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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9월 6일 00시 42분 등록
1.    저자에 대하여

 

장하준은 1963 10 7일 대한민국 서울에서 출생했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석사와 박사 과정을 마친 후 동 대학교에서 개발 정치 경제학 강의를 하고 있다. 2002년 출판된 <사다리 걷어차기>를 비롯해 2007년 출간된 <나쁜 사마리아인들> 등 영향력 있는 경제 서적을 출판하고 있으며 2010년에는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발간하여 베스트 셀러 1위에 오르는 등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장하준은 옥스팜의 일원으로서 세계은행, 아시아 개발 은행, 유럽 투자 은행 등의 자문을 맡은 바 있으며 현재 워싱턴 D.C.에 있는 정치 경제학 연구 센터의 회원이다. 그는 에콰도르 대통령 라파엘 코레아의 경제 정책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것으로 유명하며 2002년 경제학상, 2003년 유럽정치경제학회 뮈르달상, 2005년 레온티에프상(최연소), 2011년 포니정 혁신상을 수상했다.

 

장하준은 계획 경제와 시장 경제의 절충안인 산업 정책 이론을 구체화시켰던 영국의 마르크스주의 형제학자인 로버트 로손(Robert Rowthorn) 아래서 연구하며 비주류 경제학 분야에 기여하기 시작했다. 이 분야에서 장하준은 그 자신이 제도주의적 정치경제학이라 부르는 경제학을 구체화하였다. 여기서 제도주의적 정치경제학은 경제사와 사회정치학적 요소들을 경제 상황의 진화에 있어 주된 요인으로 보는 경제학 이론을 말한다.

 

장하준은 <사다리 걷어차기’>서 모든 선진국들은 더 부유해지기 위해 보도주의 정책을 사용했으면서 다른 나라들이 비슷한 보호주의를 도입하는 것은 막고 있다고 주장한다. 장하준은 이 책에서 세계 무역 기구, 세계 은행, IMF 들을 후진국들의 가난 극복을 방해하는 사다리 걷어차기의 주범으로 지목하며 이 책에서 강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 책 및 다른 장하준의 저서들로 인해 장하준은 국제개발환경연구원(G-DAE)으로부터 2005년 바실리 레온티에프상을 수상했다.

 

사다리 걷어차기에 이어 장하준은 2007 12<나쁜 사마리아인들(Bad Samaritans : Rich Nations, Poor Policies and the Threat to the Developing World)>을 출간한다. 장하준은 통제되지 않는 국제 거래(자유 시장 경제)는 경제를 개발하는 데 있어 거의 성공하지 못했고, 보호주의 정책들보다 훨씬 나쁜 결과를 보였다고 주장한다. 그는 개발도상국의 GDP는 규제를 풀라는 압력이 있기 이전에 훨씬 더 빠르게 성장했다는 증거를 내세우며, 이를 확장해 사유화와 인플레이션 억제 정책을 통해 성장을 유도하려는 자유 시장 경제의 실패를 보여줬다. 이 책은 종종 규제되지 않은 자유 무역을 비판한 폴 발레리의 책 <나쁜 사마리아인 : 1세계 윤리와 제3세계 빛(1990)>과 혼동 되기도 한다. 장하준 책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조셉 스티글리츠의 찬사를 받았다.

 

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재임 중 장하준이 지은 <쾌도난마 한국경제>를 비서관들에게 추천했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 재임 중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대한민국 국방부가 선정한 불온서적 23종 중 하나로 지정되었다. 하지만 이 책은 대한민국 학술원 선정 우수 학술도서로 선정되며 좋은 평가를 받았으며 불온도서 지성은 더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후에 베스트셀러가 된 것도 불온도서 지정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이 있다.

 

한편 그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시장경제 연구기관인 자유기업원 김정호 원장은 그의 책에 대해 수준 이하라고 비판하면서 장하준 교수가 신자유주의를 공격해 대중들의 애국심과 두려움을 자극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야기 솜씨가 뛰어난 스토리텔러일 뿐 경제학자로서는 별로라고 혹평하면서 그의 주장을 통렬히 반박했다. 공병호경영연구소의 공병호 소장 또한 김원장의 글을 트위터에 인용하는 등 그 반박에 동참한 바 있다.

