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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9월 16일 23시 22분 등록
[결혼수업]

(한스 옐루셰크 / 김시형 역 / 교양인, 2007)

(Hans Jellouschek,(원제; Wie Partnerschaft gelingt-Spielregeln der Liebe)19th edition 2006)


* 저자에 대하여

  한스 옐루셰크(Hans Jellouschek)는 1939년 오스트리아 린츠에서 태어났다. 철학과 심리학, 신학을 공부했으며 철학으로 석사학위를, 신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교류분석 교육치료사로서 30여년 동안 심리 상담가이자 가족 상담 전문가로 활동해 왔다.

  부부와 연인들을 위한 심리 에세이와 동화를 심리적으로 분석한 책을 많이 펴냈으며,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있는 심리치료센터에서 가족 상담 및 치료소장을 10년간 역임했다.

  1989년에는 아내인 마르가레테 코하우스-옐루셰크와 함께 독일 튀빙겐 시 근처의 작은 시골 마을에 성인 교육센터 및 부부 치료 센터를 개설했다. 1998년 아내가 사망한 뒤에도 여전히 이곳에서 인본주의 심리학과 시스템 이론을 기본으로 한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인간관계와 삶에 대한 예리하고 깊이 있는 통찰력이 돋보이는 그의 대표작 <결혼수업>은 1998년 초판을 발행한 후 2006년까지 19쇄를 펴내며 독일어권에서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결혼 생활의 필독서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같은 출판사에서 2008년 [왜 사랑하기를 두려워하는가 : 사랑에 관한 심리학 강의 16강]이란 제목으로 개정 출판되었다. 사실 내용은 처음 제목인 [결혼수업]과 훨씬 잘 어울리는데 제목과 목차, 소제목 정도가 조금 바뀌어서 다시 나온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하다. 내용도 좋고 (본국에서) 베스트셀러였음에도 불구하고 첫 제목으로는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무튼 바뀐 책 표지도 마음에 와 닿지는 않는다. 제목과 표지의 느낌은 20대 미혼 여성 정도로 새롭게 타겟팅을 한 것 같은데 실제 책의 내용은 20대 젊은 여성보다는 오래된 연인, 혹은 결혼한 지 몇 년이 지나 ‘내가 왜 결혼을 했을까’하는 의문에 빠진 부부들에게 더 적합한 책이다. 


*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편집자의 말

최근 한 결혼 정보 업체의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7년 한국 미혼 남녀들은 ‘결혼을 망설이게 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남녀 모두 각각 58.4퍼센트, 61.0퍼센트의 비율로 ‘배우자와 조화롭게 잘 살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을 꼽았다. 흔히 결혼 비용에 대한 부담이나 육아에 대한 부담감이 결혼을 망설이게 하는 주요인으로 꼽히지만, 부부 관계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르는 데서 오는 두려움도 상당히 크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결혼하고 딱 6개월만 지나봐, 둘이 얼굴 마주보고 할 이야기가 없다니까.” “결혼한 사람들 사는 건 다 거기서 거기야. 그냥 참고 사는 거지, 별거 없어.” 이런 식으로 결혼에 대해 주변 사람들이 던지는 끔찍한 조언은 ‘그런 결혼을 꼭 할 필요가 있을까’하는 회의감을 갖게 만든다.

어쩌면 결혼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집이나 예단 같은 물질적 준비가 아니라, 새로운 관계에 대한 준비가 아닐까?

‘부모 되기’를 진지하게 공부하는 사회분위기

그러나 그보다 앞서 ‘부부 되기’를 공부해야 하지 않을까? [5]

절대 공감! 결혼을 꿈꾸기 전에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 나와 너에 대한 것, 그리고 우리에 대한 것들...


결혼은 사랑의 완성이 아니라, 새로운 사랑의 시작이다  

행복한 커플로 오래 잘 사는 것,

결혼은 연애의 완성이나 연애의 무덤이 아니라, 새로운 사랑, 새로운 관계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사랑은 발전하는 ‘과정’이지 한번 일어났다가 어느 순간 끝나버리는 ‘사건’이 아니다. 사랑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여러 단계를 거쳐 발전하고 달라지는 그 무엇이다. 더욱이 우리 스스로 ‘뭔가’하고, 능동적으로 설계해야 생겨나는 것이다.

연애 감정에 푹 빠져 있을 때는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잘 되던 것도, 부부가 각자, 그리고 함께 부지런히 ‘일하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유지되기 힘들다. ‘일한다’는 표현이 ‘사랑’이란 말과 참 안 어울린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것이 진실이다. [7]


과거의 시간에 얽매여 있는 동안, 결혼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상대방이 결혼 전과 왜 달라졌는지 고민하며 괴로워할게 아니라, 관계가 질적으로 달라졌다는 걸 인식해야 한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달콤한 사랑의 밀어만 속삭이면 되는 남자친구의 자리와 남편의 자리는 당연히 다르다. 이 질적인 변화를 이해하면 상대가 변했다고 책망하거나 자책할 일은 없을 것이다. [8]


부부 사이에서 흔히 일어나는 ‘상처 주고받기’도 자신의 마음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내면의 ‘그림자’를 들여다본다면 오히려 자신이 성숙해지고 관계가 풍요로워지는 기회가 될 수 있다 [9]


잘 싸우는데도, 화해를 하는 데도 용기가 필요하다.

상처를 받았을 때는 나의 불만을 정직하게 표현하고 진심으로 화해하는 것이야말로 나와 상대 모두를 구하는 바람직한 해결 방법이라고 이야기한다. 해결하지 못한 채 그냥 덮고 넘어간 상처는 마음 깊은 곳에 쌓이고, 결국엔 분노가 조금씩 자라나 배우자와의 사이를 멀찍이 떨어뜨려놓는다. [10]


결혼, 최고의 친구를 얻기 위한 모험!

결혼은 언제나 내 곁에서 나를 지지해주고 인정해주고 믿어주고 사랑해주는,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친구를 얻는 멋진 모험이다. [12]


*머리말

어떻게 해야 두 남녀가 막 사랑에 빠진 시기를 지난 다음에도 신선함과 역동성을 잃지 않고 오래도록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결혼 생황을 오래 유지하다 보면 모두들 어쩔 수 없이 메마르고 경직된 관계가 되어야 ‘하는’ 걸까? [19]


1장 부부로 살아가는 기술 -사랑은 ‘사건’이 아니라 발전하는 ‘과정’이다

(평균 수명의 증가로) 오늘날의 부부는 18,19세기 부부들보다 곱절 이상 오래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24]


흔들리는 결혼

옛날에는 공통된 기반 위에 놓인 세계관과 규범, 굳건히 고정된 성 역할, 경제적인 필요, 이 세 요인이 결혼을 외부에서 (그리고 내부에서도 역시) 규정하고 거의 꼼짝 못할 만큼 배우자들을 결합시키는 요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요인들은 큰 의미가 없다. 이제 결혼을 튼튼히 지켜주는 것은 오직 인간 대 인간으로서 부부가 맺는 관계의 질밖에 없다. 말하자면 두 사람이 서로 얼마나 잘 지내고 조화를 이루고 사랑하느냐에 따라 그들이 부부로 남을 것인지 아닌지가 결정된다. [27]


오래가는 사랑 만들기

부부애가 무엇인지 본질 이해하기

1. 아내와 남편의 사랑은 서로 상대에게 반한 상태와는 분명히 다르다. 대개 운이 좋으면 상대에게 반한 감정이 결혼 초기에 잘 지속되고, 또 더 괜찮은 경우에는 때때로 이 감정이 되살아난다.

연애 감정에 푹 빠진 그 상태를 가장 이상적인 사랑이라고 확신하는 사람이라면, 시간이 흘러 그런 감정이 잦아들면 이제 사랑이 끝났다고 단념하거나 아니면 계속해서 새로운관계를 시작해야 한다. [29]

2. 사랑은 발전하는 ‘과정’이지 한번 일어났다가 어느 순간 끝나버리는 ‘사건’이 아니다. 사랑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여러 단계를 거쳐 발전하고 달라지는 그 무엇이다. 더욱이 우리 스스로 ‘뭔가’하고, 능동적으로 설계해야 생겨나는 것이다.

연애 감정에 푹 빠져 있을 때는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잘 되던 것도, 부부가 각자, 그리고 함께 부지런히 ‘일하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유지되기 힘들다. ‘일한다’는 표현이 ‘사랑’이란 말과 참 안 어울린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것이 진실이다.

상대를 대하는 태도가 그때그때 일시적 기분에 좌우되지 않고 늘 한결같은 자세로 자리 잡게 하려면 ‘관계 노동’이 반드시 필요하다. 열렬한 연애 감정에 휩싸인 시기에는 저절로 상대방한테 흘러가던 관심과 애정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는 의식적인 관계 노동을 통해 꾸준히 가꾸고 관리해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30]

3. 남자와 여자의 사랑은 나름대로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는 변화과정이다. 당연히 위기도 찾아온다. 위기 없는 결혼생활은 있을 수 없거니와, 부부관계가 성숙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위기 때문에 관계가 위태로워질 수도 있지만, 위기는 항상 기회라는 다른 얼굴을 가졌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잘만 활용한다면 오히려 위기는 성장의 계기가 되고, 그 안에서 부부의 사랑은 좀 더 무르익고 견고해진다. ...

이 관계에서 따로, 그리고 같이 발전하는 단계에서 그만큼 한 걸음 더 앞으로 내디딜 때가 왔다는 신호다. [31]

4. 부부 관계의 위기는 자율과 구속 사이에서 적당한 균형을 잡기 어려워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부부는 두 사람 모두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한 독립된 인격체이지만, 동시에 안정과 따뜻함을 선사하는 상대방과의 유대도 놓치고 싶어하지 않는다. 막 사랑에 빠졌을 때야, 나의 자유 따위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이때만큼 상대방과 붙어 있고 싶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시기가 지나고 나서도 거기에 계속 머물러 있어야 한다면 그것만큼 답답한 감옥이 없다.

살아있는 건강한 관계란, ‘나’와 ‘우리’가 끊임없이 번갈아 우위를 주고받는 시소 게임이어야 한다. 상대방의 따스함이 필요한 때가 있으면, 반대로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는 시간도 필요하다. 그런 분리된 시간, 그러니까 아내와 남편이 각자 좋은 의미의 ‘이기주의’를 실천하는 시간은 부부애를 해치기보다 오히려 부부애를 더욱 돈독하게 해주는 필수 요건이다.

부부가 각자의 욕구와 이해에 맞춰 거듭 의견을 조정하고 합의점을 찾으려고 노력하면, 결혼이라는 범주 ‘안에서도’ 자기를 실현할 수 있는 자유의 공간을 충분히 생긴다. 대개 서로 상대에게 독자적인 영역을 너그럽게 허용하는 부부는, 상대를 일일이 감시하고 뭘 하든 꼭 붙어 있으려고 안달하는 부부보다 훨씬 튼튼하고 오래가는 관계를 유지한다. [32]

5. 사랑이란 두 사람이 한 사연을 공유한다는 뜻이다. 둘이 함께 한 오랜 시간만으로도 사랑은 특별한 의미를 부여받는다. 물론 그 오랜 시간 속에는 여러 위기가 도사리고 있다. 부부 관계가 황폐해지고 관성으로만 흘러가며 공허해지는 때가 바로 위기이다.

