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중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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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기 서은경 연구원께서 새로운 책을 출간하셨습니다.
음식명인 10인에 대한 인터뷰를 통해 멋지게 재구성하셨습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제1장. 음식의 가치를 전달하는 사람들
1. 미식과 탐식의 역사 - 조선일보 음식 담당 전문기자 김성윤 기자
2. 한식의 세계화와 음식민족주의 - ‘수요미식회’, ‘알쓸신잡’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3. 더불어 행복한 음식과 사회적 소비 - 서울대 푸드비즈니스 랩 문정훈 교수
제2장. 음식의 가치를 창조하는 사람들
1. 셰프의 끝없는 도전, 한 접시의 요리가 영혼을 구원한다 - ‘마스터쉐프 코리아’ 심사위원, 레스토랑 ‘더훈(The Hoon)’ 송훈 셰프
2. 외식산업에서 한식 메뉴, 브랜드 개발 전략 - 한식 요리연구가 박종숙 원장
3. 돼지농장 이야기와 우리 농축산업의 지속 가능성 - ‘성우농장’ 이도헌 대표
4. 레스토랑의 생존전략 - ‘월향’, ‘문샤인’ 이여영 대표
제3장. 음식의 가치를 탐구하는 사람들
1. 맛의 즐거움은 어디에서 오는가? - 『맛의 원리』 저자, ‘편한식품정보’ 최낙언 대표
2. 생각하는 식탁, 음식과 약이 우리 몸에 대해 말하는 것들 - 『생각하는 식탁』 저자, ‘J정약국’ 정재훈 약사
3. 맛있음의 과학, 식품 소비자 관능 - ‘센소메트릭스’ 조완일 대표
음식을 두고 ‘한식 세계화’를 내세우며 정부가 한국 음식에 대한 개념 정립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우리 국민 모두는 다 같이 그것에 찬성했습니다. 그 누구도 특별히 의문을 던지지 않았습니다. 제 생각에 이것은 한국 사회의 비극입니다. 음식은 문화입니다. 국가가 규정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내 삶의 정체성을 감히 어떻게 국가 권력이 정의를 하나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입니다. 민주공화국은 국민 개인이 주권을 가진 나라인데 시민의 정신 상태를 통제하겠다는 정책을 왜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걸까요?
제 결론은 이렇습니다. ‘우리는 민주 공화정인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것에 아직도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역사의 시간은 흘렀지만 정신적 고착 상태는 아직도 일본의 신민, 조선 왕국의 백성인 상태로 이 시대를 사는 것은 아닐까?’ 제가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 많은 분들이 불편해하고 기분 나빠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의문을 던지며 우리의 전통, 음식, 한식 세계화와 관련한 음식 민족주의에 대해 처절한 고민이 있어야 합니다.... --- 본문 중에서
‘음식의 가치’란 무엇인가?
모든 음식은 가치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가치가 높으면 기꺼이 높은 비용을 지불한다. 어쩌면 우리는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음식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먹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음식의 어떤 부분에 높은 가치를 매기고 있을까? 맛있는 음식? 그렇다면 무엇이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일까? 외갓집에 갔을 때 외할머니가 해주시던 그때 그 음식? 그것을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가? 머리가 점점 복잡할 수밖에 없다.
‘서울대학교 푸드비즈니스 랩’은 음식에 대한 담론을 다루며, 우리 음식 문화의 저변 확대를 지향하는 연구소다. 이들은 ‘우리에게 음식의 가치란 무엇인가?’라는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세 가지 세부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1) 음식의 가치를 어떻게 발굴해서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2) 음식의 가치를 어떻게 창출하고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 3) 과학의 관점에서 본 음식의 가치의 본질은 무엇인가? 그리고 이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대한민국 음식 분야 최고의 선수 10인에게 강연을 요청했다.
이 10인의 음식 전문가들은 음식 먹거리 분야에서 짧게는 5년, 길게는 20년 넘게 잔뼈가 굵어 온 스페셜리스트이다. 이들은 각자 남다른 전문성으로 대한민국의 요리 문화를 선도하며, 각 분야에서 부딪히는 문제에 명쾌한 해답을 내리는 행동가들이다. 이들은 각자 주제를 정해 서울대학교에서 강연을 진행하고 그 내용을 하나로 묶어 각자의 인터뷰와 함께 세상에 내놓았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0인의 음식 전문가에게 듣는다
첫 번째 질문인 ‘음식의 가치를 어떻게 발굴해서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에 대해 답하기 위해 조선일보 음식 담당 전문기자 김성윤 기자, ‘수요미식회’의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서울대 푸드비즈니스 랩’ 문정훈 교수가 각자의 관점에서 바라본 음식의 가치의 본질과 음식 소비에 대해서 강의를 했다.