 

2011 1 18일 박동운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장하준 교수가 잘못 말한 것들이란 칼럼에서 시장 경제 관련 책은 25권 넘게 써온 자유주의자로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에서 장교수가 잘못 말한 것들을 듣고만 있을 수 없는 심정이라며 장교수의 저서는 그 내용 전체가 나에게는 반론의 대상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특히 장하준 교수는 2007년 미국발 금융 위기를 전적으로 신자유주의 탓으로 돌리지만, 금융 위기는 사실 미국이 잘못된 금융 제도와 정부의 관리 실패가 겹쳐서 발생한 것이라고 반박하며 한국은 수출 주도형 자유무역을 통해 성장했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제연구원도 이례적으로 시장에 나온 책 하나에 대한 비판에 가세했는데 계획을 넘어 시장으로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에 대한 자유주의자의 견해라는 부제를 달은 바 있다. 이 보고서는 책에서 언급되었던 내용에 대한 구체적 반박의 논거를 들고 있다. 송원근 한경연 선임연구위원은 장교수의 책을 상당수의 독자가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있어서 보고서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장하준은 원래 역사를 좋아해 역사를 공부할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고등학교 때 교과서에서 요즘 자유무역이론으로 통칭되는 비교우위론을 알게 되어 이에 매료되었고 경제학이 역사보다 좀 더 현실을 직접적으로 분석하는데 도움이 되겠다 싶어 전공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그때 경제학이란 것이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 이상의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것이란 것 깨달았다고 한다.

 

최근작인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왜 하필 23가지인가라는 질문에 그는 다음과 같이 답한다. " 25가지 정도는 쓸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25란 숫자는 너무 뻔하고 짝수는 되도록 선택하고 싶지 않았다. 21 20에 너무 가까웠다. 그러다 보니 '23'이 선택되었다그는 이번 책에 서양인들 머리 속에 있는 동양에 대한 뿌리깊은 편견과 같은 문화와 경제 이야기도 23가지 중에 포함시키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출처 : 하준 "<그들이 말하지 않은...>, 왜 23가지냐고?" - 오마이뉴스

한편 장하준의 아버지 장재식은 한국주택은행 은행장을 거처 14, 15, 16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제5대 산업자원부 장관을 역임했다. 동생 장하석은 영국 런던대학교 과학철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석좌교수로 있다. 앞에서 소개된 저서 이외로 장하준이 지은 경제 경영서로는 <다시 발전을 생각한다> <국가의 역할> <개혁의 덫> 등이 있으며 개인 홈페이지 www.hajoonchang.net을 운영하고 있다.

 

장하준1.jpg장하준.jpg

[참고자료]

위키백과 http://ko.wikipedia.org/wiki/%EC%9E%A5%ED%95%98%EC%A4%80

네이버 인물정보 http://people.search.naver.com/search.naver?sm=tab_txc&where=people_profile&ie=utf8&query=%EC%9E%A5%ED%95%98%EC%A4%80&os=182585

네이버북 지식인의 서재 http://bookshelf.naver.com/story/view.nhn?start_month=201101

오마이뉴스 기사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498437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저자 소개

 

2.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문구

 

P14 이 책에서는 자유 시장 이론가들이 진실이라고 팔아 온 사실들이 꼭 이기적인 의도에서 만들어 낸 것은 아닐지라도 허술한 추측과 왜곡된 시각에 기초를 두고 있다는 것을 밝히고자 한다. , 자유 시장주의자들이 말해 주지 않는 자본주의에 관한 여러 가지 중요한 진실들을 이야기하는 것이 내 목적이다.

 

P16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인간의 힘으로 만들 수 있는 여러 세상 중 가장 나은 세상이 아니다. 우리가 다른 종류의 결정을 내렸더라면 지금 다른 모습의 세상에 살고 있을 것이다.

è  동의한다. 사람들이 항상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을 아니다.

 

P29 시장의 경계를 다시 긋는 과정에서 무력 충돌이 뒤따르기도 하는데, 이는 그 과정이 정치적으로 결정된다는 것을 극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이다.

è  장하준은 정치경제학이라는 학문에 대해서 매력을 느끼고 이에 대해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경제는 시대적, 정치적 배경으로부터 자유롭기는 어려울 것이다.

 

P30 시장의 경계가 모호하며 객관적으로 결정할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면, 경제학이 물리학이나 화학 같은 과학이 아니라 정치적 행위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P31 시장은 객관적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는 것이야말로 자본주의를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è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진리로 신봉하던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의 신화를 의심스런 눈초리로 뜯어보기 시작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

 

P33 영어권 국가의 기업 이름에는 PLC, LLC, Ltd 하는 식으로 대부분에 L자가 들어 있다. 여기서 PLC는 주식회사(public limited company), LLC는 유한 책임 회사(limited liability company), Ltd는 유한 회사(limited company)의 약자이다. L은 유한 책임(limited liability)을 줄인 유한(limited)의 머리 글자로, 기업이 파산할 경우 투자자들은 자신의 투자 지분만큼만 손해를 본다는 의미이다.

 

P35 이전 시대의 애덤 스미스나 자신과 동시대에 살았던 많은 자유 시장론자들이 유한 책임에 반대했던 것과 달리, 마르크스는 유한 책임이 개인 투자자들의 리스크를 줄임으로써 새로 등장하는 중화학 공업에 필요한 대규모 자본 동원을 가능케 하리라는 것을 간파했다.