하지만 우리가 관계의 활기를 되살리려는 노력을 저버리지 않는 한, ‘함께 늙어가기’라는 말의 가치는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할 것이다. 함께 늙는다는 것은 뭘까? 그것은 아무리 수천 번의 강렬한 연애를 반복해도 얻을 수 없는, 단 한 사람과의 사랑에서 얻는 깊은 유대감과 정이 있어야 가능하다. 오랜 세월 동안 같은 사연을 만들어가는 결혼 생활만큼,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는 것도 없다. 물론, 이 편안함은 우리가 그것을 ‘함께 겪고 견뎌야’ 비로소 누릴 수 있는 행복이다.

누구에게나 이렇게 오래가는 사랑을 무조건 강요할 수는 없다. 어떤 경우엔 그냥 헤어지는 것이 나을 때도 있다. 애초에 사랑을, 혹은 상대를 착각했을 수도 있고, 각자의 길이 너무 많이 달라져서일 수도 있다. 다시 말하지만, 사랑은 결코 강요할 수 없다. 하지만 오래 가는 사랑이 가능하도록 시도할 만한 일은 정말 수없이 많다. 사랑이 풍요로운 결실을 맺으려면 오랜 시간이 흘러야 한다. 어쩌면 지금 우리는 그것을 잊고 사는 게 아닐까. [33]

check point : 부부의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몇 가지 질문

4. 자율과 구속의 균형 문제에서 우리 부부 관계의 대차대조표는 어떤 모습인가? 두 사람 다 충분히 개인적인 자유를 누리는가? 동시에 둘 사이에 충분한 애정과 유대감이 존재하는가? 자율과 구속 중 어느 한쪽에 치우쳐 있지 않은가? [35]


2장 남자와 여자의 차이 - 남과 여는 관계 맺는 방식이 다르다

남편의 충고, 어느 것 하나 틀린 것 없고 모두 일리 있고 합리적인 충고뿐이었다.

문제 대 관계

유디트는 하루종일 아들이랑 씨름하느라 지쳤고, 남편에게 그 얘기를 하면서 이해를 구하고 관심을 받고 싶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 유디트에게 있어서 남편과 나누는 대화는 문제 해결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서로의 관계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남편이 인간 대 인간으로서 아내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그녀의 하루가 어땠는지 귀 기울여주고, 공감해주길 바랐던 것이다.

남자는 상대와의 관계에 기꺼이 ‘제3의 무엇’, 그러니까 어떤 문제나 업무, 목적 따위를 끌어들이는 습관이 있다. 말하자면 남자들에게 관계란 배경일 뿐이고, 그들의 의식 전면에는 ‘객관적 사실’, ‘문제’ 즉 두 사람이 함께 얘기하는 어떤 ‘일’이나 ‘주제’가 두드러진다. [41]


해결 대 공감

유디트는 해결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저 남편이 앞에 앉아서 자기 얘기를 듣고 함께 공감해주길 바랐다.

남자들은 바로 이 점을 힘들어한다. 여자가 하는 한탄을 ‘그저’ 들어주고 ‘같이’ 화내고 슬퍼하기만 하면 문제상황이 더 나빠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여자는 감정이 격해져 더 슬프게 울 테고, 모든 상황이 통제할 수 없는 지경으로 한없이 뻗어나갈 게 뻔하다. 그래서 오히려 남자들은 공감해주기는커녕 감정을 몰아내고, 여자의 말을 툭툭 끊어버리고, ‘감정의 홍수’를 차단하고, 되도록 빨리 문제를 붙들고 결론을 내고 싶어한다.

반대로 여자들은 자기의 속 이야기를 차분하게 들어주고 마음 깊이 공감해주는 누군가가 앞에 있다는 것만으로 문제의 절반은 벌써 해결된 거나 마찬가지로 느낀다. 충고는 그다지 원하지 않는다. 실제 뭘 어떻게 해야 할지는 자기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거나, 문제를 입 밖으로 끄집어내어 얘기하는 순간 명확하게 떠오르게 마련이다. 그런데 그 과정을 같이 버텨주는 게 남자 입장에선 종종 꽤 힘든 일이다. [43]

자기야, 나 오늘 힘들었어. 그냥 편하게 들어줘.


경쟁 대 유대

둘 사이에 확연한 일체감이 조성되었다는 느낌을 아내에게 전달하기 전에는 해결책이 뭘까 고민하는 것이 아무 쓸모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45]


소극성 대 표현력

마르쿠스는 아내의 안테나가 수신할 수 없는 전혀 엉뚱한 주파수로 열심히 신호를 보내고 있었던 셈이다. [47]


남자와 여자는 왜 다를까?

check point : 차이에 대처하는 방법


3장 상처 받았을 때, 상처를 주었을 때 - 화해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그때 모리츠를 낳고 퇴원해서 집에 오자마자, 그렇게 힘들게 아이를 낳고 온 내게 당신이 어떻게 했는지 알아? 같이 자자고 했어! 내가 싫다고, 아프다고 했는데도 막무가내였지! 나를 조금도 생각해주지 않았어! 그때부터 하고 싶은 마음이 눈곱만큼도 안 생겨!”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상처 주는 행동을 했는데도 그 일에 대해 서로 터놓고 대화하지 못한다. 그러는 사이 상처는 여전히 남아 사랑을 좀먹는다. 부부 사이에 생긴 상처를 지혜롭게 치유하고 다루는 일은 그만큼 어렵다. [54]


사랑하기 때문에 상처를 받는다

아무리 노력해도 부부가 서로 상처 주고 잘못하는 일은 불가피한 것이다. 그것도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말이다. 결국 상처는, 벗어날 수 없는 부부의 운명이다. [55]


덮어둔 상처는 분노로 자란다

말끔히 치유되지 않은 상처는 사랑의 빛을 약하게 하거나 아예 꺼뜨리기도 한다. [56]


화해의 세 단계 과정

부부끼리 어떤 문제가 생기면 질질 끌지 말고, 되도록 상처를 받는 즉시, 그것도 되도록 바로 그날 화해를 하는 게 좋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적어도 항상 그런 원칙이 서 있어야 한다. [57]


1. 상처를 준 쪽에서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것

중요한 것은 내 의도가 아니라, 내 행동과 의도가 낳은 ‘결과’다.

2. 용서를 구하는 일

3. 때로는 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어떤 ‘행위’ 즉, 보상이 덧붙여져야 할 때가 있다.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고, 행동으로 보상한다.


화해를 위한 보상행위는 상징적인 성격이 중요하다. [60]


상처 받은 자의 무기

1. 자신이 느낀 감정을 진지하게 받아들여라

자신을 무시하고 비하하지 말라.

“별 수 있어? 잘난 내가 그냥 참아야지.”

비록 고통과 분노를 실감하고 똑바로 바라보는 것이 지금 당장은 더 힘든 일일지라도, 상처를 반드시 불러내어 일일이 해결하는 편이 훨씬 낫다. [62]

2. 똑똑한 목소리로 상대방이 나한테 상처를 주었다는 사실, 어떤 일로 상처를 주었는지 분명하게 알리는 일이다.

치명적인 오해와 불신을 예방

3. 파괴적인 권력 게임을 시작하지 않도록 하라

“절대, 영원히 용서 못해!”

이 말이 진심인 한 관계가 끝났다는 선언과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더는 그 사람과 같이 살면 안 된다. 어떤 상처는 너무 깊고 커서 사랑을 아예 말살하기도 하고, 용서도 화해도 불가능한 일도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 부부라는 이름 때문에 분노와 복수심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느니 차라리 헤어지는 것이 낫다. [64]


같이 화목하게 잘 살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거의 모든 상처는 나을 수 있고 관계도 회복된다. 그러고나면 상처 때문에 사랑이 약해지기는커녕 더 깊어지기도 하고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용서를 구하고 용서하는 과정에서 우리 가슴은 한층 더 깊어지고 넓어지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상처 준 사람도 상처 받은 사람도 모두 한 발씩 양보하고 진심으로 노력해야 한다. [64]

check point :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

1. B가 A에게 상처를 받았다고 가정하자.

  B가 할 일 : 상처를 대강 덮어두지 말라! A에게 언짢은 마음만 품어봤자 소용없다. 따질 건 따지고, 싸울 건 싸워야 한다. 큰 소리 나는 걸 두려워해선 안 된다. 혼자서 해결하려 들지 말라. 잘못된 걸 제대로 바로잡는 건 A에게 달린 문제다!

2. 이쯤 되면 A는 변명하고 자기 방어에 돌입하려 할 것이다. 물론 가끔은 오해를 풀 필요도 있다. 하지만 오해를 풀려 했다가 상황이 악화되는 일이 더 많다.

  A가 할 일: 문제의 사건을 B의 입장에서 B의 시선으로 다시 떠올려보자. 아마 대부분은 B가 받은 상처에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어떻든 거기까지 성공했다면 이제 당신이 B에게 상처 준 게 사실이라는 걸 순순히 인정하라. 일부러 그랬든 모르고 그랬든 전혀 상관없다! 그러고 나서 B에게 분명하게 용서를 구하라. 당장 할 말이 궁하거든 따로 글로 적거나 나름대로 고민해서 준비해두자.

3. B도 마음이 한결 편해지고 나름대로 반가워할 것이다. 이럴 경우 B는 그 감정을 굳이 숨기지 말고 내보이고, 이제 상처가 나았다거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었다는 선언을 해줘야 한다. 아직도 앙금이 남아있다면, 자신에게 용서할 마음이 생길 만한 보상 수단을 떠올려서 A와 협상한다.

4. A도 B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자기 쪽에서 먼저 행동으로 보상하려는 화해의지를 표명할 수 있다. 이럴 때 A는 B가 오랫동안 하고 싶어했고, 관계개선을 위해 자신이 기꺼이 마음에서 우러나서 할 수 있는 일을 제안하는 것이 좋다.

5. A가 문제를 해결하려고 최선을 다했고 B도 용서할 마음이 있다면, 반드시 지켜야 할 철칙이 있다. A도 다시는 비난하는 투로 이 상처를 들먹여서는 안 된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화해는 제대로 이뤄진 것이 아니므로, 처음부터 다시 화해와 용서의 과정을 밟아야 한다. [66]


4장 ‘사람 좋은’ 남편, ‘불평투성이’ 아내 - 왜 아내는 영원히 만족을 모르는가

아내의 환상과 남편의 현실주의

흔히 말하는 ‘분수를 모르는’ 아내 옆에는 항상 실과 바늘처럼, 유별나게 ‘현실적’이고 변화를 모르는 남편이 따라 다닌다. [73]


내 힘으로 서지 못하는 이유

아내의 진짜 소원

남편이 아무리 ‘겉으로는’ 아내의 소원을 다 들어준다 해도, 아내를 진정한 인격체로 대접하지 않으니 아내 역시 자부심이 안 생긴다. 그러니 아무리 세계를 발밑에 갖다놔준들 마음 속엔 바람만 휑하니 불고 그 텅 빈 속을 채우고 싶어서 자꾸만 뭘 더 갖고 싶어한다. 그것은 가지고 또 가져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감이다. [76]


이제는 서로 만나야 할 때

아내가 원하는 것은 사실, 남편이 자신을 사람으로 대해주는 것, 자신과 진정한 관계를 맺는 것, 두 사람의 눈길이 마주치는 것, 둘이 서로의 가슴과 가슴을 따스하게 감싸주는 것이다. [77]


‘맞춰주는 것’ 하고 ‘정말 아내와 공감하는 것’ 사이에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다.


