북한과의 관계를 해결해야만 한다.[379]

 

OECD 기준에 따르면 한국은 2015년에 가서야 복지예산으로 GDP 15.2 퍼센트를 쓰는 수준, 2001년 미국 복지예산 수준에 도달할 것이다. 2001년의 일본 복지예산인 GDP 17.5 퍼센트 수준에 도달하려면 2020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더구나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가임여성 1인당 1.09)과 더불어 인구의 급격한 노령화로 말미암아 조만간 사회 비용 지출의 증가가 시급한 과제로 대두될 것이다. [382]

 

인구 저하를 막기 위해서 한국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개혁을 반드시 이루어야 한다 :

l  첫째, 가족정책의 개혁이다. 출산 후에도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병행할 수 있도록 법제화하는 강제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l  둘째, 교육정책이 개혁되어야 한다. 한국에서 교육은 지나친 경쟁과 지나친 비용을 유발함으로써 출산을 저해하는 걸림돌이 되었다. 또한 GDP 3 퍼센트를 사교육비로 지출하고 있는데, 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비율임에도 불구하고 그 성과는 미미하기 그지없다.교육 개혁은 수업의 양을 줄이면서 노동시장의 현실과 세계 표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l  셋째, 이민정책의 개혁이다. 한국은 외국의 재능 있는 인재들에게 국경을 점진적으로 개방해야 할 것이다.[383,384]

 

중국과 일본, 한국 각국은 벌써 오래 전부터 나머지 두 나라의 가장 중요한 무역상대국 3위안에 들 정도로 서로가 서로에게 매우 중요한 경제 파트너 역할을 해왔다.세 나라는 공동의 에너지정책을 펼칠 수 있으며 으뜸가는 지역 금융 중심지로서의 자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중국, 일본 3국을 보다 밀접하게 묶으려는 시도는, 아시아에서의 리더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중국이나 일본으로부터는 시작되기 어렵다. 중국이나 일본과의 사이에 놓여 있는 과거 역사나 영토 문제로 인한 현안을 한국이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다면, 중국과 일본이라는 두 경쟁 국가를 정치적경제적으로 가깝게 만드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한국은 이 같은 새로운 경제적지정학적 상황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으며, 미래에 중심적인 국가로 부상하게 될 것이다.[385]

 

 

 

내가 저자라면

 

책의 주제와 구성

 

이 책은 역사를 당시 시대를 주도했던 거점의 측면에서 살펴보고, ‘거점을 특징지웠던 다양한 요소들과 그 요소들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특징들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다양한 고려 요소들 중에서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상수적인 요인들을 파악해 내어 그러한 일관성이 향후 수십년 내의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이끌고 갈지에 대해서 예측하고 있다.

 

저자가 집중하고 있는 두 가지 키워드는 바로 시장민주주의이다. 저자는 향후 상업 권력의 힘이 커지면서 민주주의를 압도하고, 그러는 과정에서 국가의 경계를 넘어서는 상업 권력 중심의 하이퍼 제국의 탄생을 예측하고 있다. 그러는 과정에서 트랜스 휴먼이 탄생하는데 이들의 권력 투쟁을 통해 하이퍼 분쟁이 그 어느 때 보다도 극력하게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인류의 정의와 선에의 추구를 통해 결국에는 이러한 모든 갈등을 초극하는 하이퍼 민주주의가 언젠가는 도래하리라는 것을 희망하고 있다.

 

 

내가 받은 긍정적 영향

 

이 책을 읽으면서 가졌던 느낌은 저자가 자신의 주장에 어떤 확실한 사료적 혹은 통계적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제시하는 미래상이 마치 너무도 자연스럽게 당연히 그렇게 될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는 점이다. 그것은 아마도 그가 미래의 세계를 좌우할 정치적 경제적 변수들 속에서 역사적 통찰 속에서 얻은 시장 중심의 거점의 이동이라고 하는 상수적 변화의 트렌드를 잘 찾아내어 그것을 현재의 상황에 적절히 잘 대입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가 지적한 미래 변화의 주요 트렌드 중에서 나의 공감을 불러 일으켰던 부분은 다음과 같다 :

l  상업적 체제(시장)이 정치적 체제(국가, 민주주의)를 압도하리라는 점, , 상업 권력이 다국적 기업의 형태를 통해 국가의 경계를 넘어서고, 다양한 공공 서비스가 결국에는 민영화 되리라는 것

l  줄어든 공공 서비스와 자본/정보 독점에 의해 기존의 빈부 격차는 더욱 더 확대될 것이라는 점

l  보험과 오락 산업이 주요 중심 산업으로 성장할 것이며, 보험에 의한 자율적인 감시 체제가 성립되어질 것이라는 점

l  다양한 분쟁의 포인트를 제시한 점 : 희소성으로 인한 분쟁(석유와 물), 국경 분쟁(중동에서 아프리카까지), 영향력 확대 분쟁(종교 등), 해적과 정착민 사이의 분쟁 등

등이다. 이 통찰은 향후 미래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주요한 변수(상수적 요인을 갖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이러한 모든 어려움과 갈등에도 불구하고 이런 모든 고난을 극복하고자 하는 인간의의지에 의해 도래하게 될 하이퍼 민주주의 덕분에 세상은 그래도 살맛나는 세상이 될 거라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다른 전망과는 달리 이러한 전망에 대해서 만큼은 강한 긍정의 느낌이 쉬이 들지 않는 것은 왜인지 잘 모르겠다.

 

또 한 가지 인상 깊었던 것은 저자가 한국의 미래에 대해 통찰력 있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한국의 과거 역사 분석을 통해 우리의 약점 3가지를 짚어 내고(제조업보다는 지대와 지대에 얽혀있는 관료들의 이익을 우선시했던 점, 해양산업에 소홀했던 점, 창조적 계급 양성에 실패했다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의 점진적인 통일을 통해 힘의 구심점을 마련하고 이를 토대로 일본, 중국과의 관계 속에서  조정자의 역할을 수행하면 향후 동아시아 중심의 시대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진단을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그의 거시적/미시적 관점와 혜안에 깊은 공감이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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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해
2010.03.30 09:14:53 *.67.223.107
자크 아탈리하고 희산의 생각이 참 비슷한 것 같아요.
아탈리가 젊은 날 음악에 심취했었던 것 같던데... 시간 나면 좀 더 파들어가 주면 ...어부지리...ㅋㅋ

<소리: 음악의 정치경제학 Bruits, conomie politique de la musique)>(1977)
 음악의 역사와 음악만이 갖는 미학적 힘을 사회과학적 해석과 정치적 욕망으로 풀어헤친 미학과 음악이론의 걸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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