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북

연구원들이

  • 콩두
  • 조회 수 2716
  • 댓글 수 3
  • 추천 수 0
2012년 5월 15일 11시 55분 등록

  동서문화사. 이상훈 옮김

1. 저자에 대해서


1) 저자 조사


호메로스는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의 저자로 전해진다. 그의 연대는 기원전 1159년으로 추정되는 트로이전쟁과 같은 시대라는 설부터 기원전 689년이라고 하는 설까지 다양하다.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에 씌어진 말들이 이들 도시가 있는 소아시아의 이오니아와 아이올리스의 두 지방 말의 혼합이었다는 점에서 그 근방 스뮈루나, 키오스, 코로폰, 이타카 등이 그가 태어난 곳으로 추정된다.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는 호메로스라는 반 전설적인 인물 개인의 창작이라기 보담은 오랜 역사를 가진 구송시를 뛰어난 음유시인이 집대성, 정리, 완성했다고 보는 것이 옳다. 구송시는 글자로 씌어진 일정한 원본이 없이 귀와 입을 통해 생명을 유지해온 문학을 말하는 것이다. 성질상 텍스트가 일정하게 있지 않았다. 심한 경우에는 구송될 때마다 연출자의 취미에 따라 내용이 첨삭되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청중들의 요구에 따라서 변경이 가해져 유동적이었다. 주제는 고대 그리스 전설에 나오는 영웅들의 이야기다.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는 트로이 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하고 있다.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는 다른 두 사람의 손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보는 학자들도 있다. 이 두 시편의 종교적인 사상과 윤리적인 사조와 미에 대한 의식이 다르고, 외형적 수사법이나 시의 리듬, 격률 또는 용어와 문법에서 두 작품 사이에서 50년 내지 1백 년의 시간적 격차가 있었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 즉 일리아스를 기원전 8세기 전반으로 본다면, 오디세이아는 후반이나 말년으로 보는 것이다. 그 이후의 파와 출신을 약간 달리하는 시인의 손에 씌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것은 호메로스의 출생이나 전기가 신빙성이 없는데 기인한다. 두 시편이 보이는 여러 가지 모순, 두 가지 말의 병존, 텍스트의 불확정과 같은 문제 가운데는 구송시의 본질 때문에 일어나는 것으로 생각된다.


텍스트가 최초로 씌어진 것에 대한 통설을 세이시스트라토스 도는 그 아들의 시대 (기원전 6세기 후반) 에 아테네에서 호메로스의 음송이 국가적인 제전에 채택되어 텍스트의 검정이 요구되었을 때라고 보는 것이 현존하는 텍스트 속의 이타카 방언에 섞여 있는 것과 대조해 볼 때 적당할 것이다.


현존 텍스트 중 동로마에 전해진 것은 10세기 말에 비잔틴에서 서사된 고사본을 가장 좋은 것으로 볼 수 있다.


2) 저자에 대한 개인적 평가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아는 호메로스 개인의 창작이 아니라 입으로 전승된 영웅 서사시를 호메로스라는 대시인이 집대성한 것이다. 전승된 설화와 민담 신화를 토대로 쓴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처럼 쓴 이가 명확하지 않다. 어쨎든 그가 한국의 판소리처럼 구전되는 노래, 영웅 서사시를 집대성한 시인과 작가 집단의 대유법이라는 점에서 그 전체 조상들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또한 생의 절반이 지나도록 이름만 들었지 직접 책장을 넘겨볼 생각을 못했던 이런 고전을 직접 밑줄 그어가며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짐에 감사드린다. 영광스럽다.



2. 내가 저자라면


1) 전체적 뼈대와 목차


몇 가지 이미 들어본 이야기의 원출처가 오디세이아인 걸 처음 알았다. 12개의 도끼 구멍을 한 꺼번에 꿰뚫는 활쏘기, 돛대에 묶여 통과하는 싸이렌의 협곡, 섬에 홀로 살고 있으면서 인육을 먹는 외눈박이 괴물의 눈을 불에 달군 가지로 찔러서 장님을 만드는 이야기, 암행어사처럼 변장을 하고서 충복과 아내 앞에 나타나 누가 내 편이고 누가 심판을 내려야 하는 인간인지를 시험하는 이야기가 그렇다.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이것은 아가멤논 팀의 장수로 트로이 전쟁에 나갔던 오디세우스의 모험을 순서대로 다룬다. 오디세우스는 전쟁에 나갔던 9년과 아들인 외눈박이 폴리페모스를 장님으로 만들어 끝까지 복수를 하려는 포세이돈의 노여움을 사서 떠돌게 되는 10년의 돌아오는 여정 동안 겪게 되는 기이한 이야기가 내용이다. 또 다른 한 축에서는 집에 남겨두고 간 아들과 아내의 이야기가 진행이 된다. 아들은 자라서 아버지의 생사를 알기 위해 선단을 꾸려 떠날 나이가 되고, 그 어머니인 펠리포네는 베를 짰다 풀면서 3~4년을 구혼자들을 기다리게 하면서 버틴다. 오디세우스는 돌아와 이들 구혼자를 살육한다. 영웅 오디세우스의 곁에는 항상 빛나는 아테나 여신이 동행한다.


24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목차는 다음과 같다.


1권 여러 신들의 회의 / 아테네가 텔레마코스에게 출발할 것을 권한다.

2권 이타카에서의 회의 / 텔레마코스의 출항

3권 퓌로스에서의 이야기

4권 스파르타에 있는 메넬라오스 성에서의 이야기


5권 칼립소에 표류하다 /오디세우스의 뗏목

6권 스케리에 섬의 왕 칼키노스와 왕녀 나우시카 이야기

7권 알키노스 왕 궁전에서의 이야기

8권 스케리에 섬에서의 이야기 / 경기와 향연

9권 오디세우스의 표류담 / 퀴클로페스 암굴에서의 이야기

10권 표류담의 속편 - 아이올로스 / 라이스트뤼고네스 / 키르케

11권 오디세우스가 저승을 찾아가는 이야기

12권 표류담의 속편 - 세이레네스 / 스퀼레 / 트리나키에

13권 오디세우스가 스케리에 사람의 배를 타고 고향에 돌아가는 이야기

14권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 오두막에서의 이야기


15권 텔레마코스가 귀국하여 그 또한 돼지치기의 오두막을 찾아오는 이야기

16권 돼지치기 오두막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만나는 이야기

17권 텔레마코스가 귀가하고 오디세우스도 거지차림으로 귀가

18권 오디세우스가 부랑자 이로스와 주먹싸움을 하다

19권 신분을 숨긴 오디세우스가 그 아내와 대화를 나누다 / 발을 씻는 이야기

20권 오디세우스에 대한 길조와 구혼자들의 소동

21권 활쏘기

22권 구혼자들을 모조리 토벌하다.

23권 부부가 감격스러운 상봉을 하다.

24권 구혼자들의 망령은 저승으로 가고, 그들의 집안과도 화목을 되찾다.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1권~4권은 집에 남은 아들과 여자, 그리고 구혼자들의 이야기다. 오디세우스의 모험이야기는 5권~14권이고, 나머지는 아버지와 아들이 만나고 남의 집에 들어와 재산을 탕진하고 괴롭히던 구혼자들을 소탕하고 부부가 만나는 이야기다. 오디세우스의 모험 보다 텔레마코스 이야기로 시작한 것이 더 흥미로왔다. 그 이후에는 이야기의 순서에 따라 흘러가고 있어 읽기에 수월했다. .