여자들이 자기에게 필요한 것을 스스로 나서서 구하려고만 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기혼 여성들이 우울함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79]


check point : 끝없는 불만족을 푸는 방법

누군가 과도한 외적인 욕심을 부리면서 아무리 채워도 충족되지 않는 불만을 호소한다면, 돈이나 재산문제가 아닌 인간관계에서 답을 찾는 것이 가장 빠르다. [80]


5장 상대방의 잘못만 보는 부부 - 내 안의 그림자 들여다보기

알프레드는 질서를 끔찍이 사랑하는 남자다. ...

특히 퇴근하고 집에 돌아왔는데 현관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아들 녀석의 곰 인형이 발에 치이고 아이는 저만치 안쪽에서 다른 장난감을 갖고 노는 장면이 눈에 띄기라도 하면 그는 참지 못하고 즉각 화를 폭발시킨다. [84]


희생양 매카니즘

한쪽이 다른 한쪽에게 지나치게 심하게 어떤 일의 책임을 일방적으로 뒤집어씌울 때는, 대개 자신도 그 사태에 책임이 있다는 죄책감을 애써 지우려는 것이다. [86]


내 안의 숨겨진 그림자

카를 구스타프 융

인생이 양극, 그러니까 서로 반대되는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는 말을 했다. 한 면이 크게 부각된다고 해서, 반대 부분이 쉽게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융은 우리가 어떤 심리적 성향을 강하게 나타낼 때 그 반대되는 요소가 우리 마음에서 사라지지 않고 내면 깊숙이 자리 잡으며, 은폐된 형태 즉 ‘그림자;로서 살아 있다고 말했다. 그림자란 쉽게 말해 ’내‘가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내 심리의 어두운 측면이다.

혹시 알프레드는 사실 자기 내면이 온통 혼란으로 가득차 있어서 그토록 질서를 사랑하는 것이 아닐까?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자

부부는 서로를 비추는 거울

눈을 뜬다는 건 이런 심리적 관계를 인식하고 진지하게 생각한다는 뜻이다.

또 눈을 뜬다는 것은 자기 자신에게 정직해진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눈을 뜬다는 것은 상대방에게서 나를 본다는 것이다.

상대의 결점을 책망하고 욕할 게 아니라, 나 자신을 돌아보고 고치는 데 그것을 역이용할 수 있다면 그보다 훌륭한 사랑의 행위가 어디 있겠는가. 우리는 눈 먼 장님처럼 서로를 구덩이로 이끄는 대신, 둘 사이에 마찰이 빚어지는 바로 그 지점에서 함께 발전하는 삶의 반려자가 되어야 한다. [94]


check point : 상대의 ‘잘못’을 대하는 법칙

상대방이 어떤 잘못을 했다는 생각이 들 때, 고압적이지 않고 차분하게 접근하려면 가장 먼저 자기 마음속의 ‘그림자’를 들여다보아야 한다.

힘든 과정을 거쳐야만 해결이 가능하거나 혹은 아예 해결이 불가능해 보이는 대립구도도 있다. 그럴 땐 부부 각자가 상대방이 아닌 자기 마음속의 그림자로 시선을 돌리고 그것을 진솔하게 바라보고 따스하게 받아들이려 노력할 때 비로소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95]


6장 지금 그대로의 내 모습을 받아들여줘 - 너무도 익숙한 관계의 딜레

상대가 변하기를 바라는 마음

거부하는 쪽에 묻는 질문

당신을 정말 ‘사랑’하는 게 맞다면 당신더러 자꾸만 달라지라고 요구하지 않을 텐데 하고 생각하는 건 아닌가 요? 당신이 말하는 사랑은 완벽한 사랑, 모든 것을 감내하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그런 사랑이겠지요? 정말 아름다운 얘깁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은 어린애 같은 사랑이 아닐까요?

어른들의 사랑은 어떤 중요한 부분에서는 상대방에게 내가 마땅치 않을 수도 있고, 그래서 상대를 위해 그가 원하는 방향으로 바꾸려고 노력해야 할 때가 있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102]


아내의 요구를 정당한 것으로, 상식적이고 공감할 수 있는 것으로 인정했다면, 비록 당신이 어떤 이유에서 그 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해도 분위기는 여전히 부드러웠을 겁니다. 부부 사이에 가장 많이 상처를 받는 대목도 바로 이런 경우이지, 상대의 거절이 아닙니다! [102]


아주 기본적이고 중요한 문제인, 당신 부부의 ‘주고받음 계좌’가 균등하게 운영되는지, 한쪽이 너무 밑지는 건 아닌지 따져보는 겁니다. [103]


상대가 바뀌기를 바라는 쪽에 묻는 질문

당신도 남편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부분적으로 바뀌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바뀌지 않는다는 걸 인정해야 하는 거지요. [106]


우리는 사랑에 빠졌을 때 상대에게 내가 꿈꾸는 ‘이상적 자아’를 투사하기 때문에 그가 훨씬 멋지고 사랑스러워 보입니다. 나의 부족한 면을 다 채워줄 수 있는 미덕들을 온몸으로 체화한 것처럼 보이는 겁니다. 그대서 상대를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내 눈높이에 ‘맞춰’봅니다. 물론 어느 정도는 이 눈높이와 일치하는 점이 있겠지요. 하지만 ‘맞지 않는’ 부분이 더 많습니다. 그것이 당신 눈에 이제야 들어온 겁니다. 이제 상대방을, 내게 없는 부분을 짜 맞춰 만든 이상형으로서가 아니라 진짜 ‘상대방’으로 보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상대방에게서 왜곡된 방식으로 내 모습을 찾는 건 사랑이 아닙니다. 내 자아를 넘어서 상대와 소통하는 길을 만드는 게 진짜 사랑 아닐까요? [107]

  

그토록 교류, 소통, 공감, 자상함이 중요하다면 왜 하필 그런 걸 잘 못하는 남자와 결혼했습니까? [107]


부부 사이에 생기는 변화 요구를 잘 다루기 위해서는, 요구하는 쪽에서나 요구당하는 쪽에서나 이런 질문들을 스스로 던지고 답을 찾기 위해 고민해봐야 한다. 그때야 비로소 상대방에게서만 잘못을 찾지 않고 나 자신을 먼저 돌아보게 될 것이며, 당연히 대립으로만 보였던 상황도 한층 부드러운 분위기를 띨 것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내 요구를 고수하거나 고수해야만 할 때가 있을 테고, 여전히 그 요구를 거부하거나 거부해야 할 때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의 요구와 거절은 한층 다르게 들릴 것이다. 조금 더 따스하고 조금 더 상대의 공감을 구하고 상대에 대한 배려가 묻어나는 그런 표현이 가능해질 테니까. 그것만이 아니다. 궁극적으로, 한쪽에서는 바라는 변화가 실제로 이루어지고, 다른 한쪽에서는 단호한 거절이 받아들여질 가능성, 그래서 사랑이 큰 상처없이 오래 지속될 가능성도 더욱 높아지지 않을까? [109]


check point : 변화의 요구를 생산적으로 다루는 방법

1.진심으로 상대가 변하기를 바란다면, 내가 그의 인격 자체는 충분히 받아들이고 존중하며 인정한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주어야...

2.상대의 변화요구를 처음부터 말도 안 되는 것으로 치부하기 전에 이것만은 반드시 기억하자.

*누군가와 함께 살려면 상대의 성격과 바람에 어느 정도 맞춰주는 적응력이 있어야 한다.

*언제든 그런 적응력을 실제로 입증해 보일 자세를 갖추자.

3.상대가 변하기를 바라기 전에 자신을 진단하는 질문을 던져보자. 혹시 나 스스로 짊어져야 하는 책임을 상대방에게 떠넘기고 있는 건 아닌가.

4.행동을 바꾼다는 건 원래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특정 행동은 사람마다 가진 성격, 교육 과정, 습관 같은 것으로 단단히 고정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라는 쪽에서든 바뀌는 쪽에서든 상당한 인내와 배려가 병행되어야 한다.

5.상대가 변화를 요구할 때 그것을 받아들이든 못 받아들이든 일단 공정하게 인정하고 존중해 주어야 한다. 요구 자체를 폄하하고 비웃는다면, 아무리 그 요구를 정말 받아들여주었다 해도 상대방은 큰 상처를 입는다. [111]


7장 부부의 권력투쟁 - 권력 싸움을 권력 게임으로

권력은 부부 관계에서 적지 않은 구실을 한다. 권력이란 곧 상대에게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뜻이다. [116]


권력과 소통

흔히 권력투쟁은 양쪽이 각자 어떤 사실에 대한 자기 시각을 상대방에게 들이밀면서 그것을 따르도록 요구하되 동시에 상대 의견에는 결코 고개를 숙이지 않겠다고 거부하는 양상으로 나타난다. [117]


‘지배 종속 유형’

‘위’에 있는 쪽은 고립됐다는 느낌이 커질 것이고, ‘아래’에 있는 사람은 억압받고 멸시당하는 느낌 때문에 ... [118]


서로 사랑하는 부부라면 반드시 배워야 할 것이 있다. 상대방에게 설 자리를 주고, 상대를 포용하는 것이다. 포용한다는 것은 고개를 끄덕여주고 상대의 기쁨과 감동, 혹은 불안과 공포에 공감해주며 잠시나마 모든 걸 상대편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느끼는 것을 의미한다. [119]


상대에게 동조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또 하나 있다면, 그것은 둘 사이에서 자기 입지를 당당하고 힘 있게 지키는 법을 배우는 일이다. 항상 동의만 해주고 포용하기만 한다면 ‘다루기 쉬운’ 배우자가 될지는 몰라도, 길게 보면 둘의 관계는 마찬가지로 경직되고 정체되기 쉽다. 우선 그런 사람은 자신의 부부 관계에 자율적으로 자극을 불어넣지 못할뿐더러, 결국 상대방을 군림하는 배우자로 만들기 때문이다. [120]


불평등한 권력의 원천

돈, 관계

남자들이 주로 쓰는 물리력, 여자들이 주로 쓰는 성적 매력, 혹은 양성 모두에게 해당되는 정보, 사회적 관계와 인맥 따위

자기 위치는 튼튼해질지 모르지만 우리가 그토록 지키고 싶어하는 사랑은 점점 시들어버린다. [121]


건설적인 권력 게임

‘방해권, 제한권, 이행권’


방해권은 언제든 관계를 해치는 부정적인 작용을 한다.

“내가 하게 둬. 당신이 뭘 안다고!”

“꼴 사납게 잘난 척 좀 하지 마!”


제한권을 쓴다는 것은 상대의 요구에 맞서 내 영역을 지키는 것을 뜻한다.

“끝까지 말 좀 하게 해줘. 자꾸 내 말에 끼어들지 말고!”

“내 앞으로 온 우편물을 내게 물어보지 않고 뜯어보지 않았으면 좋겠어!”

아무리 부부 사이라도 내 영역이 침범당할 위험이 있다 싶으면 강력하고 분명하게 제한권을 행사해야 한다. 제한권 때문에 관계가 해를 입을 염려는 없다. 오히려 정반대다. 한계가 분명한 관계는 새로운 만남과 합일도 반드시 보장된다. [123]

상대의 핸드폰, 메일을 열어보는 것, 지갑을 열어보는 것.


‘이행권’은 상대방에게 행동의 자유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권력을 사용해서 상대방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경우이므로 이행권은 결과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 물론 그러면서도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무조건 묵살해서도 안 된다.

