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북

연구원들이

  • 종종
  • 조회 수 2295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14년 11월 3일 11시 33분 등록

Book Review – 나쁜 사마리아인, 장하준, 부키, 2007

2014 11 2

 

  1. 저자 소개

     

장하준(張夏準, 1963 출생)는 경제학자이자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성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으며 개발경제학 전공으로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와 박사를 마친 후 동 대학교에서 개발 정치경제학 강의를 하고 있다. 2002년 출판된 <사다리 걷어차기>를 비롯해, 2007년에 출간된 <나쁜 사마리아인> 등 경제 서적들을 출판한 바 있다. 2010년에는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발간하여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장하준은 계획경제와 시장경제의 절충안인 산업 정책 이론을 구체화시켰던 영국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인 로버트 로손(Robert Rowthorn) 아래서 연구하며 비주류 경제학 분야에 기여하기 시작했다.[9] 이 분야에서 장하준은 그 자신이 제도주의적 정치경제학이라 부르는 경제학을 구체화하였다. 여기서 제도주의적 정치경제학은 경제사와 사회정치학적 요소들을 경제 상황의 진화에 있어 주된 요인으로 보는 경제학 이론을 말한다.

장하준은 <사다리 걷어차기>(2003년도 뮈르달상 수상)에서 모든 선진국들은 더 부유해지기 위해 보호주의 정책을 사용했으면서 다른 나라들이 비슷한 보호주의를 도입하는 것은 막고 있다고 주장한다. 장하준은 이 책에서 세계 무역 기구, 세계 은행, IMF들을 후진국들의 가난 극복을 방해하는 "사다리 걷어차기"의 주범으로 지목하며 이 책에서 강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 책 및 다른 장하준의 저서들로 인해 장하준은 국제개발환경연구원(G-DAE)으로부터 2005 바실리 레온티에프상을 수상했다. (이전 수상자들은 아마르티야 , 케네스 갤브레이스, 헤르만 달리 등이 있다).

<사다리 걷어차기>에 이어 장하준은 2007 12<나쁜 사마리아인들>(Bad Samaritans: Rich Nations, Poor Policies and the Threat to the Developing World)을 출간한다. 통제되지 않는 국제 거래(자유 시장 경제)는 경제를 개발하는데 있어 거의 성공하지 못했고, 보호주의 정책들보다 훨씬 나쁜 결과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발도상국의 GDP는 규제를 풀라는 압력이 있기 이전에 훨씬 더 빠르게 성장했다는 증거를 내세우며, 이를 확장해 사유화와 인플레이션 억제 정책을 통해 성장을 유도하려는 자유 시장 경제의 실패를 보여줬다. 장하준의 책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조셉 스티글리츠의 찬사를 받았다.

 

  1. 내 마음에 들어온 글귀

     

    추천사

     

    6.

    ‘경제 발전의 원리’라는 것이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 전개된 역사에 비추어 볼 때 얼마나 황당한 교리인지를 폭로한다. -노암 촘스키-

     

    성장과 세계화와 관련해 모든 나라가 따라야 할 정답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가하는 치명적 일격이다. - 래리 엘리엇 (가디언 경제부장)

     

    프롤로그 - 나라가 부자가 되려면

     

    16.

    1950~1953년 한국 전쟁 3년 사이에 400만 명이 목숨을 잃을 만큼 인류 역사상 손꼽히는 잔인한 전쟁이었다. 물론 한국은 1910년부터 시작된 일본식민통치의 후유증으로 인해1945당시 78%에 달하던 문맹률을 1961년까지 29%로 끌어내리는 능력을 과시했다.

    삼성은 일본 식민통치에서 해방되기 7년 전인 1938년에 어류, 채소, 과일 수출업체로 출발했다.

    1950년대 중반에 뛰어든 제당, 섬유사업은 1970년대까지 삼성의 주요 사업이었다. 1974년 삼성이 한국 반도체 주식의 50%를 확도하면서 1983년 삼성이 독자적인 칩을 개발하여 미국과 일본 기업들이 지배하는 반도체 산업에 도전하겠다는 계획을 공표했을 때, 그 말을 곧이들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 지금 삼성은 휴대폰, 반도체, 컴퓨터 수출업체다.

     

    17.

    1963~200743년 동안 한국의 1인당 소득은 구매력 관점에서 약 14배 증가했다. 이와 똑같은 결과를 달성하는데 영국은 (18c후반~2007년까지) 2세기, 미국은 (1860년대~2007년까지) 1.5세기가 걸렸다.

     

    22.

    박정희 대통령은 1973년에 접어들자 야심적인 중화학 공업화 정책을 강행해 나갔다. 최초의 제철소와 최초의 현대적인 조선소가 생산에 돌입하고, (비록 부품의 대부분이 수입품이기는 했지만) 최초로 국내에서 설계한 자동차 생산 공정이 가동되기 시작한 것은 물론, 그 밖에 전자, 기계, 화학 등 여러 가지 선진적인 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회사들이 설립되었다. 그 결과 1972~1979년 사이에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달러로 따져 5배가 넘는 놀라운 증가를 기록했다. 수출도 점차 빠른 속도로 증가해 수출 총액이 9배로 늘어났다. 또 모두들 터무니 없는 것이라 여기던 1인당 국민소득 1,000달러의 목표는 계획보다 4년이나 일찍 달성되었다.

     

    25.

    물론 한국의 경제 기적에는 부정적인 측면이 존재했다. 시골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많은 소녀들은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입을 하나라도 덜고단 한 명의 남자 형제라도 더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 일자리를 찾아 나서야 했다. 그 중 많은 수가 도시 중산층 가정의 가정부가 되어 숙식만 제공받고 일해야 했으며, 운이 좋아야 쥐꼬리만한 용돈이나마 받을 수 있었다.

    ….

    주요 수출 산업이었던 섬유와 의류 산업 노동자들은 대개 낮은 임금을 받으며 위험하고 비위생적인 근로 환경에서 하루 12시간 이상 일을 해야 했다. 자동차, 강철, 화학, 기계 등 새롭게 부상한 중공업의 근로 조건은 훨씬 좋은 편이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한국의 노동자들은 당시로서는 세계 최장의 장시간 노동에 해당하는 주당 평균 53~54시간 노동을 해야 했다.