이것을 한 영웅 서사시가 아니라 남성성과 여성성에 대한 이야기라는 관점으로 읽기도 했다. 생물학적인 성이 남성이든 여성이든 인간은 모두 양성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고, 원만한 성격, 또는 개성화를 이루려면 개발되지 않은 부분을 개발해간다고 했다. 여성은 남성적 특징을, 남성은 여성적 특징을 자신의 발달을 위해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일군다 들었던 것 같다. 어디서? 융 관련된 책에서. 아무것도 못하고 어영부영하는 펠레로페가 여성성만 발현하고 있을 뿐, 남성성이라고 흔히 말하는 속성들을 활성화, 내면화 시키지 못한 상태의 비유처럼 느껴졌다. 그 집안의 많은 보물들이 활용되지 못하고, 쓰잘데기 하나 없는 구혼자들에게 이리 저리 휩쓸리며 재물을 낭비해간다. 아들 텔레마코스 역시 자라 나오는 남성성의 상징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2) 장점 및 보완점


장점, 굉장히 상세한 부분에 대한 묘사가 나올 때 즐거웠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어가는게 더딘 이유였다. 예를 들면 키르케 여신이 베를 짜고 있는데 그녀가 올림머리라고 한다든가, 포도주를 희석해서 마시는데 술잔 손잡이가 두 개라고 하든가(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터키전에 가봤더니 정말로 술잔 손잡이가 두 개였다), 돼지치기의 손님접대 방식, 소를 잡아서 신에게 올리는 과정의 세부 묘사를 읽을 때 그랬다. 두번째 환타지스런 부분이 풍부했다. 각각 다른 여신의 섬, 괴물들, 지옥에 가서 만나는 망령 등.  


보완점이라기 보담은 이해가 안 되었던 부분이 있다. 왜 펠레로페는 20년간 행방불명된 남편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애송이한테까지 구혼을 받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결혼의사가 없음을 밝히지 못하고 어영부영, 수의를 만들 베를 짠다는 핑계를 대면서 3~4년씩 낮에는 짜고 밤에는 풀면서 시간을 보낸다. ‘구혼해 주어 고맙다. 그러나 나는 재혼할 의사가 없다’고 말할 수 없는 제도적인 이유가 있었던 걸까? 오디세우스가 그 지방 영주였기 때문에 공석인 경우에는 시장의 부재 사유가 생기면 부시장이 시장 대리를 하듯이 반드시 후임자를 정해 결혼을 해야 하는 건가? 친정 아버지가 높은 지참금을 부르는 남자에게 딸을 줄 권리를 가진 것도 같았다. 그 여자의 개인적인 이유가 아니라 관습적, 정치적 이유로 그런 압박을 받고 있는 건가? 궁금했다. 그리고 베를 짰다 푸르지 말고 그 도끼를 꿰는 화살 시험을 아예 처음부터 내밀었다면 구혼자와의 달리기 시합에서 이기면 결혼하고, 지면 죽인다는 아틀란트처럼 기준이 명확하기 때문에 쓸데없는 군식구를 먹여살리고 심적 에너지를 덜 낭비하게 되지 않았을까?


내가 저자라면 20년간 펠레로페가 좀 더 즐겁고 적극적으로 기다리는 장면을 넣을 것 같다. 짰다 푸르는 킬링타임용 베짜기 같은 것 말고 뭔가 재미있는 껀수를 만들었을 것 같다. 하다못해 고방을 뒤져서 보관된 보물들을 탐사하거나 정원을 가꾸거나 바깥으로 놀러다니더라도. 그 많은 재물과 시종들을 데리고도 그녀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속 끓이고 애만 태웠다. 처음에는 남편 때문에, 그 다음에는 배를 꾸려서 길을 떠날 수 있게 된 아들 때문에. 근데 나는 오디세우스가 이타카로 돌아가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의 좌충우돌 여정이 퍽 재미있어 보였다. 예를 들면 칼립소 여신이나 키르케 여신을 제압을 한 후에, 다른 일행을 지키기 위해 그의 침소에 드는 걸 사양하지 말라는 아테나 여신의 말대로 여신과 즐겁게 지내는 걸 보면. 또 아테나 여신이 일러준 대로 사이렌의 협곡을 지날 때도 그 노래를 들으면서도 무사하다. 그러나 나는 펠레로페를 답답히 여길 처지가 못된다. 나도 집귀신이기 때문이다.

 

 

3.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1권 여러 신들의 회의 / 아테네가 텔레마코스에게 출발할 것을 권한다.


허참 정말 무슨 까닭으로 인간들은 우리 신들한테 죄를 뒤집어 씌운단 말인가. 재앙이란 재앙은 모두 우리한테서 일어난다고들 하지만, 사실은 자신들의 분수를 벗어난 행동 때문에 타고난 운명보다 더한 고통을 당하게 마련이거든 - 516


손에는 청동 창을 잡고 오디세우스와 아주 가까운 사이인 타포스 섬의 군주 멘테스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성 안에서는 여러 구혼자들이 저마다 뽐내며 때마침 문 앞에서 장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들이 깔고 있는 여러 장의 쇠가죽은 그들이 멋대로 죽여 없앤 소들의 가죽이었다. 그들 앞으로 몸종들과 충성스러운 하인들이 희석용 술동이에 포도주와 물을 타거나 구멍이 무수히 뚫린 해면으로 네 발 달린 책상을 닦아 내며 구혼자들의 앞에 차려 놓는가 하면, 한편에서는 많은 고기를 푸짐하게 썰어 놓는 이도 있었다. - 519


사람을 채어가는 폭품의 여신들이 아버지를 채어 가서 자취도 없이 사라져 버렸으며, 제게 남겨진 것이라고는 비탄과 애석함, 그것뿐이랍니다. 내가 마음 아파하고 한탄하는 것은 아버지 때문만은 아닙니다. 신들께서는 갖가지 다른 재앙을 제게 내려 주시려고 하거든요, 말하자면 이 근처의 섬을 다스리고 있는 영주란 영주는 모두 둘리키온과 쉬메, 숲이 우거진 자퀸토스 등 여러 섬의 영주들로부터 바위 많은 이타카 섬에서 세도께나 부리는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모두 제 어머니에게 구혼하러 몰려와서는 저희 집 재산을 탕징하고 있답니다. 그렇지만 어머니께서는 재혼하는 것을 감히 거절하지도 차마 끝을 내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저희 가산을 서슴없이 파먹고, 이제 얼마 안 가서 저마저 신세를 망치게 되고 말 것입니다. - 523

펠레로페의 우유부단 때문에 가산을 탕진하고 있다. 여자가 남성성의 특징을 활용하지 못한다면 그 여자의 내적 가산도 이렇게 탕진된다. 남성성의 역할을 남편, 애인이 전담해 주길 바라고, 그렇게 해온 여자들은 그들 남자가 없어지면 이렇게 무능해진다. 나도 의식적으로 ‘착한 여자, 여성적인 여자’의 코스프레를 하려고 한다. mmpi 검사에서도 여성적인 특징이라기 보담 스스로 여성적으로 보이고자 하는 특징이 많이 나왔지. 그런 의식적인 태도는 뭔가 자연스럽지 않다. 수학을 못하고, 운전을 못하고, 기계를 못다루는 전형적인 모습을 구현하려 한다. 


내일 아침 아카이아인 남자들을 회합에 소집하여 모두에게 이렇게 선언하시오. 신들을 입회 증인으로 모시고 말이오. 구혼자들한테는 저마다 자기 집으로 돌아가도록 마랗고, 또 어머님께는 만약 결혼하고 싶으면 그토록 위세가 당당하다는 친정댁으로 돌아가라고 말하시오. 그렇게 하면 어른들이 결혼 준비를 해 줄 것이오. 퍽 많은 지참금도 마련해 주실 테지....한편 그대에게는 좀더 자세히 현명한 방도를 가르쳐 줄 테니 그걸 잘 지키도록 하오. 가장 좋은 배를 한 척 마련해 놓고, 20명의 노젓는 사람을 데리고서 오랫동안 집을 나간 채 안 돌아오시는 아버님의 행방을 찾으러 떠나란 말이오. 혹시 세상 사람들 가운데는 누구든 가르쳐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며 또 사람들에게 소식을 가장 잘 전해주는 제우스라는 신의 분부라는 소문을 얻어 듣게 도리 지도 모르니까. 먼저 퓔로스로 가서 거룩한 네스토로 영주한테 물어보시오. 거기서 이번엔 스파르타에 있는 금발의 메넬라오스한테로 가란 말이오. - 524

원래 남성성이 실종되었을 때 새끼 남성성, 준엔진이 가동되어 필요를 보충한다. 