 

P41 노동자를 비롯하여 다른 이해 당사자들이게 돌아가던 소득 중 많은 부분이 이윤으로 재분배된 것도 문제였지만 1980년대 이후 국민소득에서 이윤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했음에도 그것이 투자 확대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이 더 큰 문제였다.

 

P42 기업이 수입을 늘리기는 대단히 어렵다. 따라서 이윤을 극대화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고용을 줄여 임금 지출을 삭감하고, 투자를 최소화하여 자본 지출을 줄이는 방식으로 비용 지출을 최대한 낮추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이윤 창출은 주주 가치 극대화의 시작일 뿐이다. 이렇게 해서 창출된 이윤을 주주에게 최대한 배당해야 한다. 아니면 이윤의 일부를 자사주 매입에 사용하여 주가를 높게 유지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주주들은 보유 주식 일부를 내다팔아 더 많은 자본 이득을 실현할 수 있고, 이는 더 많은 이윤이 (간접적으로) 주주들에게 돌아감을 의미한다.

è  전직장도 매출이 늘지 않자 비용을 줄여 이윤을 극대화하려 했다. 그러자 영업활동은 감소하고 직원들의 사기는 떨어졌다.

 

P45 GM은 주주 가치 극대화의 선봉에 서서 끊임없이 다운사이징을 추진하고 투자를 기피했다. 이런 단기 전략 위주의 GM식 경영이 가진 약점은 최소한 1980년대 후반부터 이미 가시적으로 드러났으나 GM 2009년에 파산할 때까지 전략을 바꾸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GM 자체는 허물어지고 있었으나 경영인과 주주들은 행복했기 때문이다.

 

P55 가난한 나라의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 나라의 동일 직종 종사자들과 붙여 놓아도 지지 않는다. 정작 자기 몫을 하지 못하는 것은 가난한 나라의 부자들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그들의 생산성 때문에 나라가 가난하다는 말이다. 따라서 가난한 사람들 때문에 나라가 가난하다는 부자들의 불평은 얼토당토하지 않다. 가난한 사람들이 자기 나라 전체를 끌어내린다고 불평하기 전에 가난한 나라의 부자들은 왜 부자 나라의 부자들처럼 자신들이 나라 전체를 끌어올리지 못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부자 나라의 어떤 개인이 비슷한 일을 하는 가난한 나라의 개인보다 실질적으로 생산성이 월등히 높은 분야에서조차, 그 격차는 개인의 능력 차라기보다는 시스템의 차이에서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P56 시장에 맡겨 두기만 하면 결국에는 모든 사람이 타당하고 공평한 임금을 받게 될 것이라는 널리 알려진 주장은 신화에 불과하다. 이 신화에서 벗어나 시장의 장치성과 개인 생산성의 집단적 성격을 이해해야만 더 공평한 사회를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 즉 개인의 재능과 노력뿐 아니라 역사적 유산과 축적된 집단적 노력까지 적절히 고려해서 개인의 노동에 대한 보상이 행해지는 사회 말이다.

 

P68 기술의 흐름을 이해하는 것은 개별 국가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경제 정책을 올바르게 입안하는데 대단히 중요하고, 개인 차원에서는 직업 선택 등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그런데 최근의 것에만 사로잡혀 이제는 보편화된 것들을 저평가할 경우 과거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여러 가지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갈 위험이 있다. 여기서는 바로 이런 사실을 보여 주고자 일부로 보잘것없는 세탁기와 인터넷을 맞붙여 보았다. 일견 도발적인 이 예를 통해 우리는 자본주의 경제하에서 기술력이 경제 발전이나 사회 발전에 미치는 영향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P79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이기적인 개인만 존재하는 세상에서는 보이지 않는 보상과 제재라는 장치가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누군가의 행동에 대해 보상이나 제재를 하려면 그것을 행동에 옮기는 사람이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야 하는데, 그 결과 사람들의 태도가 개선된 데 따른 혜택은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P86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정책이 도가 지나칠 경우 투자가 감소하고, 결과적으로 성장을 둔화시키기 때문이다.

 

P87 실질 금리가 8, 10, 12퍼센트에 달하면 투자자들은 실물 투자를 꺼린다. 어디에 투자를 해도 7퍼센트 이상의 이윤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일하게 이윤을 많이 낼 수 있는 방법은 고위험, 고수익의 금융 자산에 투자하는 것뿐이다. 금융 투자는 얼마 동안은 경제 성장을 촉진할 수 있지만 이런 식으로 창출된 성장은 오래 계속되지 못한다. 결국 실물 부문에 대한 장기 투자로 뒷받침되지 않는 금융 투자는 2008년 금융 위기에서 드러난 것처럼 사상누각이기 때문이다.

 

P92 인플레이션을 억제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은 금융 자산의 수익은 대부분 명목상 고정되어 있어 물가가 오르면 상대적으로 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è  인플레이션 억제에 이런 이유가 있는지 까맣게 몰랐다.