     

    생각해보니 우리 집은 식모공순이라 불리던 이 어린 소녀들이 늘 드나들던 집이다. 평화시장에서 작업복 도매상을 하던 할머니는 한때 작은 공장도 운영했다. 먼 기억이지만, 할머니가 공장을 정리한 지 한참 된 뒤에도 명절이면 인사하러 오는 여인들이 있었다. 그들이 왔다간 뒤 할머니는 고모와 마주 앉아 미싱 누구, 시다 누가 왔다 갔다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시집 가서 잘 사네 애가 몇이네 하는 이야기들 속에 등장하는 그들이 그렇게 힘들게 일했을 지 모른다는 생각은, 못 해봤다. 그리고 어린 가정부들은 내게도 기억이 생생하다. 한입이라도 덜고자 집을 떠나온 어린 소녀. 열넷이라 했던가? 나는 그 언니가 일하러 온 줄도 몰랐다. 그냥 친척집에서 잠깐 맡긴 언니라 생각했고 가끔 구멍가게에 엄마의 심부름을 하러 갈 땐 제외하면 그 언니는 늘 나랑 인형놀이하며 노느라 하루를 보냈는데, 성미언니. 어떻게 지낼까?  심지어 나랑 제일 친한 고모는 그렇게 우리 집에 왔다 할머니의 수양딸이 되어 그냥 함께 살아버린 사람이었다. 그때는 산업화의 거대한 수레바퀴에 수많은 사람들을 희생시킨 시절이었지만, 한편 그런 상황에서 만난 인연을 가족으로 삼을 수 있는 시절이기도 했다. 시절이 무서웠지, 사람은 따뜻했다.

     

    29.

    한국은 1997년에 부자 나라들의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는 등 제법 살게 되었음을 은연중에 과시했지만, 그 행복감은 한국을 삼켜버린 1997년의 금융 위기로 말미암아 크게 위축되고 말았다. 한국은 이 금융 위기 이후 과거의 성장세를 완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 주된 이유는 한국이 ‘자유 시장 원칙’을 지나치게 열정적으로 신봉하게 된 데 있다.

     

     

     

     

    30.

    한국은 아이티가 스위스가 된 것만큼의 진보를 이루어냈다. 어떻게 이런 ‘기적’이 가능할 수 있었을까?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에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대단히 간단하다. 한국이 성공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은 자유 시장 원칙을 따랐기 때문이다. 한국은 안정된 통화 가치와 작은 정부를 갖추고 민영 기업과 자유 무역을 토대로 경제를 운영하고 있으며, 외국인 투자에 대해 우호적인 태도를 견지해 왔다는 것이다.

     

    이런 견해는 18세기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와 그의 추종자들의 자유주의 경제학을 현대적인 관점에서 해석한 것으로, 흔히 신자유주의 경제학으로 알려져 있다

    신자유주의자들은 과거의 자유주의자들이 지지하지 않던 일부 정책과 제도를 옹호하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이(특허나 중앙은행의 독점적인 화페 발행 등) 특정한 형태의 독점과 정치적 민주주의.

     

    31 -32.

    신자유주의 주도자들은 1960년대에서1980년대에 이르는 기적의 세월 동안 한국이 신자유주의적 경제발전전략을 추구했다고 선전한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다르다. 한국 정부는 이 기간 동안 민간 부문과의 협의 아래 특정한 새로운 산업을 선택하고, 보호 관세나 보조금을 비롯해 (무역진흥공사가 제공하는 해외 마케팅 정보와 같은) 여러 가지 형태의 정부 지원을 통해 그 산업이 국제 경쟁을 견딜 수 있을 만큼 ‘성숙’할 수 있도록 육성했다. 게다가 한국 정부는 실질적으로 모든 은행을 소유하기 있었기 때문에 기업의 생명줄인 대출까지 관리할 수 있었다.  일부 대형 사업은 국영 기업에 의해 직접 추진되기도 했는데, 그 대표적인 사례가 제철 회사인 포스코였다. 그렇지만 한국 정부는 국가 소유라는 사안에 대해 이데롤로기적이라기보다는 실용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 민간 기업들이 제대로 일을 한다면 다행이지만, 그러지 한고 주요 분야에 투자를 게을리 한다거나 하면 한국 정부는 주저하지 않고 국영 기업을 설립했다. 또 한국 정부는 종종 부실한 기업을 인수하여 재정비한 다음 민간에 다시 매각히곤 했다.

     

    한국 정부는 그와 함께 부족한 외환에 대해서도 절대적인 통제권을 행사했다. (외환 관리법을 위반한 사람은 사형을 받을 수도 있을 정도로) 한국 정부의 절대적인 외환 통제권을 신중하게 선정된 외환 사용의 우선순위목록과 함께, 어렵게 벌여들인 외화가 중요한 기계설비류와 산업 원자재를 수입하는데 우선적으로 사용되도록 보장했다. 한국 정부는 외국인 투자에 대해서도 강력한 통제권을 행사했다. 

     

    33.

    한국 정부는 그렇게 해서 도입된 새로운 산업들을 관세와 보조금으로 보호했는데, 그것은 국제 경쟁으로부터 영원히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해당 산업들이 새로운 기술을 흡수하고 조직화하여 세계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경쟁할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을 벌어 주기 위한 것이었다.

     

    한국의 경제 기적은 시장 인센티브와 국가 관리의 교묘하고도 실용적인 조합이 빚어낸 결과이다.

     

    오늘날의 선진국들은 거의 대부분 신자유주의 경제학에 배치되는 정책 처방을 토대로 해서 부자나라가 되었다. 자유 시장과 자유 무역의 본거지라고 여겨지고 있는 영국과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오늘날의 부자 나라들은 자국 산업의 보호를 위해 보호 관세와 보조금을 사용하고, 외국인 투자자를 차별했다.

     

    34.

    왜 부자 나라들은 개발도상국들에게 자기 나라에서 실제로 시행해 성공을 거둔 전략을 사용하라고 권하지 않는 것일까? 왜 자본주의의 역사에 관하여 꾸며 낸 엉뚱한 이야기 - 그것도 앞뒤조차 제대로 맞지 않는 거짓말 - 를 퍼뜨리는 것일까.

     

    1841년 독일의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리스트는 영국이 자신들은 높은 관세와 광범위한 보조금을 통해서 경제적인 패권을 장악해 놓고서 정작 다른 나라들에게는 자유 무역을 권장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는 영국이 세계 최고의 경제적 지위에 도달하기 위해 스스로 타고 올라간 사다리를 걷어차 버렸다고 비난하며, 정상의 자리에 도달한 사람이 다른 사람들이 뒤따라 올 수 없도록 자신이 타고 올라간 사다리를 걷어차 버리는 것은 아주 흔히 쓰이는 영리한 방책”이라고 꼬집었다.

     

    오늘날 부자 나라 사람 가운데는 가난한 나라의 시장을 장악하고, 가난한 나라에서 경쟁자가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자유 시장과 자유 무역을 설교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들은 우리가 했던 대로 하지 말고, 우리가 말하는 대로 하라나쁜 사마리아인처럼 곤경에 처한 다른 사람들을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더 걱정스러운 것은, 요즘에는 아예 자신들이 권장하는 정책이 개발도상국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자본주의의 역사는 완전히 다시 쓰여졌다. 때문에 부유한 세계에 사는 사람들 가운데에는 개발도상국들에게 자유 무역과 자유 시장을 권장하는 것이 역사적 위선이라는 것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36.