상대방에게 영향력을 행사하여 각자 갇혀 있는 한계를 깨고 새로운 영역에 발을 들여놓게 도와주고 혼자서는 하지 못할 멋진 경험을 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서로 새로운 세계로 이끌 수 없다면 그 부부 관계가 얼마나 심심할까 생각해보라. [124]


권력게임이 원활히 돌아가는 부부 관계는 시소와 닮았다. ... 끊임없이 움직여야 타는 재미가 있다. [125] 


check point : 부부 관계에서 권력 사용 규칙

2.자기 의견을 관철하는 법, 그리고 상대에게 수긍하는 법을 배우자. 둘 중 하나만 할 줄 안다면, 부부 사이의 권력 오용을 부추기는 것이다.

3.의견을 관찰하고 싶다면 공공연하게 표현하라. 은폐된 전략이나 조작은 관계를 죽이는 독이다.  [126]


8장 사랑에는 공격성도 필요하다 - 올바른 싸움의 기술

부부의 사랑에는 적당한 양의 공격성이, 그것도 일시적이 아니라 꾸준히 필요하다. 그래야 사랑에 활기가 유지되고, 심지어 부부 관계가 파탄의 위기로 악화되지 않는다. [131]


나를 드러내는 관철 공격성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는 것, 그러기 위해 공격적 에너지를 발동하는 것은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행위다.

타인의 관심을 끌고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다. 공격성은 어떤 욕망과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 욕구를 지닌 한 개인으로서 나를 ‘각인’시키며 세상에 알리는 수단이다. 그렇게 나를 알리고 나면 세상이 나를 간단히 무시하는 일은 없다. 게다가 공격성은 바로 그 지점에서 최초의 접촉을 만들어낸다. 공격성이 사랑으로 직접 연결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공격성을 통해 닫혔던 입을 열고 목소리를 내며 나를 ‘표현’하고 타인의 마음을 움직인다.

공격성은 최소한 모든 사랑의 전제조건인 셈이다.

자기 목소리를 내지도 않고 타인에게 다가서지도 않는 사람은 하나의 인격체로서 다른 이들에게 자신을 알릴 수 없다. 그런 사람은 남들에게서 사랑받기 힘들다. 그저 이용당하고, 도구처럼 쓰이고 학대받다가 휙 내버려지기 쉽다.

오랫동안 남편하고 애들 뒷바라지하느라 죽어라 고생만 했다는 한탄, 그래서 자기가 누군지도 잊어버리고 누구 아내 누구 엄마로만 살다가 잔뜩 허무해진 여자들 이야기가 차고 넘친다.

관철 공격성은 개별 인격체로서 나를 드러내는 수단이다. 나를 무시하지 못하게, 내말을 흘려듣지 못하게 하는 도구다. 부부 사이에서는 그런 꾸준한 자기 표현이 필수적이다. 반복되는 일상에 치이다 보면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나만의 고유한 품위를 더는 발견하지 못하게 되기도 하고, 서로의 가치를 무시하고 상대를 착취하는 일도 생기기 때문이다.

“나하고 미리 의논하기 전에는 맘대로 저녁 약속 만들지 않기로 했잖아. 지난주에도 말 한마디 없이 불쑥 약속을 정하더니, 이번에도 또 그랬어. 그것 때문에 내가 얼마나 당혹스럽고 화가 나는 지 알아? 이제 그런 행동은 그만두면 좋겠어!” [135]


나를 지키는 방어 공격성

권리 침해를 당한 쪽에선 선을 긋고 분명히 해두어야 한다. 안 그러면 무엇보다 소중한, 사랑이 위협받는다. 두 사람이 수많은 것들을 공유하지만 더불어 한두 가지의 비밀도 당연히 있어야 한다. 그리고 부부는 상대방의 작은 비밀을 반드시 존중해주어야 한다. 방어 공격성은 바로 이 비밀을 지키는 수단이다. 물론 사랑한다면 서로 속속들이 알아야 하고 ‘비밀이 없을 정도로’ 친해야 한다. 다만 그런 이유로 아무리 부부지만 사람 사이에 있어야 할 최소한의 거리가 무시되는 일도 종종 일어난다. 거리가 아예 없어지면 부부는 상대를 매일 손쉽게 사용하는 생활용품 정도로 취급하게 된다.

부부가 각기 자기 영역을 지키고 싶어하는 지점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그럴 때마다 누구도, 상대가 정해놓은 한계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또한 자기가 원하는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분명히 말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여기서 말하는 방어 공격성이다. 물론 그 한계를 좀 느슨하게 풀고 상대를 받아들이는 것도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부부의 사랑이다. 하지만 언제나 변하지 않는 원칙은 있다. 내가 잃고 싶지 않은 영역이 있다면, 상대가 그것을 쉽게 알아듣도록 분명히 표현해야 한다. [137]

상대가 발가벗고 목욕하는 욕실에 드나드는 것에 대한 부부의 서로 다른 반응,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예였다. 한참 전, 결혼한지 한참 된 자기 와이프가 사춘기에 다다른 아들이 있는데도 홀딱 벗고 욕실에서 나오는 것이 참 싫다(이해가 안간다)는 한 분의 푸념이 생각난다. 사실 그 이야기는 내가 아니라 와이프에게 했어야 하는 이야기인데...


파괴적인 공격성의 원인

“세상에나, 저 여자 좀 봐! 어떻게 제 남편을 저렇게 들들 볶아댈까!”

아내의 공격이 더 세 보이는 것은, 바로 남편의 방호벽 뒤에 꼭 그만큼 강도 높은 공격적 에너지가 숨어 있고, 어느 한 쪽도 양보 없이 계속 그 강도를 높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부부 관계에서 자기 주장 없이 사는 사람은 참으로 순하고 겸손해 보인다. 하지만 바로 그 순함이 상대를 절망으로 이끌고 지독히도 ‘공격적으로’ 굴게끔 만든다는 것.


부부 사이에 관철 공격성과 방어 공격성이 유연성을 잃고 편향적으로 분배되는 경우,

한번은 내가, 한번은 상대방이 번갈아가며 ‘공격자’와 ‘방어자’의 역할을 나누어 맡는가?

[139]


인간관계에서 공격성을 적대적인 방식으로 사용하면 그것은 관계를 파괴한다. 즉 나를 지키려는 공격이 아니라, 상대를 배척하고, ‘나쁜 놈’으로 만들고 도덕적, 심리적, 정신적 차원에서 뒤떨어진 존재로 보이게 하려는 공격이다. [140]


내 의사를 분명히 표현하되, 상대를 멸시하는 일 없이 상대방에게 원하는 것을 제시하는 것이다. 상대는 나 때문에 체면을 잃지 않았기 때문에 방어적으로 나올 필요가 없다. 당연히 내가 원하는 것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훨씬 커지고, 사랑이 상처받을 일도 없다. [142]


부부가 대립할 때 사랑이 흔들리는 것은 공격 자체 때문이 아니라, 그 공격성을 상대방에 대한 멸시와 직접적이지 않은 태도에 담아 표현하기 때문이다.

파괴적인 공격성은 거의 언제나 스스로 자존감이 부족한 탓에 생긴다.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인정한다면, 내가 강하다는 걸 느끼겠다고 상대를 깎아내릴 필요도 없고, 그러면 공격성 역시 파괴적일 필요가 없다. 오히려 적절한 공격성은 사랑의 불꽃을 새로 일으킬 신신한 산소 구실을 해줄 것이다. [142]


check point : 부부 관계에서 공격성을 다루는 규칙

2.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중심으로 이야기하자.

‘나 표현법’ 싸움을 키우는 것이 아닌,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한 가장 좋은 대화방법


9장 질투가 죽이는 것, 살리는 것 - 위험하고도 유용한 사랑의 바로미터

질투는 소유욕의 산물?

질투란? 상대가 내게 무척 소중해서 나와 가장 깊은 관계이기를 바라지만 그 깊은 친밀성을 나 아닌 제삼자에게 허락할 때 나는 질투를 느낀다. 본질적으로 남자와 여자 사이의 사랑이란, 나는 너를 완전히 가지며, 너 또한 나를 완전히 갖는 것을 뜻한다. 그 과정에서 ‘오직 우리 두 사람’만의 특별한 친밀성이 생긴다. 내 배우자가 이 특별한 관계를 제삼자와도 공유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순간, ‘우리’ 만의 공간이 파괴된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 생각 때문에 고통, 슬픔, 분노, 그리고 질투가 일어나는 것이다.

따라서 질투는 단순한 소유욕이 원인이 아니라, 나와 배우자 사이에 존재했거나 적어도 나 혼자서라도 꿈꾸고 소망한 고유의 사랑이 방해받을 위협을 느낄 때 생겨나는 자연스런 반응이다.

배우자의 외도를 알고도 억지로 질투의 감정을 떨쳐 없애버리려고 노력하는 것은...

그 순간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낮추는 것은 물론, 자신에게 상처를 준 배우자와 정면으로 부딪치고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혼자서만 그 고통을 다 짊어지겠다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150]


사랑을 파괴하는 질투

소유욕과 더불어, 상대의 감정과 행위에 전권을 행사하고 영향력과 통제를 가하려는 욕심이 질투와 결합하는 순간 파괴가 자행되고 사랑과는 정반대되는 행위가 일어난다. [151]


사랑으로 상대를 조종하려는 순간 사랑은 자기파괴를 피할 수 없다. 내 사랑이 ‘걷잡을 수 없는 통제 불능 상태’에 머무는 한, 상대에게 나를 다시 사랑하라고 요구하는 건 무리다. [152]


그 뒤에 숨은 원인은 무엇인가?

어쩌면 상대방에게 내가 지금 덮어씌우는 부정한 애정 행각도 사실은, 내 마음 속에 숨어 있는 은밀한 욕망이 상대에게 투사된 것은 아닐까? 그 욕망을 실현할 용기는커녕 스스로 인정할 용기조차 나지 않아서 그런 건 아닐까?

과도한 질투심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자기 내면의 욕구 세계를 도무지 ‘정리’하지 못한 채 사는 경우가 많다. 그저 욕구와 관련된 혼란을 막연하게 억압하기만 하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억눌러두기만 한 욕구는 저 깊은 곳에서 자꾸 튀어나오려 하고, 위기감을 느낀 당사자는 제일 가까운 곳에 있는 배우자한테 그 욕구를 전가한다.

심리학 용어로 ‘그림자를 투사하는 현상’이다. [153]

어린 시절의 해소되지 않은 애정 결핍


상대를 질투로 내몰기

부부 사이인데도 한 사람이 배우자에게 완전히 마음을 열지 않을 때다. 그런 사람은 나를 온전히 내주지도 않고, 상대방을 온전히 받아들이지도 않는다. [155]


check point : 상대의 질투심, 이렇게 바라보자


10장 사랑의 질서 - 오래 가는 사랑의 내적 법칙

‘사랑’과 ‘질서’를 함께 붙여 말한다는 게 어색해 보일지 모른다. 사랑이라고 하면 감정이 연상되게 마련인데, 감정은 도무지 질서와는 상관없으니 말이다. 한번 시작됐다 하면 이미 존재하던 질서까지 무너뜨리고 가정이니 규범이니 도덕이니 하는 것들을 깡그리 무시하게 만드는 게 에로틱한 정열의 힘 아닌가. 하지만 사랑이 오래 이어지려면 반드시 질서가 필요하다. 안 그러면 그 사랑은 파괴적인 독이 되거나, 한순간 타올랐다가 한순가에 사그라드는 불꽃에 지나지 않는다. 단, 여기서 말하는 (심리학자 베르트 헤링거 Bert Hellinger가 처음 사용한 표현인) ‘사랑의 질서’는 누군가, 외부의 힘이 임의로 ‘정해준’ 것이 아니다. 이때의‘질서’란 관계가 좌초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지켜야 하는 사랑의 내적인 법칙을 말한다. [162]


아이에게는 아빠와 엄마가 모두 필요하다

아빠가 ‘밖에’ 있는 사람으로 반복되는 경우

1.아이는 엄마와의 관계만 지나치게 강해진다.