 

P93 인플레이션에 대한 강박관념은 이제 잊어버리자. 인플레이션은 장기적 안정, 경제 성장, 그리고 인류의 행복을 희생해서 금융 자산 보유자들에게나 유리한 정책을 추진하려는 사람들이 대중을 겁주기 위해 사용해 온 무서운 망태 할아범같은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P107 자유 무역, 자유 시장 정책은 제대로 작동된 적이 거의 없다. 대부분의 부자 나라들은 자신이 개발도상국이었을 때에는 그런 정책들을 사용하지 않았다. 지난 30년 동안 이 정책을 도입한 개발도상국들은 성장률 둔화와 수입 불균형 등의 부작용을 떠 안아야 했다. 자유 무역, 자유 시장 정책을 사용해서 부자가 된 나라는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거의 없을 것이다.

 

P119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외국인 투자가 많은 경우 새로운 생산 시설을 설립하는 그린필드 투자(greenfield investment)가 아니라 기존 기업을 인수하는 브라운필드 투자(brownfield investment)라는 사실이다.

è  처음 알았다. 이러한 사실을 안다면 외국자본에 대한 환상을 버릴 수 있을 것 같다.

 

P120 이런 점을 고려하면 국내 기업들이 아직 제대로 발달하지 않은 개발도상국에서는 최소한 일부 산업만이라도 외국인 직접 투자를 제한하고 국내 기업을 육성해서 외국 기업을 대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중략) 이보다 더 나은 방법은 개발도상국 정부가 외국인 투자를 받아들일 때 국내 기업의 역량을 발전시키도록 돕는 것을 조건으로 내세우는 것이다.

 

P123 지금까지 설명했듯이 세계화론에도 불구하고 연구개발, 전략 수립과 같은 수준 높은 기업 활동의 기지를 어디에 두는지를 결정하는 데에는 아직도 기업의 국적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업 행동을 결정하는 것은 그 기업의 국적만이 아니다. 그러므로 그 투자자가 해당 산업에 어떤 경력이 있는지, 피인수 기업에 대한 장기 계획은 무엇인지 등 다른 요인들도 고려해야 한다. 외국 자본을 무조건 거부하는 것은 옳지 않지만, 자본에는 더 이상 국적이 없다는 신화에 근거해 경제 정책을 세우는 것은 너무도 순진한 발상이다. 만델슨 경이 뒤늦게나마 깨달은 외국 자본에 대한 생각은 현실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이다.

 

P125 총생산에서 제조업 생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줄어든 것은 대부분 제조업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의 가격이 서비스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졌기 때문이지 제조업 생산량의 절대량이 줄어서가 아니다.

 

P130 급식, 청소, 기술 지원 등은 사실 그 자체로는 서비스에 속하지만 제조업 기업 안에서 이루어질 때에는 제조업의 실적으로 잡힌다. 그러나 이런 서비스들이 아웃소싱되면 실제 서비스의 양은 늘어나지 않았지만 서비스 부문의 국민소득은 증가하고 제조업 부문의 국민소득은 감소한다.

 

이 같은 아웃소싱 효과 외에도 제조업의 쇠퇴가 실제보다 더 부풀려져 보이는 원인으로 이른바 재분류 효과가 있다. 영국 정부의 보고서에 따르면 1998~2006년에 이 나라 제조업 부문의 고용 규모 하락 폭 중 10퍼센트 정도는 일부 제조 업체의 업종이 서비스업으로 재분류되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제조업을 하고 있는 일부 업체가 자기 회사의 업무 중 생산보다 서비스가 훨씬 더 많아졌다고 생각하면서 통계청에 서비스업으로의 등록 변경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P131 우리가 소득의 점점 더 많은 부분을 제조업 제품보다 서비스 구입에 사용하는 것처럼 느끼는 이유는, 우리가 소비하는 서비스의 양이 계속 늘어나고 제조업 제품의 양은 계속 줄어들기 때문이 아니라 서비스의 가격이 제조업 제품의 가격보다 상대적으로 점점 비싸지기 때문이다.

 

P132 제조업 제품의 상대가격은 왜 떨어지는 것일까? 서비스업에 비해 제조업의 생산성이 더 빨리 향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P141 특히 개발도상국이 산업화 단계를 건너뛴 다음 서비스 산업으로 번영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환상에 불과하다. 대다수의 서비스는 생산성이 느리게 성장한다. 그리고 생산성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청단 지식 기반 서비스 산업들은 강력한 제조업 없이 발전할 수 없다. 더욱이 서비스는 국제 교육이 어렵다. 그래서 개발도상국이 서비스 산업에 특화하는 경우 심각한 국제수지 적자에 직면할 수 있고, 이렇게 되면 경제를 고도화시킬 능력 또한 떨어지게 된다. 이렇듯 탈산업 사회라는 환상은 선진국에도 좋지 않지만 특히 개발도상국에는 대단히 해롭다.