    대부분의 개발도상국들에게 있어서 자유 무역은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자유 무역은 외부에서 강요된 것이었는데, 때로는 군사력을 통해 강요되기도 OTEK. 많은 개발도상국들은 자유 무역을 실시할 때는 아주 형편없는 성과를 올리다가, 보호 관세와 보조금 정책을 사용하면서 좋은 성과를 거두곤 했다. 가장 좋은 성과를 올린 나라들은 선택적으로, 그리고 점차적으로 경제를 개방했던 나라들이었다. 신자유주의의 자유 무역, 자유 시장 정책은 성장을 위해 형평을 희생한다고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이 두 가지를 모두 손에 넣지 못하고 있다. 시장이 자유화되고 국경이 개방되었던 지난 25년간 성장은 점점 둔화되어 온 것이다. 

     

    1.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 다시 읽기-세계화에 관한 신화와 진실

     

    43.

    미국의 저널리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황금 구속복golden straitjacket’에 대해 설명하면서 오늘날의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정통적인 견해를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황금 구속복을 입고 싶은 나라는 국영 기업의 민영화, 안정된 물가 수준, 정부 조직의 규모 감축, 재정 균형의 달성, 무역의 자유화, 외국인 투자와 자본 시장에 대한 규제 해제, 외환 자유와, 부정부패의 감소, 연금의 민영화 등을 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제시한 황금 구속복은 세계화라는 가혹하지만 상쾌한 게임에 뛰어드는 데 이용 가능한 유일한 의복이다. 프리드먼은 “안타깝게도 이 황금 구속복은 ‘누구에게나 맞는 치수’로 된 옷이다. ... 그 옷은 누가 입어도 아름답거나 점잖거나 편안한 옷은 아니다. 그러나 그 옷은 이미 팔리고 있고, 지금이라는 역사의 계절에 진열장에 놓여 있는 유일한 모델이다” 라고 단언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만일 일본 정부가 1960년대 초 자유 무역을 주장하는 경제학자들의 말을 따랐다면 렉서스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리고 현재의 도요타는 기껏해야 구미 자동차 회사의 하위 파트너 역할을 하고 있거나, 아니면 아예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을 것이다.

     

    세계화의 정사(正史)

     

    44.

    3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진행되어 온 세계화의 경로는 다음과 같다. 영국은 18세기에 다른 나라들보다 앞서 자유시장과 자유 무역 정책을 채택했다. 19세기 중반 영국의 눈부신 경제 성공으로 자유 시장, 자유 무역 정책의 우수성이 명백해지자 다른 나라들도 역시 무역을 자유화하고 국내 경제에 대한 규제를 해제하기 시작했다. 이런 자유주의적인 세계 질서는 영국의 패권 아래 1870년 즈음에 완성되었는데, 이를 뒷받침했던 것은 자유방임주의적인 국내 산업 정책, 상품, 자본, 노동의 국가 간 흐름을 막는 장벽의 완화, (물가 안정으로 상징되는) 화폐 가치의 안전성 원칙과 재정 균형에 의해 보장된 국내외적인 차원에서의 거시경제의 안정 등이었다.

    ….

    하지만 제 1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일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전쟁이 끝나고 세계 경제가 불안정해질 기미를 보이자 각국은 어리석게도 다시 무역장벽을 쌓았다. 1930년 미국은 자유무역을 버리고 저 유명한 스무트-홀리smoot-Hawley tariff를 법제화했다. 독일, 일본 등은 자유주의 정책을 버리고 무역 장벽을 높이 세웠으며, 파시즘 및 대외 침략과 관련이 깊은 카르텔을 구성했다. 결국 1932년 자유 무역의 옹호자였던 영국마저 유혹에 굴복하여 관세 제도를 다시 도입하게 되면서 세계의 자유 무역 시스템은 무너지고 말았다. 그리고 이로 인한 세계 경제의 위축과 불안정, 그에 뒤이어 발발한 제2차 세계 대전으로 말미암아 첫 번째 자유주의 세계 질서의 마지막 자취는 사라지고 말았다.

     

    48.

    1841년 영국 정부는 중국 측이 불법적인 아편 화물을 압수하자 이를 빌미로 전쟁을 선포했다. 이 전쟁에서 대패한 중국은 난징조약에 서명함으로써 홍콩을 영국에 ‘할양’하고 자국의 관세 자주권을 포기해야 했다.

     

    아편전쟁은 한마디로 자칭 ‘자유’ 무역의 선도자가 자국의 마약 불법 거래를 방해했다는 이류로 다른 나라에 전쟁을 선포한 것이었다. 이렇듯 (1870~1913년 사이의) 첫 번째 세계화 시기에 영국의 패권 하에 발전 하고 있던 상품, 사람, 돈의 자유로운 이동은 대부분 시장의 힘이 아니라 군사력 덕분에 가능했다.

     

    49.

    식민주의와 불평등 조약은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자유로운’ 무역을 촉진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신자유주의자냐 신바보주의자냐?

     

    52.

    중국과 인도는 지금까지도 프리드먼이 제시한 황금 구속복을 입는 것을 거부하고 있는 나라이다. 경제성장의 실패는 남미와 아프리카에서 특히 두드러지는데, 그곳은 신자유주의 프로그램이 아시아보다 훨씬 더 철저하게 실행된 곳들이다. .

    그러나 신자유주의적 정책의 결과 대부분의 국가에서 소득 불평등은 증대한 반면, 성장은 사실상 크게 둔화되었다.

     

    게다가 신자유주의가 풍미했던 기간에는 경제 불안정까지 급증했다. 세계는 그 중에서도 개발도상국의 세계는 특히 1980년대 이후 더 큰 규모의 금융 위기를 보다 빈번하게 겪어 왔다. 다시 말해 신자유주의의 세계화는 경제 생활의 모든 전선 - 성장, 평등, 안정 - 에서 실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늘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전례 없는 풍요를 가져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57.

    요약하면 1945년 이후의 세계화에 대한 진실은 정사와는 완전히 상반된다. 1950~1970년대는 국가주의적 정책에 의해 뒷받침되던 통제된 세계화의 시기였다. 반면 지난 25년간은 급격하고 통제되지 않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시기였다. 통제된 세계화 시기의 세계 경제는 최근에 비해 훨씬 빠르게 성장했고, 훨씬 안정적이었으며, 소득 분배도 훨씬 균등했다. 이런 현상은 특히 개발 도상국들에서 두드러졌다. 그러나 정사는 이 통제화된 세계화의 시기를 개발도상국들의 국가주의적 경제 정책이 끔찍한 재앙을 불러온 시기로 그리고 있는데, 이렇게 왜곡된 역사적 기록을 퍼뜨리는 의도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실패를 감추고자 하는 데 있다.

     

    누가 세계 경제를 운용하는가?

     

    58.

    세계화 경제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일들은 부자 나라들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나 부자 나라들이 가진 막강한 영향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그 영향력을 발휘해 자기들이 원하는 대로 세계 경제의 규칙을 만들고자 하는 부자 나라들의 의도이다.