2.아빠의 심리적 가족 공동체에서의 소외. 돈을 벌어다주고, 때로는 보상과 처벌을 내리는 사람일수는 있지만 그 외에는 철저히 ‘외부 사람’

3.부부관계 문제. 아내는 외톨이, 아이 문제에서 남편은 무능력자가 됨. 남편은 남편대로 아이들과 관련된 일은 아내가 모조리 다 알아서 해치우니까 자신이 가족 안에서 정말 하찮고 불필요한 존재로 전락한 듯한 기분

4.아이가 어려서부터 엄마의 심리 상태에 신경을 쓰기 시작한다. 엄마의 ‘어머니’ 혹은 ‘남편’ 역할을 맡는 것

특히 남편이 철저히 직장 일에만 파묻혀 살고 아내는 가정이 유일한 활동 영역이 될 정도로 집안일에만 매달려 살 경우 빈번하게 발생하는 현상이다. 일단 그런 질서 파괴가 시작되면 “아이는 엄마가 맡고, 아빠는 바깥으로만 도는”패턴이 고착되는 것은 시간 문제다. [165]


부부 차원과 부모 차원

아내와 남편은 가정에서는 각기 독립된 개인으로 존재할 뿐 아니라, 하나의 쌍, 그러니까 부부라는 이름의 한 쌍이기도 하고 자녀를 키우는 부모로써 한 쌍이기도 하다.

부모로써 한 쌍이라는 말은 곧 아이와 공동으로 교류한다는 뜻이다. 즉 두 사람은 아이 앞에서 상대를 고립시키지도 않고 더욱이 서로를 배격하지도 않는다.

최소한 상대방이 부모로서 택한 방식을 인정하고 존중해주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166]


‘부부로서 한 쌍’이란 어떤 의미일까? 가정 안에서도 부부끼리만 공유하는 세계가 분명히 있다. 아내와 남편이 오직 부모 역할만 하는 건 아니다. 부부만의 세계가 오래 문제 없이 유지되려면 둘 사이의 성적인 욕구와 긴장이 살아 있어야 한다. 안 그러면 파트너보다 아이가, 대개 아버지는 딸아이, 어머니는 아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두게 된다. 그러면 아이는 아이대로 ‘지나치게 중요한’ 존재가 되는 데다 가족 안에서 부적절한 의미를 부여받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결코 좋은 영향을 받지 못한다. 부모 역시 자기가 집안에서 그저 일이나 하고 다른 식구들 뒷바라지나 하는 사람이 아니라, ‘나를 여자로서 매력있게 봐주는 남자’와 ‘남자로서 내 매력을 알아주는 여자’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느낌을 충분히 누릴 기회를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부부가 자기들만의 세계를 만들려면, 아이들과 분리된 두 사람의 공간을 확보하려는 의지와 능력이 있어야 한다. 즉, 남편과 아내가 두 사람만을 위한 적당한 시간과 공간을 마련하고 아무도 함부로 방해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물론 아이가 많이 어리다면 그러기 힘들고, 종종 부부의 시간을 포기해야 하는 일도 생긴다.

하지만 아이도 부모 사이에 존재하는 단단한 감정적 결속을 실감하고, 또 부모와 자기 사이에 명확한 경계를 느낄 때 비로소 안정감을 느낀다. 그렇지 않고 ‘언제나 모든 것이 가능’하면 아이는 오히려 불안과 위험을 느끼기 쉽다. [167]


아이는 배우자가 아니다

모두 같은 자식인데도 한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조금 더 사랑스럽고 예뻐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고, 또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감정은 ‘정의’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감정은 그냥 이유없이 생겨나는 것이기에 강제로 없애거나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어쩔 수 없는 감정의 흐름을 부정할 필요는 없다. 그 감정을 표현할 때 주의하면 된다. [168]


가정은 단순히 여려 명의 개인이 모인 집단이 아니다. 끊임없이 변하고 바뀔 수 있는 것이 가족 관계지만 기본적인 틀이 있어야 하고 일정한 질서도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가족은 각각 고립된 개인들로 쉽게 해체되고 말 것이다. [169]


check point : 어떻게 사랑의 ‘질서’를 지킬 것인가

1)접근성: 아이들은 엄마와 아빠 양쪽에 비슷한 정도의 접근성을 누리고 있는가?

2)경계: 우리 부부는 아이 눈에 부모로서 훌륭한 ‘팀’으로 비치는가? 가정 내에 우리 부부만 공유할 수 있는 독립된 공간이 있는가? 아이들과 그밖의 사람들이 침범할 수 없는 고유 영역이 잘 지켜지는가?

3)결속 : 엄마과 아들 사이에서 아버지가 배제되거나 아빠와 딸 사이에서 어머니가 배제되는 일은 없는가?


11장 결혼과 함께 깨지는 평등 - 평등한 관계는 끊임없이 흔들린다

똑같이 강하고 똑같이 능력 있으며 똑같이 품위를 지녔다고 느끼는 관계


자괴감과 소외감의 악순환

그들의 의식적인 의지보다 더 강한 모종의 힘이 작용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것은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후기산업사회의 거대한 구조와 형태이다. 이 사회 구조가 가족과 직업이라는 두 세계를 멀찌감치 떨어뜨려 놓고 있으며, 개인의 삶 속에서 두 세계가 연결되고 통합되는 것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든다.

자아실현을 포기한 아내는 자신이 집안의 가정부라는 자괴감 속에 살며, 남편은 아내가 전권을 휘두르는 가족이라는 세계에 끼어들지 못해 소외감에 시달린다. [178]


벗어나지 못하는 케케묵은 역할 패턴

어떤 힘이 어떤 과정을 통해 남녀의 평등한 관계를 짓밟는 것일까?

1)역할 모델

부모 세대에게서 배운 역할분담 모델을 극복하기란 우리가 처음 막 사랑에 빠졌을 때 흔히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부모를 따라 익숙한 전철을 밟는다.

부모가 놓였던 상황과 비슷한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부모와 완전히 다른 행동을 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부모님 집에서 보고 듣고 겪은 모든 것을 던져버리고 무엇이든 부모와 정반대로만 행동하겠다고 마음먹은 경우야말로, 아버지, 어머니와 완전히 똑같이 행동할 가능성이 더욱 크다.

-> 부모가 물려준 역할 모델이 우리 마음 속에 생각보다 훨씬 더 깊이 뿌리 내린 채 강한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인정하자. 각인된 역할 모델을 의식하는 순간부터 부부는 함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다. [180]


주고받음이 불평등한 대차대조표

연인관계, 부부 관계에서는 주고받음이 균형 있게 이루어져야 서로 평등하다는 느낌을 공유할 수 있다. 성인들의 관계에서는 내가 상대방에게 주는 만큼 받는 것도 있어야 그 관계가 ‘정상’으로 흘러가고, 또 이런 상호성이 충족되어야만 사랑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181]


아내는 아내대로 가정부나 노예가 된 느낌, 텅 비고 고갈된 느낌에 젖는다. ...

아내의 결핍감은 작은 관심만으로도 메워질 수 있고, 균형감도 되돌아올 수 있다. 물론 두 사람 모두 그럴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 남편은 주고, 아내는 기꺼이 받을 자세 말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어머니가 해주는 것만 받고 자란 남자들이 결혼하고 나서 뒤늦게 베푸는 법을 배워야 하는 것처럼, 여자들도 기꺼이 받고 누리는 법을 배워야 한다. [184]

권력의 원천을 누가 쥐고 있는가

남자는 ‘제대로 된’ 직업을 유지하고, 또 한 가구의 대표적인 수입원이 되기 때문에 인정도 더 받는다. 하지만 여자는 상대적으로 열등감에 시달린다. 그런데 다른 관점에서 보면 이 상황은 반대로도 해석된다. 여자는 집안의 중심에 자리잡고 남자가 접할 수 없는 정보를 마음껏 주무르는 권한을 누린다. 바로 아이들과의 관계를 그녀가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남자도 그 안에서는 열등감을 느낄 테고, 가족 대소사에서 이렇다 할 영향력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는 주변 인물로 낙오되고 만다.

연인이 부부가 되면서 두 사람은 새로운 인생 단계에 접어든다. 그 과정에서 각자의 권력 원천이 달라진다는 점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부부 관계가 금방 맹렬한 권력 다툼으로 치닫기 쉽다. ‘직업’과 ‘돈’이라는 권력 원천에 접근 권한이 없어진 아내가 남편에게 중요한 정보를 알려주지 않음으로써 ‘아이들과의 관계’라는 권력원천에 접근하는 것을 막을 수도 있다. 남편은 집에서 계속 소외감을 느낄 것이고 자기도 더는 부인과 직장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남편의 세계에서 소외되었다는 느낌을 받은 아내는 다시 더욱 더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자기 위치를 고수하려 애쓴다. [185]


두 배우자가 상호간에, 자신이 가진 권력 원천에 상대가 접근하는 것을 허락하는 한편 자신도 상대의 권력을 충분히 활용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관계 안에 존재하는 권력을 공평하고 소유하고 끊임없이 평등한 관계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대등한 관계란 고정된 것이 아니다. 항상 꾸준히 노력해야 이룰 수 있는 목표이고, 끊임없이 시험대에 올려야 하는 과정이다. 사회적 조건, 앞 세대에서 이어진 역할 모델의 이미지, 눈치 채지 못하는 사이에 습관처럼 젖어버린 전통적인 관계 틀 탓에, 우리가 쌓은 평등의 탑은 허물어지기 십상이다. 평등함이 사라진다는 건 즉, 한 쪽 혹은 양쪽 모두 자존감에 상처를 입는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것은 다시 중대한 위기를 일으키는 싹이 되기도 한다. 늦지 않게 조치를 취하려면, 평소에도 이 문제에 부단히 주의를 기울이고 관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 다른 그 무엇도 아닌 사랑을 위해서. [187]


check point : 부부 사이의 평등함을 지키기 위한 교훈

평등함이란 한번 생기면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부부가 삶속에서 끊임없이 보완하고 재생산해야 하는 하나의 과정이다.


12장 일하는 남편, 집 지키는 아내 - 집 안과 집 밖의 경계 허물기

이상적인 부부와 현실의 부부

현대 산업사회에서는 남녀가 평등하다는 생각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남자가 ‘여자의 주인’이 아니며 두 사람이 가정과 직업에서 똑같은 자아 실현 기회와 발전 기회를 누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도 지금도 여전히 결혼한 여자는 주로 가정에, 대부분의 결혼한 남자는 주로 직장에 치우친 삶을 살기 때문에 남편이 가정사에 관여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일이 드물다. 즉 이상적 부부 관계상과 현실적 관계상 사이에 엄청난 괴리가 존재한다. 당연히 이 현상은 사회적 갈등을 낳는다. [195]

“필요할 때 꼭 없더라!”

“회사랑 결혼했어? 나랑 애들은 덤이야?”

“집에 오면 좀 식구들이랑 맞출 줄도 알아야지! 애들이 회사 부하야? 왜 애들한테 그런 식으로 대해?”

“당신만 힘들어? 집에만 오면 무슨 왕자라도 된 것처럼 가만히 앉아서 이거 달라 저거 달라 하게!”