활활 타오르는 횃불을 든 충성심에 넘친 에우뤼클레이아와 동행하였다. 그리고는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그녀도 그의 집안에서 소중히 했는데, 부인의 마음을 상하게 할까 두려워서이긴 했지만, 절대로 그녀와 잠자리를 함께 하지 않았었다. 활활 타오르는 횃불을 들고 그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그녀는 하녀들 가운데서도 가장 텔레마코스를 귀여워했는데 아주 어린 시절부터 그를 손수 키워왔기 때문이었다. 텔레마코스는 편안한 분위기가 감도는 방문을 열고 침대에 걸터앉아 부드러운 겉옷을 벗었다. 그리고 그것을 현명한 늙은 하녀의 손에 건네주었다. 그러자 늙은 하녀는 그것을 차곡차곡 잘 매만져, 나무 침대 옆 걸대 위에 걸쳐 놓았다. 그렇게 한 다음 침실에서 물러나, 은으로 된 손잡이를 당겨 문을 닫고는 그 위에 가죽 고리를 걸었다. 그곳에서 밤새도록 그는 부드러운 양털 담요를 덮은 채 아테네 여신이 가르쳐 주던 여행에 대해서 마음 속으로 여러 가지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 529

유모, 충직한 늙은 하녀, 돼지치기, 이런 이 한 명 옆에 있으면 좋겠다. 내 안에도 이런 할멈, 또는 할아범 요소가 있으면 좋겠구나.


2권 이타카에서의 회의 / 텔레마코스의 출항


왜 그렇게 화를 내는가? 우리를 모욕하면서 말이야. 구혼자들이 책임을 질 까닭은 없단 말일세. 차라리 자네 모친의 책임이야. 그녀가 아주 교활한 생각을 가졌기 때문이야. 들어 보게. 왜냐하면 벌써 3년이 지났거든. 그리고 이제 곧 4년째로 접어드네. 그녀가 아카이아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있는 정열을 희롱하기 시작한 지가 말일세. 이 사람 저 사람을 다 상대해 가지고는 누구한테나 꼭같은 약속을 해왔거든. 편지질을 하면서 말이지. 그러나 마음속으로는 다른 일을 꾸미고 있었던 거야. 그녀는 그 밖에도 다른 꾀를 꾸미고 있었던 거야, 이를 테면 큼직한 베틀을 집 안에 마련해 놓고는 베를 짜고 있었단 말일세. 얄팍하고 무척 폭이 넓은 천을 말이지. 그리고 우리한테 말했지. ‘나한테 구혼하시는 분들, 거룩한 군주이신 오디세우스가 이젠 이 세에 없으니 나하고 결혼하고 싶으신 분은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이 천을 모두 짤 때까지만요. 이렇게 짜낸 천이 아무짝에도 쓸모없게 되지 않도록 말이예요. 이럿은 라에르테스 님의 장례에 쓸 천이랍니다. 지독한 고통을 주는 저주스러운 죽음의 손길이 언젠가는 그분을 덮치겠지요. 그때를 위해서 짜는 겁니다. 왜냐하면 이 나라의 모든 여자들로부터 자신이 해야 할 바를 다하지 못했다고 비난받으면 곤란하니까요. 만약 그분이 재산을 듬뿍 가지고 있으면서도 수의를 입지 못하고 관 속에 눕게 되신다면 말입니다’ 이렇게 말하면서 또다시 한층 더 끓어오르는 우리의 열정을 부채질했단 말일세. 그즈음 아닌게 아니라 낮에는 늘 큼직한 베를 짜고 있기는 했지만. 밤이 되어 횃불이 옆에 놓일 즈음이면 그것을 모두 풀어버리곤 했다. 이런 식으로 3년 동안을 능청맞는 꾀로 우리 눈을 속이며 납득시켜 왔지만, 4년째가 되는 그 계절이 끝날 무렵 바로 그때 이런 내용을 잘 알고 있는 시녀 하나가 수다를 떨었네. 그래서 우리는 훌륭하게 짜낸 천을 그녀가 풀고 있는 현장을 붙잡았던 걸세. 그래서 싫어도 하는 수 없이 그녀는 그 천을 모두 짜고 말았지. - 534

나도 이 구혼자들에게 감정이입되네.

안티노스님, 절대로 이 집에서 어머니를 그 의사에 반하여 쫒아낼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외조부님인 이카리오스 님게게도 그런 불법행위에 대해 막대한 보상을 해야 합니다. 만약 내가 자진해서 어머니를 친정으로 돌려보내 드린다든지 하면 말입니다. - 535

어머니 조차 여자는 재산의 일부인 듯


여러 사람들 틈에서 멘토르라는 이가 벌떡 일어섰는데 그는 영예로운 오디세우스의 부하였다. 오디세우스가 함선들을 이끌고 출정하던 무렵 이 사나이한테 집안일을 모두 맡기며 늙은 아버지의 말씀을 잘 지키고 무슨 일이든 어김없이 잘 보살펴 나가도록 일러두고 떠났다. 그 사람이 이게 이타카 사람을 위해 깊이 생각하더니 일어나 여러 사람을 행해 권고하였다.

“...내가 분개하는 것은 그대들이 비열한 침묵 속에 숨어 있다는 점이오. 더구나 여럿이면서도 소수의 구혼자들을 비난하거나 말리려 들지도 않고 바라보고만 있으니까 말이오”

함석한 ‘그 사람을 가졌는가?’ 시가 생각나네


그의 기도에 아테네가 대답했다. 아네테 여신은 멘토르의 모습을 빌어서 위엄있는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 539

신뢰하는 인물의 방식으로 말한다는 건 중요하다.


이렇게 공론들을 하는 동안 텔레마코스는 크고 높다랗게 지은 부친의 광으로 갓다. 그곳에는 황금과 청동의 기구들이 잔뜩 쌓여 있었으며, 궤 속에는 옷들이 가득 들어 있었고, 좋은 향기를 풍기는 올리브 기름도 많았다. 거기에는 여러 해 묵은 달콤한 고급 포도주를 담은 통들도 즐비해 있었다. 질서 있게 벽을 향해 잘 정돈된 채, 마치 오디세우스가 많은 고생 끝에 고국에 돌아올 것을 기다리고 있는 듯 했다. -541


이즈음 빛나는 눈의 아테네 여신은 또 다른 일이 생각나서 텔레마코스의 모습으로 변장하고 온 이타카 시를 돌아다녔다. 그리고 일일이 시민들 곁으로 가서는 말을 걸고, 저녁때가 되거든 훌륭한 배가 있는 곳으로 모이라고 말하였다. 그러고 나서 이번에는 또 명예로운 이타카인 프로니오스의 아들 노에몬에게 재빠른 배 한 척을 요구하였다. 그러자 그는 두 말없어 승낙했다. 해가 저물고, 거리에는 어둠이 내려덮였다. 그러자 여신은 훌륭한 배를 바다에 띄우고, 안에는 돛과 밧줄 등 장비가 훌륭한 배라면 갖춰야 할 도구들을 모두 조사해서 넣어 두었다. 그리고는항구 맨 끝에 배를 매어 놓았다. 그 주위에는 무수한 사람들이 모여들었는데, 이들은 여신이 아까 권유한 사람들이었다. - 543


3권 퓌로스에서의 이야기


텔레마코스는 맨 마지막으로 내렸고, 그 앞으로 아테네가 걸어갔다. 그 때 빛나는 눈의 여신 아테네가 앞질러서 그를 향해 말했다. “텔레마코스여 이제 굳게 자신을 가지세요. 지금은 결코 우물쭈물할 때가 아니오. 아버지를 찾기 위해 모처럼 바다를 건너온게 아닌가. 어느 곳에 묻혀 있는지. 어떻게 숨을 거두었는지를 알기 위해서 말이오. 그러니 이제부터 곧바로 네스토르에게 가 보시오. 우리는 그가 감추어 두고 있는 사실을 알아내려면 그대가 직접 그를 만나야 하오. 아마도 거짓말은 안할 것이오. 그는 현명한 사람이니까 - 546

지금 나에게 단도직입 해야할 질문은? 10가지 미션후 어찌할 건지


그러므로 지금 당신 앞에 무릎을 꿇고 부탁드리는 것이니 혹시 제 아버지의 불행한 죽음을 이야기해 주실 생각은 없느신지요. 혹시 당신 눈으로 실제로 보셨거나, 또는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는 사람으로부터 무슨 이야기를 들으시지나 않으셨는지 말입니다. 아버지는 다른 사람보다 몇 배로 가엾은 운명에 놓이도록 태어나셨습니다. 그렇지만 결코 저한테 미안하게 생각하시거나 동정을 하시려는 뜻에서 사실대로 이야기하기를 피하지는 마십시오. 그보다는 당신 눈에 비친 제 아버지 모습에 대해서 모든 것을 남김없이 상세히 이야기해 주십시오. 간절히 원합니다. 혹시 언젠가 제 아버지인 훌륭하신 오디세우스가 말로나 행동으로 당신을 위해서 하신 일이 있었다면 그리고 그것으로 훌륭한 성과를 거두셨다면, 다른 일들을 모두 상기하시어, 상세하게 말씀하시기 바랍니다. - 548

아들이 컸다.