    그렇지만 개발도상국들의 정책 형성에 있어 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내가 ‘사악한 삼총사’라고 부르는 다자적 기구들, IMF, 세계은행, WTO.이다. 이들 사악한 삼총사는 부자 나라들이 조종하는 꼭두각시 인형은 아니지만, 주로 부자 나라들에 의해 통제되고, 부자 나라들이 원하는 나쁜 사마리아인 같은 정책을 구상하고 실행에 옮긴다.

     

    59.

    3세계 외채 위기가 있었던 1982년 이후 IMF와 세계은행의 역할은 크게 달라졌다. 이들은 이른바 구조조정 프로그램SAPs 이라는 합동 작전을 통해 개발도상국의 정책에 대해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들은 브레턴우즈 기구의 본래 임무에서 훨씬 벗어나 정부 예산, 산업 규제, 농산물 가격, 노동 시장 규제, 민영화 등 개발도상국들의 거의 모든 경제 정책을 포괄하는 것으로 확장되었다. 1990년대 들어 차관에 이른바 체재 관련 유자 조건을 붙이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이들의 ‘임무 확장’이 한층 더 진전되어 민주주의, 정부의 분권화, 중앙은행의 독립은 물론 기업의 지배구조와 같은 그 이전까지는 생각조차 없었던 영역에 대한 간섭이 시작되었다.

     

    67.

    세계화와 관련해서 불가항력적인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세계화의 주된 추진력은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주장하듯 기술이 아니라 정치, 즉 인간의 의지와 결정이다. 만일 기술이 세계화의 정도를 결정한다면 1870년대보다 1970년대에 세계화가 덜 진전된 이유를 설명할 방법이 없다. 기술은 세계화의 외부적인 경계를 결정지을 뿐이다. 엄밀하게 말해 세계화가 어떤 형태를 취할 것인지의 여부는 우리가 어떤 국가 정책을 만들고, 어떤 국제 협정을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  

     

     

    2. 다니엘 디포의 이중생활 - 부자 나라는 어떻게 부자가 되었는가?

     

    76.

    (초대 영국 수상이라 알려진) 월풀의 선언은 “공산품을 수출하고 해외에서 원자재를 수입하는 것이야말로 공공복지를 도모하는데 가장 크게 기여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임에 틀림없다“는 것이었다.

     

    월풀이 1721년에 제정한 법률의 기본적인 목적은 외국의 경쟁으로부터 영국 제조업을 보호하고 수출을 장려하는 데 있었다.

    이런 정책들은 제 2차 세계대전 후 일본, 한국, 대만과 같은 동아시아 기적의 경제들이 사용해 성공을 거둔 정책들과 아주 유사하다. 나 자신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1950년대 일본 정책 입안자들에 의해 고안되었다고 믿었던 정책들이 실상 오래 전에 영국에서 발명된 것이었다.   

     

    81.

    영국은 국내 농업 시장을 대규모로 개방함으로써 경쟁자들을 농업으로 유인하려 했다. 실제로 곡물법 폐지 운동의 지도자 리처드 콥텐은 곡물법이 없었더라면 “십중팔구 미국과 독일에서 공업이 자리 잡지 못했을 것이다. 프랑스, 벨기에, 스위스에서는 공업이 자리 잡기는 하겠지만 지금처럼 번성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영국의 숙련공들이 먹던 값비싼 식량은 사실상 값싼 식량을 생산하는 나라들의 제조업자들에 대한 보조금 역할을 했다”고 논한 바 있다.

    ….

    경제 사학자 폴 베어록이 표현한대로 영국은 ‘장기간 지속되어 온 높은 관세 장벽 뒤에 숨어 경쟁국들을 누르며 기술적 우위를 획득하고 나서야 자유 무역을 채택한 셈이다. 사정이 이러니 프리드리히 리스트가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83.

    영국이 그랬던 것처럼 미국도 제조업을 발전시켜야 하며, 그것을 목표로 정부의 보호와 보조금 정책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런 움직임의 정신적 지주는 반()스코틀랜드인인 신출내기 알렉산더 해밀턴이었다.

    ….

    1791년 해밀턴은 미국 의회에 <제조업에 관한 보고>를 제출했다.

    ….

    그의 견해의 핵심은 미국과 같은 후진적인 나라는 외국의 경쟁으로부터 ‘유치산업’을 보호하고, 그 산업들이 자기 발로 설 수 있을 때까지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링컨과 관세와 남북전쟁

     

    89

    링컨은 즉각적인 노예 해방을 촉구하는 신문 사설에 대해 “노예를 해방시키지 않고 연방을 구할 수 있다면, 나는 그렇게 할 것이다. 모든 노예를 해방시켜야만 연방을 구할 수 있다면, 나는 그렇게 할 것이다. 일부 노예만 해방하고 나머지는 그대로 남겨 두고 연방을 구할 수 있다면, 역시 나는 그렇게 할 것이다. ”라고 썼다. 당시를 연구하는 역사학자들은 링컨이 1862년에 노예 제도를 철폐한 것은 도덕적인 확신에서 나온 행동이 아니라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적인 조처였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실제로 남북전쟁을 초래한 노예제만큼이나 중요한 문제, 아니 어쩌면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문제는 바로 무역정책을 둘러싼 불화였다.

     

    다른 나라들, 부끄러운 비밀들

     

    93. 1970년대 초가 되자 미국은 더 이상 자유 무역의 선도적인 옹호자를 자처할 수 없게 되었다. 그 즈음에는 다른 부자 나라들도 경제적으로 미국을 따라잡고 관세율을 낮출 수 있는 형편이 되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자유무역의 옹호국인 영국과 미국 두 나라의 경우 세계를 지배하는 사넙 강국이 되기 전까지는 자유 무역 경제가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부자 나라들 가운데서도 가장 심하게 보호 무역을 실시했던 나라였다.

     

    97.

    핀란드나 노르웨이, 오스트리아는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금융 자원을 전략 산업에 집중 지원했다. 그 밖에 핀란드는 외국인 투자를 엄격하게 통제했고, 이탈리아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지방 정부가 직접 나서서 중소 기업들에게 마케팅과 연구 개발에 대한 지원을 제공했다.

     

    역사에서 배우는 올바른 교훈

     

    99.

    “과거에 어떤 일이 이루어졌는지를 알지 못한다면 항상 어린아이처럼 지내는 셈이다. 과거의 노력을 무시한다면 세계는 늘 지식의 유아기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로마의 정치가이자 철학자 키케로

     

    100.

    우리는 역사를 통해 거의 모든 부자 나라들이 자국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보호와 보조금, 규제 정책을 혼합하여 사용한 것을 알 수 있다.

     

    안타깝게도 부자 나라들이 가난한 나라들을 상대로 ‘사다리 걷어차기’를 하면서 자유시장, 자유 무역 정책을 강요해 왔다는 사실 역시 역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이다.

     

    더욱 어이없는 현실은 한국에서 자유 시장을 옹호하는 이들이 그리 오래 지나지 않은 과거 어느 시기에 국가 개입주의와 보호 무역주의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에 옮겼던 장본인들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3. 여섯 살 먹은 내 아들은 일자리를 구해야 한다!