“이래서야 내가 당신하고 무슨 대화를 하겠어! 사람 사는 자질구레한 얘기도 좀 하고 그러는 거지. 그런 얘기만 나오면 입 꽉 다물고, 아님 사무처리 하듯 딱딱하게만 굴고!”


부엌에서 썩는 아내, 소외당하는 남편

남편들이 방기하는 ‘인생의 다른 측면’을 대신 도맡는 것 말고 아내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뭐가 있겠는가? 아이들, 남편, 노부모를 위해 온갖 ‘가족 관계’를 일일이 관리해서 전체적으로 가정이 원활히 굴러가게끔 신경 쓰는 것 말고 ... [196]


남자들의 이야기.

자기들이 인간적인 면모를 잃고 사는지.

피폐한 삶


어차피 직장에 매인 몸이기 때문에 자아실현씩이나 되는 꿈이 최소한으로 쪼그라든 것은 밖에 나가 있는 남편이나 집에 얽매인 아내나 별반 차이가 없다. [198]


스스로 만드는 족쇄

이 문제는 결국 남편과 아내의 공동 문제이므로 상대방을 적대시할 게 아니라 손을 잡고 함께 해결해야 한다. 의심할 여지 없이, 남녀가 가정과 사회에서 모두 평등한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하려면 또 한 번 가족, 직업, 사회 차원에서의 정치적 변화가 필요하다. 단, 이미 잘 활용할 수 있는 기회들이 있는데도 당사자들이 워낙 전통적인 가족 구도에 갇혀 있어 스스로 그 기회를 저버리는 일도 허다하다. 다시 말해, 우리가 자신의 이상과 달리 자꾸만 가부장적 가족 유형 쪽으로 기우는 배경에는 우리 스스로 만든 족쇄가 분명히 작용한다는 뜻이다. [198]


가정으로 아버지를, 일터로 어머니를

최근 가족 연구를 보면, 어머니-아이로 이루어진 양자 관계보다 아버지-어머니-아이 형태의 삼자 관계가 자녀에게 안정감을 제공하며 정상적인 성장에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한다. 여기서 ‘관계’란 아버지가 ‘외형적인 틀’(즉 ‘부양자’의 역할)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인격체로 인식되는 형태를 가리킨다. 요즘 아이들은 ‘엄마는 과잉’, ‘아빠는 부족’ 상태다. [201]


메말라 가고 있는 산업 현장에 여성스러움이야말로 절실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남자들의 영토라 불리던 곳에 여자들이 들어오고, 여자들의 영토에 남자가 들어올수록 세상은 더 완벽해지고 인간적으로 변한다. 지금, 그것도 당장, 우리의 세계는 그런 변화가 절실히 필요하다! [202]


오늘날 노동 시장에서도 새로운 노동 형태가 요구된다. 시간제 노동은 물론이고, 이른바 재택 근무로 불리는 ‘이동형’ 노동이 그것이다. 그런 신개념이 여성들에게는 새로운 직업적 가능성을, 남성들에게는 가정과의 연대 가능성을 확대해줄 것이다. 다만 여기에는 한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우리 스스로 진심으로 그럴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며, 자신의 기존 가치관과 인습이 되어 버린 행동양식을 인식하고 새로운 삶을 위해 그것을 과감히 극복할 줄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202]


check point : 일과 가정 사이에서 균형을 지키는 방법


13장 열정이 식어갈 때 - 내적 유대감과 독립성의 조화

비교적 젊은 부부의 성욕 저하는, 그것이 한쪽에 한한 것이든 양쪽 모두에게 해당하는 것이든, 일반적인 통념보다 훨씬 많은 부부가 겪는 문제다. 물리적인 ‘성적 장애’가 아니라, 성적 ‘기능’은 정상인데 단지 의욕이 안 생기고 상대에게 별로 욕구를 느끼지 않는 현상이다. [208]


성은 삶 전체의 온갖 복합적인 맥락 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데다, 그 맥락들과 촘촘히 ‘연결’되어 있기까지 하다. 부부의 전반적인 신체 상태뿐 아니라, 잠정적인 혹은 지속적으로 겪는 힘들고 고된 상황, 그들이 각자 혹은 함께 떠안고 있는 걱정 근심, 주거 사정, 자녀 양육에 필요한 노력과 조건 등 이루 셀 수 없이 많은 것이 그 안에 속한다. 이 모든 것들이 동시에 두 사람의 성생활에 영향을 끼친다. [209]


지나친 안정감이 문제

결혼이니, 아이니 하는 평범한 요소가 더해질수록 서로를 향한 성욕은 줄어든다.

인간에게는 두 가지 근본적이면서도 서로 상충하는 욕구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즉 안정을 추구하는 욕구와 자극과 흥분을 찾는 욕구가 동시에 함께 존재하는 것이다. 그래서 한편으론 뭔가 익숙한 것을 만들어서 안정을 취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낯선 것을 접하면서 자극을 취한다. 다만 그 정도에 어느 정도 한계가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너무 낯설면 불안해지고, 너무 익숙하면 안정감이 지루함과 싫증으로 변한다. [211]


두 사람이 막 서로에게 반했을 때는, 아직 각자 자기만의 세계가 더 컸고 그래서 자기 세계를 근거로 상대방을 바라봤다. 그래서 상대에게서 새롭고 낯선 것, 뭔가 매력적인 것을 발견하기도 쉬웠다. 상대방이 자극적이면서도 열정에 불을 지피는 흥분제였던 것이다. 그러다 둘이 함께 살게 되자 당연히 상대에게 점점 익숙해졌고 모르는 게 없을 만큼 속속들이 서로를 알게 됐다. [211]


지속적인 호기심과 매력을 불러일으킬 만한 적당한 낯섦, 적당한 거리는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물론 부부 사이에는 반드시 내적인 유대감이 존재해야 하고 서로 익숙하고 편안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평생을 같이 살아갈 수 없다. 하지만 약간의 낯선 측면도 받드시 남겨 두어야 한다. 그리고 결속 못지않게 각자의 독자성을 잃지 않고 새롭게 강화하는 데에도 꾸준히 신경을 써야 그 약간의 낯설음이 유지된다. 다시 말해, 나만의 독자적인 개성을 계속 발전시켜야 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싱글이었을 때 가졌던 취미나 관심사를 유지해야 하고, 친구 관계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내적이든 외적이든 자립성을 포기해선 안 된다. 결혼을 하기 전이든 후든 배우자 각자가 ‘자기만의 세계’를 가꿔야 하는 것이다. [212]


암울한 ‘직장 남성’들의 초상은, ‘가정주부’에만 머무는 여성들만큼이나 배우자에게 매력이 없다. 독자성을 잃은 부부는 더구나 한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 섞여 있다 보니 개성도 차이도 없는 ‘한 덩어리’의 집단으로만 보인다. 개성 없는 배우자, 과연 서로한테 열정이 남아 있을 수 있을까? [213]


엄마랑 자는 느낌?

부부의 공동생활에서 오는 익숙함과 안정감이 과도해서 두 사람 사이에 이른바 ‘부모-전이’가 유발되는 일도 잦다. 이 현상은 셩욕 감퇴를 더욱 부추기는 요인이 된다. ‘부모-전이’란 남편이 아내에게서 갈수록 어머니 같은 인상을 받고, 아내는 남편한테 아버지의 느낌을 받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남편이나 아내에게 부성애적인 배려, 혹은 모성애적인 배려까지 기대한다. 실제로 기대에 부응하여 부부가 서로의 엄마 역할, 아빠 역할을 받아들이면 그때부터 부부 간의 성욕은 급격히 감소한다. 가족 내의 ‘근친상간’에 대한 금기가 심리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엄연히 아내와 남편 사이인데도 욕구가 억눌리는 것이다. 실제로는 남편이 아버지 역할을 맡는 것보다 아내가 엄마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로 여성들이 남편한테 성 파트너로서 매력을 잃는 일이 훨씬 많다. 예나 지금이나 아이가 생기면 배우자를 서로 ‘엄마’ ‘아빠’로 부르기도 한다. 또 그렇게 부르든 부르지 않든 두 사람이 부모가 되면 심리적 차원에서 서로를 ‘부모’로 인식하게 되고, 그러면 당연히 상대방에 대한 욕구가 수그러든다. [214]

실제 신랑한테 들은 좀 오래된 농담 하나, 부부간에 어떻게 가능하냐고! 가족인데...

실제 남자들이 나누는 농담이란다. 아내가 엄마같고, 누나같고, 뭐 어떤 이는 여동생 같다나... 결코 아내들이 원하지 않는 전이 현상이다. ‘여자’이고 싶지 그런 ‘가족’이 되고 싶은 아내가 어디 있겠는가. 한편 아내들이 무의식적으로 그들의 기대를 채워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연애할 때 믿음직하고 별이라도 따다 줄 것 같던 남자가 결혼을 한 후 갑자기 애가 되어 버렸다는 이야기는 수도 없이 들려온다. 오죽하면 ‘남자는 여자를 귀찮게 해’라는 유행가도 있겠는가. 아내가 남편을 동등한, 때로는 의지할 상대에서 귀찮더라도 챙겨야 할 대상으로 보는 순간, 심리적으로 어머니의 입장이 된다. 또한 남편에게도 아내는 배려하고 존중해 주어야 할 연인에서 믿고 의지하지만 동시에 헌신적이고 끝없는 도움을 주는 어머니적 존재가 된다. 이런 느낌은 아이가 생기면 더욱 강화되기도 한다. 아이와 함께 아내의 관심을 다투어야 하는 존재가 된 순간, 또한 아내에게서 아이 엄마의 모습 이상을 찾지 못하는 순간, 아내에 대한 욕구가 감퇴될 수 있다. 


부모-전이와 관련해 성욕을 억누르고 방해하는 또 한 가지 요건이 있다. 남편이 아내를 대할 때 아들처럼 행동하고, 아내가 남편을 대할 때 딸처럼 굴면 그 순간 저절로 미묘한 권력 차가 발생한다. 평등한 부부 관계는 흔들리고, 한 사람이 ‘위’ 다른 한 사람은 ‘아래’가 된다. 이런 관계에 놓이면 (비록 무의식적 차원이긴 해도) 약자는 자기 쪽에서 강자를 향해 일어나는 성욕을 차단하게 된다. 어쨌든 아내에게서 어머니의 모습만 보는 남편과, 남편을 대할 때 딸이 된 느낌만 받는 아내는 상대방에게 성욕을 느끼지 못한다. 상대한테서 자신을 ‘지키고’ 자신의 권리를 빼앗기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더 앞서기 때문이다. [215]


바쁘고 부지런한 부부들의 덫

요즘 부부들은 아이가 있고 맞벌이를 하는 경우엔 정말 무수한 의무와 노동에 시달린다. 단 1분도 쉴 틈이 없고,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할 일들이 꽉 들어차 있다. 그것도 하나같이 급하고, 신속히 처리해야 하고, 꼭 손이 가야 할 일들이다. 부지런한 부부들은 좀 사정이 나을 것 같지만 그 반대다. 오히려 어느 것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고 또 그만큼 일처리를 착착 잘하기 때문에 일을 더 하면 더 했지 줄이지는 못한다. 그래서 바쁜 부부일수록 몸과 마음에 제동이 걸려서 욕망 따윈 꿈도 꾸지 못한다. 어떤 일이든 최고로 신속 정확하게, 목적과 의도에 맞게 경제적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철석같이 믿는 사람들인데, 느긋하게 유희를 즐기고 그저 순간을 만끽하는 데 시간을 써야 하는 사랑의 행위가 잘 될 리 있겠는가? 특히 여자들은 장시간 이런 식으로 팽팽한 긴장 속에서 살다 보면 아예 섹스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고 만다. 남편은 그런 아내를 충분히 시간과 공을 들여 자극하고 의욕 저하 상태에서 끌어내도 부족한데도, 목적한 바를 빨리 효과적으로 ‘달성’해야 한다는 마음이 앞서 서두르기만 한다.