김성윤 기자는 타고난 모태 음식 전문가라 할 수 있다. 그는 그 누구보다 요리 DNA가 가득한 집안에서 세계인의 식탁을 경험하며 자라났다.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는 음식의 이면을 뒤집어보며 우리 밥상의 문제점을 콕 짚어내는 음식 평론가다. 밥 한 그릇에 담겨있는 생각과 관점의 차이를 날카롭게 들추어낸다. 문정훈 교수는 오감으로 느끼고 이론을 정리하는 현장형 학자다. 세계 곳곳 시골의 생산지와 먹거리 현장에는 늘 그가 있다.
두 번째 질문, ‘음식의 가치를 어떻게 창출하고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는 TV 요리프로그램 ‘마스터셰프 코리아’의 심사위원이자 레스토랑 ‘더훈(The Hoon)’의 주방을 책임지고 있는 송훈 셰프, 한식 요리연구가 박종숙 원장, 지속 가능한 농축산업을 구현하고 있는 ‘성우농장’의 이도헌 대표, 외식기업 ‘월향’의 이여영 대표가 각자 자신이 창출하고 있는 음식의 가치에 대하여 현장의 목소리로 답을 던졌다.
끊임없는 도전을 꿈꾸는 송훈 셰프는 멘토와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며 공간과 사람, 음식을 연결하는 셰프 경영인이다. 박종숙 원장은 어린 시절 밥상 그대로를 자신의 전문성과 결합해 한식 밥상의 의미를 살려낸 한식 요리연구가다. 이도헌 대표는 농축산 분야에 오래 몸담지 않았지만, 자기만의 독특한 경계인의 시각에서 양돈업을 재발견하여 농촌 마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그려내는 농업 전문가다. 이여영 대표는 어느 방향으로 튈지 아무도 모르지만, 장사에 있어서 뚜렷한 명분을 발견하면 두려움 없이 판을 키우는 배짱 두둑한 외식 사업가다. 그녀가 가는 곳에는 늘 손님이 몰려든다.
세 번째 질문, ‘과학의 관점에서 본 음식의 가치의 본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세 명의 과학자가 참여했다. 식품공학자이자 ‘편한식품정보’ 최낙언 대표, 『생각하는 식탁』의 저자 정재훈 약사, 식품 관능 전문가 ‘센소메트릭스’ 조완일 대표가 과학계에서 바라보는 음식의 가치, 맛, 향, 건강에 대한 논의를 제시했다.
최낙언 대표는 식품 정보와 관련 과학적 지식을 하나의 거대한 연결망으로 구축하며 식품에 대한 불량지식 타파에 나선 식품업계의 계몽주의자다. 정재훈 약사는 약리학적 관점에서 착한 음식(?)이 하는 거짓말을 조목조목 가려내어 친절히 설명해 주는 식품업계에 없어서는 안 될 음식 탐구가이자 약학계의 전문가다. 조완일 대표는 식품 관능검사의 불모지인 우리나라에 식품 관능연구소를 창조한 최초의 개척자다. 그는 끊임없이 실험과 연구를 거치면서 관능검사의 새로운 지평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이 우리가 누구인지를 말해준다
이 책은 음식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읽어볼 필요가 있다. 음식을 먹는 것은 실은 음식의 가치를 소비하는 것이고, 음식을 파는 것은 음식이 가진 가치를 현금과 교환하는 것이며, 음식 마케팅을 하는 것은 음식의 가치를 발굴, 전달하는 것이고, 음식을 개발하고 요리하는 것은 음식의 가치를 창출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음식의 가치에 대해 고민해 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다만 질문이 달랐던 것이다. 매일 고민하는 ‘오늘 뭐 먹지?’에 대한 해답도 실은 음식의 가치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강연을 맡아 진행한 10인의 전문가들은 스스로가 어떤 특징을 지닌 사람이고 본인이 원하는 욕망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안다. 한마디로 말해 ‘자기성찰력’이 뛰어나다. 또한 이들은 어떤 일에 관해 판단이 분명히 설 때는 과감히 그것을 선택하고 집중 몰입한다. 이들은 자기만의 빛깔을 뿜어내며 일의 전문성을 숙성시켜 나간다. 그래서 이들이 ‘음식의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해답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요리는 하나의 창조물이다. 전문가의 전문성도 그가 버무려 내는 직업적 창조물이다. 음식과 요리 관련한 전문 지식 외에 자신에 맞는 일을 발견하고 전문성을 쌓아가는 방법이 궁금한 독자가 있다면 분명히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들 중 누구든 음식을 먹지 않고 살 수는 없으며, 매일, 매끼니 무엇을 입에 넣을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선택한다. 그리고 그 선택은 각자가 인지하는 음식의 가치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우리의 삶은 음식의 가치 안에서 영위되고 있으며, 음식에 대한 가치 판단에 따라 당신이 누군지도 결정된다. 당신이 먹는 것이 바로 당신이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면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음식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보면 된다. 그게 당신이고 당신의 삶의 가치이다. 당신은 감각적인 사람인가? 직관적인 사람인가? 당신의 삶은 정글 속인가, 잔잔한 호수 위의 돛단배인가? 이 책은 음식이 가지고 있는 가치에 대해 고민하는 책이며, 동시에 당신과 당신의 삶에 관한 책이다.