 

P153 국가 간의 생활수준 격차를 간단히 비교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 중 1인당 소득, 특히 구매력 평가지수로 표시한 1인당 소득이 그나마 가장 신뢰할 만한 지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소득으로 얼마나 많은 재화와 서비스를 살 수 있을지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여가 시간의 질과 양, 직업의 안정성, 범죄의 공포로부터 해방, 의료 혜택, 사회 복지 등 질 좋은 삶을 구성하는 여러 가지 요소들 중 어떤 것이 가장 중요하고, 이런 것들과 소득 수준 사이의 균형을 어떤 식으로 맞추는 것이 좋을지는 각자 정하기 나름이지만 모두가 진정으로 잘사는사회를 건설하려면 소득 이외의 요소를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P169 아프리카가 최근 들어 성장 실패를 경험한 주된 이유는 정책, 즉 구조 조정 프로그램이 강요한 자유 무역, 자유 시장 정책에 있다. 특정 자연 조건이나 역사적 배경이 나라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어느 나라가 겪는 문제가 정책 때문이라면 문제는 더욱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아프리카의 진정한 비극은 만성적 성장 실패가 아니라 우리가 이런 사실을 지금까지 깨닫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P183 민간 기업의 유망주 선택만이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자유 시장 이데올로기에 묻혀 그 너머를 보지 못하면 결국 우리는 정부가 주도하는, 혹은 정부와 민간의 협력으로 추진할 수 있는 경제 발전의 거대한 가능성을 모두 놓치고 말 것이다.

 

P194 간단히 말해 1980년대 이래로 우리는 부자들에게 파이에서 더 큰 조각을 주면 그들이 더 많은 부를 창출해서 장기적으로 파이를 더욱 키울 것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부자들에게 더 큰 조각을 준 것까지는 좋았는데 이들은 그렇게 받고 나서 실제로는 파이가 커지는 속도를 줄여버렸다.

 

P197 단순히 부자들을 더 부자로 만들어 준다고 해서 나머지 사람들이 더 부유해지는 것은 아니다. 만약 부자들에게 주어지는 더 많은 부가 사회 전체의 혜택으로 파급되게 하려면 국가는 각종 정책 수단(예를 들어 부자와 기업의 감세를 허용하는 대산 투자를 조건으로 제시)을 통해 부자들로 하여금 더 많이 투자하도록 해서 더 높은 경제 성장을 이루어낼 수 있도록 하며, 복지 국가 같은 매커니즘을 통해 전 사회 구성원들과 성장의 과실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P207 시장은 비효율적인 관행을 저절로 사라지게 만드는 힘이 있지만 이는 아무도 시장을 자기 마음대로 조종할 수 없을 때에만 가능한 일이다. 혹 오랜 세월에 걸친 그런 관행이 사라질지는 모르지만 일방적인 보수 체계가 있는 동안은 경제 전반에 큰 손실을 끼친다. 노동자들은 계속되는 임금 하락 위협, 간단해진 해고 절차와 정규직을 대처하는 임시직의 증가, 그리고 지속적이 다운사이징 등으로 압박을 받는 반면에 경영자들은 이렇게 해서 창출한 추가 이윤을 주주들에게 분배해서 그들이 경영진의 과도한 보수를 문제 삼지 않도록 한다. 주주들의 입을 막기 위해 배당금을 극대화하려면 투자가 위축되고, 결국 노동자들의 일자리만 없어지고 만다. 2008년처럼 일이 잘못되는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 기업을 회생시키는 데 납세자들의 돈이 엄청나게 들어가지만 경영진들은 그야말로 거의 생채기 하나 나지 않고 사고 현장에서 걸어나올 수 있다.

 

미국, 그리고 미국만큼 심하지는 않지만 영국의 경영자 계층이 시장을 조종하고 자신의 결정이 부른 부정적 결과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가할 수 있을 정도로 정치적, 경제적, 이데올로기적 영향력이 강해진 마당에 그들에 대한 적절한 보수 체계가 시장의 힘에 의해 결정되고 또 결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환상일 뿐이다.

 

P217 마이크로크레디트 자금의 대부분은 원래 목표였던 가난한 사람들이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는데 사용된 것이 아니라 소비에 사용된 셈이다.

è  언젠가 TV에서 마이크로크레디트에 대한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대출금으로 경제적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작은 사업을 하는 미망인이 소개되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소비만 하였나 보다.

 

P219 기업가 정신이란 탁월한 비전과 굳은 결의를 지닌 영웅들에게만 있다고 착각을 하는 것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서 누구나 열심히 노력만 하면 성공적인 사업가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도 여기서 나온 발상이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기업가 정신을 개인적 차원에서 보는 견해는 옳고 그름을 떠나 점점 구식이 되어 가고 있다.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기업가 정신이라는 것은 점점 더 공동체적으로 함께 이루어 내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 되었다.