아테네 여신도 당신에게 바쳐질 제물을 받으려고 참석했다. 그래서 늙은 기사 네스토르가 황금을 내리자, 쇠뿔의 장식을 여신이 보고 기뻐하도록 세공사는 어린 암소의 두 뿔에 휼륭하게 금박을 입혔다. 그러자 그 암소의 뿔을 붙잡고 스트라티오스와 고귀한 에케프론이 제단으로 끌고 가니 에레토스는 꽃 무늬가 가득한 바구니를 들고 그러는 동안 날카로운 손도끼를 손에 들고 싸움에 강한 트라쉬메데스가 제물을 내리치려고 서 있었다.....559~560

신에게 황소를 잡아서 구워 바치는 이 부분 의식의 묘사가 재미있다.


4권 스파르타에 있는 메넬라오스 성에서의 이야기


그 때가 바로 철면피 같은 저로 인해 아카이아 군사가 트로이 성에 대담한 공격을 시도하여 밀어닥쳤던 바로 그 무렵의 일이었습니다. (헬레네의 말) - 567

그 희생을 치르고도 같이 살고 싶을까? 한 번 다른 남자를 따라갔던 여자를 쉬 받아들이나?


제우스 신의 딸인 헬레네가 다른 묘안을 생각해 냈다. 그녀는 재빨리 모두가 마시고 있는 포두주 병에 고뇌를 잊게 하는 분노를 지워버리는 약을 넣었다. 이 약은 모든 재앙을 잊게 하는 약으로 일단 이것이 섞인 술을 마신 사람은 누구나 그날 아버지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다 하더라도 또는 그 눈앞에서 형제나 사랑하는 자식이 청동 칼로 목이 잘리는 것을 생생하게 본 다 하더라도 두 볼에서 눈물을 떨어뜨리지 않는다는 약이다.  - 569

우울증약?


괘씸한 것들 같으니, 참으로 용감무쌍한 대장부의 잠자리에, 그 겁쟁이 놈들이 기어 들어가려 하다니, 마치 사나운 사자의 잠자리에 어미사슴이 갓난 젖먹이 아기사슴들을 재워놓은 채 , 산등성이며 풀이 무성한 계곡 사이로 풀을 뜯으러 나간 것과 같구나..- 573

자신을 자키지 못하는 펠레로페가 더 불쌍하네


바다 속에 서식하는 바다표범의 지독하고 구역질 나는 악취가 우리를 괴롭혔던 것이오. 정말이지 그 어느 누구도 바다 속 괴물 곁에 눕고 싶어할 사람은 없으니까 - 576


그 때 우리는 요란하게 소리치며 몰려갔지요. 그리고 그에게 달려들어 그 등을 우리 팔뚝으로 내려쳤다오 바다 노인도 변신술 쓰는 것을 결코 잊지 않았다오. 그래서 처음엔 훌륭한 수업을 기른 사자로 변하더니, 다음에는 큰 뱀이 됐다가 표범이 되었다가 커다란 멧돼지가 되기도 했답니다. 또는 흘러가는 물이나 높이 치솟은 나무로까지 되려고 했습니다만 우리는 조금도 굽히지 않고 참을성 있게 매달려 있었지요. - 577


단념하고 이제그만 좀 몰려들었으면. 여기서 향연을 베푸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라면 좋겠군요. 걸핏하면 이곳에 모여 들어서는 마음 착한 내 아들 텔레마코스의 재산을 자꾸 갉아먹다니. 게다가 그대들도 아마 그대들 부친한테서 전혀 아무런 이야기도 듣지 못한 것 같군요. 그대들이 어렸을 때의 이야기를 말입니다. 오디세우스가 그대 부모들 사이에서도 얼마나 뛰어난 분이었던가를 - 584


5권 칼립소에 표류하다 /오디세우스의 뗏목


그분께서 분부하신 용건은 다른 누구보다도 더없이 불운만이 따라 다니는 저 불쌍한 사나이를 그대 곁에서 놓아주라는 명령이십니다. 그들은 프리아모스 성을 두고 9년 동안이나 전쟁을 하여 10년 만에 성을 함락시키고는 귀국길에 올랐던 자들이었건만...그에게 주어진 운명으로는 일가친척을 떠나 이곳에서 혼자 죽게되지는 않기 때문이며, 또 이제부터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지붕도 높다란 성으로 돌아가 자기 고국땅을 밟도록 정해져 있기 때문이오. - 594


사실 밤이면 불길같이 뜨거운 여신과 더불어 이 냉담한 연인은 동굴 속에서 잠자리를 같이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낮이 되면 매일같이 바위 위나 백사장에 앉아서는 눈물과 탄식과 고뇌로 마음을 썩이면서 황량한 바다 위를 눈물에 젖어 바라보았다. - 595


섬의 가장 변두리인 울창한 숲속으로 그를 안내해 갔다. 오리나무와 포플러나무, 하늘 높이 치솟은 왜전나무 등, 이미 오래 전에 말라 버려 가볍게 물 위를 떠날  것 같은 배의 재료로서 휼륭한 나무들을 보여주고 나서 아름다운 님프 칼립소는 집으로 돌아갔다. - 597


6권 스케리에 섬의 왕 칼키노스와 왕녀 나우시카 이야기


언젠가 한 번 델로스 섬에서 아폴론 신의 제단 옆에, 당신처럼 싱싱하고 젊은 종려나무의 어린 싹이 땅 속에서 돋아나오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 어린 나무를 바라보고 오랫동안 마음에 감동을 받고선, 그대로 그 자리에 멍하니 넋을 잃고 서 있었던 것이지요. - 611


가는 길거리 가까이에 이제 곧 아테네의 훌륭한 수플 보시게 될 겁니다. 갯버들이 여러 그루 서 잇고 그 곳에는 샘물이 흐르고 있엇, 그 둘레가 들이며 거기에 우리 아버님의 장원이 있어요. 풍성하게 열매를 맺은 과수원이 있는데 마을에서 사람이 소리칠 대에 그 목소리가 들릴 정도의 거리에 있지요. - 615


7권 알키노스 왕 궁전에서의 이야기


아름다운 도성으로 막 들어서려 할 때 그곳에서 빛나는 눈의 여신 아테네가 물병을 손에 든 젊은 처녀의 모습을 하고 그를 향해 걸어왔다. - 619


흰 팔의 아레테는 모두를 향해 먼저 입을 열어 말을 꺼냈다. 왜냐면 왿세우스가 입고 있는 엷은 옷과 속옷을 보자 바로 짐작이 갔기 때문이다. 그 옷들은 왕비가 손수 시녀들과 함께 에 만든 것이기에 그래서, 그를 향해 말을 건넸다. - 625


참으로 아버지 신이신 제우스님이나 아테네 여신이나 또 아폴론께서도 당신만큼 훌륭한 분, 그리고 나와 꼭같은 생각을 가지신 분, 그만한 분을 이대로 이곳에 머물러서 내 딸을 받아주고, 내 사위로 부르게 해 주신다면 고마운 일이겠는데, 만약 당신게서 기꺼이 이곳에 잇어주신다면 궁전도 재산도 그리겠소만, 설령 거절하신다 하더라도 파아아케스족의 그 누구라도  당신을 붙잡게 하지는 않겠소 - 628