    - 자유 무역이 언제나 정답인가?

     

    109.

    개발도상국의 산업 역시 너무 일찍부터 국제적인 경쟁에 노출되면 살아남지 못한다. 이들에게는 선진 기술을 익히고 효율적인 조직을 만드는 등의 능력을 키워 갈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미국의 초대 재무 장관이었던 알렉산더 해밀턴이 처음으로 이론화하고, 그 이전과 이후의 정책 입안자들이 여러 세대에 걸쳐서 사용해 온 것이라고 소개한 유치산업 이론의 핵심이다.

     

    자유 무역은 통하지 않는다!

     

    110.

    “명심하라, 일방적인 무역 자유화는 어느 누가 보상을 받아야 하는 ‘양보’나 ‘희생’이 아니라 자기 이익을 위한 ‘깨인’ 행동이다. 호혜적인 무역 자유화는 무역의 이익을 더 늘리지만, 호혜적인 아니더라도 무역의 자유화는 이익을 가져온다. 이 경제 이론은 자명한 것이다.

  • 유럽부흥개발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윌렘 뷔더 교수

     

    119.

    나쁜 사마리아인인 부자 나라들은 개발도상국들에게 자유 무역을 권장하면서, 자신들이 모두 완전한 자유 무역은 아니더라도 그에 가까운 무역을 하고 있다는 걸 강조한다. 그러나 이것은 마치 여섯 살 먹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를 보고, 성공한 어른들은 부모에게 의지하지 않으며, 또한 자립을 했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라는 논리를 들이대면서 여섯 살 먹은 그 아이를 일터로 보내라고 충고하는 것과 같다. 성공한 어른들은 성공을 했기 때문에 자립을 한 것이지, 자립을 했기 때문에 성공을 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실제로 성공한 사람들은 대부분 어린 시절에 부모로부터 경제적, 정서적으로 든든한 지원을 받아온 사람들이다.

    부자 나라들은 자국의 생산자들이 준비를 갖추었을 때에만, 그것도 대개는 점진적으로 무역을 자유화했다. 요컨대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무역 자유화는 경제 발전의 원인이 아니라 경제 발전의 결과이다.

     

    121. GATT 우루과이 라운드 회담이 시작된 1986년에 자유무역 제국주의와 흡사한 시스템으로 돌아선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 표현한 바에 의하면,

    “우리와 거래하는 무역 상대국들과 새로운 그리고 훨씬 개방적인 협정 - 상대국들이 자국의 시장을 완전히 개방하고 자국의 상품을 대하는 것처럼 미국의 상품을 대하게 될 협정”을 요구했다.

     

    124.

    한마디로 나쁜 사마리아인인 부자 나라들은 ‘경기장을 평평하게 만든다’는 명목으로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조작된 새로운 국제 무역 체제를 만들어 냈다. 그들은 과거 자국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효과적으로 써먹었던 무역과 산업 정책의 여러 가지 도구들을 가난한 나라들이 사용할 수 없게끔 방해하고 있다. 이들이 기를 쓰고 막으려는 대상은 관세와 보조금만이 아니라 외국인 투자의 규제, 외국인 지적소유권의‘침해’까지 포함된다.

     

    128.

    개발도상국들의 입장에서는 해외 농산물 시장이 확대되는 것보다 보호와 보조금, 외국인 투자 규제 등을 적절히 사용하여 자국의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개발도상국들이 유치산업을 장려할 수 있는 도구들의 사용을 포기하는 ‘대가’를 치러야만 부자 나라들에 의한 농산물 자유화를 따낼 수 있는 조건이라면 이런 비용은 더더욱 지불할 가치가 없다. 개발도상국들은 자국의 미래를 팔아 눈앞에 있는 사소한 이익을 챙기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130.

    무역이 경제 발전에 필수적이라는 논리와 자유 무역이 경제 발전에 가장 좋다는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논리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자유 무역주의 경제학자들은 반대론자들의 기를 꺾기 위해서 자유 무역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진보에 반대하는 사람이라고 암시하는 교묘한 속임수를 효과적으로 이용해왔다.

     

    131.

    한국의 성공 비결은 새로운 유치산업이 발전하여 노련해지고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지게 됨에 따라 보호하는 분야를 끊임없이 바꾸어 가면서 보호와 개방 무역 정책을 적절하게 혼합한 데 있다.

     

    132. 경제발전을 위해서 국제무역이 중요하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경제 발전이라는 목표에 이르는 최선의 길은 자유무역이 아니다. 한 나라가 자국의 필요와 능력이 변화하는 정도에 어울리도록 조정된 보호와 보조금의 혼합 정책을 꾸준히 사용할 때에만 때에만 무역은 그 나라의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된다. 무역은 자유 무역주의 경제학자들에게 맡겨두기에는 경제발전을 위해 너무 중요한 사안이다.  

     

    4. 핀란드 사람과 코끼리

    - 외국인 투자는 규제해야 하는가?

     

    137.

    개발도상국으로 흘러 드는 외국 자본의 흐름은 크게 원조, 부채, 투자의 세 요소로 이루어진다. 원조는 다른 나라에게서 증여 받은 돈으로, 흔히 해외 원조 혹은 공적개발원조ODA라고 한다. 부채는 은행 융자와 채권으로 이루어진다. 투자는 포트폴리오 지분 투자와 외국인 직접투자 형태로 이루어진다. 포트폴리오 지분 투자는 경영에 대한 영향력보다는 경제적 수익을 추구하기 위해 지분(주식)을 소유하는 방식이고, 외국인 직접투자는 회사 경영에 일상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지분을 매수하는 방식이다.

     

    139.

    그러나 외국인 투자자의 쏠림현상은 국내 투자자의 쏠림 현상에 비해 충격이 훨씬 크다. 이는 개발도상국의 금용 시장에서 움직이는 돈이 국제 금융 시스템 속에서 흘러 다니는 돈에 비해 그 양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개발도상국 주식시장 가운데 가장 크다는 인도 주식 시장은 미국 주식 시장 규모의 3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

    한마디로 부자나라의 자산은 드넓은 바다와도 같은데,  그 가운데 단 한 방울만 잘못 움직여도 개발도상국의 금융 시장을 휩쓸어 버리는 홍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개발도상국들이 1980년대 및 1990년대에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강권에 못 이겨 자본 시장을 개방한 뒤로 금융 위기를 훨씬 자주 경험하게 된 것은 우연의 일치라고는 할 수 없다.

    ….

    세계 금융의 개방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1945~1971년 사이에 개발도상국들은 금융 위기는 단 한 번도 겪지 않았고, 통화 위기는 16(금융 위기와 통화 위기가 동시에 일어나는 경우) ‘쌍둥이 위기’는 한 번 겪었다.

     

    151.