어떤 부부가 성욕 감퇴에 시달리고 있다면, 그들 부부의 생활이 혹시 순전히 일과 의무로만 꽉 들어차 있는 건 아닌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사실이 그렇다면 아무리 숨 가쁘게 흘러가는 일상일지라도 잠시 느긋하게 게으름도 피우고 유희와 열정을 즐기고 기쁨을 얻을 수 있는 시공(時空)의 섬을 만들어야 한다. 물론 그 섬이 오로지 성적인 목적에만 사용되어야 하는 건 아니다. 생활에 관계된 것이라면 무엇이든 상관없다. 고삐를 풀고 느긋함을 즐기는 습관이 들면, 에로틱한 열정도 자연스레 되돌아온다. 관능적 사랑은 우리가 인생의 모든 것을 구석구석 즐길 줄 알아야 비로소 생명을 얻는 것이기 때문이다. [216]

밤잠이 없었던 큰 아이의 돌 이전 섹스리스 기간, 많은 부부들의 문제, 상담과 시도

최소한 섹스를 대체할 수 있는 공동육아와 친밀감 쌓기, 서로의 배려에 대한 고마움

풍요로워진 관계


분리된 두 세상

아이가 많은 부부는 수많은 의무에 둘러싸여 지내느라 열정이 식기도 하지만, 두 부부가 각자 완전히 다른 세상에 살면서 서로 너무 소외되는 바람에 같은 비극을 겪기도 한다. 남편은 순전히 일에만 몰두하고, 아내는 아이들 돌보느라 딴 데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두 세상은 서로 만나는 지점도 없고 완전히 다른 법칙에 따라 흘러간다. 게다가 아예 상반된 행동 방식까지 요구받는다. 이쪽에서 높게 평가되는 가치가 저쪽에서는 무의미한 것으로 간주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공통점이 있다면 단 하나, 구성원들의 전적인 참여를 요구한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남편과 아내가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을까? 물론 그럴 수 있다. 단, 그러려면 자주 대화하고 상대방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고 끊임없이 교감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상대가 낯설어지고, 서로에 대해 아는 것이 없는 관계가 되어버린다. 나란히 한 이불에 누워 있는데도 남 같기만 하고, 점점 더 낯설어지다 보니 성욕은커녕 서로에게 무관심해지고 심지어 타인을 대할 때 느끼는 두려움까지 생긴다. 성 관계는 일단 가까워야 하고 익숙하기도 해야 깊이가 생기고 풍요로워진다. [217]


check point : 성적 무감각에 빠진 부부가 서로 물어야 할 질문

1.우리 부부 생활이 ‘안정’과 ‘자극’사이에 놓인 저울 위에서 너무 안정(익숙함, 평범함, 일상)쪽으로 치우친 것은 아닌가?

어떻게 하면 약간의 새로움(호기심, 낯설음, 흥미)를 우리 사이에 불러올 수 있을까?

2.남편인 나는 아내에게서 아이 엄마, 주부 외의 다른 면도 발견할 수 있는가?

아내인 나는 남편에게서 아이 아빠, 부양자의 측면 말고 다른 부분도 찾아볼 수 있는가?

3.일과 의무 이외에 (넓은 의미의) ‘쾌락과 향유의 섬’이 우리 부부에게 있는가?

4.나는 내 남편/아내가 하루 종일 무슨 일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떤 감정을 품고 사는지 잘 아는가? 내 남편/아내는 나에게서 이해받고, 뒷받침받는다는 느낌을 얻는가?

나는 당신에게 궁금한 것이 있는가? 당신은 나에게 궁금한 점이 있는가?


14장 위기는 기회다 - 정면으로 겪어야만 피가 되고 살이 된다

경직된 균형을 깨는 위기

부부 사이는 다른 모든 인간관계처럼, 일종의 균형 위에서 유지되는 경향이 있다. 삶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앞날을 예측하고 준비하려면 이 균형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가 이 균형 속에 파묻혀 경직될 위험도 역시 존재한다. [225]


한 부부의 관계위기는 그 부부의 위기 극복 능력을 저울질하는 시험대인 것이다. [226]


새롭게 서로를 발견하는 경험

가끔, 오랜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자신들이 한곳에 고인 물처럼 정체되고 썩고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 부부들도 있다. 그런 정체 상태가 나름대로 만족스러워서 편하게 ‘습관처럼’ 살아온 것뿐이다. [227]

오랜 섹스리스 부부의 위기


아무리 부부 간 혹은 가족 간의 균형이 정체된 상태였거나 위태로운 상태가 아니었는데도, 일단 위기가 닥치고 그것을 극복하다 보면 새로운 것, 더 큰 생명력, 더 깊은 무엇을 만나는 경우가 많다. [229]

얼마 전 TV 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에서 ‘청춘합창단’이란 꼭지를 진행한 적이 있다. 50대 이상의 평범한 일반인들이 오디션을 보고 합창단을 구성해서 전국 합창대회를 준비하는 프로였다. 우연히 한 번 본 후 참 좋아서 계속 시청을 했다. 한 부부의 오디션 모습이 아직도 마음에 남아 있다. 젊어서 연애결혼을 한 50대 부부였는데 작년에 외아들을 사고로 잃었다고 했다. 장성한 아들을 마음에 묻고 오로지 둘이 위로할 수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 노래가 참 큰 힘이 되었다고. 머리가 희끗희끗한 남편이 통기타를 치면서 곱게 화장한 아내와 마주보고 부르는 그 노래 <>를 들으며 많이 울었다. 그리고 아내의 말 “”

그날 밤 남편과 그 코너를 다시 보면서 많은 이야기를 했다. 부부에 대해서, 그리고 아이에 대해서, 나이듬에 대해서...

그 부부는 엄청난 시련을 겪었다. 살면서 가장 큰 아픔일지도 모른다. 언제까지라도 그 일에 감사할 순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부부의 사랑은 누구도, 무엇도 끊을 수 없는 단단한 끈으로 묶였을 것이고, 서로에 대한 신뢰를 통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성숙한 무엇이 되었을 것이다. 


비 온 뒤 땅을 굳게 하려면

1.위기에 봉착해도 여전히 인생의 모든 국면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고, 또 스스로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는 ‘믿음’ 혹은 희망을 가져야 한다. [230]

2.위기 전의 상태와 결별해야 한다

3.새로운 변화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창의력, 능동적으로 위기에 맞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4.흐름을 ‘막는다’기보다 같이 ‘타고 가는’ 투지

5.함께 힘을 합하고 서로 지원하고 뒷받침해 주어야 한다.


check point : 위기를 받아들이고 극복하는 마음 자세


15장 에로스, 섹스, 종교 - 자아를 뛰어넘는 우주와의 합일

기독교와 에로스

성적인 것과 악이 그토록 밀접하게 묶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성 아우구스티누스.

원죄론을 들고 나와 오랜 기독교 역사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139]


경계를 넘어선 화합의 경험

기독교를 포함해 세상 모든 종교는 상실이라는 인간의 근본적인 체험을 다룬다. [241]


성적으로 몰입했을 때 우리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말하자면 총체적으로, 나의 비좁던 경계가 깨어지고 그것을 넘어 ‘너’와의 합일이 일어나는 경험을 한다. [242]


어떤 대상을 향해 성적인 갈망을 느끼고 ‘추구하는’ 순간, 우리는 자기만족에서 벗어나 상대방을 향한 여정에 들어서게 된다. 머리와 가슴만 깨어 열리는 것이 아니라 모든 감각이 상대에게로 향한다. 이것이 곧 헌신과 몰입이다.

사랑하는 두 사람이 열정에 휩싸여 의지와 이성과 자기제어를 망각하고 감각의 도취에서 하나가 될 수 있다면, 그 두 사람은 황홀경 속에서 자아를 뛰어넘는 경험을 할 것이고 하나의 커다란 ‘전체’에 속할 수 있을 것이다. [243]


“그대를 받아들였습니다”

남녀가 성적으로 결합할 때는 경우에 따라 아주 깊은 차원이 열리기 때문에, 그들 스스로 가장 내밀하고 고유한 것, 즉 자신의 성(性)이 받아들여지고 이해되었다는 감정을 갖는다.

내가 어떤 직위에 있든, 어떤 신분, 어떤 경제적 능력이 있든 상관없이 나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 사랑받고 받아들여진 것이다. [244]


16장 튼튼한 결혼을 뒷받침하는 것 - 8가지 부부 지킴이

처음 느꼈던 그 사랑

연애 감정은 결혼 생활의 기본적인 주춧돌이다. 물론, 열렬한 연애 감정은 적잖은 오판과 실수를 저지를 위험을 초래한다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사랑이라는 게 우리 눈을 멀게 한다는 지적도 종종 들린다.

처음에 깊이 사랑했다고 해서 나중에 위기나 불화가 덜 오는 것도 아니다.

스위스 부부상담가 위르크 빌리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열렬히 사랑에 빠진 사람들 사이에서 생겨난 유대감은, 일정 기간의 힘든 시기를 견딜 수 있게 해주면, 쉽사리 깨지지도 않는다고 한다. 처음 느끼는 그 연애 감정 덕분에 각자 살았던 전혀 다른 두 세계가 하나로 융합하며 두 사람 다 그 안에서 안정을 찾는다. 연애 감정이 있기 때문에 두 개인이 생소함을 극복하고 친숙한 감정을 만들어낼 수 있으며, 각자 가족과 묶여 있던 끈에서 어느 정도 놓여나와 ‘부부만의 세계’를 쌓을 수 있다. [250]


우리는 사랑 때문에 상대방의 머리 뒤에 후광이 서린 것 같은 착각을 하고, 그 사람을 자신의 구원자인 양 이상화하는 건 아닌가? 너무 기대가 컸던 탓에 나중에 가서 실망하고 후회하게 되는 것, 그게 전부 연애 감정 탓이 아니던가?

하지만 위험성에만 시선을 두는 것은 역시 정당한 시각이 아니다. 사랑에 빠지면 상대에게서 자신이 이루지 못한 동경과 욕망을 투사해서 보는 일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상대에게서 보는 광체는 단순한 허상만은 아니다. 아직 실현되지 않아서 그렇지, 두 사람이 같이 기회를 잘 이용하기만 하면 정말로 배우자가 그 ‘허상’을 현실로 바꾸어낼 가능성은 아주 높다. 사랑에 푹 빠져 있는 바로 그 순간, 두 사람의 관계가 앞으로 이루어야 할 비전이 보인다. 그 비전을 목표로, 힘들더라도 공공의 길을 걸어 그것을 도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251]


비슷한 점을 찾아라

부부는 서로 다른 점 때문에 자극을 받고 서로 끌리기도 하지만, 정말 부부사이를 더 오래 지탱해주는 것은 닮은 점들이다. 물론 너무 비슷하면 흥미가 떨어지고 긴장감이 무뎌져서 ‘오누이’같은 부부가 된다. 부부 사이의 몇 가지 차이, 작은 대립항은 모든 음식마다 빠지지 않는 소금 같은 요소다. 하지만 음식도 그렇듯, 부부 관계의 기본 재료는 서로 어울리고 융합하고 비슷해야 한다. 그 재료란 이를테면, 국적, 사회적 신분, 교육수준, 나이, 세계관, 기호, 취미, 기본적인 생활 습관 같은 것이다.