8권 스케리에 섬에서의 이야기 / 경기와 향연


원반은 팔에서 굉자한 속도로 달려 나가서 이제까지 던진 사람 전체의 표지를 넘어섰다. 그러나 아테네 여신이 한 사나이로 변신해 나타나 떨어진 지점을 표시하고는 이름을 불러 말했다. : “손님이시여 당신이 장님이라 하더라도 이 표지를 손으로 더듬어 알아잴 수 있을 것입니다. 이건 결코 다른 많은 표지와 섞여 있지 않고, 훨씬 앞에 나와 있으니까요. 그러니 이 팔심 겨루기에는 안심해도 좋아요. 파이아케스족의 아무도 이 지점까지는 던지지 못했으며, 또 더 멀리 던질 사람은 없을 겁니다” 이 말을 듣자 오디세우는 기쁨을 느꼈으며, 한편 자기에게 호의를 가진 동지를 이경기장에서 발견한 것을 기쁘게 생각했다. - 636


아레테는 시녀들에게 분부해서 커다란 세발 무쇠솥을 얼른 불에 걸어 놓게 했다. 그래서 시녀들은 목욕물을 끓이는 세 발 무쇠솥을 활활 타오르는 불 위에 걸고 솥에는 물을 붓고 장작을 지폈다. 배가 불룩한 무쇠솥을 불길이 둘러싸자 물이 끓어올랐다. 그동안에 아레테는 손님을 위해 훌륭한 함을 안에서 가져와 그 속에 특별히 훌륭한 선물들을 챙겨 넣었다. 그것은 파이아케스 사람들이 그에게 보내온 것이었다. 또 왕비도 함 t고에 아름다운 옷과 속옷을 곁들여 넣었다. - 643


9권 오디세우스의 표류담 / 퀴클로페스 암굴에서의 이야기


여신 가운데서도 존엄하기 그지없는 칼립소가 자기 곁에 나를 붙들어 두었지요. 텅빈 널따랄 동굴 속에 나를 남편으로 삼으려고요. 또 그와 꼭같이 키르케, 저 아이아이에의 요사스러운 꾀많은 여자가 자기 저택에서 남편을 삼으려고 했지요. 그러나 결코 내 가슴에 있는 심정은 설득하지 못했다오. 그토록 조국이나 또 어버이보다 더 반가운 것은 없는 법이니까요. 비록 그가 어버이 곁을 떠나 다른 나라에 살며 뷔귀영화를 누린다 하더라도. 그 점에서는 다름이 없답니다. - 650


그는 별이 가득히 반짝이는 하늘에 두 손을 내밀고, 포세이돈 신께 이렇게 빈 것이었지요. “넓고 큰 땅을 떠받치시는 검은 머리의 포세이돈이여, 제 말씀을 들어 주십시오. 참으로 내가 당신의 아들이며 적어도 당신이 내 아버지라고 하신다면, 부디 도성을 함락시키는 오디세우스가 자기 나라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해 주십시오. 하지만 만약에 신의 뜻에 따라 가족들과 다시 만나고 호화로운 자기 성과 고향 땅으로 돌아가도록 운명지어져 있다면 하다못해 늦게라도 지독한 고생을 겪고서 돌아가도록 그 동지라는 사람들마저 모두 잃어버리고, 다른 나라의 배를 타고 돌아가되, 집에서도 귀찮은 일들이 벌어져 있도록 하여 주소서.”


10권 표류담의 속편 - 아이올로스 / 라이스트뤼고네스 / 키르케


외눈박이 거인 퀴클로페스의 손에서 탈출한 그들은 다음으로 바람의 신인 아이롤로스의 섬으로 간다. 그곳에서 융숭한 대접을 받았으며 출범한 뒤, 바람의 신이 보내준 가죽 부대를 절대로 열지 말라는 당부에도 불구하고 오디세우스가 피곤해서 잠든 동안에 누군가 열어보았기 때문에 몹쓸 바람이 나와서 되밀려가게 된다. 사나운 날씨로 11척은 침몰하고 그가 탄 배만 도망쳐서 키르케의 섬에 닿게 된다. - 668


서약을 제대로 마치고 나자 그때서야 나는 키르케의 훌륭한 침상에 올랐습니다. 그러는 동안 궁전 안에서는 시녀 넷이 바쁘게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여자들이 집안일을 여러 가지로 서둘러 하는 것이지요. - 679


11권 오디세우스가 저승을 찾아가는 이야기


제발 저를 불쌍히 여기지도 장사를 지내주지도 않고 떠나심으로 신들의 노여움을 사는 일이 없으시기를 바랍니다. 그보다도 아직 내 몸에 남아있는 갑옷들과 함께 나를 화장해서 잿빛 바닷가에 나를 위한 무덤을 만들어 주십시오. 후세 사람들도 불운했던 사나이를 전해들을 수 있도록. 그리하여 이상의 일을 끝내시거든 무덤 위에 노를 세워 주십시오. 내가 살아 있을 때 동지들과 함께 늘 사용하던 노를 말입니다. - 689


돌아가신 나의 어머님 영혼이 찾아왔습니다...그 모습을 보고 나는 눈물이 고이고 마음에 측은한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더욱 엄숙한 비탄에 빠지면서도 테이레시아스한테서 이야기를 듣기 전에는 먼저 피 있는 곳으로 다가오는 것을 용서하려 들지 않았습니다. - 690


결코 제우스의 따님이신 페르세포네 님이 너를 괴롭히려는 게 아니라, 이것이 죽어야 하는 인간으로서 누구나 죽은 다음에 이렇게 되는 정해진 법칙과 운명이란다. - 694


12권 표류담의 속편 - 세이레네스 / 스퀼레 / 트리나키에


노래하는 여괴 세이레네스, 해협을 지배하는 깊은 소용돌이 카뤼브디스, 맞은편 어두운 동굴에 사는 개처럼 목을 길게 늘어뜨리고 뱃사람을 잡아가는 스킬레 등등 거기에서 간신히 빠져나온 그들은 얼마뒤 태양신이 소를 치는 트리나키 섬에 닿게 되었다. 그곳에서 바람이 없어서 배를 내지 못하는 한 달 동안 억류되었는데 식량 곤란으로 금기를 깨뜨리고 오디세우스가 없는 동안에 태양신의 소를 잡아먹고 말았다. 그 뒤로는 서슴없이 소를 죽여 신의 노여움을 산 끝에 출범하자 폭풍을 만나 배는 침몰하고 오디세우스만이 목숨을 건져 열흘재 되는 밤에 겨우 칼립소의 섬에 표착한다. - 707


13권 오디세우스가 스케리에 사람의 배를 타고 고향에 돌아가는 이야기


오디세우스의 긴 표류담도 이제야 끝난다. 이야기를 듣고 감동한 사람들은 왕의 말에 따라 오디세우시를 위해 그가 잃은 것보다 많은 선물을 준비하고, 그를 배에 태워 이타카 섬으로 돌려보낸다. 배는 잠자는 오디세우스를 태우고 이타카 섬의 포르퀴스 포구에 이르러 그를 잠든 채 내려놓고 선물을 근처 동굴 속에 넣어놓고 돌아간다. 이것을 안 포세이돈은 분한 나머지 배를 항구 박에서 화석으로 만들어 버린다. 이윽고 잠이 깬 오디세우스는 아테네 여신의 변신인 청년에게서 고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신중을 기하기 위해 자기 성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는 네리톤 산 밑 목장에 사는 하인 에우마이오스의 오두막으로 가는데 여신을 그의 행색을 거지처럼 초췌하게 꾸며놓는다. - 721 


14권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 오두막에서의 이야기


그는 조심스럽게 옛날의 충성스런 하인이었던 돼지치기 에우아미오스의 오두막으로 우선 가보기로 한다. 언덕의 돌 많은 길을 더듬어 목장 끝에 있는 오두막에 이르자, 개가 나와서 짖어댄다. 그 소리를 듣고 에우마이오스가 나오는데 거지 행색을 한 옛 주인을 알아볼 까닭이 없다. 그러나 인정 많은 사나이라서, 의지하러 온 사람을 흔쾌히 받아 들여 음식을 r주고 그 신분을 묻는다. 오디세우스는 그레타 섬 태생인 뱃사람이라고 속인다 해적을 만나 노예로 팔렸으며 간신히 도망쳐 나오는 길이라고 했다. -735