    요켠대 역사는 규제자들의 편이다. 오늘날의 부자 나라들 대부분은 자국이 투자를 받는 입장이었을 때는 외국인 투자를 규제했다.

     

    자본에 의해 착취다하는 것보다 나쁜 딱 한가지는 자본에 의해 착취당하지 않는 것이다. -전 케임브리지 대학 경제학 교수이자 역사상 가장 유명한 여성 경제학자인 조안 로빈슨-

     

    155.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업들이 주로 관심을 가지는 것은 첫째가 투자유치국의 (시장의 크기와 성장 같은) 시장 잠재력이고, 다음으로 노동력과 사회간접자본의 우수성 같은 사항이다. 이들은 규제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5. 인간이 인간을 착취한다 - 민간 기업은 좋고, 공기업은 나쁜가?

     

    169.

    “우리 외국 은행가들은 돈을 벌 것 같을때는 자유 시장을 지지하고, 돈을 잃을 것 같을 때는 국가를 믿는다”고 -어느 외국 은행가는 제3세계 외채 위기가 한창이던 1980년대 중반 <윌스트리트 저널>

     

    173.

    특히 핀란드와 프랑스에서는 국영 기업 부문이 기술 현대화에 앞장섰다. 핀란드의 공기업은 임업, 광업, 제철업, 운송설비업, 제지 기계업, 그리고 화학 산업에서 기술 현대화를 주도했다.

     

    174.

    언론은 전쟁, 자연재해, 전염병, 기근, 범죄, 파산 따위의 나쁜 사건들만 보도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언론의 특성은 대중들에게 세상의 좋지 못한 면만을 제시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국영 기업들 역시 상대적으로 언론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지난 20~30년 동안 신자유주의의 득세로 인해 국가 소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퍼져 나간 탓에 성공한 국영 기업들 스스로가 국가와 연관되어 드러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이다.

    176. 흔히 생각하듯이 공기업은 자본주이의 폐지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본주의적 발전의 시동을 걸기 위해 사용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6. 1997년에 만난 윈도 98 - 아이디어의 ‘차용’은 잘못인가?

     

    193.

    “특허는 천재의 불에 이익추구라는 연료를 붓는 것”이다. - 에이브러햄 링컨-

     

    194.

    “특허는 발명과 발견을 촉진할 수 있는 여러 수단 중 하나일 뿐이다. 과학적 호기심과 인류를 이롭게 하고자 하는 욕망은 전체 인류 역사에서 항상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여 왔다” - 영국의 왕립자연과학학회인 로열 소사이어티 소속 회원 13명은 <파이낸셜타임즈>에 보낸 공개편지에서-

     

    197.

    지적소유권 보호 제도의 가장 치명적인 영향은 경제 발전을 위해 선진 기술을 필요로 하는 기술 후진국으로 지식이 흘러 들어 가는 것을 차단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이다. 경제 발전의 핵심은 선진적인 외국 기술의 흡수이다. 아주 간단히 말해 특허 제도든 선진 기술의 수출 금지령이든, 선진 기술의 흡수를 어렵게 만드는 요소는 경제 발전을 어렵게 하는 것이다. 과거 부자 나라들은 이 점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고, 이런 사태의 발생을 막기 위해 갖은 수를 다 썼다.

     

    206.

    오늘날의 선진국들은 지식의 관점에서 볼 때 후진적이었던 시절에 하나같이 다른 나라 사람들의 특허권과 상표권, 저작권을 닥치는 대로 침해했다. 스위스는 독일의 화학적 발명을 ‘차용’했고, 독일은 영국의 상표를 ‘차용’했으며, 미국은 영국의 저작권을 ‘차용’했다. 물론 이들 중 그 어느 누구도 지금 기준으로 ‘정당한’ 보상을 지불하지는 않았다.

     

    212.

    아이작 뉴턴은 “내가 남들보다 조금 더 멀리 보고 있다면, 그것은 내가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 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뉴턴의 이 말은 아이디어는 누적적으로 발전한다는 뜻이다.

     

    219.

    중요한 것은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사람들을 격려해야 할 필요성과, 지적 소유권으로 인한 독점 때문에 빚어지는 손실이 새로운 지식이 가져오는 이익을 넘어서지 않도록 보장해야 할 필요성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하느냐는 것이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현재 널리 퍼져 있는 지적소유권 보호의 강도를 약화시켜야 한다. 다시 말하자면 지적소유권 보호 기간을 단축하고, 독창성 기준을 높이고, 강제 인가와 병행 수입의 조건을 완화해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국제적인 지적소유권 제도가 개발도상국들이 새로운 기술적 지식을 합리적인 비용으로 획득하여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개혁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개발도상국들에게는 약화된 지적소유권 제도 특허수명의 단축, 사용료율의 삭감, 또는 강제 인가와 병행 수입 조건의 완화 가 허용되어야 하다. 

     

    220.

    어려운 것은 지적소유궈을 완전히 폐지할 것이냐 아니면 철저하게 강화할 것이냐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적소유권 보유자들의 이해관계와 시회의 나머지 구성원들-혹은 세계의 나머지 구성원들-의 이해관계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다. 이런 균형이 제대로 잡혀야만 지적소유권 제도는 애초에 계획했던 유용한 목적, 즉 새로운 아이디어의 창출을 격려하되 사회에는 최대한 낮은 비용을 부과한다는 목적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7. 미션 임파서블? -재정 건전성의 한계

     

    243.

    미국 작가 고어 비달이 미국 경제 체제를 “가난한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자유 기업, 부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사회주의”라고 묘사한 것은 매우 유명하다. 세계적인 규모의 거시경제 정책도 이와 유사하게 부자 나라에게는 케인즈주의를, 가난한 나라에게는 통화주의를 적용한다.

     

    244.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와 성장과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거시경제 정책을 개발도상국에게 강요하고 있다. ‘세입을 초과한 지출’을 무조건적으로, 그리고 지나치게 단순화하여 비난하는 그들의 태도는, 개발도상국들이 경제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하여 ‘투자를 위한 차입’을 하는 것을 막고 있다.

     

    8. 자이레 대 인도네시아

    - 부패하고 비민주적인 나라에는 등을 돌려야 하는가?

     

    256.

    미국의 원로 정치학자 새뮤얼 헌팅턴의 “경제 성장의 관점에서 보면 엄격하게 지나치게 집중화된, 그리고 부정직한 관료들이 존재하는 사회보다 더 나쁜 사회가 딱 하나 있으니, 그것은 바로 엄격하고 지나치게 집중화된, 그리고 정직한 관료들이 존재하는 사회이다” 는 유명한 진술에서 의도했던 바가 바로 이것이다. 기업들이 규제 규정을 위반하기 위해 사용하는 뇌물 수수가 경제적으로 유익한가 아닌가 하는 것은 규제의 본질이 무엇이냐에 달려 있다.

     

    따라서 부정부패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해당 부패 행위가 어떤 결정에 영향을 미치느냐, 뇌물을 받은 사람이 뇌물을 어떻게 쓰느냐, 그리고 만일 부패가 없었다면 뇌물이 과연 어떻게 쓰일 수 있었느냐에 따라 다르다.