 

P221 개인 혼자서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여 실행에 옮기는 일이 애초부터 가능한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것이 개인 차원을 훌쩍 넘어선 지는 한 세기도 족히 된다. 한 나라가 번영하기 위해서는 국민 개개인의 노력이나 재능보다 공동체 차원에서 효율적인 조직과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영웅적인 기업가들이 등장하는 신화를 거부하고 집단 차원의 공동체적 기업가 정신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조직과 제도를 마련하도록 돕지 않으면 가난한 나라들이 빈곤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란 불가능하다.

 

P231 사이먼에 따르면 우리는 합리적이 되고자 노력하지만 합리적으로 되기 위한 우리의 능력에는 심각한 제약이 있다. 이 세상은 너무나 복잡하여 우리의 제한된 지적 능력으로는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고 사이먼은 주장한다. 우리가 올바로 결정을 내리고자 할 때 흔히 맞닥뜨리게 되는 중요한 문제는 정보의 부족이 아니라 정보를 처리하는 우리 능력이 한계이다.

è  그렇다. 요즘은 정보가 너무 많아 이를 선별하는 것이 더욱 어렵다. 정보가 없어서가 아니라 너무 많아 처리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P232 불확실성의 개념, 혹은 세계의 복잡성에 대해 가장 잘 설명한 사람은 놀랍게도 미국 부시 전 대통령의 첫 번재 임기 당시 국방 장관을 지낸 도널드 럼즈펠드(Donald Rumsfeld)였다. 그는 2002년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관한 언론 브리핑에서 이렇게 말했다. “알려진 기지수들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알려진 미지수들이 있다. 즉 우리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알려지지 않은 미지수들도 있다. 우리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모르고 있는 것을 말한다.”

 

P233 사이먼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의 제한된 합리성을 극복하기 위해 규칙을 도입한다.

 

P236 일부러 제한적인 규칙을 만들어 우리의 선택을 의도적으로 한정하고, 그렇게 해서 우리의 환경을 단순화시키지 않는 한 인간의 제한된 합리성으로는 세상의 복잡성에 대처해 나갈 수 없다. 우리에게 규제가 필요한 이유는, 정부가 당사자인 경제 주체들보다 관련 상황을 반드시 더 잘 알기 때문이 아니다. 규제의 필요성을 받아들이는 것은 우리의 제한된 정신적 능력에 대한 겸허한 인정인 것이다.

 

P250 개발도상국의 경우 더 큰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어린이들이 더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교육 기회를 확장해야 하는 것은 마지막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게 목적이라면 교육 너머로 눈길을 돌려 제대로 된 제도와 조직을 건설하는 데 신경을 쓰는 것이 진정으로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는 길임을 깨달아야 한다.

 

교육은 소중하다. 그러나 교육의 진정한 가치는 생산성을 높이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잠재력을 발휘하고 더 만족스럽고 독립적을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있다. 경제를 발전시킬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교육을 확장하면 크게 실망할지도 모른다. 교육과 국민 생산성 사이의 연관성이 약하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교육에 대한 과도한 열의는 가라앉힐 필요가 있다. 특히 개발도상국에서는 생산적인 기업과 그런 기업을 지원할 제도를 확립하는 데 더 신경 쓸 필요가 잇다.