15권 텔레마코스가 귀국하여 그 또한 돼지치기의 오두막을 찾아오는 이야기


그가 미처 말끝도 맺기 전에 오른쪽으로 새 한 마리가 날아갔다. 아폴론 신의 빠른 심부름꾼인 매였는데, 그 발에 비둘기를 차고 있었기 때문에 배와 텔레마코스 앞으로 그 날개털이 날아 떨어졌다. - 768

 

16권 돼지치기 오두막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만나는 이야기


주인 앞으로 와서 마치 사랑하는 아들이 먼 나라에서 10년 만에 돌아온 것을 맞이하는 아버지처럼, 그의 얼굴과 두 눈, 두 손에 입을 맞추면서 눈물을 마구 쏟았다. 늦게 낳은 외아들이라 그를 위해서는 무슨 고생이든 달갑게 받겠다는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갸륵한 돼지치기는 신과도 같은 모습을 한 텔레마코스의 가슴에 매달려 입을 맞추었다. 마치 죽을 고비를 넘기고 온 사람에게 하는 것처럼. - 771


저녁 때가 되어 오디세우스와 그 아들한테로 갸륵한 돼지치기가 돌아오자마자 이내 저녁 식사 준비를 시작했다. 한 살짜리 돼지를 제물로 도살했다. 또 아테네 여신은 라에르테스의 아들 오디세우스의 바로 옆에 붙어 서더니 지팡이로 때려 처음의 노인 모습으로 변신시켜, 초라한 옷을 그 몸에 걸쳐 주었다. 돼지치기가 얼굴을 대할 때 그 모습을 보고 주인임을 깨닫고 페넬로페에게 알림으로써 저 혼자만의 가슴에 간직할 수 없게 된다면 골칫거리이기 때문이었다. -784 


17권 텔레마코스가 귀가하고 오디세우스도 거지차림으로 귀가


오디세우스는 오른편에서부터 모두에게 구걸을 하려고 일어셨다. 마치 옛날부터 거지생활을 해온 듯이 능숙하게 사방으로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모두 가엾은 생각에서 무엇이나 집어주면서 그를 보고 어처구니없자는 그, 도대체 어디서 온 누구냐고 서로 번갈아 물었다.-797


그처럼 저 사나이는 제 곁에 앉아 있으면서 저를 홀딱 반하게 합니다. 그가 말하기를 오디세우스님과는 집안끼리 친밀한 사이이며 크레타 섬에서 살았답니다. 그 섬을 다스리는 미노스 왕의 친척이라고 합니다. 거기서부터 이번에는 끝내 이 고장으로 갖은 고난을 다 겪으며 떠돌아다닌 끝에 이곳에 닿은 모양입니다. 오디세우스님에 대한 아주 최근의 소식을 들었다고 자꾸만 우겨댄답니다. 테스프로티아 사람들의 풍성한 마을에 더구나 무사히 살아계시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아주 많은 재물을 댁으로 가지고 오시는 중이랍니다. - 802

 

18권 오디세우스가 부랑자 이로스와 주먹싸움을 하다


그곳에 한 거지가 왔다. 그는 이타카의 거리마다 구걸을 하고 다니는 사람이었는데 남달리 튼튼한 창자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늘 먹는 것과 마시는 것밖에 몰랐다. 배짱도 없었고, 주먹 힘도 없었으며 덩치만 무척이나 커 보였다. 이름은 아르나이오스라고 했는데, 그건 태어날 때 어머니가 붙여준 이름이고 그 누구의 명령에 따라 보고를 하는 심부름꾼으로 돌아다니기 때문이었다. - 806


에우뤼마코스님 정말 우리 둘이서 해도 길어진 이른 여름에 밭일하기 내기를 해보면 좋겠어요. 목초 베기 내기를 한다면 나는 날이 흰 낫을 들겠습니다. 그리고 당신도 그런 것을 들고 목초가 잔뜩 우거진 곳에서 식사도 하지 말고 아주 어두워질 때까지 일을 겨루어 봅시다. 소를 모는 일이라면 가장 좋은 다갈색의 활소를 그것도 풀을 실컷 뜯고 먹고 나이도 같고 짐을 끄는 힘도 똑같은 절대로 지칠 줄 모르는 힘을 가진 소 말입니다. 또한 밭은 네 마지기 정도로 하고, 보습에 흙이 깊이 파고드는 밭이라면 내가 갈아 놓은 고랑이 곧은 지 아닌지를 보여드릴 수 있습니다. 이건 또 다른 이야기이지만 크로노스의 아드님이신 제우스의 신이 오늘 어디선가 전쟁을 걸어오게 하신다면 그 때는 방패와 창 두 개와 관자놀이에 꼭 맞는 청동제 투구만 있으면 내가 맨 앞장에 서서 싸우는 것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그때는 당신이 내 배 창자를 무참하게 업신여기지는 않을 겁니다. 그런데 당신은 너무 a\무지막지한 소리를 할 뿐 아니라 인정도 없는 분이군요. 그리고 자신을 너무 훌륭하고 힘이 있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것은 당신이 사귀는 사람의 범위가 좁고 게다가 변변치 모한 놈들 하고만 사귀기 때문입니다.저 대문이 굉장히 넓게 열려 있지만 이제 곧 현관에서 그곳으로 도망칠 때는 아마 좁게 느껴질 것입니다. - 817


19권 신분을 숨긴 오디세우스가 그 아내와 대화를 나누다 / 발을 씻는 이야기


아테네 여신의 힘을 빌어서 구혼자들을 처치할 방법을 여러 가지로 궁리하고 있다가 갑자기 소리높여 말했다. “텔레마코스 무기를 모두 곧 안에 감추어 두어라. 만일 그들이 무기가 없는 것을 알아치리고 물을 때는 이렇게 적당히 구슬러 넘겨야 한다. 연기에 그을리지 않도록 잘 간직해 두었습니다. 오디세우스 님이 트로이에 가실 때 남겨두고 간 것과는 이제 전혀 모양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불이 그 무기들을 아주 망쳐 놓았습니다. 더욱이 신께서는 더 중요한 일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말하자면 여러분이 자칫 잘못해서 술에 취해서 싸움을 벌인 끝에 서로 상처를 입히고 잔치도 구혼도 못하게 만들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속담에도쇠붙이라는 것은 스스로 무사들을 유혹하는 힘이 있다고 하니 말입니다. - 821

 

제가 말한 대로 올해 안으로 오디세우스 님이 여기에 오실 겁니다. 그것도 이 달이 넘기 전에, 새 달이 들어서기 전에 - 829


한편 늙은 시녀는 자기 주인의 곁에 가서 발을 씻기 시작하는데 곧 그 상처를 알아챘다. 거서은 일찍이 외주부 되는 아우톨뤼코스와 그의 아들들과 같이 파르나소스에 갔을 때 멧돼지 송곳니에 찔린 상처였다. 이 아우톨뤼코스는 오디세우스 어머니의 친아버지로서 세상 사람들 중에서도 훔치는 솜씨와 거짓말로 뛰어난 인간이었다. 그것은 헤르메스 신께서 그에게 베풀어 준 재간이었다. - 832


내 사위와 딸아 내가 부르는 이름이 어떤 이름이든 이 아이에게 꼭 붙여 주기 바란다. 여태껏 나는 많은 것을 기르는 대자연의 넓고 큰 땅 위에 잇는 남녀들과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는 자로 오늘까지 살아왔기 때문에 오디세우스(증오를 받는자) 라는 이름을 이 아이에게 붙이는 것이 좋겠다. 그런데 이 아이가 자라서 어른이 되어 어머니의 고향인 외갓집을 찾아 파르나소스에 온다면 거기에 있는 내 재산을 그에게 나누어 주어 그를 기쁘게 하고 돌려보낼 것이다. - 833

 