     

    264.

    경제 발전은 교육받은 중산층을 형성하는데, 이들은 당연히 민주주의를 원한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항상 민주주의의 미덕을 칭송하면서도 ‘우방’인 나라가 비민주적인 경우에는 침묵을 지킨다. 이런 견해는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니카라과의 독재자 아나스타시오 소모사에 대해서 “그는 개자식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우리의 개자식이디‘라는 유명한 말로 대표되는 실리주의 정책의 전통을 따르는 것이다.

     

    265.

    자유시장이 경제발전을 위한 최선의 길이냐 하는 질문을 접어두고 생각한다면 과연 민주주의와 자유시장은 실제로 천생연분이며 상호보완적인 관계일까?

     

    대답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자들의 주장과 달리 시장과 민주주의는 근본적인 차원에서 충돌한다. 민주주의는 ‘11의 원리에 따라 움직이고, 시장은 1달러 1표의 원리에 따라 움직인다. 당연히 전자는 개개인이 가진 돈에 관계없이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동일한 비중을 둔다. 후자는 돈을 많이 가진 사람일수록 큰 비중을 둔다. 따라서 민주적인 결정은 대개 시장의 논리를 뒤엎는다. 실제로 19세기 자유주의자들은 대부분 민주주의에 반대했는데, 그것은 민주주의는 자유시장과 양립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들은 민주주의는 가난한 다수가 부유한 소수를 착취하게 될 정책들을 도입할 수 있게 하고, 그에 따라 부를 창출할 동기를 무너뜨린다고 주장했다.

              

    민주주의와 경제발전

     

    272.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이 상호 연관되어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신자유의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민주주의는 사적 소유를 더욱 확고히 하고, 시장을 보다 자유롭게 함으로써 경제발전을 촉진한다. 그러나 양자의 관계는 신자유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

     

    우선 민주주의와 시장 사이에 근본적인 긴장관계가 있기 때문에, 민주주의가 자유 시장을 활성화시킴으로써 경제발전을 촉진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실제로 옛날의 자유주의자들은 민주주의가 (과도한 과세나 기업의 국유화 등을 통해) 투자와 성장을 방해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한편 민주주의는 다른 경로를 통해서 경제발전을 촉진할 수 있다. 예컨대 민주주의는 국방비를 교육 또는 사회간접자본 투자로 돌리는 등 정부지출을 생산적인 분야로 돌릴 수 있는데, 이는 경제발전에 도움이 된다. 또 다른 경로를 들자면 민주주의는 복지국가를 창출하여 경제발전을 촉진할 수 있다.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특히 그것이 효과적인 재훈련 프로그램과 결합한 경우, 북지국가는 노동자의 실어의 고통을 줄일 수 있고. 더 나아가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자동화에 대한 노동자들의 반감을 줄일 수 있다. (노동자 1인당 공업 로봇의 개수를 따질 때 세계 1위가 스웨덴인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9. 게으른 일본인과 도둑질 잘하는 독일인

    -경제 발전에 유리한 민족성이 있는가?

     

    295.

    회교 국가에서는 또 합리적인 사고와 학습을 강조한다. 예언자 무하마드는 학자의 잉크는 순교자의 피보다 더 신성하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덕분에 아랍세계는 한때 수학, 과학, 의학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했다.

     

    300.

    문화는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변화한다. 문화는 원인이면서 동시에 결과이다. 어떤 나라가 ‘근면하고’ ‘규율이 잘 선’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경제가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가 발전해 가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특성을 갖게 되었다고 하는 것이 훨씬 더 정확한 설명이다.

     

    305.

    우리는 이데올로기적 설득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문화를 바꾸는 데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람직한 행동양식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정책과 제도의 변화가 장기간에 걸쳐 병행도어야만 그것이 문화적특성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308.

    문화는 복잡하고 정의하기 어려운 것이다. 문화는 경제 발전에 영향을 미치지만, 경제 발전은 문화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 문화는 고정 불변의 것이 아니다. 문화는 변화될 수 있다. 경제 발전과의 상호 작용과 이데올로기적 설득, 그리고 특정한 행동 양식을 정려하고 장기적으로는 그것을 문화적 특성으로 바뀌게 하는 보완적인 정책과 제도들을 통해서 말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문화가 숙명이라고 믿는 사람들의 근거 없는 비관주의로부터, 그리고 사람들에게 사고방식을 바꾸라고 설득함으로써 경제 발전을 유도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의 순진한 낙관주의에서 벗어나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을 것이다.

     

    329.

    지난 사반세기 동안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개발도상국들이 자국의 발전에 알맞은 정책을 추구하는 것을 갈수록 어렵게 만들어 왔다. 이들은 IMF, 세계은행, 그리고 WTO라는 사악한 삼총사와 지역별 FTA나 투자협정을 이용해 개발도상국들이 이런 능력을 갖지 못하게 했다. 이들은 (보호무역이나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차별 따위의) 민족주의적인 정책들은 실시하는 나라들에게 불리할 뿐만 아니라 불공정한 경쟁을 초래한다는 이유에서 금지하거나 대폭 축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그러면서 경기장을 평평하게 해야 한다는 개념을 계속 들먹인다.

     

     

    3. 저자의 입장에서 다시

     

  • 감동적이었던 장절

     

    34. 세계화와 관련해서 불가항력적인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세계화의 주된 추진력은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주장하듯 기술이 아니라 정치, 즉 인간의 의지와 결정이다. 만일 기술이 세계화의 정도를 결정한다면 1870년대보다 1970년대에 세계화가 덜 진전된 이유를 설명할 방법이 없다. 기술은 세계화의 외부적인 경계를 결정지을 뿐이다. 엄밀하게 말해 세계화가 어떤 형태를 취할 것인지의 여부는 우리가 어떤 국가 정책을 만들고, 어떤 국제 협정을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  

     

    불가항력은 없다는 말이 통쾌하다. 불가항력이란 어쩌면 앞서간 자, 더 가진 자의 통제되지 않는 욕망일 뿐일 것이다. 그것을 포장하여 불가항력이라 말하며 우리는 자본주의의 모든 실패를 어쩔 수 없는 것이라 간주하며 아무 많은 불의를 방치하거나 은연 중 조장하였다. 나는 이 부분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 장하준에게 고개를 끄덕인다.     