è  동의한다. 기업에서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교육의 경우 대부분 생산성 향상을 위한 것이지만 가끔은 그것이 얼마나 도움이 될까 의심하곤 했다. 그 교육 또한 생산성 보다는 개인의 가능성을 일깨우고 자기경영의 방법을 조언해주는 것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P259 GM 사례는 기업의 이익과 국가의 이익이 충돌할 가능성에 대한 유익한 교훈을 준다. 즉 기업에 좋은 것, 그것이 아무리 중요한 것일지라도 국가에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더해 이 사례는 회사를 구성하는 이해 당사자들도 서로 충돌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경영진이나 단기 주주들과 같은 일부 이해 당사자들에게 좋은 것이 노동자나 납품 업체 등 다른 이해 당사자들에게는 좋지 않을 수 있다. 이는 결국 단기적으로 기업에 좋은 것이 장기적으로는 기업에 결코 좋지 않을 수 있다는 것, 즉 오늘의 GM에게 좋은 것이 내일의 GM에는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P262 마르크스는 정부가 자본가 계급의 집단적 이익을 위해 기업 활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을 가리켜 부르주아 계급의 집행 위원회노릇에 비유했다. 그러나 개별 기업의 자유를 제한하는 규제가 산업 부문 전체의 집단적 이익, 나아가서는 나라 전체의 이익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니라도 알 수 있다. 규제들 중에는 반기업적인 것보다 친기업적 성격을 띤 것들이 더 많다. 많은 수의 규제들이 기업 모두가 사용하는 공유 자원을 보존하고, 장기적으로 산업 부문 전체의 집단적 생산력을 향상할 수 있는 기업 활동을 장려하는 기능을 한다. 이런 사실을 인식해야만, 문제는 규제의 절대량이 아니라 규제의 목적과 내용이라는 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P275 그렇다면 문제는 계획이냐 아니냐가 아니다. 각각의 다른 경제 부문에 적절한 계획의 형태와 수준을 정하는 것이 문제이다. 공산주의자들이 추구했던 중앙 계획 시스템의 실패를 고려하면 경제 계획에 대한 편견을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계획 경제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정부 정책과 기업의 사업 계획, 시장에서의 관계 등이 모두 필수 요소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현대 경제의 성격을 이해할 수 없다. 시장이 없다면 우리 경제는 소련처럼 비효율적 시스템으로 전락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시장 하나만으로도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은, 소금이 우리의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이므로 소금만 먹어도 살아갈 수 있다고 믿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P277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교황보다 더 독실하다는 표현이 자주 쓰인다. 주변부 국가가 종교적, 경제적, 사회적 원칙을 적용하면서 그 사상이 나온 본고장보다 원칙을 더 엄격하게 지키려 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P283 문제는 균등하게 주어진 기회를 통해 혜택을 보기 위해서는 그 기회를 잘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P288 지나치게 결과를 균등하게 하려는 것은 해롭지만, 지나치다는 것의 한계를 어디로 정해야 하는지는 논의를 거쳐야 한다. 기회의 균등을 보장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최소한의 소득, 교육, 의료 혜택 등을 보장함으로써 최소한의 역량을 갖출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지 않으면 공정한 경쟁을 한다고 말할 수 없다. 100미터 달리기 시합에서 모두 똑같은 지점에서 출발한다 하더라도 어떤 사람은 모래주머니를 차고 달려야 한다면 공정한 경기라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기회의 균등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지만 진정으로 공정하고 효율적인 사회를 건설하기를 바란다면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P296 직업 안정성이 낮으면 사람들이 열심히 일을 할지는 몰라도 자기에게 맞지 않는 자리에서 열심히 일한다는 문제가 있다.

è  동의한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표정을 보라. 만인이 부러워하는 회사에 다니는 사람일지라도 자신의 일에 만족하는 이가 얼마나 되겠는가? 나 역시 이 곳 아니면 어디서 이 월급 받겠나라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버티려 한 적이 있었다. 직업안정성이란 문제는 중요하다.

 

P300 실업이 자기 인생을 망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면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고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는 것을 훨씬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큰 정부가 사람들을 변화에 더 개방적으로 만들고, 그에 따라 경제도 더 역동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P307 점점 더 많은 나라가 금융 탈규제에 기반한 성장 전략을 채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금융 부문에 대한 규제를 완화, 폐기해 놓기만 하면 귬융업이 다른 산업보다 돈벌기가 훨씬 쉬운 업종이었기 때문이다.

 

P311 금융 상품의 경우 파생이 되면 될수록 금융 상품을 궁극적으로 떠받치는 실물 자산과도 거리도 멀어지며, 이에 따라 점점 더 그 파생 금융 상품의 정확한 가격을 매기기가 힘들게 된다.

 

P314 그렇다고 금융 부문과 실물 부문의 속도 차이가 완전히 없어져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실물 경제와 완전히 함께 움직이는 금융 시스템은 무용지물이다. 금융의 존재 가치는 실물 경제보다 빨리 움직이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까지의 문제는 금융이 지나치게 빨리 움직여 실물 경제에서 탈선했다는 데에 있다. 따라서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수준의 유동성을 유지하면서도 경제 발전의 궁극적인 원천인 (기계 설비 등) 물리적 자본과 인적 자본, 조직 혁신 등에 기업이 장기 투자를 할 수 있게 해 주는 방식으로 금융시스템이라는 회로의 배선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다.

 

P326 자유 시장 경제학자들은 이 다른경제학자들을 아예 무시하거나 심지어 가짜 예언자 취급을 했다. 요즘 널리 쓰이는 경제학 교과서들을 보면, 위에서 언급한 경제학자들 중 시장 실패론을 이야기하는 이들을 제외한 경제학자들에 대해서는 대부분 이론이 제대로 설명되어 있기는커녕 언급 조차 되지 않은 실정이다. 그러나 지난 30여 년에 걸쳐 벌어진 경제 현상들을 보면 우리는 자유 시장 경제학보다 이들 다른 경제학자들에게 배울 점이 훨씬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러 기업, 정부, 정책들 중 어떤 것은 성공하고 어떤 것을 실패하는지를 보면 이제는 무시당하고, 심지어 잊힌 이런 경제학자들에게서 중요한 교훈을 배워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경제학은 쓸모 없거나 해로운 것이 아니다. 다만 올바른 경제학을 배워야 하는 것이다.