20권 오디세우스에 대한 길조와 구혼자들의 소동


우리 집에 거위가 스무 마리 물 속에서 나와 밀을 먹고 있었어요. 그것을 바라보면서 나는 마음을 위로하고 있었지요. 그러자 산 쪽에서 갈고리 같은 부리를 가진 큰 솔개가 날아와서 거위들의 목을 쪼아서 모두 죽여 버렸어요. 거위들은 집안 한군데에 죽어서 넘어졌고, 솔개는 하늘 높이 날아올라 갔어요. 꿈 속에서 나는 흐느껴 울고 있었는데 거위를 죽였다고 슬피 울고 있는 내 옆에 곱게 머리를 땋아 올린 아카이아족 여자들이 모여들었지요. 그런데 그 솔개가 다시 날아와서 대들보가 솟아 나온 지붕 끝에 앉아 사람의 음성으로 내가 우는 것을 달래면서 말했어요. ‘걱정하지 말아라. 먼 나라까지 평판이 자자한 이카리오스의 딸아, 이건 꿈이 아니라 현실로 나타날 좋은 징조이니라. 이것은 반드시 나타날 것이다. 거위는 구혼자를 가리킴이고 나는 본디 솔개였으나 지금은 너의 남편이 되어서 돌아온 것이다. 그리하여 모든 구혼자들에게 비참한 죽음의 운명을 줄 것이다. - 836 (페넬로페가 변장한 오디세우스에게 하는 꿈 이야기)

  

참아라, 참아야 한다. 심장이여, 이보다도 더 심하고 무도한 짓도 너는 잘 참았지 않느냐. 저 살기등등하던 퀴클로페스가 내 동지들을 잡아 먹던 그 때에 말이다. 그래도 너는 머리를 서서 동굴에서 빠져아놀 때까지 참고 견디었었다. 이렇게 말하며 가슴 속의 사랑스러운 심장을 나무라자, 심장도 곧 얌전해 지면서 참고 견디게 되었다. - 840


결코 나의 어머님의 결혼을 늦추려는 건 아닙니다. 그렇기는커녕 누구라도 좋으신 분과 결혼하도록 권하고 잇지요. 뿐더러 수없이 많은 혼수품도 덧붙여 주겠노라고 합니다만 - 850

 

21권 활쏘기


이때 페넬로페는 시녀 둘을 데리고 대청으로 나와, 오디세우스가 항상 즐겨쓰던 큰 활돠 무쇠도끼를 가져오게 한다. 그리고는 12개의 도끼를 나란히 놓고 화살로 도끼자루 구멍을 뚫는 남자를 자기의 새 남편으로 정하겠노라고 선언한다. 구혼자들은 모두 서둘러 활시위를 걸려고 하지만, 아무도 제대로 해내는 이가 없다. 우두머리격인 안티노스와 에우뤼마코스도 여러모로 애써 보았으나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아폴론의 제삿날까지 연기해 달라고 애원하다시피 하는 것을 오디세우스가 물려받는다. 텔레카코스도 저택 주인으로서 이에 찬성하고 활쏘기를 심킨다. 다들 실패하는 중에서 오직 오디세우스만이 활시위를 제대로 걸고 이어 화살을 쏘아 도끼자루 구멍을 꿰뚤었다. - 852 


22권 구혼자들을 모조리 토벌하다.


당신은 자기가 다스리는 나랄 사람인 우리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그럼 우리도 나중에 나라 전체에서 긁어모아 이 댁에서 축내버린 재산을 제각기 소 20마리씩 계산해서 갚아주기 위해 별도로 가져다 드리도록 하지요. 청동이든 황금이든 당신의 직성이 풀릴 만큼. 그때까지는 당신이 아무리 화를 낸다 해도 부당한 짓이라고 비난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 말에 치켜뜬 눈으로 노려보면서 꾀많은 오디세우스가 말했다. “에우뤼마코스여, 지전d 자네들이 조상 이래로 물려받은 재산을 모조리 갚는다 하더라도, 아니 지금 자네들이 가진 것에 또 다른 것을 덧붙여 가져온다 할지라도 나는 구혼자들의 못된 소행을 속속들이 속죄하게 하기 전에는 살육을 그치지는 않을 것이다. - 867


오디세우스는 화살이 남아있는 한 아무튼 구혼자들을 하나하나 겨냥해서 쏘아대고 있었다. 그들은 차례차례 쓰러졌다. 이윽고 활을 쏘는 주군의 손에서 화살이 없어지자, 그는 견고한 홀 문기둥 옆, 눈부시도록 희 벽에 활을 기대놓고, 두 어깨에 네 겹의 쇠가죽을 겹친 방패를 걸쳤다. 그리고 늠름한 머리에는 말총 장식을 단 투구를 썼다. 그 꼭대기에서 무시무시한 말총이 늘어져 흔들거리고 있었다. 오디세우스는 손으로 청동 촉을 꽂은 육중한  창 두 개를 집어들었다. - 870


오디세우스 앞으로 오자 그는 아직 시체들 가운데 서 있었는데 피와 먼지로 엉망이 된 그의 모습은 마치 사자처럼 보였다. 들판의 소들을 방금 잡아먹고 온 사자와 똑같았다. 오디세우스의 가슴도 뺨도 피투성이가 되어 보기조차 무시무시하였고, 디리와 팔, 손 할 것 없이 모두 피투성이었다. - 878


23권 부부가 감격스러운 상봉을 하다.


이렇게 말하며 2층 층계를 내려왔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 이리저리 망설였다. 멀리 떨어져 남편에게 물어보아야 하는지 아니면 곧장 곁으로 다가가 두 손과 머리에 키스를 해야 하는 지에 대하여. 그러나 그녀가 실제로 한 것은 홀로 들어가 돌 문지방을 넘어 불빛이 밝은 저편 벽 쪽에 가서 오디세우스와 마주 보고 앉은 것이었다. 한편 오디세우스는 높은 기둥에 기대어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앉아 있었다. 그리고 우아한 페넬로페가 자기를 보았으니, 무슨 말을 꺼내겠지 하고 기다렸는데 ,그녀는 오래도록 말 한 마디 없이 앉아 있을 뿐이었다. 깊은 감동 때문에 마음이 몽롱해져서, 그의 모습을 바라보자, 어쩌면 남편을 닮은 것도 같고, 그러나 아직 몹시 남루한 옷을 걸치고 있는 그 모습은 다른 사람 같이도 보였다. - 885


같은 나라 사람을 한 사람만 죽였을 경우에조차도, 그리고 죽은 사람 편이 없는 경우에도 그 친척들을 생각해서 조국을 버리고, 망명하는게 습관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국가의 지주라는 사람들을 그리고 이타카에 사는 젊은이들 중 가장 뛰어난 자들을 죽였으니 말이다. 그러니 거기에 대한 좋은 수가 없을 까 생각해 봐라. - 886


참으로 이상한 여자로군. 올림포스에 사시는 신들께서는 가냘픈 여인 중에서도 특히 그대에게 꿋꿋한 마음씨를 점지하셨군. 그래. 과연 다른 여자라면 아무튼 이렇게 끈질긴 참을성으로 남편 곁을 떠나 있지는 못했을 거요. 그것도 끔찍한 고생 끝에 20년 만에 고향엘 왔는데 그건 그렇고 아무튼 유모, 자기를 깔아주게나. 나는 우선 눕고 싶으니까. 아마 마님 가슴 속의 심장이 무쇠로 된 모양일세. - 887


우리의 잠자리의 증거를 명백하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더구나 그건 다른 사람들은 아직 본 적도 없으며 나와 당신과 단 한 사람, 시녀 아크토리스 밖에는 알지 못합니다. 그 아이는 내가 이 집으로 시집올 때 아버님께서 딸려보내 주신 아이로 우리의 견고한 침실 문을 언제나 지켜주는 시녀지요. 정말이지 이제는 툭 터놓고 믿을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 889    


24권 구혼자들의 망령은 저승으로 가고, 그들의 집안과도 화목을 되찾다.