     

     

    155.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업들이 주로 관심을 가지는 것은 첫째가 투자유치국의 (시장의 크기와 성장 같은) 시장 잠재력이고, 다음으로 노동력과 사회간접자본의 우수성 같은 사항이다. 이들은 규제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너무도 익숙한 논리. 외국계 제약기업을 위한 이익단체에서, 또 기업의 내부에서 정부에 대항하는 업계의 논리를 주로 다뤘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건 뭐 생각하고 말고 할 것도 없는 사실이다. 규제는, 기업을 성가시게 만들거나 일하는 담당자들의 일상을 지옥으로 만들 수는 있으나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의 생리를 근본적으로 가로막는 장애물이 아니다. 시장! 오로지 시장의 크기와 잠재력이 중요할 뿐! 그 나라의 시장이 (크기와 성장세 측면에서) 먹음직하기만 하다면야 그 어떤 규제든 뚫고 들어가거나 감옥 담벼락을 넘나드는 수준으로 곡예를 해서라도 들어가는 것이다. 문제는 그 규제가 지나쳐 시장의 크기과 잠재력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지경으로 가는 것이다. 그때 규제는 전면적인 저항의 대상이자 기업의 입장에서 절대악이 된다.

     

    212. 아이작 뉴턴은 “내가 남들보다 조금 더 멀리 보고 있다면, 그것은 내가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 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뉴턴의 이 말은 아이디어는 누적적으로 발전한다는 뜻이다.

     

    아이디어는 누적되어 혁신으로 이어지는 것이지, 어느 날 갑자기 아무런 선조도 없이, 아무런 축적된 분량의 실패와 경험 없이 획기적인 개선이 이뤄지는 법은 없다. 그것은 제약업에서 늘 주장해온 것이기도 하고 연구개발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이 당연하게 알고 있는 부분이기도 한데, 비단 과학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럼에도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을 바꾼 아이디어를 원하는, 절대적인 혁신을 과시하고픈 리더나 관료에 의해 얼마나 많은 허무하고 파괴적인 삽질이 이뤄지고 잇는 지를 생각하면 또 분노가 인다. 혁신은, 한발한발 다져가는 꾸준하고 성실한 걸음에 있다.    

     

  • 총평

    경제학서가 워낙 익숙하지 않기에 고전을 예상했으나, 의외로 쉽게 읽었다. 그는 학자이기 전에 연마된 문장가이자 논객이다. 마치 펜과 종이를 들고 싸우는 검투사처럼, 자신의 주장과 다양한 역사적 사실을 엮어 차고차고 쌓아 올리는 그의 솜씨에 적잖이 감탄했다. 특히 책 날개에서 발췌한 여섯 살 아들 진규로 예시로 자유무역주의 이론의 문제점을 설명한 부분은, 탁월했다. 이렇게 쉽게 명료하게 반격을 준비하는 상대의 허를 찌르는 비유를 생각해내는 것은 어마어마한 능력이다. 구성 또한 단순 명료한 것이 허를 찌르는 상징적인 제목과 이를 설명하는 문장으로 잘 정리되어 있다. 내용은 세계화와 신자유주의경제에 대한 신화와 현실의 논점을 차례 차례 집어주고 있어 길을 잃을 일이 없다. 오히려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빈틈없는 논리와 구성이 너무나 단단하게 논지를 받치고 있어서, 약간은 중복되는 느낌이 있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학자답게 왜 이 글을 쓰게 되었고, 이 글이 어디로 독자를 인도하게 될 지를 처음부터  명확하게 밝혀주고 있다. 커다란 안내판을 앞에 두고 그 길을 헤메지 않고 따라오게 하는 일방통행로 내지는 고속도로 같은 진행이 그의 주제와 잘 맞았다고 생각한다.  

     

    목 차

    추천사

    감사의 말

    프롤로그-나라가 부자가 되려면

    1.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 다시 읽기-세계화에 관한 신화와 진실

    2. 다니엘 디포의 이중생활- 부자 나라는 어떻게 부자가 되었는가?

    3. 여섯 살 먹은 내 아들은 일자리를 구해야 한다!- 자유 무역이 언제나 정답인가?

    4. 핀란드 사람과 코끼리- 외국인 투자는 규제해야 하는가?

    5. 인간이 인간을 착취한다 - 민간 기업은 좋고, 공기업은 나쁜가?

    6. 1997년에 만난 윈도 98 - 아이디어의 ‘차용’은 잘못인가?

    7. 미션 임파서블? - 재정 건전성의 한계

    8. 자이레 대 인도네시아- 부패하고 비민주적인 나라에는 등을 돌려야 하는가?

    9. 게으른 일본인과 도둑질 잘하는 독일인 -경제 발전에 유리한 민족성이 있는가?

    에필로그. 세상은 나아질 수 있을까?

 

그리고 목차에는 보이지 않는 소제목 역시, 내용을 요약하고 함축하는 제목들이 상당히 시의 적절하여 정리와 통찰에 대단히 능한 글쟁이이자 학자라는 생각을 했다. 부러운 능력이고, 추후 전공과 관련된 책을 기획할 때 염두에 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내용은, 외국계기업에서 주로 경력을 쌓고,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람으로 프로페션을 다져온 입장에서 공감과 갈등을 동시에 하게 만드는 부분들이 있었다. 세계화, 자유무역은 국내제약산업의 보호를 온 몸으로 앞장서는 보건복지부와 환자들의 접근권과 세계화의 논리를 주장해야 하는 다국적 업체의 논리를 전과 다른 논점에서 바라보게 만들었다. 거시적인 부분에서 동감하였고, 특허 등과 같은 구체적인 부분에서는 이의를 제기할 부분도 없지 않았지만 공부가 되는 좋은 ㅊㄱ이었음엔 틀림없다.   

 

 

IP *.92.211.151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372 어제까지의 세계 전통사회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것인가? 에움길~ 2014.11.11 2215
4371 #29 어제까지의 세계 왕참치 2014.11.11 1747
4370 어제까지의세계_구달리뷰#29 구름에달가듯이 2014.11.11 1584
4369 어제까지의 세계 녕이~ 2014.11.11 2356
4368 어제까지의 세계 종종 2014.11.11 2438
4367 어제까지의 세계_찰나리뷰#29 file 찰나 2014.11.11 2125
4366 어제까지의 세계 어니언 2014.11.11 1977
4365 3-17. 영혼의 자서전 (하) - 니코스 카잔차키스 콩두 2014.11.07 2568
4364 나쁜 사마리아인들 (BAD SAMARITANS)_찰나리뷰#28 file 찰나 2014.11.03 1890
4363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녕이~ 2014.11.03 1625
4362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1] 에움길~ 2014.11.03 3042
4361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file 앨리스 2014.11.03 2455
» 나쁜 사마리아인들 - 장하준의 경제학 파노라마 종종 2014.11.03 2295
4359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어니언 2014.11.03 2261
4358 #28 장하준의 나쁜 사마리아인들 왕참치 2014.11.03 2380
4357 장하준의경제학강의_구달리뷰#28 구름에달가듯이 2014.11.03 2039
4356 #28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 이동희 희동이 2014.11.02 1833
4355 #28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_정수일 정수일 2014.11.02 1804
4354 3-16. 영혼의 자서전 (상) - 니코스 카잔차키스 콩두 2014.11.01 2285
4353 3-15. 선녀는 왜 나무꾼을 떠났을까 - 고혜경 (수정중) [1] 콩두 2014.10.28 26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