 

P331 자유 시장 이데올로기는 인간이 착한일을 하게 하려면 금전적인 보상을 하거나 벌칙으로 위협해야 한다고 믿는다. 문제는 이런 믿음이 비대칭적으로 적용되어 부자는 더 많은 금전적 보상이 약속되어야 더 열심히 일하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하게 될 것을 두려워해야 더 열심히 일한다는 이상한 주장으로 탈바꿈한다는 것이다.

 

물질적 자기 이익 추구가 인간 행동의 강력한 동기임은 확실하다. 공산주의 체제가 실패한 것도 이런 강력한 동기를 무시하거나 애써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물질적 자기 이익이 유일한 행동 동기라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이다. 인간은 자유 시장 경제학 교과서가 주장하는 만큼 물질적 자기 이익만을 따라 움직이는 존재는 아니다.

è  어느 정도까지는 물질적 자기 이익 추구가 강력한 인간 행동의 동기임은 명확하다. 하지만 그것으로 모든 것이 설명되어 지지는 않는다. 인간은 생각보다 매우 복잡하고

 

P340 지금까지 언급한 여덟 가지 원칙은 모두 지난 30년 동안의 경제적 통념들과 직접적으로 배치되는 것들이다. 따라서 독자 여러분 중에는 불편함을 느낀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세계를 퇴보시키고 재앙의 구렁텅이로 내몰았던 원칙들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다시 예전과 비슷한 대참사들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또 빈곤과 불안으로 고통 받는 수십억 인구(개발도상국만 이런 상황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니다)의 처지를 개선할 수 있는 어떤 일도 하지 않게 될 것이다. 이제 불편해질 때가 왔다.

 

3.    내가 저자라면

 

경제에 대해서 큰 관심이 없는 터라 신문이나 방송의 경제 뉴스는 항상 그런가 보다의 수준을 넘지 못했다. ‘FTA만이 살길이라 외치던 정부부처 인사나 첨단 IT 서비스 산업을 적극 육성해야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전문가의 주장에 대해서도 그런가 보다 했다. 그들의 주장 또한 일리가 있어 보였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그런 주장에 대해서도 정말 그럴까?’란 생각을 가지고 다시 한번 따져보는 시도 또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하준은 제레미 리프킨을 연상시킨다. 물론 그 보다는 훨씬 컴팩트하다.(그의 최신작인 <공감의 시대>에서 그는 공감이란 키워드를 중심으로 장작 800페이지의 설을 풀어 놓았다.) 장하준은 리프킨처럼 다수의 통계자료와 사례, 역사적 사실들을 열거하지만 논점과 주장이 명확하다. 가장 좋은 것은 핵심을 추려 신속히 찌른다는 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그만의 유머 코드도 간혹 보인다. 하지만 그 역시 리프킨처럼 평가에 있어서는 극과 극이다. 그의 책은 언제나 논란의 불씨를 돋궈놓는다. 이 책에서의 주장들에 대해서 유력기관의 모 인사가 장하준에게 속은 23가지란 제목으로 글을 연재 중이다. 나는 이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다양한 문제와 주장들이 제기되고 이에 대해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치열하게 논의된다는 것은 우리사회가 열린 사회로 가고 있다는 시그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같은 문제라도 다양한 각도로 해석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시도는 가치가 있다.

 

저자는 경제 이론과 공식만 읊조리는 딱딱한 경제학자는 아니다. 시중의 평가대로 그는 스토리 텔링에 소질이 있다. 경제를 시대적, 정치적, 환경적 요인 속에서 이해하는 정치경제학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자신의 주장 속에 녹여 넣는다. 독자는 경제서를 읽고 있지만 지루하지 않다. 또한 그의 메시지를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그의 베스트 셀러 작가로서의 파워는 그것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의 목차는 두 가지다. 하나는 23가지 이야기를 여섯 개의 주제로 나눈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순서대로 읽는 것. 나는 순서대로 읽었지만 6개의 주제로 목차를 나누어 놓는 것도 독자들에게 이 책을 보다 더 효과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좋은 팁이 될 수 있는 것 같다. 23가지를 순서대로 읽으며 다소 이야기가 산만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마음에 들어온 내용은 직업안정성에 대한 글이었다. 저자는 자신의 적성과 관계없이 먹고 살기 위해, 또는 성공하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깎아 먹으며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한국 직장인들의 현실을 개인적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논의될 수 있도록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저자의 말대로 이제는 어떨 수 없다혹은 당연하다로 받아들이던 문제들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볼 때가 되었다. 불편하지만 모른 척 했던 우리 사회의 문제들에 대해서 건설적인 토론과 해결책의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의 문제제기는 시의 적절한 불편한 진실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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