대청에서 죽은 구혼자들의 망령은 헤르메스 신의 안내로 저승으로 가서 아킬레우스와 마가멤논 등의 영혼을 만나 신세타령을 한다. 한편 오디세우스는 늙은 아버지의 장원에 이르러 서로 감격의 포옹을 한다. 그런데 저택에서의 불상사에 관한 소문은 이윽고 이타카 마을에 파다하게 퍼지고, 구혼자들의 친척들은 복수나 보상을 원하여 오디세우스 저택에 밀어닥치는가 하면 다시 그의 뒤를 쫒아 모두 장원에까지 몰려들었다. 이 사실을 알고 오디세우스 편도 맞설 태세를 갖춘다. 이것을 하늘나라에서 바라본 아테네 여신은 내려와서 그들을 격려한다. 라에르테스 노인도 기운이 나서 창을 던져, 안티노스의 아버지 에우페이테스를 쓰러뜨린다. 이에 아테네는 양쪽을 달래어 화해시킨다. - 894


더구나 우리 시체는 아직까지도 오디세우스의 성 안에 손도 대지 않은 채 방치되어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가족들도 아직 이 일을 전혀 모르고 있기 때문이지요. 만약 알게 된다면 거무칙칙하게 엉겨 뭉친 피를 상처에서 씻어 낸 다음, 관에 넣어 애도해 주겠지만요. 그런 일들이 죽은 사람에 대한 고별의 예의니까. - 900


발이 빠른 전령, 즉 소문은 온 마을 안을 사방팔방으로 돌아다니며, 구혼자들의 끔찍스러운 죽음과 고약한 운명을 전하고 다녔다. 사람들은 이 소문을 듣자 곧 사방팔방에서 달려 나와 탄식하고 신음하며 오디세우스의 성 앞으로 몰려와서 제각기 시체를 운반해 장례를 치렀다. 또 다른 나라에서 온 사나이들의 시체는 빨리 달리는 배에 태워 뱃사람들에게 각자의 집에까지 데려가도록 보내주었다. - 907


여러분 저 사나이는 참으로 엄청난 소행을 아카이아족 사람들에게 저질렀습니다. 전에는 많은, 더구나 유능한 사나이들을 배에 태워 원정을 떠나 가운데가 깊숙한 배들을 모두 없애버리고, 용사들도 다 잃어버리더니 이번에는 돌아오자마자 케팔레니아 사람들 중에서도 특히 뛰어난 사람들을 살해했습니다. 그러니 자 어서 그 사나이가 퓔로스나 신성한 앨리스로 황급히 도망치기 전에 이쪽에서 먼저 쳐들어가기로 합시다. - 907


빛나는 눈의 아테네가 말했다. “제우스의 후손인 라에르테스의 아들이며 지혜가 풍부한 오디세우스여, 그만두게나 모두에게 꼭같은 피비린내 나는 전쟁은 이제 그만둬. 자칫해서 그대에게 꼭같은 피비린내 나는 전쟁은 이제 그만둬. 자칫해서 그대에게 울리는 넓은 하늘에 천둥을 울리시는 제우스 신이 화를 내시면 안되니까” 아테네 여신이 이렇게 말하므로 그도 그 말씀을 따랐는데 속으로는 좋아하고 있었다. 이윽고 양쪽에게 아이기스(염소 가죽 방패)를 가진 제우스의 딸 아테네 여신은 멘토르의 모습이나 음성을 빌어서 설득을 하여 화해의 서약을 맺게 하였다. - 911  


IP *.114.49.161

프로필 이미지
2012.05.16 03:44:09 *.39.134.221

중간에 올라온 북리뷰/그곳에 너의 아픔이 네가 흘리는 피가 흥건함을 보았다.

너에게 가고싶다. 지렁이처럼 기어서라도...하던 시가 생각났다.

나도 누군가에게 이렇게 가고 있을때가 있었지 싶다. 아마 아직 그 지렁이의 꿈틀거림이 끝나지는 않은것 같기도 하고

땡볕에 말라죽을날이 곧 가까이 온것 같이도 하고, 가뭄에 봄비 내리듯 그렇게 비가 내리면 분기탱천하여 열심히 기어갈수도 있고 말이다....

 

운전을 못하는 구나, 그것이 여성성을 상징하는 거라고는 생각해 보지 못했다.

운전을 하면 좋은점이 많던데. 대중교통이 체계적으로 발전한 우리나라지만 어디나 내 발이 되어줄 좋은 도구던데

아쉽다. 한번 도전해 보지 그러냐.

프로필 이미지
2012.05.16 14:59:20 *.114.49.161

길수형님, 마감 5분 전에 인용문의 절반이 뭉텅 비어있는 북리뷰를 올리고서

아, 끝장이구나. 행님과 재용이 나땜에 동반해서 바위에서 구를 수 있겠구나.

아, 이 죄를 어쩔까. 땀 삐질삐질 났어요.

정신줄 빼놓고 막 타이핑을 했습니다.

엉터리 리뷰를 벗어나야할텐데 말입니다. 

역쉬 연구원 공부는 벼락치기가 통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게 진짜 공부지요. 제가 못 해도 그건 알고 인정하고 있습니다.

운전, 몇 년 전부터 새해 목표로 세우기만 했었어요.  

장거리운전이 특기며 취미라는 형님 옆에서 굴러먹다보면 보고 배울 지도 모르겠습니다.  

단군 일어나셔서 댓글을 공부삼아 다셨군요. 감사합니다. 행님

그리고 행님 지렁이 화이팅! 우리 모두 화이팅!

프로필 이미지
2012.05.18 09:28:09 *.114.49.161

콩두씨, 이번 북리뷰에서는 반가운 이의 댓글이 있네요. 오호! 텀블링이라도 한 번 하고 싶은 마음이라구요? 하하하 이번 주 북리뷰 다른 분들을 돌아보고 맨 마지막에 왔어요. 이미 안착된 분들 몇 분이 보입니다. 아무래도 오프수업이 있는 주여서 바빴을텐데 한결같은 모습이 참 존경스럽네요. 콩두씨는 이번에도 마감을 어겼는데요, 이 일에 대해 더 많은 주의와 경계가 필요합니다. 노란불 아니고 빨간불. 아슬아슬 합니다. 이젠 혼자 묶인 것도 아니구요. 출발한 지 2달째니까요. 먹을 것 가지고 장난 치면 안되듯 목숨 가지고 함부로 하면 안됩니다. 콩두씨. 나중에 생길 결과에 대해 고려하지 않고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뻗대면 안됩니다. 그거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어리석음, 똥고집입니다.

콩두씨는 진짜로 공부를 마음껏 해보고 싶어했지요. 콩두씨는요. 이 연구원 기간에 그걸 풀어 보세요. '마음껏'은 '열심히'보다 넓고 깊고 후련한 말입니다. '풀어낸다'도 퍽 아름다운 말이지 않습니까? 남의 인정과 사랑을 구하는 공부가 아니라, 남에게서 목적과 필요성을 찾는 공부가 아니라, 콩두씨 안에서 목적과 필요성이 나오는 공부, 자기를 쏟아부을 수 있는 과정 자체가 몰입이 되는 즐거운 공부 말입니다. 대부분 안 성실하지만, 콩두씨는 자기가 좋아하고 꽂히는 한 두가지에 대해서는 집요하고 열정적이고 성실하게 끝장 내는 면도 갖고 있지요. (이 과정에 대해서는 어떤가요? 지금 대답하지 않아도 됩니다. 생각해보고 다음에 이야기 나눠요.) 이왕이면 다음 북리뷰를 그렇게 완성해보세요. 콩두씨가 타이핑하고 싶었던 뜬금없는 장면을 다 타이핑하면서 고운 옷감을 손바닥으로 쓸어보듯이 해 보면 짜릿하겠죠?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것들도 미리 타이핑을 할 수 있다면 더 즐거운 독서일거고요. 펠레로페의 모습이 많이 와 닿았다면 거기서 콩두씨의 과제를 생각해봐도 좋겠지요. 운전이 좋은 방편일지도. 그럼 연구원 2년 마치면서 몇 년간 숙원사업인 운전면허도 따는 겁니까? 어쩜 좋아요. 수학여행 같은 단체 패키지 외에 한 번도 못해본 해외 여행 가고, 운전면허 따고, 탑보다 훌쩍 자란 소나무처럼 자기 서가와 책상을 만들고, 화장대, 존재의 테이블, 2인용 소파도 사고. 한 살림 장만하겠는데요. 게다가 사우도 얻고요. (빨리 가려면 혼자 가라,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는 말을 어제 읽었죠. 자신없다구요? 하하하 원함만큼 두려움이 큰 게 아니고요? 아님 말고요. ☞☜ 콩두씨네 현관문에 붙어있는 나비처럼 콩두씨도 세상으로 나가고 싶어하지요. ) 수고하셨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