기본적인 조건이 서로 비슷하다면, 그 다음에 나타나는 작은 차이들은 오히려 긴장을 유지시켜주는 활력소가 될 것이다. [253]


부부 사이의 독자성

결속과 유사성은 부부 사이를 지탱해주는 기본적인 요소들이지만, 한편 다른 부정적인 위험성도 내포한다. 너무 비슷하고 너무 가까운 나머지 둘 중 한 사람 혹은 두 사람 모두 자기 고유의 개성을 포기하거나 잃어버리는 일도 있기 때문이다. 상대방 때문에 자신을 온통 희생하는 것은 무가치한 일이다. 그래봤자 부부 관계만 더 망가진다. 아무리 공유하는 세계가 크고 중요하다 하더라도, 여전히 자기만의 세계, 자기만의 관심사, 자기만의 인간관계, 자기만의 생각, 자기만의 목표가 있어야 한다. 특히 여자들은, 결혼 생활의 여러 단계에 따라 정도가 달라지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이런 부분들을 많이 잃고 산다. 자기 직업, 자기 돈이 없어서 이 세상에 자기 혼자 두 발을 딛고 서 있지 못해서다.

‘사랑은 자유의 아이’라고 했다. 내 자신의 운명과 행불행을 모조리 상대방한테 의지하고 있는데 어떻게 그 사랑이 자유로울 수 있으며 또 상대를 오래도록 사랑할 수 있겠는가? 혼자 자립하고 독자성을 지키려면, 아무리 친하고 편한 사이라 해도 약간의 생소함이 남아 있어야 한다. 서로 조금 모르는 점도 있어야 하고, 비밀도 존중해주어야 한다. 그로 인한 간격이 너무 커지지만 않는다면 상대에 대한 호기심, 매력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배우자 간의 독자성은 무엇보다도 평생 같이 사는 부부 사이에 빠질 수 없는 성적 요소를 잃지 않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253]


평등한 주고받음

주고받음에 균형이 유지되어야 부부 간에 감정적인 틈이 없고, 또 크고 작은 위기가 닥쳐도 비교적 잘 견뎌낼 수 있다. 물론 무엇을 어느 정도 주고받아야 진짜 평등한 것인지는 오직 부부 당사자만이 안다. 제대로 된 원칙을 세우려면 서로 충분히 대화하고 의견을 나누는 과정이 항상 필요하다. [255]


입장 바꿔 생각하기

상대방 입장이 되어 생각한다는 건 어린아이들은 잘 하지 못하는, 어른들의 능력이다.

심리적으로 완전히 상대방의 편에 서서 모든 걸 바라볼 줄 아는 각별한 마음가짐도 가질 줄 알아야 한다. 상대가 나와 비슷하게 사물을 볼 거라고 암묵적으로 (혼자서) 전제하고 나서, 그것을 근거로 나 역시 상대방 입장이 되어 생각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오산이다. 상대의 시각과 견해가 나랑 전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처음부터 고려하지 않고서 어떻게 상대의 관점으로 생각할 수 있겠는가! [256]


협상 전문가가 되라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원칙이나 외부적인 사회 규범이 점차 사라지고 부부가 자신들만의 생활 패턴에 맞게 인생을 설계하고 싶어하는 시대인 만큼, 협상 기술이야말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능력이 되었다. 이제는 중요하든 덜 중요하든 거의 모든 인생 문제를 각자 알아서 결정하는 것이 원칙처럼 되었다. [257]


협상이란 자신의 이해를 주장하되 상대의 욕구도 충분히 감안하고 그것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을 말한다. 단호하되 경직되지 않으며 유연하되 우유부단하지 않은 태도를 지녀야 한다.

함께 난관을 극복하고 스트레스를 줄이려면 반드시 현실적인 협상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야 비로소 낭만적인 감성과 사랑이 꽃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것이다. [258]

직장 생활의 경험, 공통의 목표가 있지만 매 순간 부서간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상황에서 기획실을 맡았던 경험. 나의 희생을 최소화하고 관계된 모든 이들이 이해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서로를 격려하며 공통의 목표를 위해 매진할 수 있었던 과정.

함께 꿈꾸는 가정을 현실화시키기 위해 서로가 지켜야 할 선, 배려, 즐거이 하고 싶지는 않지만 해야 하는 많은 일과 의무들. 그런 것들을 최대한 즐겁게 하기 위한 노력들.


협동과 합심,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머리를 잘 써서 협동만 잘 하면 어려운 상황도 헤쳐 나갈 수 있고 “둘이 함께라면 아무 것도 문제없어!”라는 자부심도 생긴다. 그것은 합심하는 부부만 느낄 수 있는 일체감과 뿌듯함이다. 이런 만족감만큼 부부 사이를 돈독하게 하고 서로를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것도 없다. [258]

완전 공감! 둘만의 강을 건넜다는 일체감만큼 부부를 묶어주는 끈은 없다


공동의 관심사와 목표

부모가 함께 자녀를 훌륭히 키우는 것, 이것이야말로 부부가 공유할 수 있는 최상의 목표이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 더욱이 함께 낳아 기른 아이는 부부 사이를 묶어주고, 간간이 닥치는 위기를 극복하게 해준다. 하지만 자녀가 중심이 되는 시기는 부부의 공동 인생 전체를 놓고 보면 매우 짧은 기간이다. 아이들이 커서 독립하고 나면 부부끼리 살아갈 날이 훨씬 더 많다. 이때 작지 않은 위기가 부부 앞에 닥친다. 과연 이제 무엇을 바라보고 살아야 할까? 물론 지금까지 같이 살아온 시간이 그들을 여전히 묶어주고는 있다. 하지만 그걸로 충분할까? 이 시기에 빈번히 일어나는 외도, 느지막이 찾아오는 중년 우울증...

부부가 자녀 말고도 공동으로 바라보아야 할 새로운 전망과 미래의 목표는 반드시 따로 있어야 한다.

공동의 행위를 너무 소극적인 것에 국한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함께 시간과 정력을 투자할 만한 가치와 보람이 있는 일을 찾자. 보람이 있어야 인생은 비로소 꽉 찬 느낌이 든다. 나와 배우자가 같이 그 보람을 찾으며 움직인다는 생각을 하면 하나라는 느낌과 함께 서로가 아름답고 멋있게 보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행복한 경험에서 노화 따위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261]

십년 후 부부의 모습을 그려보자. 아이들을 빼고 두 사람의 모습.

가사와 육아 외 두 사람을 하나로 묶어주는 공통의 관심사는 무엇인가.

(은퇴연구소 소장 강연 인용) 55세 이후 75세까지, 20년 동안 무엇을 함께 할 것인가. 

check point : 잠깐 테스트 : 당신의 결혼은 얼마나 튼튼한가?


옮긴이의 말

‘나는 왜 결혼한 걸까?

‘우리는 서로 사랑하는데 왜 자꾸만 더 멀어지는 것처럼 느껴질까?’

        

* 내가 저자라면

  ‘편집자의 말’을 읽으면서 완전 공감했다. 부부되는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 어쩌면 새롭고도 영원을 지향하는 부부관계에 대한 두려움이 결혼을 망설이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일지도 모른다는 문제제기에 공감했다.

  30여 년간 가족 상담 전문가로 활동해온 저자는, 연인이 부부가 되고 부모가 되면서 겪게 되는 심리적 변화를 분석하면서, 부부 사이에서 권력을 바르게 행하는 방법, 싸운 후 화해하는 방법, 여자와 남자의 차이를 다루는 방법, 그리고 평등한 부부 관계를 만드는 규칙 등을 가르쳐주고 있다.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하는 사람들에게도 어김없이 찾아오는 사랑의 위기와 그로 인한 갈등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를 알려주는 실용적인 지침이 가득 담겨있지만 동시에 절대 가볍지 않다. 얕지 않은 심리학적 지식과 연륜을 통해 인간에 대한 통찰을 깊게 해주는 책이기도 하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처방전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인간관계의 본질을 탐구하면서 마음 속 깊숙이 들어간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결혼을 준비하는 커플과 새로운 관계가 혼란스러운 신혼부부, 그리고 배우자에게 불만과 권태를 느끼는 위기의 부부 등 결혼 생활에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내용들이 꽉 차 있다. 30여 년 동안 심리 상담가로 활동한 저자는 아무리 뜨거웠던 사랑이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두 사람 관계에 질적인 변화가 일어난다는 점에 주목하고, 실제 일상생활에서 남자와 여자가 보이는 서로 다른 심리를 상세히 분석한다. 그는 상대를 대하는 태도가 그때그때 일시적 기분에 좌우되지 않고 늘 한결같은 자세로 자리 잡게 하려면 '관계 노동'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열렬한 연애 감정에 휩싸인 시기에는 저절로 상대방한테 흘러가던 관심과 애정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는 의식적인 관계 노동을 통해 꾸준히 가꾸고 관리해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관계 노동'의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준다. 덧붙여 각 장 끝부분에 실려 있는 체크포인트는 현재의 부부 관계가 어떤 상태인지 측정해볼 수 있는 문항과 관계 향상을 위한 규칙, 두 사람이 나눌 대화의 주제를 담고 있어, 저자의 조언을 실천할 수 있게 도와준다.  


  부부가 흔하게 겪는 여러 갈등 상황, 갈등의 원인을 찾아내고 그것의 극복 방법과 기술을 소개하는 내용을 통해 독일이나 한국이나 부부가 사는 모습이나 겪는 갈등은 큰 차이가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좀 더 현재, 이곳의 현실에 맞는, 우리의 생활이 적용된 책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결혼은 언제나 내 곁에서 나를 지지해주고 인정해주고 믿어주고 사랑해주는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친구를 얻는 놀라운 모험이라는 저자의 주장에 이백 프로 동의하면서도 수십 년간 지속될 한 사람의 배우자 역할을 행복하게, 또한 잘 하려면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과 나부터 제대로 공부를 하고 또 그것을 공유하는 데 한 몫을 감당하고 싶다는 생각이 점차 깊어졌다.

IP *.225.14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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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해
2011.09.20 08:15:55 *.69.159.155
선,
나는 선이 책 다 쓴 줄 알았어요.  좋은 주제의 책이고 풍부한 내용이 담긴 책이군요.
<나는 왜 결혼하기를 두려워 하는가? > 는 이제 선이 정리해주면 되겠네.

우리 아이 방에 가보니
<혼자 사는 즐거움>, 이란 뉴욕 타임스 120주 연속 베스트셀러가 뒹굴거리고 있는데요.
그 옆에 나란히 이 책을 추천해 줘야 겠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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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22 12:28:35 *.211.96.146
안녕하세요, 좌선생님!
올해 안에 초고를 끝내겠다고 큰소리 뻥뻥치던 지난번 제 모습이 떠올라 참으로 민망하답니다 --;;
정신을 차려보니 제가 가진 구슬이 서 말은커녕 한 말도 안 되는 것같아 더 열심히 구슬을 모으고  
이제는 모은 구슬도 조금씩 꿰어야겠다 결심, 노력중이랍니다. ㅎㅎ

사실은 이 책이 있다는 것을 알기 전에 가제를 <결혼수업>으로 잡았었는데 바로 그때 이 책이 짠~하고 나타난 거예요. 그리고 두번째 제목도 그닥 당기지 않는다는 의견들도 많아서 제목은 아직 미정이예요. ㅠㅠ

선생님 많이 쓰셨지요? ^^
저도 올 가을, 겨울 열심히 달려야지요!
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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